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귀 간지러운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 내정자

법조인이 인권이 뭔지 알기나 해?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에 이성호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내정했다. 현직 서울중앙지법원장을 내정한 데 대해 시민사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또다시 밀실 인선했다는 지적과 후보 자격 검증 논란이 일 전망이다. 

 
“선배 법관을 대신해 억울하게 고초를 겪은 시민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고인이 된 이씨가 하늘나라에서 평안하기를 바라며 나머지 피해자들도 평화와 행복을 찾기 바란다.” 1980년대 전두환 정권의 대표적인 용공조작 사건인 ‘아람회 사건’에 대해 사건 발생일로부터 29년, 재심 청구 9년 만인 2009년에 전원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당시 판결을 내린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였던 이성호(58·12기) 국가인권위원회 내정자도 주목을 받았다.
 
원칙주의자 정평
다양한 사건 다뤄 
 
이 내정자는 판결문을 통해 “법관에게는 소수자 보호라는 핵심 과제가 있어 절대권력자가 진실에 반하는 요구를 해도 소수자를 보호해야 한다”며 “극심한 불이익이 예상되더라도 진실을 밝히고 지켜내야 하는 것이 법관의 의무지만 이를 지키지 못했다”며 선배 판사들을 대신해 사죄했다. 이 판결은 이 내정자가 30년을 판사로 재직하면서 ‘원칙주의자’로서 소신 있게 판결을 내려온 그의 모습을 단적으로 엿볼 수 있는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이 내정자는 충북 영동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80년 사법시험 제22회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12기로 법조계 생활을 시작했다. 1985년 서울지법 의정부지원 판사를 시작으로 부산고법 판사, 서울고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수원지법 부장판사, 서울지법 부장판사, 특허법원 수석부장판사,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 서울남부지법원장을 거쳐 서울중앙지법원장에 임명되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은 법관이다. 지난해는 대법관 후보자로 추천되기도 했다.  이예림(31·사법연수원 40기) 울산지법 판사가 딸이다. 
 

법조계 내부에서도 ‘자상하고 균형감각을 갖춘 선배’ ‘사회적 약자의 의견을 경청하고 소통에 뛰어난 법관’으로 정평이 나 있다. 행정·입법·사법부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기관으로 핵심가치인 인권을 수호하는 인권위원회의 수장으로는 적격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다뤘던 사건의 스펙트럼도 넓다. 서울고등법원 형사부장으로 있을 때는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과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 등 굵직하고 까다로운 항소심 재판을 원만하게 진행했다. 
 
미국 대학 연수로 쌓은 해외 법령 지식을 바탕으로 재판연구관 시설 비교법연구회 간사로 활동했다. 특히 지적 재산권 분쟁의 국제법적 문제에 관해 전문가로 꼽히며, 지적재산권을 주제로 40여편의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로 있을 때는 로스쿨 실무수습생과 재판연구원의 첫 선발을 무난히 지휘해 사법행정 능력도 인정받았다. 
 
지난 20일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은 오늘 국가인권위원장에 이성호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 내정자는 서울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와 서울남부지방법원장을 역임하는 등 약 30년 동안 판사로 재직하면서 인권을 보장하고 법과 정의, 원칙에 충실한 다수의 판결을 선고했고, 합리적 성품과 업무 능력으로 신망이 높다”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이어 “이 내정자는 인권 보장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탁월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인권위원회를 이끌 적임자로서 인권위원회의 발전과 대한민국의 위상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평판 나쁘지 않지만
인권전문가 아니다
 
하지만 청와대의 이번 인선에 대해 시민사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또다시 밀실 인선을 하면서 인권위원장 후보 자격을 검증할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다. 
 

인권단체로 구성된 ‘국가인권위 인권위원장 인선절차 및 투명성 확보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는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단체는 인권위원장 인선절차와 투명성 확보를 위해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국제민주연대, 인권정책연구소, 성소수자차별 반대 무지개 행동 등 10여개 시민단체들이 구성한 조직이다. 연석회의는 “그동안 인권위원장 인선절차를 마련하라는 국내외 인권단체 요구에 응하지 않다가 갑자기 위원장을 내정했다”고 비판했다. 
 
