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안민석 의원이 무릎까지 꿇리고 갑질했다

안 의원 불법정치자금 고발한 최웅수 전 의장의 충격폭로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최웅수 전 오산시의회의장은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안민석 의원과 같은 당 소속으로, 안 의원의 지역구인 오산시에서 시의장까지 지낸 인물이다. 그런 그가 지난달 3일 안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고발해 화제다. 과연 어떤 사연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최 전 의장이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털어놓지 못했던 안 의원의 두 얼굴을 추가로 폭로했다.
 

최웅수 전 오산시의회의장은 지난달 3일 새정치연합 안민석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고발했다. 지난 2011년 1월경부터 2012년 6월까지 약 18개월에 걸쳐 차명계좌를 통해 오산시  시·도의원과 지역 당원들로부터 불법정치자금을 받았다는 것이 고발장의 내용이다.

그런 최 전 의장이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털어놓지 못했던 안 의원의 숨겨진 두 얼굴을 추가로 폭로했다. 최 전 의장의 폭로에 의하면 안 의원은 시의원들에게 막말을 하거나 무릎을 꿇게 하는 등 갑질을 한 것도 모자라 지역 내 각종 비리에 개입한 정황까지 포착됐다.

지난 대선 때에는 김두관 후보 캠프의 조직위원장을 맡았던 안 의원이 경선에서 패한 후 지역 시의원들에게 문재인 후보를 돕지 말라고 지시를 하는 등 사실상 해당행위를 했다는 충격적인 폭로도 있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다음은 최 전 의장과의 일문일답. 

- 안 의원과 같은 당 소속으로 시의원과 시의장을 지냈다. 지난달 안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고발한 이유는 무엇인가?
▲ 지난 2008년 총선에서 안 의원의 선거운동을 도왔었다. 그때는 안 의원의 이미지가 좋았다. 그런데 제가 시의원이 되고 나서 옆에서 지켜보니 겉보기와는 참 다른 사람이었다. 비리를 잡아내고 시민들의 민원을 들어주는 것이 시의원의 역할인데 안 의원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런 일들을 못하게 막았다.

-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달라.
▲ 시의원 시절 지역구내 롯데물류센터와 관련한 불법사항을 지적했다. 그러니까 안 의원이 자기 후배가 거기서 근무한다고 봐주라고 하더라. 그 업체 상무가 저를 찾아왔는데도 저는 안 된다고 돌려보냈다. 그런데 나중에 안 의원이 호출해서 가보니까 거기 그 상무가 앉아있더라. 오산교통과 관련된 비리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제가 그 문제를 시정질의 등을 통해 잡아냈는데 안 의원이 왜 그런 문제를 잡아내느냐고 화를 냈다. 당시 녹취록도 있다.
 

- 안 의원이 시의원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참견했다고 들었다.
▲ 저는 오래 전부터 자비로 봉사활동을 다녔다. 지난 2010년 연평도 포격사건에 봉사활동을 갔다가 우연히 뉴스에 출연하게 됐다. 그랬더니 안 의원이 “언론에 왜 자꾸 노출되느냐”고 질책하면서 “언론으로 흥한 자 언론으로 망한다”고 하더라. 시의원들이 부각되는 것을 굉장히 싫어했다.

그래서 제가 “같은 당 시의원들이 열심히 일해서 언론에 자주 노출되면 좋은 것 아니냐”고 따지기도 했다. 그랬더니 주변에서 언질을 하더라. 시의원들이 너무 뜨면 총선에서 자신의 경쟁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견제를 하는 것이라고. 안 의원은 같은 당 시의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견제했다. 김진원 전 시의장도 그래서 탈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 안 의원이 차명계좌를 통해 불법정치자금을 모금했다고 고발했다. 본인은 모임 회비에 불과하다고 해명하고 있는데.
▲ 고발당한 후 안 의원 측 사람들이 차명계좌에 입금한 사람들에게 일일이 찾아가서 확인서를 받고 돌아다닌다더라. ‘이 돈은 우리가 밥 먹으러 다닐 때 쓴 것’이라는 확인서 말이다. 현역 도의원도 그런 일에 동원되고 있다. 하지만 말이 안 되는 주장이다. 우린 모임 때마다 밥값은 따로 냈다. 식당가면 별도로 만원씩 걷었다. 그런데 무슨 밥 먹을 때 쓴 것이라고 거짓말을 하나?

- 보통 회비로 10만원 정도를 냈다고 하던데 불법자금치고는 액수가 너무 적은 것 아닌가?
▲ 도둑이 10만원을 훔쳤던 1000만원을 훔쳤던 도둑질한 것 아닌가? 그리고 지금까지 착취한 돈을 다 합치면 결코 적은 돈이라고 볼 수 없다. 국회의원 연봉이 얼만데 도의원, 시의원들에게 돈을 뜯어내나? 저도 어쩔 수 없이 돈을 냈다. 돈을 안 내니까 안 의원이 전화해서 화를 내더라. 안 의원이 돈을 왜 안 내냐고 여러 번 전화를 했다.
 

 
- 안 의원은 또 새정치연합 소속 시·도의원 및 당직자들에게 사무실 경비를 모금해 논란이 됐다. 그는 “같은 당의 시·도의원들과 한 사무실을 쓰면 효율적이라고 생각해 제안한 것”이라면서 “오히려 무상으로 사무실을 제공할 경우 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해명했는데.
▲ 돈을 낸 시의원들 중 몇 명은 이미 사무실이 있었고 특히 오산 시장도 돈을 냈다. 잘 아시다시피 시장은 시청에 번듯한 집무실이 있는데 사무실을 왜 따로 쓰나? 말이 안 되는 해명이다.

