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올림픽 D-6개월> 위기의 효자종목들

금메달 확신하다 큰 코 다칠라

[일요시사 취재1팀] 신승훈 기자 = 지구인의 축제 올림픽이 오는 8월5일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는 국가 중심의 강력한 엘리트스포츠 정책으로 세계 속의 스포츠 강국으로 우뚝 섰다. 이러한 영광의 중심에는 ‘효자종목’이 있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6개월여 앞둔 현재 우리나라의 메달밭에 비상이 걸렸다. 우리나라는 2000년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 이후 4회 연속 10위권 진입을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유망주 발굴의 미진함과 확실한 메달권 선수들의 은퇴 이밖에 부상, 약물파동, 폭행파문 등으로 10위권 수성에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국대 간판스타들
영광 재연 가능?

박태환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 금메달과 200m 은메달을 따내며 수영의 불모지로 불렸던 우리나라에 첫 영광을 안겼다. 이후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도 400m와 200m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자존심을 지켰다. 하지만 명이 있으면 암도 있는 법.

박태환은 인천 아시안게임 개막 직전인 2014년 9월, 금지약물 검사에서 세계반도핑기구(WADA) 금지약물이자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성분이 검출돼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8개월의 선수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국제수영연맹의 징계는 오는 3월2일 끝나지만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 의하면 박태환은 3년간 태극마크를 달 수 없는 상황이다. 체육회는 규정 개정을 검토 중이고 국민생활체육회와 체육단체 통합 작업이 끝나는 3월 이후에야 박태환의 리우올림픽 참가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비단, 세계정상급 선수의 문제는 박태환 뿐만이 아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사재혁은 지난해 12월31일 후배 유망주 황우만 선수를 폭행해 선수 자격정지 10년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이로써 오는 8월 브라질에서 열리는 리우올림픽에 참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나이를 감안하면 사실상 역도계에서 현역으로 선수생활은 불가능하다. 사재혁은 베이징올림픽 남자 역도 77kg 급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우리나라에 깜짝 금메달을 선물했다.

 

그 다음 올림픽인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팔꿈치가 탈구되는 부상을 당하면서도 투혼을 발휘해 국민들에게 깊은 감동을 줬다. 올해 리우올림픽에서는 체급을 올려 금빛 사냥에 나섰지만 후배를 폭행하며 모든 꿈이 사라지고 말았다.

태권도는 우리나라의 국기(國技)이자 상징인 스포츠로 시드니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시드니 올림픽 3개의 금메달을 시작으로 아테네올림픽 2개, 베이징올림픽 4개로 3개대회 연속 2개 이상의 금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 하나에 그치면서 종주국으로써의 자존심을 구겼다. 런던올림픽에서 기대보다 성적이 안 나온 이유 중 하나는 종주국 한국을 비롯한 특정 국가에 메달이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최대 남녀 2체급씩만 출전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런던올림픽에서는 8개의 금메달이 8개국에 골고루 돌아갈 만큼 세계 태권도의 평준화도 한 몫 했다. 이번 대회부터는 올림픽 랭킹에 따른 자동출전권을 부여하면서 한 나라에서 최대 8체급 모두 출전할 수 있게 룰이 바뀌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5체급에 선수들을 내보내게 됐다. 런던에서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 할 수 있는 발판은 충분히 마련된 모습이다.

리우올림픽 4회 연속 종합 10위권 목표
“메달 텃밭 예전 같지 않다” 수성 적신호


레슬링의 경우도 전통적 강세종목으로 한국의 올림픽 금메달 역사를 레슬링을 빼놓고는 말할 수 없다.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서 첫 레슬링 금메달을 획득한 이후 참가한 올림픽에서 2004년 아테네올림픽때까지 매 대회 금메달 1개 이상을 획득했다.

심권호에서 정지현으로 이어지는 금맥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노골드에 수모를 당하면서 부침을 겪었다. 힘들고 배고픈 운동이라는 인식과 비인기 종목이라는 설움에 2013년에는 올림픽 정식종목에서 퇴출당하는 수모까지 겪으면서 우리나라 레슬링은 고난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7개월 만에 정식종목 채택 투표에서 과반을 얻어 퇴출의 위기를 넘겼다. 2012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김현우 선수가 남자 그레꼬로만형 66kg급에서 눈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조국에 금메달을 안겼다. 김 선수는 여러 위기 속에서 체급을 올려 2체급 올림픽 우승을 노리고 있다. 심권호 선수의 영광을 재연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수영·역도·체조
‘설마’ 위태위태

역도의 경우도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이다. 대한민국 역도의 간판스타 장미란이 은퇴하면서 여자 역도에서 금맥이 끊긴 상황이다. 남자는 간판인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사재혁 선수가 후배를 폭행해 선수생활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는 한 나라가 얻을 수 있는 출전권 최대 10장을 모두 손에 넣었지만 최근 극심한 침체에 빠져 리우올림픽에서는 7장의 출전권을 얻는 데 그쳤다.

