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목희 의원에게 급여 상납한 보좌진 또 있다

'결정적 증거 공개' 급여 상납 비서관 직격 토로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해 벽두부터 정치권을 뜨겁게 달궜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이목희 의원(서울 금천구) ‘보좌진 급여 반납 사건’의 당사자인 A비서관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가 입을 열기까진 오랜 설득이 필요했다. 해당 사건이 터진 이후 많은 기자들이 A비서관에게 연락을 취해왔지만 그는 모든 답변을 거부했다. 언론을 통해 다시 나서봤자 어차피 진실은 밝혀지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일요시사>는 사건이 터진 이후 꾸준하게 그를 설득했고 드디어 A비서관으로부터 보좌진 급여 반납 사건의 진실을 들을 수 있었다.
 

새해 벽두부터 정치권을 뜨겁게 달궜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이목희 의원(서울 금천구) ‘보좌진 급여 반납 사건’의 당사자인 A비서관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언론을 통해 알려진 사실에 따르면 이 의원은 지난 2012년 19대 국회의원 취임 직후인 6월부터 5급 비서관으로 채용한 A비서관에게 그해 10월까지 매월 급여 중에서 100만원씩을 반납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비서관의 경력 등을 감안하면 원래는 6급으로 채용해야 하는데 5급으로 채용하는 대신 급여 차액을 돌려받는 방식이었다. 반납 받은 급여는 지역사무소 직원 채용에 쓰겠다고 했다.

이상한 현금 고집
“문제없다?”

당시 A비서관이 급여 차액을 계좌로 송금하겠다고 하자 이 의원 측은 현금으로 달라고 요구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 측은 A비서관이 어려운 의원실 사정을 생각해 자발적으로 급여를 반납한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정말 문제가 없는 돈이라면 왜 굳이 현금으로 반납 받기를 고집했던 것인지 설명이 되지 않는다.

A비서관은 자신이 반납한 돈이 지역사무소 직원 채용에 쓰인다는 말을 믿고 다섯 달 동안 총 500만원을 납부했지만 지역 사무소에 직원이 채용되지 않자 문제를 제기하고 돈을 내지 않았다. 얼마 후 A비서관은 이유도 알지 못한 채 이 의원실에서 해고됐다.


이 의원 측은 선관위 조사 과정에서 A비서관이 반납한 돈을 인턴과 운전기사의 급여로 지급했다고 말을 바꿨다. 정말 A비서관이 반납한 돈을 인턴과 운전기사의 급여로 지급한 것이라면 왜 A비서관이 항의할 때 처음부터 그렇게 설명해 주지 않은 것인지도 의문이다. 이 의원은 “급여 반납은 A비서관이 자발적으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신은 전혀 모르는 일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사건이 불거진 이후 많은 기자들이 A비서관에게 연락을 취해왔지만 A비서관은 모든 답변을 거부했다. 언론을 통해 다시 나서봤자 어차피 진실은 밝혀지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실제로 A비서관은 이 같은 내용을 지난 2014년 선관위에 신고했지만 서울시선관위는 무혐의 처분에 해당하는 ‘자체종결’로 처리했다.

새로운 증거 나올 때마다 달라지는 해명
조사했던 선관위는 ‘모르쇠’…부실수사?

새해 벽두부터 이 같은 언론보도로 이 의원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셌지만 더민주는 이 의원에 대해 어떤 징계도 내리지 않았다. 이 의원은 여전히 더민주에서 주요 당직인 정책위의장도 맡고 있다. 이 의원은 노동운동가 출신이며 더민주가 ‘갑(甲)의 횡포에 맞서 을(乙)을 지키겠다’며 만든 당 ‘을지로위원회’ 소속이기도 하다.

그래서 A비서관이 입을 열기까진 오랜 설득이 필요했다. <일요시사>는 사건이 터진 이후 꾸준하게 그를 설득했고 드디어 A비서관으로부터 보좌진 급여 반납 사건의 진실을 들을 수 있었다.

결정적인 증거는 <일요시사>가 한 제보자를 통해 확보한 A비서관과 B보좌진의 메신저 대화내용이다. 해당 메신저 대화내용을 살펴보면 이목희 의원실에서 급여를 반납한 보좌진이 더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A비서관은 지난 2012년 10월 자신이 급여를 반납해도 지역사무소 직원이 충원되지 않자 메신저를 통해 동료인 B보좌진에게 혹시 급여를 반납하고 있느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B보좌진은 ‘자신도 급여를 반납하고 있다’며 ‘자신은 반납한 급여가 어디에 쓰이고 있는지는 모른다’고 대답한다.
 


B보좌진도 급여를 반납 받는 이목희 의원실의 행태가 이상했는지 ‘여기(이목희 의원실) 직원들은 다 그런 것이냐’며 되묻기도 한다. B보좌진이 ‘C보좌진도 급여를 반납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언급하는 내용도 나온다.

‘을’ 지킨다더니
오히려 갑질?