 

지역 내 각종 비리에 개입한 정황
대선 때는 문재인 돕지 못하게 외압

- 지역 정가에서는 최 전 의장께서 평소부터 안 의원과 사이가 좋지 않아 앙심을 품고 고발을 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 안 의원 같은 사람은 정치를 안했으면 하는 마음에 나선 것이지 안 의원에게 개인적인 감정은 없다. 안 의원이 자기 측근들을 시켜 저를 여러 차례 고발했다. 하지만 그런 것 때문에 앙심을 품고 이런 짓을 할 정도로 저는 유치한 사람이 아니다.

- 오산시는 ‘안민석 공화국’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안 의원의 영향력이 크다고 하던데?
▲ 오산시 내 모든 인사를 다 자기 사람으로 심으려 한다. 보육연합회 회장 선거에서 새누리당 쪽 사람이 당선되자 시의원들을 질책하는 녹취록이 공개되기도 했지 않나? 이뿐만 아니라 시정까지 좌지우지하려 했고 시청 공무원들도 안 의원의 눈치를 봤다. 시의원들도 제대로 일을 못했다. 조례 하나 발의할 때도 안 의원의 눈치를 봐야 했다. 안 의원이 시의원들을 불러놓고 하나하나 다 지시했다. 말이 당정협의회이지 일방적인 지시였다.

- 안 의원이 시의원들에게 부당한 지시나 인격 모독적 발언을 자주 했다고 들었다.
▲ 늘 시의원들을 별 이유도 없이 혼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제가 모 업체로부터 안 의원이 돈을 받았다는 소문을 퍼트렸다면서 무릎을 꿇으라고 하더라. 저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 결국 다른 사람들도 있는 곳에서 안 의원에게 무릎을 꿇고 빌어야 했다.


지난 대선 때는 안 의원이 김두관 후보의 선대위 조직위원장이었는데 경선에서 패하자 오산 지역 새정치연합 시의원들은 당시 문재인 후보 선거를 돕지 못하게 압력을 넣었다. 사실상 해당행위를 한 것이다. 또 안 의원은 지난 2012년 오산초 문화체육센터 명칭을 정할 때 이름을 ‘물향기문화체육센터’로 하라고 압력을 넣기도 했다.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녹취록도 가지고 있다. 물향기는 안 의원의 ‘물향기 편지’와 지지세력인 ‘물향기 포럼’ 등을 연상케 하는 단어다. 당시 왜 그런 명칭을 정했는가 하고 잡음이 많았다. 이제 와서 밝히는 것이지만 실은 안 의원이 뒤에서 부당한 압력을 넣은 것이다.

- 안 의원이 아무리 3선의원이지만 새정치연합 나름의 공천시스템이 있을 것 아닌가? 왜 지역 정치인들이 안 의원에게 꼼짝 못하는 것인가?
▲ 제가 시의원으로 있을 때 공약이행률 91%로 매니페스토 대상을 2년 연속 수상했다. 그런데 안 의원에게 찍히니까 다음 선거에서 경선에 참여하지도 못했다. 새누리당보다 새정치연합이 더 구태정치다. 공천 과정은 새누리당이 훨씬 엄격하고 투명하더라. 새정치연합 공천제도는 지역 국회의원이 별다른 명분도 없이 누구든 탈락시킬 수 있다. 새누리당은 공천 개혁 등으로 진화하고 있는데 새정치는 거꾸로 가고 있다.
 

- 왜 새정치연합은 공천 개혁을 못하는 것인가?
▲ 가장 큰 문제는 친노세력들의 친노패권주의다. 친노들이 기득권을 지키려고 투명한 공천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친노들은 다른 세력은 무조건 배척한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합당 당시 민주당에 있던 당직자들도 다 쫓아내버린 것이 그들이다. 오죽하면 호남향우회 관계자가 “야, 최 의장 이번에는 무조건 친노 XX들 내년에 물갈이 다 해야 돼. 차라리 새누리 주는 한이 있어도 이번에 딱 하자”고 말하더라.

- 혹시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가?
▲ 전혀 생각이 없다. 다만 오산을 이끌어 갈 새로운 좋은 분이 나타난다면 얼마든지 도울 용의는 있다. 안 의원이 10년 넘게 지역 국회의원을 했지만 오산시는 변화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 타 지역 국회의원들은 지역 SOC(도시기반사업) 예산 따내느라 정신이 없는데 안 의원은 문화재 등재 등 밥벌이와 전혀 상관없는 것에만 몰두하며 이미지 정치만 하고 있다. 안 의원은 반드시 내년 총선에서 심판받아야 한다.


<mi737@ilyosisa.co.kr>

 


[최웅수 전 시의장은?]  

▲ 민주당 오산지역당 위원장
▲ 민주당 경기도당 공교육특별위원회 부위원장
▲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 오산시의회 의원
▲ 오산시의회 하반기 의장


※ 본지는 해당 인터뷰 내용에 대한 안민석 의원 측의 답변을 듣고자 했으나 안 의원 측은 모든 의혹에 대해 답변을 하지 않겠다고 알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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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