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신승훈 기자 = 키 크는 약, 몸 크는 약, 공부 잘하는 약, 커지는 약 등 각종 약들이 난무하고 있다. 거짓·과장광고, 불법복제, 오·남용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 이 약들은 소비자들의 그릇된 욕망을 부추기고 있다. <일요시사>는 이 같은 각종 약의 실태를 추적해봤다.
우리나라의 키 성장 관련 시장은 8000억원 규모로 알려진다. 세부 시장으로는 키 성장 기능식품, 운동센터, 한의원, 호르몬 시장으로 나눌 수 있다. 키 성장 약은 키즈앤지, 키움정, 롱키원, 롱키원골드, 마니키커, 키클아이, 키플러스, 키노피업 등의 키 성장을 암시하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다.
또한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를 광고 모델로 내세우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다. 키움정-박태환, 키즈앤지-송종국, 롱키원-박남정 등이 광고모델로 활약 중이다. 문제는 제약회사들이 부모들의 자녀의 키에 대한 높은 관심을 이용해 거짓광고 및 과장광고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키 크는 약’
거짓 임상실험
▲키 크는 약 =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14일 키성장 효과를 거짓·과장 광고한 닥터메모리업·메시지코리아·에이치앤에이치 등 8개 판매업체와 내일을·칼라엠앤씨 광고대행사에 시정조치 및 과징금 총 60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2014년부터 2015년 8월까지 키즈앤지, 키움정, 롱키원, 마니키커, 롱키원골드, 키클아이 등의 식품들이 객관적 자료 없이 거짓·과장 광고로 팔려나갔다”고 밝혔다.
이 제품들은 유명 제약회사 제품인 것처럼 광고·유통되고 있지만 총판 또는 대리점에서 기획되고, 제품 개발 및 제조는 대부분 중소기업에서 이루어졌다. 마니키커의 경우 ‘특허받은 성장촉진용 조성물 2개 함유!’, ‘성장의 저해 요소들을 분석하고 관리해 평균 성장 크기보다 매년 10∼30%씩 더 알차게 자랄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식의 거짓광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키즈앤지는 ‘세계 5개국 특허원료 YGF251로 만든 신제품’, ‘인체 임상실험 결과 혈압, 간기능 등 부작용 없이 안전함 확인’이라는 내용의 거짓·과장 광고를 했다. 이같이 거짓·과장 광고가 판을 치는 가운데도 제품이 팔려나가는 이유는 키에 민감한 부모들이 이러한 유혹에 약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음료회사가 지난 2014년도에 만 7세부터 17세까지 자녀를 둔 부모 1000명을 대상으로 자녀의 키에 대해 고민이 있는지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50%가 ‘고민이 있다’고 답했다.
성능 부풀린 거짓·과장광고
불법 복제, 오·남용도 문제
이 자료를 놓고 보면 성장기 자녀를 둔 부모의 절반가량이 자녀의 키 문제로 고민을 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대한소아내분비학회가 지난해 10월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자녀의 최종 키가 작을 때 우려하는 점’으로 부모들의 72%가 ‘구직 활동 등 사회생활에서 차별’을 꼽았다. ‘친구 및 이성 교제 등 대인관계’(61%)에 대한 고민이 뒤를 이었다. ‘작은 키로 인해 걱정되는 부분이 없다’라고 응답한 부모는 전체의 5%에 불과했다.
키와 외모에 대한 과도한 집착에 대해 임운택 계명대 교수는 “사람의 키나 외모도 하나의 경쟁력으로 보는 신자유주의적 맥락 속에서 내 자식이 어떤 것 하나도 부족하면 안 된다는 우리 사회의 절박함과 경쟁 피로도, 부모들의 욕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며 “키와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는 경향은 인종차별주의와도 연결될 수 있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델을 뽑는 게 아니라면, 사무직이나 연구직 등 신체 조건과 직무 능력이 관계 없는 직종에까지 외모가 평가요소가 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몸 만드는 데
단백질이 최고
▲몸 키우는 약 = 몸을 키우는 약은 각종 보충제가 대표적이다. 보충제는 운동선수나 일반인들이 일상생활에서 활동이나 운동을 위한 영양소와 에너지를 빠르고 간편하게 얻을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식품이다. 식사만으로 필수 영양소나 칼로리를 완벽히 섭취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충제를 통해 좋은 몸을 만들고자 하는 이들의 숫자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멘즈헬스>에 따르면 보충제의 종류는 크게 5가지로 구분된다. 첫째는 탄수화물 보충제다.
탄수화물은 우리 몸에 글리코겐을 만들어 낸다. 글리코겐은 운동능력을 향상시키고 근육이 아미노산을 흡수하는 것과 단백질 합성을 도와 근육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준다. 두 번째는 단백질 보충제다. 단백질은 우리 몸에서 계속 분해되고 새롭게 합성한다. 약 6개월 이내에 몸속의 단백질은 파괴되고 새로운 단백질이 인체를 구성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인체는 계속해서 단백질을 공급해 주어야 한다.