한국역도는 세대교체에 실패해 메달 획득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이다. 윤석천 한국 역도대표팀 감독은 “리우올림픽에서 최상의 성적을 내고,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과 2020년 도쿄올림픽을 겨냥해 신예를 키워야하는 두 가지 숙제를 안고 있다”며 “무척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배드민턴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부터 한국의 효자 노릇을 했다. 이후 런던올림픽까지 금메달 6개, 은메달 7개, 동메달 5개를 선사하며 배드민턴 강국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배드민턴은 지난 올림픽서 가장 큰 굴욕을 맛봤다. 여자복식은 4강전에서 강한 상대를 피하기 위해 ‘져주기 논란’이 일면서 실격당했고 올림픽 정신을 훼손했다는 비난까지 받아야 했다.

당시 토마스 군드 세계배드민턴연맹 사무총장은 “고의적인 ‘져주기 게임’에 연루된 8명의 선수를 대상으로 청문회를 열었다”며 “이들은 전날 경기에서 반복적으로 서비스를 네트에 꽂거나 일부러 스매싱을 멀리 보내는 불성실한 경기를 펼쳐 모두 실격 처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외신들도 “이들 선수가 경기에 이기려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며 “그런 방식의 행동은 분명히 스포츠에 대한 모욕이자 해악”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런던올림픽에서는 져주기 파문과 함께 이용대-정재성 복식조의 동메달 하나에 만족해야 했다.

리우올림픽에서는 이용대-유연성 조가 금빛 사냥에 나선다. 지난해 5월부터 남자복식 세계랭킹 1위를 꾸준히 지키고 있다. 이득춘 배드민턴 대표팀 감독은 “런던에서 동메달 하나에 그치고 승부조작 파문이라는 불미스러운 일까지 있어서 아쉬움이 컸다”며 “리우에서 명예회복을 하려고 대표팀 모두가 남다른 각오로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림픽 탁구종목에서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금메달 3개, 은매달 3개, 동메달 12개를 거뒀다. 중국이 24개의 금메달을 거둔 것에 비하면 적은 숫자지만 중국에 이어 2번째로 많은 금메달을 거뒀다는 점에서 우리의 탁구는 중국의 유일한 대항마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88년 개인단식의 유남규와 여자 복식 양영자-현정화에 이어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유승민이 남자 단식 금메달을 국민에게 안겼다.

하지만 이후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남녀 단체 동메달 1개,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남자 단체전이 은메달에 그쳐 금맥이 끊긴 상황이다. 올림픽서 중국의 독주를 막기 위해 여러 차례 규정이 변경되기도 했다. 지름 38mm 공에서 40mm 공으로 변경하고 21점이던 세트 점수를 11점으로 낮추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의 독주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강문수 대표팀 총감독은 “1980년부터 1990년대까지 한국은 견제 대상이었다”며 “이제 더 이상 우리가 유리한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예전 한국만의 거친 탁구가 사라졌다”며 “올림픽을 분기점으로 한국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 올려야 한다”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체조의 경우 우리나라 간판스타 양학선의 금 사냥에 적신호가 켜졌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양학선은 한국 체조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이 올림픽 체조 종목에 도전한 지 50여년만의 일로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씻었다. 당시 양학선은 ‘비닐하우스 집’에서 자라면서도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라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줬고 사람들은 양학선의 노력에 찬사를 보냈다.

믿고 봐도 되나
더이상 효자 없다

양학선은 ‘양1’이라고 불리는 신기술을 개발해 국제체조연맹 채점 규정집에 가장 높은 점수인 난도 7.4에 해당하는 기술로 이름을 올렸고,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 2011년 도쿄세계체조선수권 금메달을 따면서 파죽지세를 이어나가 런던에서도 금 사냥에 성공했다.

하지만 양학선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면서 한풀 꺾인 모습이다. 정상 컨디션이 아닌 상태에서 출전을 강행했고 결국 은메달에 그치며 아시안게임 2연패에 실패했다.

이후 지난해 광주에서 열린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명예회복을 노렸지만 연기 도중 허벅지 통증을 호소하면서 결국 자존심 회복에도 실패했다. 양학선은 당장 태극마크를 달지는 않지만 리우올림픽에 출전할 가능성은 높은 상태다. 양학선은 지난해 광주유니버시아드 당시 “다음에는 경기에 나가 실수로 금메달을 못 따도 부상으로 컨디션이 안 좋다는 말은 나오지 않게 하겠다”며 명예회복을 다짐했다.


