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시리즈>지방자치단체장 탐구②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

옳은 건 끝까지 밀고나가는 나는야 ‘황소’

인천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송영길 후보가 당선됐다. 송 당선자는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52.5%를 득표하면서 44.5% 획득에 그친 한나라당 안상수 후보를 8% 차로 따돌리고 당선을 확정지었다. 따라서 그는 향후 4년 간 인천시정을 이끌게 됐다. 송 후보의 인천시장 당선은 민주당 출신 최초의 인천시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인천은 그간 서울과 경기도에 비해 보수적 성향을 띠었기에 전통적 야당세력인 민주당이 발 붙이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보와 보수를 너머 인천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송 당선자. 그는 누구이며 어떻게 인천 시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을 수 있었을지 조근조근 살펴봤다.

노동운동 전개…‘내 가족’이란 생각으로 투쟁
서른 살 나이에 사법시험 도전, 2년 만에 합격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는 어린시절 늘 배가 고팠다. 부면장이었던 아버지였지만 6남매를 키우기에는 힘이 부쳤기 때문이다. 그의 소원은 120원짜리 메밀 자장면을 먹어보는 것이었다. 소원을 성취하기 위해 그는 ‘절약정신’을 발휘했다. 학용품값을 아껴서 자장면을 사먹기로 결심한 것. 아끼고 아낀 끝에 결국 자장면을 사먹었을 때는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 사실을 둘째형에게 들키면서 송 당선자는 호되게 혼이 났다.

“자장면을 먹었다”는 이유로 혼이 났던 송 당선자. 그러나 형제애는 굳건했다. 국회의원이 될 수 있도록 멘토 역할을 한 것도 형들이었다. 공부하는 형들을 따라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학업에 매진할 수 있었다는 것.

고교생 때 사회비판 시각
박석무 선생 영향 컸다

그럼에도 ‘개구쟁이’ 기질은 버릴 수가 없었다. 남몰래 영화를 보러가다 선생님에게 들켜 화장실 청소를 하기 일쑤였다.
송 당선자가 사회 비판적 시각을 갖게 된 것은 고등학교 때부터였다. 박석무 선생님의 영향이 컸다. 4·19 학생운동에 참여한 전력이 있는 박 선생은 김남주 시인의 선배로 정의감이 남달랐다. 특히 ‘책벌레’였던 그의 영향으로 사회과학 서적을 탐독할 수 있었다. ‘자랏골의 비가’ ‘아, 청춘의 도시 광주여’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다 보니 이치에 맞지 않은 일이 벌어질 때면 ‘버럭 송영길’이 되곤 했다. 유신 말기 교련복과 M-16 총을 들고 거리행진을 할 때였다. 박 선생은 이 같은 현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봤고 송 당선자 역시 동감했다. 학생들을 데리고 군사훈련을 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이 때문에 그는 반발심이 발동했다. 하루는 교련시간에 차렷 자세 등을 취할 때 불량자세로 앉아 있었다. 그러자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허벅지를 걷어찼다.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교련선생님이 서 있었다. 그는 그길로 운동장에 M-16 총을 던져버리고 집으로 향했다.

“전두환 정권을 무너뜨리겠다”는 일념 하에 대학교에 진학한 그는 다른 학교 학생들과 사귀며 사고의 폭을 넓혀갔다. 그리고 수도권 빈민 운동을 했던 손학규 전 대표 등과도 교류가 있었다. 기독교청년회가 주 활동무대였던 그는 사랑방교회를 열어 민중 목회 활동을 하기도 했다.

이런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 시절 ‘남다른 조직가’로 성장했던 그는 노동현장에 뛰어들어 노동운동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 중 하나가 택시운전사다. 열악한 노동 조건 때문에 분신자살한 이들을 떠올리며 ‘자신의 가족’이라는 생각을 갖고 열성적으로 투쟁했다.
아픈 추억도 있지만 송 당선자는 택시 운전하던 시절이 가장 행복했다고 털어놨다. 그래서일까. 송 당선자는 “택시를 탈 때마다 친정에 온 것 같다”며 “시간이 날 때마다 택시를 자주 이용한다”고 말한다.