단백질은 근육을 성장시키는 결정적 요소로 근육은 단백질로 이루어진다. 세 번째는 크레아틴 보충제다. 크레아틴 보충제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널리 사용되며 스포츠 영양 보충제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이후 꾸준한 연구를 통해 그 효과가 입증된 것으로 알려져 운동선수들이 널리 사용하는 보충제다.
네 번째는 아미노산 보충제다. 아미노산은 단백질을 구성하는 원료로 모두 20여 가지에 이른다. 이 중 루신, 발린, 라이신 등 9가지는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아 반드시 식품을 통해 섭취해야 하는 필수아미노산이다.
마지막으로 호르몬 보충제가 있다. 호르몬 보충제는 인위적으로 제조한 호르몬으로 스테로이드 계통의 제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타 보충제보다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어 복용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호르몬 보충제인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면서 운동하면 순수 근육만 1년에 10kg 정도까지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운동할 때 지지치 않고 평소에 들어올리지 못한 중량도 쉽게 들 수 있어 마법의 약으로 불린다. 신체적 부작용으로는 칼슘의 흡수가 억제돼 골다공증을 유발하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인다. 또한 간 질환의 발생률도 높아지고 피부 재생능력 또한 감소해 피부염에 노출될 우려도 있다.
심리적 부작용으로는 테스토스테론의 과도한 증가로 성격이 공격적으로 바뀌어 난폭한 행동이 잦아지고 충동적으로 변한다. 또한 근심과 공포, 의심, 감정의 기복이 커져 우울증에 빠질 확률도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달 3일에는 함량 미달의 단백질 보충제를 제조·판매한 A씨 등 식품제조업자 3명이 식품위생법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7월27일부터 8월18일까지 부산과 대구에서 단백질의 주원료보다 싼 탄수화물 원료를 이용해 단백질 보충제를 제조·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단백질 보충제 1회분 60g당 단백질 44g이 첨가됐다고 표기했지만, 실제 단백질 함량은 3.6g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단백질의 주원료보다 20배가량 싼 탄수화물 원료를 대량 첨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최근 몸짱 열풍으로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며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단백질 보충제를 섭취하는 이들이 많은데, 단백질 보충제인 줄 알고 먹었던 보충제가 사실 주원료가 탄수화물인 만큼 자칫 탄수화물 중독이나 비만을 유발할 우려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 같은 함량 미달의 단백질 보충제가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몸 키우려다…몸무게만 늘어
집중력 늘어? 머리만 아프다
커지는 약은…스그라·자하자
이런 가짜 단백질 보충제를 섭취하면 살이 찌는 것으로 알려진다. 가짜 단백질 보충제를 섭취한 피해자는 “2년 넘게 구매해서 복용하고 있는데 몸무게가 15kg 정도 불었다”며 “제가 근육량이 늘어난 줄 알고 보건소에 가서 체지방 측정을 해 봤는데 근육이 아니라 체지방이 늘어서 이상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미향 신라대 교수는 “지나치게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면 체내에서 저장지방이 돼 지방이 축적되는 경우가 있다”며 “근육을 만드는 데는 탄수화물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ADHD 치료제
공부에 좋다?
▲공부 잘하는 약 =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집중력 향상과 면역력에 도움이 되는 각종 영양제, 한약, 건강보조식품, 보양식 섭취에 노력을 기울인다. 특히 ‘공부 잘하는 약’의 대명사는 총명탕이다. <동의보감>에는 ‘총명탕을 오래 먹으면 매일 천 마디의 말을 기억한다’라는 말이 적혀 있다. <동의보감>에 나오는 총명탕은 건망증을 치료하는 13가지 처방 중 하나로 ‘공자대성침중방’이라는 처방이 있다. 즉 ‘공자처럼 똑똑해져 대성할 수 있다’는 뜻이다.
총명탕은 백복신·원지·석창포·생강이라는 4가지 약재가 전부다. 원지와 석창포는 우울증을 해소하고 불면·불안에 효과가 있고 생강은 소화기능 개선에 주로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김래영 한의사는 “총명탕은 수험생들이 긴 수험기간 동안 체력을 유지하면서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약”이라며 “그러나 사람마다 체질이나 섭취 방법, 용량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건강상태에 맞게 처방 받아 복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요즘에는 ADHD(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 장애) 치료용 약으로 알려진 메칠페니데이트가 강남 엄마들 사이에서 ‘공부 잘하는 약’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메칠페니데이트는 마약인 암페타민이나 코카인의 구조와 비슷해 복용 후 뇌에 마약과 비슷한 영향을 미치는 향정신성 물질이다. 이 약은 정신과 의사의 처방이 없으면 구매할 수 없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온라인 중고매매 사이트를 통해 ADHD 치료제 구입에 나서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ADHD 환자가 아닌 사람이 이 치료제를 복용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메칠페니테이트는 중추신경을 자극해 우울성신경증, 수면발작 등을 치료하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 약을 복용한 보통 사람은 신경과민, 불면증, 식욕감소, 두통 등 부작용이 올 수 있다고 보고된 상태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 안전사용매뉴얼을 통해 일반인의 ADHD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치료제의 올바른 사용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ADHD 치료제가 공부를 잘 할 수 있게 해준다는 말은 잘못된 오해며 오·남용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홍혜걸 박사는 방송에 출연해 ADHD 치료제에 대해 “이 약은 질병을 치료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집중력도 상당히 높인다”며 “잠을 자지 않는데도 피로하지 않기 때문에 공부를 잘하게 하는 약으로 쓰인다”고 말했다.
