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잡는' 신학기 고가 아이템 총정리

100만원도 성에 안차…이제 200만원대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등골브레이커’. 부모님의 등골을 휘게 하다못해 부러뜨릴 만큼 비싼 상품을 일컫는 신조어다. 일부 품목에 한정되던 상품의 종류도 다양하게 늘고 있다. 부모들의 한숨소리도 같이 늘어가는 모양새다.

등골브레이커는 2000년대 후반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등장했다. 등골브레이커의 원조는 고가의 패딩이다. 4년전인 2011년 청소년들 사이에는 노스페이스 패딩을 입지 못하면 또래 무리에 끼기 어려운 분위기가 있었다.

조르는 아이들
버티는 부모들

문제는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같은 노스페이스 패딩이라도 모델에 따라 25만원에서 70만원까지 다양했다. 학생들 입장에서 저렴한 모델을 살 수 없었다. 학생들이 패딩 모델별로 계급을 나눠 불렀기 때문이다. 당시 25만원에 팔리던 노스페이스 눕시2는 이른바 ‘찌질이’라는 계급을 부여해 조롱거리로 삼았다.

이런 분위기에 따라 학생들은 부모에게 고가의 모델을 사달라고 조르는 경우가 많았다. 부모들은 70만원의 패딩이 부담스러울 수 있었지만 자녀들의 기를 죽이기 싫어서, 또는 자녀의 성화에 못 이겨 고가의 모델을 사줬다.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2013년 학생들의 관심이 좀 더 비싼 브랜드 패딩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등골브레이커들의 눈에 꽂힌 브랜드는 ‘캐나다 구스’, ‘몽클레르’였다. 학생들은 이들 브랜드의 앞글자를 따다가 ‘캐몽’이라 불렀다. 가격은 사회 초년생 월급을 웃돌았다. 모델별로 100만원에서 시작해 200만원이 넘는 상품들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등골브레이커 리스트 한단계 업그레이드
한달 워급 탈탈 털면 고작 학용품 구입

등골브레이커들을 중심으로 아웃도어 패딩 시장이 성장하면서 다른 브랜드 패딩에도 거품이 꼈다. 당시 블랙야크, K2 등의 아웃도어 브랜드들도 고가 패딩 정책을 내세웠다. 비싸면 잘팔리는 기현상에 시장은 매년 전년대비 두 자리 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비약적인 성장은 고스란히 부모들의 부담으로 작용했다. 결국 시민단체가 이같은 문제를 제기하며 노스페이스를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서울YMCA는 학생들 사이에 비뚤어진 계급의식을 부추기고 외국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의류를 판매한 혐의로(공정거래법 위반) 노스페이스를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했다.

YMCA가 당시 노스페이스와 콜럼비아 등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 5개사가 판매하는 기능성 아웃도어 제품 23종에 대해 외국 현지 공식 쇼핑몰과 국내 공식 쇼핑몰 상의 사격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국내 판매가격이 최고 89%나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고가 패딩 열풍은 엉뚱하게(?) 마무리됐다. 고가의 패딩을 입는 사람 자체가 등골브레이커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2013년을 기점으로 고가 패딩 열풍이 가라앉았다. 이에 따라 시장의 성장도 멈췄다. 실제 지난 11월 롯데·신세계백화점의 아웃도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 이상 감소했다.
 

롯데백화점은 11월 아웃도어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9.3% 줄었고, 신세계백화점은 아웃도어 매출이 9.1% 하락했다. 현대백화점 역시 11월 아웃도어 매출이 전년보다 2.7%로 하락했다.

청소년이 벌써
비싼 화장품


그러나 등골브레이커들의 관심이 다른 데로 옮겨 갔을 뿐 부모의 부담이 줄지는 않았다. 실제 고가 패딩열풍이 주춤했던 2013년 여학생들 사이에서는 고가 화장품을 갖기 위해 부모와 마찰을 빚는 경우도 있었다. 학생 때 화장을 하는 것 자체를 이해 못하는 기성세대와 자신을 꾸미기 위해 화장을 하는 자녀 사이에 생기는 갈등이었다.