유망주 발굴 미진…주축 선수는 은퇴
부상, 약물 등 파문으로 험난한 여정

우리나라의 독주를 막기 위해 세계양궁연맹은 런던올림픽부터 총점을 보는 기록제 대신 세트점수로 승부를 가리는 세트제 방식으로 본선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세트제 방식에도 불구하고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 동메달 1개로 한국의 종합순위 5위를 견인했다.

문형철 대표팀 총감독은 “올림픽 때마다 가장 이루고 싶은 것은 전 종목 석권”이라며 “이는 모든 양궁인들의 꿈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경기 방식이 바뀌면서 상황은 나빠졌지만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는 만큼 전 종목 석권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궁은 올림픽 메달보다 어렵다는 국내 선발전을 통과해야 리우에 갈 수 있는 만큼 금빛 물결을 향한 선수들의 화살이 과녁을 정조준하고 있다. 유도의 경우 지금까지 올림픽에서 일본, 프랑스에 이어 가장 많은 11개의 금메달을 수확해 유도강국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1988년도부터 꾸준히 이어오던 금맥이 2000년도에 끊기면서 유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이원희가 금메달을 따면서 금 사냥의 신호탄을 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최민호가 전 경기 한판승을 거두면서 한국유도의 자존심을 지켰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송대남, 김재범이 금메달을 따내며 한국유도는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이번 리우올림픽에서는 73kg급의 안창림과 90kg급 곽동한이 금 사냥에 나선다.

서정복 유도대표팀 총감독은 언론을 통해 “그동안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가 최고 성적이었지만, 리우에서는 금메달 3개 이상에 도전하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어 “열심히 준비해서 리우올림픽에서 최고의 무대를 한 번 만들어보겠다”고 말했다.

올 3월 출범 예정인 통합체육회 정회원 단체 자격규정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생활체육회와 대한체육회가 통합해 출범하게 되는 통합체육회는 57개 정회원 단체와 15개 준회원 단체, 11개 인정 단체, 13개 등록 단체로 구성될 예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6일 “통합체육회의 회원종목 단체들에 대해 종목 경쟁성과 저변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등급을 조정·분류했으며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난 뒤 이를 재평가해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2년 뒤 재평가 과정에서 정회원 단체가 되려면 17개 시도종목 단체 가운데 최소한 6개 시도종목 단체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동호인들이 주로 하는 생활체육은 시군구 단위로 구성하기 수월하지만 동호인들이 많지 않은 엘리트 체육의 경우 하부조직을 갖추기 어렵다는 것이 대한체육회 소속 일부 가맹단체들의 주장이다.

혹시…
양궁·태권도도?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이 규정은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합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기존 대한체육회 규정에도 이와 비슷한 내용이 있지만 이것을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올림픽 종목단체가 준회원단체로 강등되면 ‘국가올림픽위원회(NOC) 구성 시 올림픽 종목 단체는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헌장에 어긋난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서도 “정회원 단체나 준회원 단체나 모두 통합체육회 구성원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 동계 종목은 지금…김연아 없는 평창 ‘희망 보인다’

동계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피겨스케이팅 등 빙상 종목에서 세계 정상의 실력을 뽐내며 빙상 강국의 면모를 과시했다. 반면에 스켈레톤과 봅슬레이, 루지 등 썰매 종목은 메달권과 거리를 두며 국민의 관심 밖에 있었다.

하지만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서는 선수들이 60여명에 불과할 정도의 ‘썰매 불모지’에서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스켈레톤의 신성 윤성빈 선수는 IBSF 2015∼2016 월드컵 6차 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내 5개 대회 연속 메달의 상승세를 이어가며 세계 랭킹을 2위까지 끌어올렸다.

2년 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메달이 예상된 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봅슬레이에 원윤종-서영우는 지난 23일 월드컵 5차 대회에서 우승해 세계 랭킹 1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 꾸준
봅슬레이·컬링 메달 진입 기대

한국은 물론 아시아 출신이 봅슬레이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처음이었다.

이용 국가대표팀 감독은 “원윤종의 드라이빙 실력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세계 여러 코치들도 봅슬레이에 입문한 지 5년 만에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한국이 처음인 것 같아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극찬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남자컬링이 첫 출전한 유럽투어에서 준우승을 거두면서 빠르게 세계 정상권으로 도약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는 컬링 남자·여자, 혼성 종목까지 총 3개의 금메달이 걸려있다. 컬링은 2년 안에 세계 정상권과 격차를 충분히 좁힐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한컬링연맹 관계자는 “올해 4월에 스위스 바젤에서 개최되는 세계남자컬링선수권대회와 평창동계올림픽에서의 메달 가능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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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