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안 잡은' 문재인의 승부수

"제 발로 나가주니 오히려 고맙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당의 창업주 격인 안철수 의원의 탈당을 막지 못했다. 비노계로 분류되는 인사들도 줄줄이 당직에서 사퇴하며 문 대표를 압박하고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문 대표는 요지부동이다. 문 대표가 숨겨놓은 승부수는 무엇일까?

“문재인 대표가 안철수 의원을 ‘잡지 못한 것’이 아니고 ‘잡지 않은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를 향한 비노계의 공세가 점점 더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당의 창업주 격인 안철수 의원이 지난 13일 결국 탈당을 강행했다.

당초 친노계는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비노계의 집단행동을 ‘공천권 보장을 위한 협박정치’라고 평가절하 했었다.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문 대표가 사퇴하고 나면 당 전체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안철수의 흔들기
문재인의 버티기

그런데 비노계는 정말 끝장을 보자는 분위기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며 사실상 당무거부에 나섰고, 비노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은 줄줄이 당직에서 사퇴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도 결국 탈당을 강행했다. 친노계와 비노계의 살벌한 집안싸움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친노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처음에는 비노계가 단순히 차기 총선 공천 지분 확보를 위해 문 대표 흔들기에 나선 건 줄 알았다. 잘 달래서 함께 가면 될 줄 알았는데 비노계의 행동과 발언이 점점 과격해지고 있다.

비노계가 ‘문재인 흔들기’에서 ‘문재인 찍어내기’로 전략을 완전히 바꿨다”며 “정말 사생결단을 내자고 달려들면 우리가 어떤 제안을 하든 소용이 없는 것 아니냐? 문 대표도 자신이 사퇴한다고 해서 뭔가 달라질 수 있다면 얼마든지 자리를 내놓겠지만 마땅한 대안도 없으면서 무조건 사퇴하라고 하니 답답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탈당 인사 세력화 실패 장담
“안철수, 결국 또 실패할 것”

하지만 비노계의 입장은 단호하다. 현재 문 대표 체제로는 내년 총선에서 필패라는 것이다. 안철수 의원의 측근인 문병호 의원은 최근 한 언론인터뷰에서 “바둑으로 치면 지금 현재 (새정치연합이 새누리당에게)20줄을 지고 있다. 그러면 그걸 뒤집기 위해서 승부수를 던져야 된다. 20줄을 지고 있는데 무난히 20줄을 지는 길을 가서는 안 된다”며 “문 대표가 사퇴하는 것만이 당의 큰 변화를 이룰 수 있고 총선에서 이길 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당의 중진들은 중재안으로 문 대표와 안 의원 등이 모두 참여하는 비대위 체제 조기 구성을 제안했지만 안 의원이 이 같은 제안을 받아 드리지 않은 이유다.

이번에는 안 속아
연대 요청 거절

안 의원 측은 이 같은 제안이 미봉책에 불과하며 문병호 의원이 언급한 ‘20줄 지는 무난한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히 안 의원 측은 문 대표 측의 연대 제안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안 의원의 한 측근은 “연대하자고 해놓고 선거만 끝나면 번번이 약속을 깨버렸는데 어떻게 문 대표 측을 믿고 연대할 수 있겠나? 문 대표 측과 적당히 타협하고 연대하는 것은 내년 총선에서 또 한 번 이용당하는 꼴밖에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의 탈당 선언에도 불구하고 문 대표는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야권 전체의 운명을 건 두 사람의 위험한 치킨게임(※ 두 대의 차가 마주 보고 돌진하다가 먼저 피하는 쪽이 패배하는 게임)이 계속 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 대표가 버티는 속내는 무엇일까? 우선 문 대표 측은 문 대표가 사퇴를 하고 나면 내년 총선에서 새정치연합이 더욱 어려워 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문 대표의 측근인 최재성 총무본부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문 대표의 퇴진을 전제로 한 어떤 안이더라도 (문 대표가 사퇴하면)핵심 지지층의 이탈을 막을 수 없다”며 “문 대표 없이는 총선 승리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친노로 분류되는 한 인사도 “지난 번 문 대표의 재신임을 묻는 당무위에서도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나갈까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고작 10명 남짓 나가고 끝이었다. 그걸 보면서 ‘고작 저 정도 사람들이 문 대표를 그렇게 흔들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금도 언론에선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의견이 대부분인 것처럼 비치지만 실제 여론은 문 대표가 사퇴하면 당이 더 큰 위기에 빠진다는 것이 중론이다. 일부 사람들이 전체 여론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비노 인사들은 “친노 진영이 오만한 생각에 빠져 있다. 왜 문 대표가 자신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 당에는 문 대표 외에도 훌륭한 분들이 많다”며 비판하고 있다.

