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파격 발탁 김현웅 법무장관 내정자

‘총리-대통령’금줄 제대로 잡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신임 법무부장관에 김현웅 서울고검장이 내정됐다. 김 내정자는 호남 출신이며, 현 검찰총장의 사법연수원 2년 후배다. 일각에서는 이 때문에 이번 인선이 '파격'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김 내정자와 박 대통령의 인연을 본다면 그도 ‘수첩인사가 아닌가’라는 말도 나온다.   

 
지난 21일 박근혜 대통령은 신임 법무부장관에 김현웅 서울고검장(56·사법연수원 16기)을 내정했다. 
 
민경욱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은 오늘 황교안 신임 총리의 제청을 받아 법무장관에 김현웅 서울고검장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 내정자는 광주지검장과 부산고검장, 법무부차관 등 법무부와 검찰 내 주요 보직을 두루 역임했다”며 “법무행정과 검찰업무에 뛰어난 전문성과 식견을 갖췄고, 사회 전반의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법질서를 확립하는데 적임자다”고 밝혔다. 
 
요직 두루 거쳐
공안 이슈 처리
 
김 내정자는 1959년생으로 전남 고흥 출신이다. 광주제일고를 나온 그는 고등학교 시절 수제라고 불렸을 뿐만 아니라 복싱 도장을 다닐 정도로 운동능력도 뛰어났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1984년 제26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부산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김 내정자는 1987년 5월 입대해 1990년 2월 육군 중위로 군 복무를 마쳤다.
 

김 내정자는 대검 검찰연구관과 법무부 법무심의관 등 검찰청과 법무부 요직을 거쳤다. 또 1995년 중국 베이징대 방문연구원으로 1년간 연수했다. 이 때문에 검찰 내부 ‘중국통’으로도 꼽힌다. 
 
검찰 안팎에서는 김 내정자의 성실함과 리더십에 호의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법무부 측은 김 내정자의 업무 성향에 대해 “온화하고 겸손한 성품으로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하다”며 “치밀한 업무스타일에 합리적인 리더십으로 조직 내 신망이 두텁고 자기관리도 철저하다”고 설명했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큰 체격만큼이나 화통하고 업무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는 것이 김 내정자를 아는 이들의 공통적인 평가”라고 전했다. 
 
김 내정자는 광주지검 특수부장으로 있던 2001년 김대중 정부가 추진하던 교육정보화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했다. 당시 구축사업과 관련해 2억원의 뇌물을 받은 정영진 전남도교육감을 구속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 재직하던 2006년에는 법조계의 금품수수 비리를 파헤쳐 당시 서울고법 부장판사, 검사, 경찰 총경 등을 잇달아 구속해 주목받았다. 
 
2013년 12월 법무부차관으로 임명돼 지난 2월 서울고검장으로 보임될 때까지 1년1개월간 황 총리를 보좌한 경험도 있다. 황 장관과 마찬가지로 기독법조인 모임인 ‘애중회’ 회원으로도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1년 이상 장관, 차관으로 일했다는 건 두 사람 호흡이 잘 맞는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두 사람은 세월호 참사에 이은 유병언 세모그룹 회장 일가 수사와 국가정보원 대선·정치 개입 사건 수사, 청와대 문건 유출 수사,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등 현 정부의 굵직한 공안이슈들을 함께 처리했다. 내각을 책임지는 국무총리와 법무·검찰의 수장으로서 박근혜 정부 후반기의 부패사정 작업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파격인사
수첩인사  
 

