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파격 발탁 김현웅 법무장관 내정자

‘총리-대통령’금줄 제대로 잡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신임 법무부장관에 김현웅 서울고검장이 내정됐다. 김 내정자는 호남 출신이며, 현 검찰총장의 사법연수원 2년 후배다. 일각에서는 이 때문에 이번 인선이 '파격'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김 내정자와 박 대통령의 인연을 본다면 그도 ‘수첩인사가 아닌가’라는 말도 나온다.   

 
지난 21일 박근혜 대통령은 신임 법무부장관에 김현웅 서울고검장(56·사법연수원 16기)을 내정했다. 
 
민경욱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은 오늘 황교안 신임 총리의 제청을 받아 법무장관에 김현웅 서울고검장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 내정자는 광주지검장과 부산고검장, 법무부차관 등 법무부와 검찰 내 주요 보직을 두루 역임했다”며 “법무행정과 검찰업무에 뛰어난 전문성과 식견을 갖췄고, 사회 전반의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법질서를 확립하는데 적임자다”고 밝혔다. 
 
요직 두루 거쳐
공안 이슈 처리
 
김 내정자는 1959년생으로 전남 고흥 출신이다. 광주제일고를 나온 그는 고등학교 시절 수제라고 불렸을 뿐만 아니라 복싱 도장을 다닐 정도로 운동능력도 뛰어났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1984년 제26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부산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김 내정자는 1987년 5월 입대해 1990년 2월 육군 중위로 군 복무를 마쳤다.
 

김 내정자는 대검 검찰연구관과 법무부 법무심의관 등 검찰청과 법무부 요직을 거쳤다. 또 1995년 중국 베이징대 방문연구원으로 1년간 연수했다. 이 때문에 검찰 내부 ‘중국통’으로도 꼽힌다. 
 
검찰 안팎에서는 김 내정자의 성실함과 리더십에 호의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법무부 측은 김 내정자의 업무 성향에 대해 “온화하고 겸손한 성품으로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하다”며 “치밀한 업무스타일에 합리적인 리더십으로 조직 내 신망이 두텁고 자기관리도 철저하다”고 설명했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큰 체격만큼이나 화통하고 업무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는 것이 김 내정자를 아는 이들의 공통적인 평가”라고 전했다. 
 
김 내정자는 광주지검 특수부장으로 있던 2001년 김대중 정부가 추진하던 교육정보화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했다. 당시 구축사업과 관련해 2억원의 뇌물을 받은 정영진 전남도교육감을 구속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 재직하던 2006년에는 법조계의 금품수수 비리를 파헤쳐 당시 서울고법 부장판사, 검사, 경찰 총경 등을 잇달아 구속해 주목받았다. 
 
2013년 12월 법무부차관으로 임명돼 지난 2월 서울고검장으로 보임될 때까지 1년1개월간 황 총리를 보좌한 경험도 있다. 황 장관과 마찬가지로 기독법조인 모임인 ‘애중회’ 회원으로도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1년 이상 장관, 차관으로 일했다는 건 두 사람 호흡이 잘 맞는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두 사람은 세월호 참사에 이은 유병언 세모그룹 회장 일가 수사와 국가정보원 대선·정치 개입 사건 수사, 청와대 문건 유출 수사,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등 현 정부의 굵직한 공안이슈들을 함께 처리했다. 내각을 책임지는 국무총리와 법무·검찰의 수장으로서 박근혜 정부 후반기의 부패사정 작업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파격인사
수첩인사  
 

