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박근혜 히든카드 황교안 국무총리 내정자

그 나물에 그 밥이라면…확실한 아군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국무총리 내정자로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지명됐다. 황 내정자는 ‘미스터 보안법’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대표적인 공안통이다. 이 때문에 과거 그의 발목이 붙잡히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그는 고공행진 중이다. 하지만 지난 법무부 장관 청문회 때 그에 대한 의혹이 쏟아졌다. 이번 황 내정자의 국무총리 청문회에서 과거 불거진 의혹들이 그의 발목을 잡을지 주목된다. 

 
이번 황교안 총리 내정자의 인준 절차를 두고 여야 대치가 심화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황 내정자 지명에 대해 “아주 잘 된 인사라고 평가한다”며 “황 내정자는 장관 재임 시 여러 가지 언행이 신중하고 훌륭한 사람으로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여당은 인준 절차를 최대한 빠르게 처리할 예정으로 보인다.
 
제2의 김기춘?
제2의 안대희?
 
야당은 황 내정자의 지명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을 통합하는 그런 총리를 기대했는데 아쉽다”며 “소통과 통합의 정치가 아니라 공안 통치로 국민을 강압하지 않을까 걱정스럽고 막막하다”고 일갈했다. 야당은 황 내정자의 인사청문회 절차도 강력하게 대처할 것을 시사했다. 
 
야당이 이토록 황 내정자를 반대한 이유가 있다. 그가 ‘미스터 보안법’으로 통하는 국가보안법을 신봉한 대표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 뿐만 아니라 이미 지난 법무부 장관 청문회에서도 수 많은 의혹이 제기되면서 그의 도덕성에 흠집이 갔다.
 

황 내정자는 대검찰청 공안1·3 과장, 서울지검 공안2부장 등을 거쳤다. 공안수사의 교과서로 불리는 ‘국가보안법 해설’의 저자다.
 
그는 1990년대부터 각종 공안사건을 도맡아 수사를 지휘했다. 1990년 해외반한단체와 팩시밀리를 통해 연락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전민련국제협력국장 김현장 피고인에게 국가보안법을 적용해 징역 10년 구형. 1992년 남한조선노동당 사건으로 국가보안법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개인비서 이근희에게 징역 10년 구형. 1993년 보안사령부가 주도한 국군정보사령부의 양순직 신민당 부총재 테러 사건과 시국 사건 12·12사태 등을 수사했다. 
 
황 내정자는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헌법가치를 지키고 법질서를 세우며 법의 문턱을 낮추는 것에 역점을 두고 노력한다”고 밝힌 적 있다. 특히나 헌법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강조했다. 문제는 그 적용 대상이 공안 및 내란 사건에 편향돼 있다는 점이다. 
 
황 내정자는 김대중·노무현정부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부산고검장을 지냈던 2011년 5월11일 부산의 한 교회 강연에서 “김대중씨는 계속 재야활동을 했기 때문에 경찰에서도 조사받고 검찰에서도 조사받았다”며 “이런 분이 딱 대통령이 되고 나니까 그 당시 서울지검 공안부에 있었던 검사들은 물론 소위 공안통으로 이름나 있는 검사들은 전부 좌천됐다”고 말했다.
 
또 “공안검사가 굉장히 고통받고 두 번째 인사에서도 그런 고통을 주고 세 번째 인사에서도 고통을 주니까 많은 검사가 사표를 내고 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해서도 “검찰에 구속까지 됐던 분”이라며 “이런 분이 대통령이 되니까 공안부에 오래 있던 사람들에 대해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스터 보안법’ 대표적 공안통 출신
박근혜정부 들어 ‘쑥쑥’ 고공행진
 

황 내정자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내란 음모 사건과 통합진보당 해산 등을 주도했다. 2013년 9월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황 내정자는 이석기 의원에 대해 “이 사건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정면도전이자 위협이다”며 “헌법가치를 침해한 행위로서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같은 달 26일 이석기 등을 내란음모 등 혐의로 기소했다. 2014년 2월3일 결심 공판에서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2014년 2월17일 수원지방법원은 내란음모와 선동 혐의를 인정해 징역 12년과 자격정지 10년을 선고했다. 2014년 8월11일 서울고등법원은 항소한 이석기에 대해 내란선동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지만 내란음모는 무죄로 판단하고 그를 징역 9년에 자격정지 7년을 선고했다.
 