다수의 인권·시민사회단체는 ‘인권위원회의 독립성은 인권위원 선출의 독립성에서 온다’며, 그간 인권위원장을 비롯한 인권위원 선출 절차 마련을 요구해왔다. 지난 4월에는 연석회의를 구성하고 청와대, 국회, 대법원에 ‘신임 인권위원장 및 인권위원 선출에 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인권위원 선출 절차를 마련하라는 요구는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의 경고를 따른 것이기도 하다. 
 
ICC는 2015년 3월 인권위원회 등급을 보류하며, 한국 정부가 인권위원장을 선임할 때 △공석을 널리 공고할 것 △다양한 사회계층 및 교육 배경을 지닌 지원자의 수를 최대화 할 것 △지원, 심사 및 선출 과정에 있어서 광범위한 협의 및 참여를 도모할 것 △사전에 결정된 객관적이며 공개된 기준으로 지원자들을 평가할 것 등을 이행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또 그쪽에서…” 시민단체들 비판 목소리
청와대 밀실 인선·후보 자격 검증 논란
 
ICC는 지난 2014년 3월, 10월도 등급심사를 보류했다. 위원 선출 기준을 정립하지 않고, 심사 및 선출 과정에 광범위한 협의와 참여를 증진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3회 연속 등급 보류는 사실상 강등이나 마찬가지라는 게 인권 전문가들의 얘기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가 또다시 밀실 인선을 한 것은, 인권위원회 위상을 더 이상 추락하지 않게 하기 위한 시민 사회와 국제기구의 노력을 수포로 돌린 것이라는 지적이다. 연석회의 관계자는 “청와대에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시민사회와 함께 후보자를 정할 것을 촉구했지만, 이날 인선이 있기까지 연락 한 통 받지 못했다”며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내정자가 인권위원장으로서 자격이 충분한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독립 기관이지만, 대통령이 임명권을 갖는다. 하지만 현직 법원장을 차출한 것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직속기관인 감사원장에 현직인 황찬현 전 서울중앙지법원장을 차출한 적이 있다. 당시에도 삼권 분립 훼손 논란이 일었다. 대통령이 지명한 이 내정자가 바로 황찬현 원장의 후임이었다.
 
“인선절차 없다”
입맛대로 내정
 
이 내정자가 인선된 것에 대해 법원공무원들까지 들고 일어났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는 “청와대가 현직법관에게 인사권을 행사한 것과 다름없어, 삼권분립의 헌법정신 훼손을 우려한다”면서 이번 사태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 발표를 요구했다. 
 

법원본부는 이명박정부 이례로 고위법관의 행정부 고위관료 임용이 하나의 패턴처럼 굳어져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금까지 고위법관들이 행정부 고위관료로 간 사례를 보면, 2008년 김황식 대법관 감사원장 지명, 2013년 황찬현 서울중앙지방법원장 감사원장 지명, 2014년 최성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방송통신위원장으로 내정 임명 등이 있다.
 
법원본부는 “사법부의 독립은 법관 인사의 독립과 판결의 독립이 그 핵심이라 말할 수 있다”며 “그러나 현 정부는 2013년부터 해마다 현직법관을 행정부 고위 관료로 임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것은 청와대가 현직법관에게 인사권을 행사한 것과 다름없다. 사법부 독립을 명백히 침해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권위원회가 제3의 사법기구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인권위원회에 법조인이 너무 많아서다. 현재 인권위원회의 위원 11명 가운데 법조 출신이 8명이다. 상임위원 4명 중 3명이 법조인으로 구성돼 있다. 사회적 다양성을 대표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내정자의 전문성도 논란이 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5조 2항에 따르면 “위원은 인권문제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고, (중략) 인정되는 사람 중에서 다음 각 호의 사람을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돼 있다. 
 
판검사 출신 가득한 인권위
추락한 위상 되찾을지 의문
 

하지만 이 내정자는 법률 전문가지 인권전문가는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로써 인권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는지도 알려진 게 없다. 청와대가 이 내정자를 인권위원장으로 인선했을 때 어떤 근거로 추천했는지 의문이다. 이 내정자는 수락한 근거가 무엇인지도 의뭉스럽다며 입 모아 말한다. 
 