그런 그의 인생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1986년 전두환 암살음모 혐의사건으로 안기부에 끌려갔던 것. 지울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받았던 그는 아내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송 당선자에 따르면 아내의 미모가 너무 뛰어나 추파를 던진 이들이 많았다고.

그가 지금의 아내와 만난 것은 대학교 초년병 시절, 교회에서였다. 서로 얼굴만 익힌 정도라 연인으로 발전하는 데까지 2년이 걸렸다. 신촌 로터리에서 가두행진을 할 당시 송 당선자가 경찰에 밀려 도로에 넘어져 있는 아내를 구해준 것이 계기가 됐다.

이로 인해 서로에게 사랑의 감정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는 “학생운동을 하다가 인천 시계공장에 다녔어요. 잔업이 끝나면 전철을 타고 구로역까지 가서 막차가 끊기기 전까지 역 앞 포장마차에서 어묵 등을 먹는 것이 데이트의 전부였죠”라며 과거를 회상했다.

네거티브 선거운동에
포지티브로 일관해

송 당선자는 인천 대우자동차 공장 건설현장 배관용접공과 택시기사 등 현장 노동자와 노동운동가로서 7년을 살았다. 이후 서른 살의 나이에 사법시험에 도전해 불과 2년 만에 합격했다. 이때부터는 노동인권변호사로 변신, 노동현장을 지켰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 등에 몸 담았다.

정치에 본격적으로 입문한 것은 1999년. 새정치국민회의 인천 계양·강화갑 지구당위원장으로 재보궐 선거에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2000년 16대 총선에 다시 도전, 금배지를 거머쥐었다. 17대, 18대 총선에서도 내리 승리를 거두며 민주당의 3선 중진 의원이자 최고위원으로 우뚝 섰다.

당내에서 그는 거침없는 소신으로 유명하다. 초선이던 2001년 정풍운동을 주도했고 2003년엔 개혁세력의 일원으로 열린우리당 창당에 앞장섰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찬성과 대북송금 특검 반대 등으로 당내에서 비판도 받았다. 그러나 한편으론 ‘뚝심 있는 정치인’이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일관된 포지티브 선거운동에 대한 유권자들 주목
경제성장, 일자리 창출 등 공약에 탄력 받을 듯


당 안팎을 가리지 않고 화살을 겨누며 쓴소리를 하는 그에겐 “건방지다” “지나친 비판이다”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에 그는 “옳다고 믿는 것은 밀고 나가는 ‘황소’같은 스타일 때문”이라고 반론을 편다.

그는 최근 ‘신(新) 40대 기수론’을 외치며 공개적으로 대권의 꿈을 끄집어냈다. 그리고 그 징검다리로 서울시장 출마를 계획했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인물난을 겪자 당 최고위원으로서 ‘희생’을 각오하고 인천시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을 바꿨듯 인천을 바꿔 한국의 심장으로 만들겠다”던 그는 결국 인천시장에 당선됐다. 그의 당선은 민주당 출신 최초의 인천시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인천은 그간 서울과 경기도에 비해 보수적 성향을 띠었기에 전통적 야당세력인 민주당이 발 붙이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이 천안함 사건을 선거에서 ‘북풍’으로 이용하면서, 수도권에서 민주당이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을 뿐만 아니라 천안함이 침몰한 백령도 앞바다를 지역구로 갖고 있는 지리적 요건으로 북풍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인천에서 송 당선자가 이길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당 보다는 송 당선자 개인의 경쟁력을 꼽을 수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천의 민주당 지지도는 22.2%인데 비해 송 당선자에 대한 적극 투표층의 지지도는 46.8%로 나타났다. 그의 개인 지지도가 당 지지도보다 무려 24.6%포인트나 높았던 것이다. 