이번 김 내정자 인선은 그야말로 파격적이다. 한마디로 정의하면 ‘기수 역전’과 ‘호남 출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 김 내정자의 아버지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인사를 본다면 ‘대를 이은 충성’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김진태 검찰총장보다 사법연수원 2년 후배다. 검찰 내부에서는 서열과 상명하복을 중시하는 검찰에서 검찰총장의 후배이자 휘하 고검장이 장관으로 직행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고 전했다. 또 현역 고검장이 법무부 장관에 지명되기는 김영삼정부 때인 1997년 김종구 당시 서울고검장 이후 18년 만에 처음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 가능성을 주로 감안해 전관예우 논란을 피해갈 수 있는 현직 중에서 호남 출신인 김 고검장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런 기수 역전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노무현정부 시절 강금실 장관(13기)과 송광수 총장(3기), 천정배 장관(8기)·김종빈 총장(5기)의 전례가 있었고, 이명박정부 때 이귀남 장관(12기)·김준규 총장(11기)도 그랬다.
 
 
박근혜정부에서 호남 출신 인사로 장관이 된 사례는 방하남 전 고용노동부장관, 김관진 국방부장관,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 등이 있다. 이들 장관은 학자 출신이고 공무원 출신이라 상대적으로 무게감이 덜하다. 말하자면 호남 출신 인사가 검찰에 개입할 수 있는 자리에 내정됐다는 것은 이 정부에서는 나름대로 놀랄만한 일이라는 얘기다. 
 
호남 출신 의외 인사 “통합·화합 메시지”
엘리트 코스 밟아…조직 내 신망 두터워
 
하지만 김 내정자의 아버지인 김수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인연을 근거로 간택된 수첩인사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 내정자의 부친은 판사 출신인 김수 전 의원이다. 당시 호남지역에서는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그는 지난 1979년 제10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전남 고흥·보성 지역구에서 옥중 당선되었다. 김 전 의원은 선거운동 와중에 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는데 당선 후 석방됐다. 
 
이후 박정희 대통령이 이끌던 민주공화당에 입당해 정치인의 길을 걸었다. 그는 입당 전 지역에 내려가 지역구민들에게 “박정희 대통령에게 충성을 다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2세인 박 대통령과 김 내정자의 이런 간접적인 인연은 김 내정자가 호남 출신임에도 여권에서 비교적 부담 없는 인물로 받아들인 이유 가운데 하나로 언급된다.
 
박 대통령의 김 내정자 지명은 지역 안배를 고려한 ‘탕평인사’를 담보할 수 있다는 점이 주요했다는 분석이다. 또한 현직 고검장 신분의 김 내정자가 전관예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에서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는 의견도 있다. 청문회를 거치는 과정에서 총리와 장관후보자들의 잇따른 낙마로 인사트라우마를 경험한 박 대통령이 더 이상의 정치적 타격을 받지 않겠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나마 재산 적어
장남은 면역 면제 
 
인선 발표 이후 여당은 물론 야당까지도 이례적으로 우호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이언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청와대가 호남 출신 김 내정자를 신임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한 것은 출신 지역을 고심한 인사로 보여진다”며 “법무부와 검찰 내 주요 보직을 역임한 전문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라고 평했다.
 

당장 법조계와 정치계 전반에서는 이번 지명을 두고 ‘잘 된 인사’라는 평이 나오고 있는 만큼 야당도 호남 출신의 김 내정자를 두고 ‘반대를 위한 반대’는 쉽사리 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김 내정자는 비교적 수월하게 청문회 문턱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김 내정자가 마냥 웃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김 내정자 부친인 고 김수 전 의원과 고 박 전 대통령 사이의 인연 때문이다. 더불어 인선 과정에서 우려되는 정치적 중립성과 재산 형성 과정, 자녀 병역문제, 논문 표절 의혹 등 넘어야 할 산이 남아있다. 
 
청와대는 “선대의 인연이 인선에 영향을 미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야당에서는 ‘대를 이은 충성’을 부각시키며 정치적 중립성에 초점을 맞춰 공세를 펼칠 가능성이 있다. 이뿐만 아니라 황 총리와의 관계, 김 총장과 지휘 역전이라는 불편한 관계 등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한 부분도 주목해야 한다.
 