안기부 X파일 수사
무혐의 처분 전력
 
이와 맞물려 통합진보당에 대한 ‘위헌 정당 해산 심판’ 청구에서도 황 내정자는 정부 대리인으로서 직접 변론기일에 출석했다. 그는 “통합진보당의 최고 이념인 진보적 민주주의와 강령의 구체적 내용은 현정권 타도”며 “북한과 연방제 통일을 이루겠다는 것은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 내정자는 2014년 11월25일에 있었던 최종변론에도 직접 출석했다. 그는 “통합진보당의 강령은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한 북한의 대남혁명전략을 포장한 것이다”며 “용공정부 수립과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는 것”이라며 정당해산을 거듭 촉구했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12월19일 재판관 9명 중 8명 인용 의견으로 통합진보당 해산 판결을 내렸다.
 
2005년 황 내정자는 서울중앙지검 2차장 시절 이른바 ‘안기부 X파일’로 알려진 안기부 도청 사건 수사를 맡았다. 그는 이 사건에 등장해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주요 인사들을 무혐의 처분한 전력이 있다. 
 
MBC 이상호 기자의 공개로 알려진 도청 테이프 안에는 이학수 당시 삼성 비서실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의 대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건희 삼성 회장 등의 지시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등 정치권과 일부 검찰 고위직 인사들에게 수십억원을 제공하기로 논의한 내용이다. 
 
황 내정자는 테이프에 등장하는 이 회장을 비롯해 삼성 관계자와 실명이 거론된 이름바 ‘떡값 검사’ 전원에 대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린다. 수사 과정 이 회장을 단 한 번도 소환 조사하지 않았다. 
 
황 내정자는 당시 “삼성 이건희 회장에 대해서는 이름이 거론됐다는 사실만으로 소환할 수 없어 서면조사만 했다”며 “홍석현 사장이나 이학수 실장이 X파일 내용대로 진술했다면 이 회장도 소환할 수 있겠지만 그런 진술이 없었다”고 밝혔다. 
 
반면 이 테이프 내용을 보도한 이상호 MBC 기자와 김연광 전 <월간조선> 편집장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둘 다 실형을 선고받았다. 또 떡값 검사 명단을 발표한 진보정의당 노회찬 의원 역시 대법원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받았다. 황 내정자는 “불법 도청자료가 활용되는 것은 큰 폐단이라고 생각하며 통신비밀보호법에서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황 내정자는 삼성 관련자 소환은 물론 출국금지도 하지 않고 서면 조사만 진행했다. 이에 반면 제보자와 이를 보도한 기자에게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을 적용해 이중 잣대라는 비판을 받았었다.
 

황 내정자는 지난 1977년부터 1979년까지 3차례 징병검사를 연기했다. 그는 1980년 징병검사 때 ‘만성담마진(만성 두드러기)’이란 피부질환으로 5급 판정을 받아 징집면제 처분됐다. 이 질환은 가려움을 수반하는 부종으로 손톱부터 손바닥 크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발병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징병신체검사 등 검사규칙’에 따르면 3개월 이상 담마진 치료를 받은 경우 제2국민역 판정이 가능했다. 
 
황 내정자는 당시 치료를 위해 6개월 이상 병원 진료를 받았다. 황 내정자는 “담마진 경우 최저 등급인 3급을 받으면 면제대상이었다”며 “징병검사를 세 차례나 연기한 이유는 사범시험 준비생들이 졸업연도까지 징병감사를 연기하는 게 관례다”고 밝혔다. 황 내정자와 함께 근무한 박영렬 변호사(전 검사장)는 한 종편에 출연해 “함께 청주지방검찰청에서 함께 근무할 때 피부병 때문에 약 먹으면서 고생스러워하는 모습을 본 기억난다”고 확인해줬다.
 
두드러기 때문에…
입대 미루다 면제
 
일각에서는 황 내정자가 징병검사에서 면제판정 받은 이듬해에 1981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점을 들어 잇단 징병검사 연기와 면제 판정 사이의 연관성을 의심했다. 군 면제 판정을 받을 정도의 질병을 갖고 사법시험에 합격했다는 점도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황 내정자는 2013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불법이나 부적절한 일이 있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답변했다.
 
지난해 2월14일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황 내정자는 그야말로 의혹 종합선물세트였다. 병역, 재산, 투기, 과거행적 등 각종 의혹이 쏟아졌다. 
 