또 한나라당의 네거티브 선거운동에도 불구하고 포지티브 선거운동으로 일관한 것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상대 후보는 선거 내내 정책과 공약의 대결이 아닌 송 당선자에 대한 인신비방과 흑색선전으로 일관하는 네거티브 전략에 의존했다. 하지만 그는 일체 대응을 삼간 채 정책과 비전을 내세운 포지티브 선거운동으로 일관함으로써 ‘당당한 정치인’이라는 긍정적 이미지를 얻으며 인천시민들의 선택을 받게 됐다.

앞으로 4년 간 인천시 살림을 꾸려갈 송 당선자의 공약은 경제성장, 일자리 창출, 도시 균형발전, 교육지원예산 확충 등 시정 전 분야에 걸쳐 있다. 당초 교육 복지 환경 분야 공약이 주를 이뤘으나, 공약을 다듬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성장 및 개발 부분이 대폭 강화된 것이 특징이다.

송 당선자가 각별히 공을 들인 공약은 교육지원예산 1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인천 내 10대 명문고를 선정해 2014년까지 이들 학교에 5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초·중학교 무상급식 실시와 인천장학기금을 매년 500억원씩 증액해 2000억원으로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송 당선자는 또 복지 공약으로 노인 일자리 3만 개 창출과 실버아카데미 개설 등을 제시했다. 노인 틀니 비용의 70%를 지원하고 홀몸노인에게 매주 2회 문안 전화를 드린다는 공약도 눈에 띈다.

교육지원 예산 1조
초중교 무상급식 확대

인천지역 8개 도시재생사업지구 중 상당수가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해 송 당선자는 3조원의 도시재창조기금을 조성하여 현재 추진 중인 재개발 및 도시정비 사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함께 송 당선자는 인천 경제자유구역(FEZ)을 세계 3대 FEZ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국내 첨단기업에도 외국인 투자에 준한 세제혜택을 주고, FEZ에 부품소재 항공정비 바이오 등 고부가가치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매니페스토연구회 간사인 이현출 국회입법조사처 정치의회팀장(정치학 박사)은 “성장과 분배를 잘 조화시켰고, 앞으로 20∼30년 뒤 인천의 성장모델을 만들려고 노력한 점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하지만 인천의 전체 예산이 7조원인데 경상비를 빼고 나면 사업비는 극히 제한적이다”라며 “도시재생에 3조원, 교육지원에 1조원 등 공약 관련 예산이 수십 조원에 달해 보다 구체적인 재원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영길 인천시장 프로필

학력
1981년 2월  광주 대동고 졸업
1988년 3월  연세대학교 상경대학 경영학과 졸업(81학번)
2005년 3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중어중문학과 졸업

경력
1984년 연세대 초대 직선 총학생회장 
1985년 인천 대우자동차 르망공장 배관용접공으로 노동자생활 시작
1991년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인천시지부 초대 사무국장 
1994년 제36회 사법시험 합격
2000년 - 제16대 국회의원
2002 ~ 2008년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위원 
2004~ 2008년 제17대 국회의원(재선) 
2004 ~2006년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간사
2005 ~ 2007년 열린우리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
2006 ~ 2007년 열린우리당 한미FTA특별위원회 위원장
2007년 - 국회의원연구모임 ‘시장경제와 사회안전망 포럼’ 공동대표(現)
2008년 - 제18대 국회의원(3선)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총동문회 윤리위원장(現)
통합민주당 인천광역시당 위원장(現)
통합민주당 장외투쟁대책본부장(現)  
 
수상경력
2000년, 2002년, 2006년  국정감사 우수 국회의원 선정  
2003 ~ 2004년  최우수 국회의원 연구단체
2001 ~ 2004년  우수 국회의원 연구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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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