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파격 발탁 김현웅 법무장관 내정자

‘총리-대통령’금줄 제대로 잡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신임 법무부장관에 김현웅 서울고검장이 내정됐다. 김 내정자는 호남 출신이며, 현 검찰총장의 사법연수원 2년 후배다. 일각에서는 이 때문에 이번 인선이 '파격'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김 내정자와 박 대통령의 인연을 본다면 그도 ‘수첩인사가 아닌가’라는 말도 나온다.   

 
지난 21일 박근혜 대통령은 신임 법무부장관에 김현웅 서울고검장(56·사법연수원 16기)을 내정했다. 
 
민경욱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은 오늘 황교안 신임 총리의 제청을 받아 법무장관에 김현웅 서울고검장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 내정자는 광주지검장과 부산고검장, 법무부차관 등 법무부와 검찰 내 주요 보직을 두루 역임했다”며 “법무행정과 검찰업무에 뛰어난 전문성과 식견을 갖췄고, 사회 전반의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법질서를 확립하는데 적임자다”고 밝혔다. 
 
요직 두루 거쳐
공안 이슈 처리
 
김 내정자는 1959년생으로 전남 고흥 출신이다. 광주제일고를 나온 그는 고등학교 시절 수제라고 불렸을 뿐만 아니라 복싱 도장을 다닐 정도로 운동능력도 뛰어났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1984년 제26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부산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김 내정자는 1987년 5월 입대해 1990년 2월 육군 중위로 군 복무를 마쳤다.
 

김 내정자는 대검 검찰연구관과 법무부 법무심의관 등 검찰청과 법무부 요직을 거쳤다. 또 1995년 중국 베이징대 방문연구원으로 1년간 연수했다. 이 때문에 검찰 내부 ‘중국통’으로도 꼽힌다. 
 
검찰 안팎에서는 김 내정자의 성실함과 리더십에 호의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법무부 측은 김 내정자의 업무 성향에 대해 “온화하고 겸손한 성품으로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하다”며 “치밀한 업무스타일에 합리적인 리더십으로 조직 내 신망이 두텁고 자기관리도 철저하다”고 설명했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큰 체격만큼이나 화통하고 업무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는 것이 김 내정자를 아는 이들의 공통적인 평가”라고 전했다. 
 
김 내정자는 광주지검 특수부장으로 있던 2001년 김대중 정부가 추진하던 교육정보화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했다. 당시 구축사업과 관련해 2억원의 뇌물을 받은 정영진 전남도교육감을 구속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 재직하던 2006년에는 법조계의 금품수수 비리를 파헤쳐 당시 서울고법 부장판사, 검사, 경찰 총경 등을 잇달아 구속해 주목받았다. 
 
2013년 12월 법무부차관으로 임명돼 지난 2월 서울고검장으로 보임될 때까지 1년1개월간 황 총리를 보좌한 경험도 있다. 황 장관과 마찬가지로 기독법조인 모임인 ‘애중회’ 회원으로도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1년 이상 장관, 차관으로 일했다는 건 두 사람 호흡이 잘 맞는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두 사람은 세월호 참사에 이은 유병언 세모그룹 회장 일가 수사와 국가정보원 대선·정치 개입 사건 수사, 청와대 문건 유출 수사,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등 현 정부의 굵직한 공안이슈들을 함께 처리했다. 내각을 책임지는 국무총리와 법무·검찰의 수장으로서 박근혜 정부 후반기의 부패사정 작업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파격인사
수첩인사  
 

