Update. 2024.11.22 11:05
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대명천지 21세기 초현대 사회 속의 산적 소굴! 사람은 하루를 살아도 진실을 호흡해야 한다. 비록 그 공기가 오염물질로 혼탁해져 있더라도!! 자유란 그런 것이다, 내가 내 생명을 호흡할 수 있는 것! 철의 장막, 암흑의 장막 속엔 ‘순수의 독가스’가 자유라는 거짓 이름으로 사람의 숨통을 조르고 있다! 인민이여, 진정한 자유를 향해 투쟁하라!!!…’ 어그러진 믿음 토요일인데 6시가 되어서야 업무가 끝났다. 여기저기서 책상을 정리 정돈하며 일과를 마친 감흥을 북한 사투리로 지껄여대기도 하고 기지개를 켜기도 했다. 과연 무슨 일을 했기에 저토록 뿌듯할까? 의문스럽기도 했으나, 인간 노동의 가치를 함부로 재단할 필요까진 없다고 여겨졌다. “자, 모두 빡쎄게 일했으니깐두루 이제부터 신나게 놀아봅세그려.” “얼쑤~ 좋구~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어렸을 때 크게 싸운 형제가 있다. 격렬한 싸움 끝에 형제는 결국 따로 살기로 마음먹고 수십년째 얼굴을 안 보고 살아왔다. 그렇게 오래 떨어져 살다 보니 서로에 대한 정은 사라진 모양이다. 현재 둘은 이해득실만 따지는 관계가 됐고, 옆집 사람들과 더욱 자주 어울리며 가끔은 서로를 비난하기도 한다. 상대적으로 ‘부유해진’ 형 쪽에서 동생한테 여러 차례 화해하자고 시도해봤지만, 자존심만 남은 ‘가난한’ 동생 쪽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심지어 몇 년 전부터 동생은 총을 만들어 형을 위협하려 한다. 한국과 북한의 이야기다. 1980년 대생과 1990년 대생의 어렸을 적 소원은 언제나 통일이었다. 국가 차원에서 장려한 통일 노래 ‘우리의 소원’은 이들의 머릿속에 아직도 또렷이 박혀있다. 자연스럽게 소원을 ‘강요받게’ 되었고, 언젠가 꼭 그 꿈이 이뤄질 줄만 알았다. 좋은 기억도 잠시 잠깐 당시 어른들이 어린이들에게 통일은 꼭 해야 한다고 가르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새로운 세대에게 통일의 중요성을 알려주지 않는다면 이대로 분단 상태가 굳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반도가 분단된 지 이제 60년째. 어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