이번 김 내정자 인선은 그야말로 파격적이다. 한마디로 정의하면 ‘기수 역전’과 ‘호남 출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 김 내정자의 아버지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인사를 본다면 ‘대를 이은 충성’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김진태 검찰총장보다 사법연수원 2년 후배다. 검찰 내부에서는 서열과 상명하복을 중시하는 검찰에서 검찰총장의 후배이자 휘하 고검장이 장관으로 직행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고 전했다. 또 현역 고검장이 법무부 장관에 지명되기는 김영삼정부 때인 1997년 김종구 당시 서울고검장 이후 18년 만에 처음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 가능성을 주로 감안해 전관예우 논란을 피해갈 수 있는 현직 중에서 호남 출신인 김 고검장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런 기수 역전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노무현정부 시절 강금실 장관(13기)과 송광수 총장(3기), 천정배 장관(8기)·김종빈 총장(5기)의 전례가 있었고, 이명박정부 때 이귀남 장관(12기)·김준규 총장(11기)도 그랬다.
 
 
박근혜정부에서 호남 출신 인사로 장관이 된 사례는 방하남 전 고용노동부장관, 김관진 국방부장관,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 등이 있다. 이들 장관은 학자 출신이고 공무원 출신이라 상대적으로 무게감이 덜하다. 말하자면 호남 출신 인사가 검찰에 개입할 수 있는 자리에 내정됐다는 것은 이 정부에서는 나름대로 놀랄만한 일이라는 얘기다. 
 
호남 출신 의외 인사 “통합·화합 메시지”
엘리트 코스 밟아…조직 내 신망 두터워
 
하지만 김 내정자의 아버지인 김수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인연을 근거로 간택된 수첩인사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 내정자의 부친은 판사 출신인 김수 전 의원이다. 당시 호남지역에서는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그는 지난 1979년 제10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전남 고흥·보성 지역구에서 옥중 당선되었다. 김 전 의원은 선거운동 와중에 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는데 당선 후 석방됐다. 
 
이후 박정희 대통령이 이끌던 민주공화당에 입당해 정치인의 길을 걸었다. 그는 입당 전 지역에 내려가 지역구민들에게 “박정희 대통령에게 충성을 다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2세인 박 대통령과 김 내정자의 이런 간접적인 인연은 김 내정자가 호남 출신임에도 여권에서 비교적 부담 없는 인물로 받아들인 이유 가운데 하나로 언급된다.
 
박 대통령의 김 내정자 지명은 지역 안배를 고려한 ‘탕평인사’를 담보할 수 있다는 점이 주요했다는 분석이다. 또한 현직 고검장 신분의 김 내정자가 전관예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에서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는 의견도 있다. 청문회를 거치는 과정에서 총리와 장관후보자들의 잇따른 낙마로 인사트라우마를 경험한 박 대통령이 더 이상의 정치적 타격을 받지 않겠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나마 재산 적어
장남은 면역 면제 
 
인선 발표 이후 여당은 물론 야당까지도 이례적으로 우호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이언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청와대가 호남 출신 김 내정자를 신임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한 것은 출신 지역을 고심한 인사로 보여진다”며 “법무부와 검찰 내 주요 보직을 역임한 전문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라고 평했다.
 

당장 법조계와 정치계 전반에서는 이번 지명을 두고 ‘잘 된 인사’라는 평이 나오고 있는 만큼 야당도 호남 출신의 김 내정자를 두고 ‘반대를 위한 반대’는 쉽사리 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김 내정자는 비교적 수월하게 청문회 문턱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김 내정자가 마냥 웃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김 내정자 부친인 고 김수 전 의원과 고 박 전 대통령 사이의 인연 때문이다. 더불어 인선 과정에서 우려되는 정치적 중립성과 재산 형성 과정, 자녀 병역문제, 논문 표절 의혹 등 넘어야 할 산이 남아있다. 
 
청와대는 “선대의 인연이 인선에 영향을 미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야당에서는 ‘대를 이은 충성’을 부각시키며 정치적 중립성에 초점을 맞춰 공세를 펼칠 가능성이 있다. 이뿐만 아니라 황 총리와의 관계, 김 총장과 지휘 역전이라는 불편한 관계 등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한 부분도 주목해야 한다.
 