이번 김 내정자 인선은 그야말로 파격적이다. 한마디로 정의하면 ‘기수 역전’과 ‘호남 출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 김 내정자의 아버지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인사를 본다면 ‘대를 이은 충성’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김진태 검찰총장보다 사법연수원 2년 후배다. 검찰 내부에서는 서열과 상명하복을 중시하는 검찰에서 검찰총장의 후배이자 휘하 고검장이 장관으로 직행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고 전했다. 또 현역 고검장이 법무부 장관에 지명되기는 김영삼정부 때인 1997년 김종구 당시 서울고검장 이후 18년 만에 처음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 가능성을 주로 감안해 전관예우 논란을 피해갈 수 있는 현직 중에서 호남 출신인 김 고검장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런 기수 역전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노무현정부 시절 강금실 장관(13기)과 송광수 총장(3기), 천정배 장관(8기)·김종빈 총장(5기)의 전례가 있었고, 이명박정부 때 이귀남 장관(12기)·김준규 총장(11기)도 그랬다.
 
 
박근혜정부에서 호남 출신 인사로 장관이 된 사례는 방하남 전 고용노동부장관, 김관진 국방부장관,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 등이 있다. 이들 장관은 학자 출신이고 공무원 출신이라 상대적으로 무게감이 덜하다. 말하자면 호남 출신 인사가 검찰에 개입할 수 있는 자리에 내정됐다는 것은 이 정부에서는 나름대로 놀랄만한 일이라는 얘기다. 
 
호남 출신 의외 인사 “통합·화합 메시지”
엘리트 코스 밟아…조직 내 신망 두터워
 
하지만 김 내정자의 아버지인 김수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인연을 근거로 간택된 수첩인사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 내정자의 부친은 판사 출신인 김수 전 의원이다. 당시 호남지역에서는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그는 지난 1979년 제10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전남 고흥·보성 지역구에서 옥중 당선되었다. 김 전 의원은 선거운동 와중에 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는데 당선 후 석방됐다. 
 
이후 박정희 대통령이 이끌던 민주공화당에 입당해 정치인의 길을 걸었다. 그는 입당 전 지역에 내려가 지역구민들에게 “박정희 대통령에게 충성을 다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2세인 박 대통령과 김 내정자의 이런 간접적인 인연은 김 내정자가 호남 출신임에도 여권에서 비교적 부담 없는 인물로 받아들인 이유 가운데 하나로 언급된다.
 
박 대통령의 김 내정자 지명은 지역 안배를 고려한 ‘탕평인사’를 담보할 수 있다는 점이 주요했다는 분석이다. 또한 현직 고검장 신분의 김 내정자가 전관예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에서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는 의견도 있다. 청문회를 거치는 과정에서 총리와 장관후보자들의 잇따른 낙마로 인사트라우마를 경험한 박 대통령이 더 이상의 정치적 타격을 받지 않겠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나마 재산 적어
장남은 면역 면제 
 
인선 발표 이후 여당은 물론 야당까지도 이례적으로 우호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이언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청와대가 호남 출신 김 내정자를 신임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한 것은 출신 지역을 고심한 인사로 보여진다”며 “법무부와 검찰 내 주요 보직을 역임한 전문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라고 평했다.
 

당장 법조계와 정치계 전반에서는 이번 지명을 두고 ‘잘 된 인사’라는 평이 나오고 있는 만큼 야당도 호남 출신의 김 내정자를 두고 ‘반대를 위한 반대’는 쉽사리 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김 내정자는 비교적 수월하게 청문회 문턱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김 내정자가 마냥 웃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김 내정자 부친인 고 김수 전 의원과 고 박 전 대통령 사이의 인연 때문이다. 더불어 인선 과정에서 우려되는 정치적 중립성과 재산 형성 과정, 자녀 병역문제, 논문 표절 의혹 등 넘어야 할 산이 남아있다. 
 
청와대는 “선대의 인연이 인선에 영향을 미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야당에서는 ‘대를 이은 충성’을 부각시키며 정치적 중립성에 초점을 맞춰 공세를 펼칠 가능성이 있다. 이뿐만 아니라 황 총리와의 관계, 김 총장과 지휘 역전이라는 불편한 관계 등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한 부분도 주목해야 한다.
 