이어 “질병에 해당되지 않는데 은연중에 이 질병으로 처방되도록 유도해서 이 약으로 성적이 올라가게 하는 걸 기대하는 것은 큰 문제”라며 “부모와 의사의 합작품일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공부 잘하는 약의 오·남용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도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미국 대학생들에게 굉장히 인기가 많아서 약국에서 가장 많이 도난당하는 약이기도 하다. 미국 내에서는 대학생들이 이 약의 남용이 심각해지자 시험을 볼 때는 소변에서 약물 검사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을 정도다.
▲커지는 약 = 커지는 약의 대명사는 비아그라다. 비아그라는 1998년 화이자제약에서 개발해 비아그라(Viagra)라는 상표명으로 출시된 남성 발기부전치료제다. 처음에는 심장 질환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됐지만 임상 실험 과정에서는 심장 치료 효과는 미비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비아그라를 처방 받은 환자에서 발기가 일어나는 효능 부작용이 발견돼 이후 발기부전치료제로 쓰이게 됐다. 화이자는 비아그라 하나로 미국 제약업체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1998년 화이자제약에서 개발해 비아그라(Viagra)라는 상표명으로 출시된 남성의 발기부전 치료제는 본디 심장 질환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된 약이었으나 임상 실험 과정에서 정작 심장 질환 치료 효과는 그저 그래서 사장될 뻔 했다가 약물을 처방 받은 환자에게서 발기가 일어나는 효능 부작용이 발견되어 이후 발기부전치료제로 쓰이게 됐다. 통계에 따르면, 비아그라는 전 세계적으로 20억정 이상이 소비됐고, 지금도 6초에 1명꼴로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무분별한 비아그라 복용은 위암, C형간염, 신체 부분마비, 안면 홍조, 소화 장애, 두통, 어지럼증 등 다양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2012년 5월 비아그라 약의 특효가 만료되자 복제약이 쏟아졌다. 국내 제약회사들이 식약청에 신청한 복제약은 29개로 제품명은 불티스, 헤라크라, 포르테라, 누리그라, 프리야, 스그라, 자하자, 그날엔포르테, 오르거라 등이 있다.
복제약도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다. 가짜 비아그라 등을 정상적인 유통 경로를 거치지 않고 판매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1월 중국산 가짜 발기부전치료제를 불법 유통한 일당 8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지난해 경기도 고양시에서는 가짜 발기부전치료제를 불특정 다수의 남성에게 판매한 일당 2명이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위조 약 증가
“부작용 우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가장 많이 적발된 위조 상품은 비아그라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비뇨기과 원장은 “인터넷 쇼핑의 발달로 인해 최근 온라인 쇼핑몰에서 발기부전치료제를 판매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정품과 달라 인체에 심각한 부작용을 끼칠 수 있는데 특히 불법 업자들은 정품 발기부전치료제를 소량만 넣은 뒤 이를 다른 약물 등과 혼합하는 방식을 자주 사용해 부작용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발기부전 환자 가운데 고혈압에 의해 발기부전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이때 불법 조제된 발기부전 치료제를 복용할 경우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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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부작용 속출 불법 낙태약 활개
낙태가 엄격하게 금지된 우리나라에서 불법 낙태약 거래가 활개를 치고 있다. 지난 2014년 3월 중국에서 낙태약을 국내로 몰래 반입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약을 먹은 임산부들은 뱃속에 남은 태반이 썩거나 과다출혈 등의 부작용을 호소했다. 안전하고 부작용도 없다는 말에 구입했지만 성분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불법 낙태약이었다.
불법 낙태약은 인터넷을 통해 1박스에 38만원에 거래됐다. 또한 이들은 마치 실제 약국처럼 이름을 내걸고 정품사이트라는 점도 강조해 낙태약을 버젓이 유통시켰다.
A의사는 “전문가와 상의하지 않고 불법 낙태약을 샀을 때 심각하게는 불완전 유산이 돼서 과다출혈로 생명이 위험해 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불법 낙태약에 대해 “의사 처방 없이 인터넷에서 약을 사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