국가인권위 제자리찾기 공동행동 명숙 집행위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인권은 법을 뛰어넘어 사람의 권리와 존엄을 더 옹호하는 가치를 잣대로 명가해야 한다”며 “실정법에 한정해서 평가하는 그런 편협한 시각을 벗어나야 하는 게 중요하다”며 법조인 인선에 대해 비판했다.
 
박 대통령의 법조인 사랑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대통령 당선 직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꾸릴 때부터 나타났다. 김용준(77·고시9회) 전 헌법재판소장을 위원장으로, 안대희(60·7기) 전 대법관을 정치쇄신특위위원장으로, 판사 출신인 진영(65·7기) 새누리당 정책위원장을 부위원장으로 기용했다. 
 
대통령 취임 후에는 김기춘(76·고시 12회) 전 법무부 장관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검찰 출신인 정홍원(71·4기)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국무총리로 임명했다. 지난해 4월에는 법원장을 마치고 재판업무에 복귀한 최성준(58·13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방송과 통신·미디어 정책을 총괄하는 방송통신위원장에 임명했고, 지난달에는 정부의 첫 법무부장관으로 2년3개월간 장수한 황교안(58·13기) 장관을 국무총리에 발탁했다.

또 법조인 사랑
인사청문회 고비
 
현 정부 들어 법조인 중용이 계속되는 이유는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에 잘 부합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또 판·검사 등 오랜 공직 경험과 법조인으로서의 절제된 삶으로 다른 직역에 비해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가 수월하다는 점도 대통령이 법조인을 선호하는 이유로 꼽힌다. 한편 국가인권위원장 임기는 3년으로 1회에 한해 연임이 가능한다. 장관직에 준하기 때문에 국회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여야는 오는 8월11일 이 내정자의 후보 인사청문회를 실시할 예정이다. 
 
 
<min1330@ilyosisa.co.kr>
 
 
[이성호 내정자는?]
 
▲충북 영동
▲서울 신일고
▲서울대 법대
▲서울지법 의정부지원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지법 부장판사
▲특허법원 수석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
▲서울남부지법원장
▲서울중앙지법원장
 

<기사 속 기사> 추락한 인권위 '어제와 오늘'
 
전 세계에 100개가 넘는 나라에 국가인권기구가 있다. 1993년 채택된 파리원칙에 따라 독립적인 기구로서 해당 국가의 인권증진을 도모하고, 권력에 의한 인권침해를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한국은 김대중정부 시절인 2001년 국가인권위원회를 설립했다. 인권위는 그간 국가 권력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왔다. 노무현정부 시절이던 2003년엔 이라크전 파병에 대해 반대 견해를 밝히며 정부에 신중히 판단할 것을 권고했다. 비록 실현되지 못했지만 인권위가 독립기구로서 역할을 다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후로도 인권위는 국가보안법 전면 폐지(2004)와 사형제 폐지(2005),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 인정과 대체복무제 입법 권고(2005) 등 때마다 제 목소리를 냈다. 덕분에 2007년엔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 부의장국에 오르는 등 세계적인 모범 사례로도 소개됐다. 
 
하지만 2008년 보수 정권의 등장 이후 국가인권위원회는 권력의 인권침해에 대해 침묵하고 방조하기 시작했다. 
 
이명박정부 출범과 함께 급격하게 인권위원회 위상이 추락했다. 특히 2009년 현병철 위원장 취임 후 인권위가 만신창이가 됐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현 위원장은 내정자 시절부터 낙하산 인사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도마 위에 올랐다. 또 스스로 “인권에 대해 잘 모른다”고 실토했을 만큼 인권 경력이 전무해 많은 비판을 받았으나, 이명박 대통령은 인사를 강행했다. 
 
그동안 현병철 인권위원회 체제는 이명박정부 때 ‘피디수첩 사건’ ‘총리실 민간인 사찰 사건’ 등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며 인권 침해 문제에 눈을 감았다.
 
또 온 국민을 비통에 잠기게 한 세월호 참사와 헌정사상 초유의 정당해산, 집회 현장에서의 경찰 채증 등 정부에 불리한 인권 사안을 의도적으로 보고서에서 누락시킨 인권위원회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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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