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1년' 끝나지 않은 논란

소비자는 호갱…이통사만 배불렸다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 1주년을 맞았다. 온갖 잡음으로 어수선했던 초창기와 달리 어느덧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단통법에 대한 불신과 거부반응이 일순간 사라졌다고 보긴 힘들다.

지난해 10월1일부로 시행된 단통법은 가계통신비 부담을 최소화하고 이동통신 단말기 구매 시 횡횡하던 소비자 차별을 바로잡고자 꺼내든 정부의 히든카드였다. 이동통신3사와 단말기 제조사를 배불린다는 비아냥 속에서 정부가 단통법을 강행한 것도 선순환 고리를 만들겠다는 취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통신비 인하?

그러나 시행 1년이 지나도록 단통법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궁극적인 혜택이 소비자를 위한 것인가에 대해서도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상반된 시각으로 각각의 영역에서 단통법을 해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는 단통법이 제값 다 치르고 단말기를 사는 이른바 ‘호갱님’을 없애는 데 일조했다고 평가한다.

현행 단통법은 이동통신사들이 각각의 단말기에 공시지원금을 일괄 적용하고 최소 일주일 간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명목상 온·오프라인에 상관없이 똑같은 가격에 사고자 하는 단말기를 구입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된 셈이다.


일단 지난해 3분기 4만5000원 수준이던 ‘1인당휴대전화요금(ARPU)’이 올해 8월 약 3만9000원으로 11% 넘게 감소했고 저가폰 비중이 커졌다는 통계는 정부측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미래통상자원부에 따르면 70만원을 호가하는 프리미엄폰 비중은 지난해 9월 단통법 시행 직전 54.4%에 달했지만 올 8월에는 51.5%로 감소했고 60만∼70만원대 제품의 비중도 13.5%에서 9.5%로 축소됐다. 40만원 미만 보급형 제품의 비중은 18%에서 28.1%로 치솟았다.

반면 소비자들이 말하는 단통법 효과는 정부의 입장과 상당한 괴리가 있다. 발품 팔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기회는 사라지고 통신비 체감 인하폭은 기대치를 밑돈다는 것이다.

보급형 제품 비중 확대에 대한 해석 역시 판이하다. 단통법 시행과 함께 공시지원금이 축소되면서 어쩔 수 없이 보급형 제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이주홍 녹색소비자연대 사무국장은 “프리미엄폰을 사고 싶어도 단말기 가격 부담 때문에 망설이는 모습이 일반적”이라며 “중저가폰 비중이 확대되면서 통신비가 내려갔다는 것은 방어 논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안착 성공” vs “빛좋은 개살구” 평가 갈려
수혜 이통3사 독차지 애플 '반사이익'

실제로 단통법에 의해 보조금 제한을 받지 않는 출시 15개월 지난 스마트폰은 시중에서 찾기 힘들다. 이전까지는 고가폰이라도 일정기간이 지나면 싸게 풀리는 경우가 빈번했지만 단통법이 시행되면서 자취를 감춘 것이다. 이마저도 값이 크게 올라 실질적인 혜택이 되지 못하고 있다.


단통법에 대한 따가운 시선은 도입 취지 자체가 이동통신사와 제조사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에서 출발한다. 다만 뚜껑을 열어보니 단통법의 수혜는 오로지 이동통신사에 국한된 것으로 드러났다.

단통법 시행 이후 보조금 출혈경쟁이 사라지면서 이동통신3사는 마케팅 비용 절감에 성공했고 이는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지난 2분기 영업이익 3688억원을 기록한 KT는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고 LG유플러스는 2분기 1년 전보다 두배 가까이 늘어난 1924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SK텔레콤 역시 특별퇴직 비용 1100억원을 감안하면 영업이익 4129억원으로 무난한 실적을 기록했다는 평가다.

ARPU 감소로 가입자 1인당 기대수익은 줄었지만 통신비 인하 압박을 가해온 정부의 입장을 고려하면 이마저도 충분히 수긍할만한 사안이다.
 

이동통신3사가 단통법으로 함박웃음을 지었다면 또 다른 수혜자로 꼽혔던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국내 제조사들은 자충수를 둔 양상이다. 대당 수익률이 높았던 프리미엄폰을 찾는 사람이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보급형 제품의 판매마저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이동통신 단말기 판매량이 약 1130만대로 전년보다 약 110만대 감소했다. 단말기 유통을 담당하는 대리점 및 판매점에서 단통법 폐지를 줄기차게 요구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나마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나은 편이다. 프리미엄폰 ‘G4’의 참패가 뼈아팠던 LG전자는 보급형 제품들마저 신통치 못한 성적을 거두면서 점유율 2위마저 빼앗겼다. 가뜩이나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았던 팬택은 새 주인을 찾아 생명연장에 성공했을 뿐 험난한 가시밭길을 헤쳐 나갈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다.

반면 국내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애플은 단통법 직후 발표된 아이폰6의 판매호조에 힘입어 점유율이 30%까지 수직상승했다. 그동안 철저한 가격방어 정책을 고수하면서 점유율 측면에서 손해가 불가피했지만 단통법 이후 경쟁사 제품의 실구매 가격이 일제히 오르면서 비슷한 가격대라면 아이폰을 선택한다는 인식이 커진 게 주된 이유였다.

엇갈린 명암

이동통신 유통업계 관계자는 “단말기 판매가 전체적으로 줄면서 그 후폭풍이 제조사뿐만 아니라 단말기 유통업계로 전가되고 있다”며 “호갱을 없앤다는 취지로 만든 게 단통법이지만 지금 사는 게 진짜 호갱이라는 의식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만연하다”고 말했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단통법 업은 중국폰 열풍

이동통신시장의 판도를 뒤흔든 단통법은 보조금 출혈경쟁을 없애는데 그치지 않고 프리미엄폰의 자리를 보급형 제품이 대체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중국산 단말기의 국내시장 공략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기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선봉에는 '샤오미'와 '화웨이'가 있다.


거대 중국시장을 등에 업고 경쟁력을 끌어올린 두 회사는 국내 이동통신시장에서 태풍의 눈으로 부각된 상황이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편견을 넘어서는데 상당부분 성공했고 가성비로 따지자면 국내 제조업체들을 이미 적수가 되지 못한다.

샤오미는 보조배터리, 웨어러블기기 등 주변기기을 통해 국내 소비자들에게 품질을 인정받으며 ‘가성비 깡패’ 혹은 ‘대륙의 실수’라는 닉네임마저 얻었다. 순차적으로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을 국내시장에 선보이기 시작한 화웨이 역시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A/S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들의 성향에 부합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의문부호가 따르지만 이마저 충족시킨다면 약진을 기대해봄 직하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몇년 전만 해도 중국산에 대한 불신이 컸는데 차근차근 영역을 넓혀온 샤오미와 화웨이가 중국 스마트폰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데 성공했다”며 “아직 대박을 친 스마트폰은 없지만 이미 주변기기로 인정 받은 만큼 국내 제조사들도 안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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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