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른바 ‘정윤회 문건’ 작성을 직접 지시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18일 <세계일보>는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법정 진술을 인용해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문건은)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자신의 교체설을 누가 퍼뜨리는지 알아보라고 지시를 내려 이를 조사한 결과로 작성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조 전 비서관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최창영)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김 전 실장의 지시로 ‘정윤회 문건’을 작성해 김 전 실장에게 보고했다”라고 말했다.
또 “2014년 5월 <세계일보>로 청와대 문건이 흘러들어간 사실을 알고 그 경위를 파악해야 한다고 청와대에 말했는데도 전혀 움직이지 않길래 직무유기를 하는 것이라고 항의했다”라며 “(내가) ‘나중에 나한테 덮어씌우지 말라. 나중에 나한테 뭐라 그러면 너희를 고발할 것’이라고 했지만 그래 놓고 나중에는 나한테 국기문란사범이라고 청와대가 뒤집어씌웠다”라고 증언했다.
직접 지시해 문건 만들어 보고
“그래 놓고 청와대가 뒤집어씌워”
조 전 비서관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김 전 실장은 ‘정윤회 문건’ 파문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더구나 자신의 교체설이 나온 배경을 청와대를 동원해 알아보려 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조 전 비서관은 “우린 열심히 일만 했는데 우리가 한 일을 왜곡해서 힘들다”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같은 날 조 전 비서관은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사건의 전모를 추가로 밝혔다. 조 전 비서관에 따르면 그의 직속상관인 홍경식 민정수석은 조 전 비서관이 기소되자 ‘꼬리 자르기’에 나섰다. 당시 조 전 비서관은 박지만 EG 회장 부부를 이용하려는 세력에 대해 구두로 경고하고, 박 회장에겐 쪽지 형태로 ‘그들과 만나지 말라’라는 사인을 줬다.
조 전 비서관은 이 같은 사실을 회식자리에서 말했으며 그의 상관들도 “잘했다”라고 칭찬했다. 홍 수석 역시 정황상 쪽지 보고를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그는 주장했다. 그러나 조 전 비서관은 지난해 4월 돌연 청와대에서 쫓겨났다. 시점은 정윤회씨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지 않은 직후다.
이후 ‘정윤회 문건’ 파동이 불거지자 검찰은 ‘박지만 비선론’을 앞세워 조 전 비서관을 옭아맸다. 조 전 비서관은 “그때는 ‘잘했다’고 칭찬했는데 지금은 공무상비밀누설이라고 기소하니 황당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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