당내 중진인 박지원 의원은 문 대표가 사퇴하고 나면 대안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꼭 (인기 있는) 대선주자만 당 대표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문 대표보다 지지율이 낮은) 다른 당 대표가 당을 이끌었을 때는 오히려 당 안정을 기하고 선거에서도 다 이겼다“며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문 대표를) 엄호하는 것은 대안을 싹부터 짓밟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철수 의원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한 인사도 “(비주류의) 최근 움직임은 문 대표를 일방적으로 제외시키자는 것이 아니라 다 함께 상생하자는 것”이라며 “문 대표와 친노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모두가 함께 갈 수 있도록 양보하면 되는데 기득권을 조금도 놓지 않으려고 하니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표가 버티는 이유는 또 있다. 만약 비노 진영이 집단 탈당을 감행한다면 내년 총선에서 새정치연합의 패배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하지만 친노 진영에서는 비노 진영의 집단 탈당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다. 또 설사 비노 진영이 집단 탈당을 감행한다고 해도 내년 총선에서 별다른 영향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금 야권에서 진행되고 있는 신당 창당 움직임이 뭔가 대단한 일인 것처럼 호들갑을 떨지만 사실 선거 때만 되면 공천 탈락이 예상되는 인사들의 신당 창당은 늘 있었던 일”이라며 “당권을 잡고 있는 친노 진영으로서는 별로 위기감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 19대 총선 당시에도 친노 진영이 주도한 민주통합당(현 새정치연합)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이 대거 탈당해 정통민주당을 창당하고 출마했지만 선거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 당시 한광옥 현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과 김덕규 전 의원, 김영진 전 농림부장관 등 거물급 인사들이 창당을 주도했음에도 정통민주당 후보들은 단 한 석도 얻지 못했다. 정통민주당의 최종 정당 득표율은 고작 0.22%에 그쳤다.

이 관계자는 “친노 진영에서는 안철수는 절대 탈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상한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고도 지적했다. 실제로 문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최재성 총무본부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표현이 좀 그렇지만, 안 의원은 ‘정치 기부자’의 행위를 계속해 왔다”며 “탈당이냐 아니냐 이런 고민보다는 자신을 또 한 번 버리고 내놓을 것이냐를 고민하고 있을 것 같다”고 주장했었다.
 

문 대표와 안 의원 측이 치킨게임을 벌여 야권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게 되면 안 의원이 또 한 번 양보할 것으로 착각하고 안 의원을 잡지 않은 것이란 주장이다. 안 의원이 탈당함으로써 내년 총선 결과에 대한 책임이 상당 부분 안 의원에게 전가돼 장기적으로 보면 문 대표로서는 잃을 것이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치킨게임 승자는?
둘 다 죽을까?


안 의원의 탈당으로 궁지에 몰린 문 대표가 재신임 카드를 다시 한 번 꺼내들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 번 재신임의 경우 비노 진영을 배제한 채 당무위원회에서 박수 의결로 통과시켜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이번엔 정식 투표를 통해 제대로 평가를 받아보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문 대표가 또 한 번 재신임 카드를 꺼내 들 것이라면 예전처럼 재신임 룰을 가지고 싸워서는 안 된다. 설사 불리한 방법이라도 통 크게 받아주는 모습을 보여야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다”며 “그렇게 재신임을 통과하고 나면 비노 진영에서도 더 이상 문 대표를 흔들 명분을 잃어버릴 것이고 문 대표와 당의 지지율도 크게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신임카드 다시 꺼내 들까?
의석 적어도 친노끼리 뭉치자?

문 대표와 친노 진영이 총선 승리보다 당을 장악하는 데 더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18대 총선에서도 야권은 81석밖에 얻지 못하며 참패했지만 친박연대 등과 연대해 나름의 영향력을 행사했다. 당권만 장악하고 있으면 어떤 식으로든 자신들의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으니 야권 승리보다 자신들이 당권을 장악하느냐 못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야당을 이끌 시절에는 70~80석으로도 야당 구실을 했다. 구심점 없이 비노와 친노로 나뉘어 덩치만 큰 야당보다는 의석수가 적어도 친노끼리 뭉쳐 조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제1야당을 만드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친노 당 장악
비주류만 외톨이


비주류 측 한 관계자는 “현재 문 대표의 행태를 보면 심지어 총선에서 패하고도 당 대표직을 계속 유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온다”며 “당을 친노 진영이 완전히 장악하고 나면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니다. 총선에서 패해도 대선까지 시간이 촉박해 문 대표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버티면 우리가 어쩌겠나? 친노계가 60년 역사의 야당을 장악하고 독재를 하려는 것 아닌지 의심 된다”고 우려했다. 비노 진영의 총공세에도 버티는 문 대표의 마지막 승부수는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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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