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동성애 축제 딜레마

서울 한복판서 게이들이 뒤엉켜…

[일요시사 취재1팀] 신승훈 기자 = 대한민국이 동성애 문제로 뜨겁다. 동성애 문제를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리려는 단체와 동성애를 죄악으로 여기는 단체의 첨예한 대립 속에 서울시가 진퇴양난에 빠진 모양새다. 오는 6월로 예정된 동성애축제를 놓고 벌어지는 상황을 들여다봤다.

지난해에 이어 서울광장이 다시 한 번 들끓고 있다. 오는 6월 서울광장에서의 ‘동성애퀴어문화축제’(이하 퀴어축제) 개최를 두고 찬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퀴어축제조직위원회는 오는 6월8일부터 12일까지 그리고 같은 달 26일 퀴어축제를 위한 서울광장 사용 신청을 냈다.

퀴어축제는 2000년 첫 회를 개회한 후 올해로 17년째다. 퀴어축제조직위 측은 “한국 성소수자들의 최대 명절이라 칭해지는 퀴어축제를 개최하려고 한다”며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며 한국 사회의 역사 속에서 부당한 사회의 현실에 저항해 맞선 시민사회운동의 상징인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성소수자의 목소리와 무지개 빛 물결을 뒤덮을 것”이라고 밝혔다.

단순 문화축제?

서울광장은 시민의 건전한 여가선용과 문화 활동, 공익적 행사 및 집회와 시위의 진행 등을 위해 만들어진 시민의 공간으로 신고만 하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신고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서울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는 위원 9명 중 6명이 참석한 가운데 과반수(4명)가 ‘조례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표명하면서 사실상 행사를 허용했다.

당시 서울시 관계자는 “축제를 반대하는 입장도 전달했지만 위원들이 신청을 수용한 만큼 그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축제에서 처벌받은 사람도 없었고, 혹시 올해 문제가 있을지 모른다고 예단해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의 입장과는 별개로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여론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건강한 사회를 위한 국민연대’(이하 건사연)는 지난달 28일 낮 서울시청 본관 앞에서 ‘동성애퀴어축제 서울광장 사용 결정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건사연은 “동성애를 조장하는 퀴어축제는 문화적 마르크스 사회운동이지 예술축제는 아니다”면서 “박원순 시장은 ‘문화적 마르크스주의’인 동성애 조장정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건사연은 성명서를 통해 “퀴어축제는 평등이나 인권과 상관없이 동성애를 비롯한 온갖 음란행위를 선전하는 행사일 뿐”이라며 “서울광장에서 알몸을 드러내며 퇴폐적 행위를 일삼은 일부 참가자들은 경범죄처벌법 위반은 물론 음란 축제에 반대하는 시민들과의 충돌로 인한 안전사고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사연 뿐만 아니라 바른 성문화를 위한 국민연합(이하 바성연)도 동성애축제 반대에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24일 바성연은 서울시청 본관 앞에서 퀴어축제 서울광장 사용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발언자로 나선 한효관 대표는 “그 동안 치열하게 반대하면서 서울시에 그 뜻을 명확히 전달했는데도 서울광장 사용을 허가하는 것은 박원순 시장이 우리를 엿먹이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동성애축제는 그들의 공간에서 하면 된다. 우리는 동성애에서 파생되는 여러 문화를 반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성연을 비롯한 68개 단체 일동은 지난달 17일 낸 성명서에서 “2009년부터 2011년 사이 3년 동안 에이즈에 감염된 10대 청소년의 57%가 동성애로 인한 것이었다”며 “동성애는 에이즈에 대하여 ‘고 위험군’이며, 불가분의 관계임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울시가 서울광장을 허락한다면, 이는 궁극적으로 청소년과 국민들을 동성애로 유도하는 행위”라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입장의 선민네트워크 김규호 목사는 “작년에는 몰라서 그렇더라도 올해는 작년의 사태를 경험했기에 서울광장 사용을 허가해선 안된다. 박원순 시장은 정신 차려라. 박근혜 대통령을 보고 '불통 대통령'이라고 늘 욕하던데 대통령보다 시장이 더 불통”이라고 비판했다.

6월 행사 앞두고 찬반 대립 격화
조정 중인 서울시…광장 내주나?

이러한 동성애축제 반대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촉발된 것은 지난 2014년부터다. 2014년 6월 신촌 연세로에서 퍼레이드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서대문구가 장소사용허가를 취소했다. 당시 서대문구 측은 “세월호 침몰 사고로 인한 국가적 추모 분위기에 동참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야외행사 승인을 취소한 것뿐”이라며 취소사유를 밝혔지만 퀴어축제조직위 측은 “구청에 항의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들었는데 이 때문에 취소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지난해에는 당초 6월13일 서울광장에서 행사를 개최하고자 했지만 타 기관의 행사로 인해 퀴어퍼레이드 일시와 장소가 변경됐다. 이후 집회신고를 위해 주최 측과 반대 측 모두 경찰서 앞에서 약 1주일간 철야를 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6월9일부터 28일 까지 20일 동안 퀴어문화축제가 진행됐다. 지난해 6월28일 열린 제16회 퀴어퍼레이드에서는 주최 측과 반대 측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퀴어퍼레이드는 서울광장에서 시작한 2.4km코스로 대규모 행렬이 2시간 가량 걸었다. 여기에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행사장을 찾아 주최 측에 힘을 실어줬다. 반면, 기독교단체들은 퍼레이드 주변에서 반대시위를 열었다. 퀴어축제조직위 사무처 관계자는 “지난해 축제기간 20일 동안 4만여 명이 동참했다”며 “재작년 기록을 보면 매년 인원이 2배씩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체측과 반대측의 입장차는 아직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현재 서울시에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민원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서울특별시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제6조’(사용신고 수리)에 의거 광장 사용 신고는 수리해야 함이 원칙이며, 이는 모든 시민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밝혔다. 퀴어축제조직위 측은 다른 단체들과의 경합이 일자 예비적으로 6월26일 하루를 또 신청했다.

이미 예수재단 임요한 대표는 “6월26일도 다른 단체와 중복 신청돼 행사 개최가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퀴어축제조직위 관계자는 축제 가능 여부에 대해 “확실하게 된다 안 된다 말씀드리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협의 조정 과정을 마쳐 봐야 안다”고 밝힌 바 있다. 조직위 측이 타 단체와 경합한 이유는 같은 날 접수하면 시간에 관계없이 동 순위로 보는 규정 때문이다.

서울 광장의 행사 신청은 90일 전에 하는 것이 원칙이다. 조직위는 6월8일 기준으로 90일 전인 지난달 10일 신청서를 접수했지만 타 기관과 일정이 겹친 상황이다. 조직위 관계자는 “5월, 6월에는 행사들이 많아 겹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단체에 대해 “퀴어축제는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내 자신을 보다 당당하게 드러낼 수 있게 한다”며 “사회 전체 여론이 그분들의 주장대로 되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치적 문제도

이어 “지금 동성애에 대한 인식의 변화 척도를 보면 변화의 속도는 빠르다”고 덧붙였다. 퀴어축제조직위 측이 서울시의 특혜를 받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특혜를 받아봤으면 좋겠다”며 “서울시는 조례상 원칙에 맞춰서 대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절차적인 특혜나 배려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의 퀴어축제에 대해 “서로 같은 날에 서울광장을 사용한다고 하는 단체가 있어 협의 중에 있다”며 “다시 한 번 모여서 결정을 한다”고 말했다. 퀴어축제에 대한 서울시의 입장을 묻자 시 관계자는 “(서울시 입장은) 정치적인 문제라서 대답하기 곤란하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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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