김 내정자 가족은 부인 이상미(54) 여사와 슬하에 1남 2녀를 두고 있다. 올해 3월 기준 고위공직자 정기재산변동 신고사항에 따르면 부인, 장남과 차녀 명의의 재산은 총 5억6097만원으로 나타났다. 본인 명의로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기준시가 3억2400만원 상당의 아파트와 예금(4099만 7000원)이 있었지만 은행 채무도 1억1992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인 명의로는 서초구 양재동 빌라를 6억원에 전세 임차 계약했으며 449만원 상당의 2004년식 그랜저 승용차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부인 명의 예금으로 5494만6000원, 장남 명의 예금으로는 2696만7000원을 신고했다. 김 내정자의 재산은 차관급 이상 법무부·검찰 고위직 가운데 가장 적은 재산이다. 재산형성과정에 대한 의혹은 쉽게 발견되지 않을 수도 있다. 
 
법조라인 기수 역전

검찰총장 눈치 보나
 
장남의 병역문제는 김 내정자 입장에서 볼 때 다소 우려되는 부분이다. 본인은 1990년 육군 중위로 병역을 마쳤지만 장남은 개인 질병 사유로 제2국민역(5급) 판정을 받아 현역 입영대상에서 제외됐다. 고위공직후보자들이 자녀의 문제로 한순간에 비난 여론에 휩싸인 사례가 많은 만큼 이 부분은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지난 25일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의원은 김 내정자가 석사학위 논문을 상당부분 표절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국회에 제출된 김 내정자의 인사청문요청서에 따르면 김 내정자는 1985년 서울대 법학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했지만 석사학위를 받은 것은 수료 7년 뒤인 1992년 2월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 의원은 “김현웅 내정자가 인용한 서적 및 학술지 등을 볼 때 석사논문을 작성한 시점은 사법연수원 수료 후 첫 부임지였던 부산지방검찰청에 재직하던 1990년부터 1991년 9월 사이로 특정된다”며 “수료한 지 7년이 지난 시점에, 그것도 업무량이 폭주해 쪽잠마저 자기 어렵다던 말단 검사 시절 130쪽에 달하는 논문을 썼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내정자의 종교관도 혹시 모를 요소로 꼽힌다. 그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황 총리, 정홍원 전 총리와 함께 기독교 법조인모임인 ‘애중회’에서 각별한 친분을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황 총리와 문창극 전 총리내정자 등 일부 공직자들이 과거 종교단체에서 했던 발언이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부각돼 홍역을 치른 바 있는 만큼 김 내정자 역시 이 문제에 각별히 신경을 쓸 것으로 보인다.
 
청문회 넘을까
무난할 전망
 
김 내정자가 청문회의 벽을 넘더라도 난제는 산적해있다. 연초부터 이어진 사정정국을 진두지휘함과 동시에 출구전략도 모색해야 한다. 특히 아직 종결되지 않은 성완종리스트 수사는 그 결과에 따라 정국에 큰 파동을 몰고 올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
 
김 내정자는 “내게 맡겨진 시대적 소임을 유념하면서 인사청문회를 성실하게 준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내정자가 본인의 말처럼 큰 탈 없이 법무부장관으로 취임할지, 아니면 거친 풍파를 맞이하게 될지는 내달 중 치러질 청문회를 통해 확인될 예정이다.
 
<min1330@ilyosisa.co.kr>
 
 
[김현웅은?]
 
▲1959년 전남 고흥
▲광주제일고·서울대
▲사시 26회(연수원 16기)
▲부산지검·광주지검 목포지청·서울지검 검사
▲대검 검찰연구관
▲춘천지검 속초지청장
▲광주지검 특수부장
▲대검 공판송무과장
▲부산고검 검사(예금보험공사 파견)
▲법무부 법무심의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법무부 감찰기획관
▲인천지검 1차장
▲서울고검 형사부장
▲부산고검 차장
▲춘천지검장
▲서울서부지검장
▲광주지검장
▲부산고검장
▲법무부 차관
▲서울고검장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