김 내정자 가족은 부인 이상미(54) 여사와 슬하에 1남 2녀를 두고 있다. 올해 3월 기준 고위공직자 정기재산변동 신고사항에 따르면 부인, 장남과 차녀 명의의 재산은 총 5억6097만원으로 나타났다. 본인 명의로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기준시가 3억2400만원 상당의 아파트와 예금(4099만 7000원)이 있었지만 은행 채무도 1억1992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인 명의로는 서초구 양재동 빌라를 6억원에 전세 임차 계약했으며 449만원 상당의 2004년식 그랜저 승용차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부인 명의 예금으로 5494만6000원, 장남 명의 예금으로는 2696만7000원을 신고했다. 김 내정자의 재산은 차관급 이상 법무부·검찰 고위직 가운데 가장 적은 재산이다. 재산형성과정에 대한 의혹은 쉽게 발견되지 않을 수도 있다. 
 
법조라인 기수 역전

검찰총장 눈치 보나
 
장남의 병역문제는 김 내정자 입장에서 볼 때 다소 우려되는 부분이다. 본인은 1990년 육군 중위로 병역을 마쳤지만 장남은 개인 질병 사유로 제2국민역(5급) 판정을 받아 현역 입영대상에서 제외됐다. 고위공직후보자들이 자녀의 문제로 한순간에 비난 여론에 휩싸인 사례가 많은 만큼 이 부분은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지난 25일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의원은 김 내정자가 석사학위 논문을 상당부분 표절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국회에 제출된 김 내정자의 인사청문요청서에 따르면 김 내정자는 1985년 서울대 법학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했지만 석사학위를 받은 것은 수료 7년 뒤인 1992년 2월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 의원은 “김현웅 내정자가 인용한 서적 및 학술지 등을 볼 때 석사논문을 작성한 시점은 사법연수원 수료 후 첫 부임지였던 부산지방검찰청에 재직하던 1990년부터 1991년 9월 사이로 특정된다”며 “수료한 지 7년이 지난 시점에, 그것도 업무량이 폭주해 쪽잠마저 자기 어렵다던 말단 검사 시절 130쪽에 달하는 논문을 썼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내정자의 종교관도 혹시 모를 요소로 꼽힌다. 그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황 총리, 정홍원 전 총리와 함께 기독교 법조인모임인 ‘애중회’에서 각별한 친분을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황 총리와 문창극 전 총리내정자 등 일부 공직자들이 과거 종교단체에서 했던 발언이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부각돼 홍역을 치른 바 있는 만큼 김 내정자 역시 이 문제에 각별히 신경을 쓸 것으로 보인다.
 
청문회 넘을까
무난할 전망
 
김 내정자가 청문회의 벽을 넘더라도 난제는 산적해있다. 연초부터 이어진 사정정국을 진두지휘함과 동시에 출구전략도 모색해야 한다. 특히 아직 종결되지 않은 성완종리스트 수사는 그 결과에 따라 정국에 큰 파동을 몰고 올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
 
김 내정자는 “내게 맡겨진 시대적 소임을 유념하면서 인사청문회를 성실하게 준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내정자가 본인의 말처럼 큰 탈 없이 법무부장관으로 취임할지, 아니면 거친 풍파를 맞이하게 될지는 내달 중 치러질 청문회를 통해 확인될 예정이다.
 
<min1330@ilyosisa.co.kr>
 
 
[김현웅은?]
 
▲1959년 전남 고흥
▲광주제일고·서울대
▲사시 26회(연수원 16기)
▲부산지검·광주지검 목포지청·서울지검 검사
▲대검 검찰연구관
▲춘천지검 속초지청장
▲광주지검 특수부장
▲대검 공판송무과장
▲부산고검 검사(예금보험공사 파견)
▲법무부 법무심의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법무부 감찰기획관
▲인천지검 1차장
▲서울고검 형사부장
▲부산고검 차장
▲춘천지검장
▲서울서부지검장
▲광주지검장
▲부산고검장
▲법무부 차관
▲서울고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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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