메신저 내용을 보면 당시 이목희 의원실에서 A비서관 외에 다른 보좌진들도 급여를 반납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도 가능해진다. B보좌진은 급여를 반납하는 것에 대해 ‘어차피 예전 방(의원실)보단 조금 더 많이 받는 것이니 괜찮다’며 ‘높은 직급으로 근무하면 방(의원실)을 옮길 때도 경력에 반영되니 감수하고 있다’는 말도 한다.

B보좌진 역시 A비서관처럼 경력보다 높은 급수 비서관으로 채용된 후 급여 차액을 반납한 것 아니냐는 정황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 같은 메신저 내용에 대해 B보좌진은 “나는 급여를 반납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B보좌진은 여전히 이목희 의원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B보좌진은 “A비서관이 먼저 그런 질문을 하길래 만약 다른 직원들은 다 급여를 반납하고 있는데 나만 안하고 있다고 말을 하면 이상할까 봐 그렇게 대답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높은 직급으로 근무하면 방(의원실)을 옮길 때도 경력에 반영되니 감수하고 있다는 말에 대해서는 “그런 말을 한 기억이 없다”며 “선관위에서 이미 해당 메신저 내용에 대해 조사를 받았고 선관위에서는 모두 무혐의 처리한 사항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했다.

이 의원 측 관계자도 “A비서관이 유도 질문을 했기 때문에 그런 답변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도 질문에 의한 답변이라면 메신저의 내용처럼 묻지도 않은 내용까지 자세히 답변할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다.

묻지 않았는데…
유도 질문?

<일요시사>는 이 의원 측 주장을 확인해보기 위해 B보좌진의 당시 급여통장 내역을 공개해줄 것을 요구했다. A비서관은 매달 급여를 받은 후 100만원을 현금으로 인출해 이 의원실 N보좌관에게 직접 가져다 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B보좌진도 급여를 반납했다면 비록 현금으로 급여를 반납했다고 하더라도 매달 같은 시기 같은 금액을 인출한 기록이 남아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B보좌진의 급여 통장에서 그런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면 급여 반납이 없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의원 측은 “이미 선관위에서도 급여 통장 내역을 조사했고 전혀 문제가 없었다”며 “급여 통장 내역은 개인 사생활에 해당하는 자료이기 때문에 공개를 강요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만약 A비서관 외에 B보좌진도 급여를 반납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 의원 측이 그동안 해온 모든 해명은 앞뒤가 맞지 않게 된다. 우선 이 의원 측은 A비서관이 자발적으로 급여를 반납한 것이라고 해명했는데 상식적으로 한 의원실에서 비서관이 2명이나 자발적으로 급여를 반납하기로 했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A비서관에게 급여 반납을 직접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N보좌관은 “먼저 급여 반납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당시 회의를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그런 이야기가 오고 간 것”이라며 “이상하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A비서관과 내가 누구랄 것도 없이 거의 동시에 급여 반납에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결백 주장하며 급여통장 공개는 거부
설득 끝에 해당 비서관 단독 인터뷰


또 이 의원 측의 주장을 모두 인정해 A비서관으로부터 반납 받은 돈을 인턴 2명과 운전기사의 급여로 지급했다 하더라도 B보좌진으로부터 반납 받은 돈이 있다면 그 돈은 어디에 어떻게 쓰인 것인지 전혀 소명이 되지 않는다.

이 의원은 본인은 이 같은 사실을 몰랐다고 끝까지 주장하고 있지만 메신저 내용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A비서관과 B보좌진 모두 자신의 경력보다 높은 직급에 임용된 후 차액을 반납하라는 제안을 받았다는 것이다.

보좌진을 임용하는 모든 권한은 해당 의원실의 국회의원이 가지고 있다. 이 의원이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몰랐다면 해당 비서관들을 자신의 경력보다 높은 직급에 임용한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

이 의원이 급여 반납을 강요한 것이 아니라면 A비서관이 급여 반납을 거부한 후 약 3개월 후 갑자기 해고된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A비서관은 이 의원실에서 해고되면서 해고 이유도 듣지 못했다.

이 의원은 이 같은 의혹이 불거진 후 열린 더민주 원내대책회의에서 “A비서관이 직원들과 문제가 많았고 적응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해고이유를 간접적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A비서관 측은 “이 의원 측 주장대로라면 어려운 직원을 위해 자발적으로 급여까지 반납하는 직원이 다른 직원들과 문제가 많았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주장했다.

갑작스런 해고
괘씸죄 때문?


게다가 A비서관의 주장에 따르면 당시 의원실 내에서 A비서관과 B보좌진 외에도 1∼2명의 보좌진이 더 급여를 반납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급여 반납은 개별적으로 이뤄졌고 보좌진들끼리도 서로 비밀로 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확한 증거는 없다.

선관위가 해당 보좌진들의 급여 통장을 모두 전수 조사했다면 손쉽게 밝혀낼 수 있는 일이었지만 선관위가 이에 대한 조사를 했었는지도 현재 알 수 없다. 이번 사건을 조사했던 서울시선관위 측은 “당시 조사에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정보공개법에 따라 아무것도 알려 줄 수 없다”며 “당시 급여 통장을 조사하긴 했지만 급여 통장에서 같은 기간 같은 금액의 현금이 빠져나갔던 흔적이 있었는지 여부는 알려 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과연 보좌진 급여 반납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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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