김 내정자 가족은 부인 이상미(54) 여사와 슬하에 1남 2녀를 두고 있다. 올해 3월 기준 고위공직자 정기재산변동 신고사항에 따르면 부인, 장남과 차녀 명의의 재산은 총 5억6097만원으로 나타났다. 본인 명의로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기준시가 3억2400만원 상당의 아파트와 예금(4099만 7000원)이 있었지만 은행 채무도 1억1992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인 명의로는 서초구 양재동 빌라를 6억원에 전세 임차 계약했으며 449만원 상당의 2004년식 그랜저 승용차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부인 명의 예금으로 5494만6000원, 장남 명의 예금으로는 2696만7000원을 신고했다. 김 내정자의 재산은 차관급 이상 법무부·검찰 고위직 가운데 가장 적은 재산이다. 재산형성과정에 대한 의혹은 쉽게 발견되지 않을 수도 있다. 
 
법조라인 기수 역전

검찰총장 눈치 보나
 
장남의 병역문제는 김 내정자 입장에서 볼 때 다소 우려되는 부분이다. 본인은 1990년 육군 중위로 병역을 마쳤지만 장남은 개인 질병 사유로 제2국민역(5급) 판정을 받아 현역 입영대상에서 제외됐다. 고위공직후보자들이 자녀의 문제로 한순간에 비난 여론에 휩싸인 사례가 많은 만큼 이 부분은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지난 25일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의원은 김 내정자가 석사학위 논문을 상당부분 표절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국회에 제출된 김 내정자의 인사청문요청서에 따르면 김 내정자는 1985년 서울대 법학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했지만 석사학위를 받은 것은 수료 7년 뒤인 1992년 2월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 의원은 “김현웅 내정자가 인용한 서적 및 학술지 등을 볼 때 석사논문을 작성한 시점은 사법연수원 수료 후 첫 부임지였던 부산지방검찰청에 재직하던 1990년부터 1991년 9월 사이로 특정된다”며 “수료한 지 7년이 지난 시점에, 그것도 업무량이 폭주해 쪽잠마저 자기 어렵다던 말단 검사 시절 130쪽에 달하는 논문을 썼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내정자의 종교관도 혹시 모를 요소로 꼽힌다. 그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황 총리, 정홍원 전 총리와 함께 기독교 법조인모임인 ‘애중회’에서 각별한 친분을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황 총리와 문창극 전 총리내정자 등 일부 공직자들이 과거 종교단체에서 했던 발언이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부각돼 홍역을 치른 바 있는 만큼 김 내정자 역시 이 문제에 각별히 신경을 쓸 것으로 보인다.
 
청문회 넘을까
무난할 전망
 
김 내정자가 청문회의 벽을 넘더라도 난제는 산적해있다. 연초부터 이어진 사정정국을 진두지휘함과 동시에 출구전략도 모색해야 한다. 특히 아직 종결되지 않은 성완종리스트 수사는 그 결과에 따라 정국에 큰 파동을 몰고 올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
 
김 내정자는 “내게 맡겨진 시대적 소임을 유념하면서 인사청문회를 성실하게 준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내정자가 본인의 말처럼 큰 탈 없이 법무부장관으로 취임할지, 아니면 거친 풍파를 맞이하게 될지는 내달 중 치러질 청문회를 통해 확인될 예정이다.
 
<min1330@ilyosisa.co.kr>
 
 
[김현웅은?]
 
▲1959년 전남 고흥
▲광주제일고·서울대
▲사시 26회(연수원 16기)
▲부산지검·광주지검 목포지청·서울지검 검사
▲대검 검찰연구관
▲춘천지검 속초지청장
▲광주지검 특수부장
▲대검 공판송무과장
▲부산고검 검사(예금보험공사 파견)
▲법무부 법무심의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법무부 감찰기획관
▲인천지검 1차장
▲서울고검 형사부장
▲부산고검 차장
▲춘천지검장
▲서울서부지검장
▲광주지검장
▲부산고검장
▲법무부 차관
▲서울고검장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