황 장관은 2011년 8월 검찰에서 퇴임한 뒤 법무법인 태평양에 취업했다. 이른바 ‘전관예우’로 16개월간 약 15억원의 보수를 받아 의혹이 일었다. 민주통합당 서영교 의원은 인사청문 요청안 자료를 분석해 황 내정자가 퇴임 직후 태평양으로 가면서 16개월 동안 15여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지난 2011년 8월 부산고검장을 끝으로 퇴임한 시점에 황 내정자의 재산 신고액은 13억6839만원이었다. 하지만 로펌행 이후 2013년 2월 시점에 재산은 25억8925억으로 확인됐다. 황 내정자는 지난 2011년 9월 태평양에 입사한 이후 그해 12월까지 불과 석달 동안 2억7000만원을 급여로 받았고 2012년 동안 12억8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 의원은 “1년 반도 안 되는 기간 본인의 재산보다 많은 수임료를 받았다는 것은 전관예우차원에서 지급됐다고밖에 볼 수 없다”며 “아무리 전관예우라도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의 수임료”라고 지적했다. 반면 황 내정자는 “대형 법무법인 대표급 변호사로서 주도적 역할을 했을 뿐이다. 분기에 1회씩 상여금을 받은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소득세법 위반 의혹도 불거졌다. 황 내정자는 2008년 성남지청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연말정산에서 배우자에 대한 부양가족 기본공제신청을 했다. 당시 대학에 재직하던 배우자 역시 이미 본인 몫의 기본공제를 신청해 이중 공제를 받았다. 
 
하지만 황 내정자의 배우자는 2008년 2곳의 신학대학으로부터 총 738만원을 수령해 기본공제신청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소득세법에 따르면 연간 소득금액 700만원 이상일 경우 부양가족 공제를 신청할 수 없게 돼 있기 때문이다. 

병역·역사관·전관예우 보수·탈루…
‘의혹 세트’ 청문회 문턱 넘을지 의문
 
황 내정자는 장남의 증여세 탈루 의혹도 있다. 장남은 2012년 8월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10차 아파트 전세를 3억원에 계약했다. 황 내정자의 장남은 2011년 7월 군 제대 후 KT에서 근무를 시작해 연봉 3500만원인 직장인이었다. 하지만 이와 관련된 증여세 납부나 채무관계는 인사청문요청안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전세자금을 불법증여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현행 증여세법에 따르면, 직계존속간 증여도 3000만원 이상인 경우 증여세를 내야 한다. 장남에게 증여를 했다면 2억7000만원의 증여세납부기록이 있어야 한다. 서 의원은 “더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청렴성을 지켜야 하는 고위공직자들이 오히려 세금을 탈루하려 한다”며 “서민들은 허탈감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황 내정자를 질타했다.   
 
지난 21일 황 내정자 인준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가진 현안 브리핑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황교안 법무장관을 국무총리로 내정한 것은 국민 통합형 총리를 원했던 국민의 바람을 져버린 것”이라며 “황 장관을 국무총리로 내정해 공안통치에 나서겠다고 노골적으로 선언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장관 때와 다르다
야당 발목 잡을까
 
수 많은 의혹이 있는 황 내정자의 국무총리 인사청문회가 무사히 통과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야당의 반대가 거세지만 이미 한 번 인사청문회를 거쳤기 때문에 여권에서는 상대적으로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인사청문회에서도 황 내정자는 한바탕 곤욕을 치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min1330@ilyosisa.co.kr>
 
 
[황교안 내정자는?]
 
▲서울 출생
▲경기고 졸업
▲성균관대 법학 학사, 석사
▲제23회 사법시험 합격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법무연수원 교관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지방검찰청 북부지청 형사제5부 부장검사
▲대검찰청 공안제1과장
▲서울고등검찰청 검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제2차장검사(삼성 X파일 사건수사)
▲부산고등검찰청 검사장
▲법무법인 태평양 형사부문 고문 변호사
▲법무부 장관
 
 
<기사 속 기사> ‘황교안 후임’ 소병철 누구?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총리로 내정되면서 후임 법무부 장관으로 소병철 전 법무연수원장이 거론되고 있다. 소 전 원장은 지난 2013년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된 인물 중 한 사람이다. 정치권에서는 소 전 원장이 법무부 장관으로서 자질과 능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소 원장은 1958년 전남 순천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사법연수원 15기로 대검 형사부장과 대전지검장 등을 역임했다. 
 
소 전 원장은 평소 겸손하고 원만한 성품으로 후배 검사들의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소 전 원장이 국회 청문회를 거쳐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호남 출신의 장관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을 포함해 2명으로 늘어난다. 
 
▲전남(55) ▲서울대 법학 학·석사 ▲미국 워싱턴주립대학 로스쿨 ▲제25회 사법고시 합격 ▲서울지검·서울고검·부산고검 검사 ▲대검 검찰연구관 ▲수원지검 여주지청장 ▲주미대사관 법무협력관 ▲법무부 검찰2·1과장 ▲대검 범죄정보기획관 ▲대전지검 차장검사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 ▲대검찰청 형사부장 ▲대전지검·대구고검 검사장 <창>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