학생들은 고가의 브랜드를 사용하면 자신의 신분이 상승한다고 생각했다. 화장품의 브랜드에 따라 계급을 나누는 사례까지 생겼다. 수입 명품 브랜드를 사용하면 요정을 뜻하는 ‘엘프’, 국내 고급 브랜드 제품을 사용하면 ‘휴먼’, 국내 저가 브랜드를 하면 ‘오크’로 부르는 것이다. 삐뚤어진 계급론은 어린 청소년으로 하여금 고가 화장품을 구입하게 만들었다. 수입 명품 화장품의 가격은 10만원이 넘는 제품들이 많다. 따라서 같은 브랜드의 화장품 라인을 모두 구매하면 100만원을 훌쩍 넘기는 경우도 있었다.

남학생들 사이에서는 고가의 자전거 열풍이 불어 부모에게 부담을 줬다. 발단은 친구들끼리 모여서 자전거를 타는 이른바 ‘떼빙’이었다. 유행에 민감한 청소년에게 공공자전거는 성에 차지 않았다. 반면, 로드 자전거는 가격이 비쌌다. 저렴한 입문용 자전거의 경우도 50만원이 넘기 일쑤였다. 고가의 자전거의 경우는 500만원이 넘는 경우도 많다. 학생들은 또래 사이에서 돋보이려고 본인이 등골브레이커가 됐다.

안 사주면
절도하기도

고가의 자전거를 구입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 않은 것. 실제 자전거를 사달라고 부모를 조르는 경우는 물론 자전거를 훔치는 경우까지 있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자전거 절도 건수는 올 1월 972건에서 3월 1030건으로 1000건을 돌파했으며 올 6월에는 2467건으로 집계됐다. 올 상반기 자전거 절도만 8000건을 웃돌고 있다. 문제는 전체 절도의 상당 부분이 청소년 절도라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자전거 절도 피의자의 약 80%가 10대 청소년이었다.

고가의 이어폰이나 헤드폰도 등골브레이커의 관심 품목이다. 주로 연예인들이 착용하고 나온 제품이 큰 인기를 끌었다. 고가의 브랜드 가운데 30~50만원선의 모델들은 흔하다. 또래에서 돋보이고 싶은 경우 백만원을 웃도는 이어폰까지 구매하는 경우가 있다. 실제 음악프로그램에서 많은 가수들이 사용한다는 소문이 난 이어폰의 경우 123만원에 달한다.

결국 시민단체 YMCA는 대형기획사의 굿즈 마케팅에 제동을 걸었다. 신종원 YMCA시민중계실장은 “일부 연예기획사의 아이돌 상품 가격은 스타성이 지닌 가치를 인정한다 해도 너무 비싸다”면서 “시장지배적사업자의 남용금지 중 상품가격을 부당하게 결정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공정위에 조사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겨울이 무서운 패딩 가격
자전거·이어폰 수백만원

이들은 기획사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상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상품 가격을 멋대로 높게 매기고 판매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적인 제재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통 시장점유율이 높으면 독점적 지위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급변하는 시장에서 점유율이 독점적 지위를 판단할 결정적 근거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학용품도 등골브레이커로 꼽히는 제품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31일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컨슈머리서치가 외국계 학용품 브랜드의 홈페이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일본산 초등학생용 란도셀 가방의 최고가는 69만8000원이었다. 이 브랜드의 가장 저렴한 책가방도 가격이 34만원이다. 벨기에 브랜드인 키플링 가방도 비싼 것은 31만8000원에 달했다. 제일 저렴한 가방도 15만5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패딩부터 학용품까지 등골브레이커 제품들이 상징소비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등골브레이커는 상품의 종류만 바뀔 뿐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행에 민감
내년에 또…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등골브레이커 등의 소비성향을 상징소비로 판단하면서 “상징소비는 지속적인 소비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타인과의 차별화, 후광효과, 청소년의 신소비 문화가 원인이라면 상징소비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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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