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박근혜 히든카드 황교안 국무총리 내정자

그 나물에 그 밥이라면…확실한 아군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국무총리 내정자로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지명됐다. 황 내정자는 ‘미스터 보안법’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대표적인 공안통이다. 이 때문에 과거 그의 발목이 붙잡히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그는 고공행진 중이다. 하지만 지난 법무부 장관 청문회 때 그에 대한 의혹이 쏟아졌다. 이번 황 내정자의 국무총리 청문회에서 과거 불거진 의혹들이 그의 발목을 잡을지 주목된다. 

 
이번 황교안 총리 내정자의 인준 절차를 두고 여야 대치가 심화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황 내정자 지명에 대해 “아주 잘 된 인사라고 평가한다”며 “황 내정자는 장관 재임 시 여러 가지 언행이 신중하고 훌륭한 사람으로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여당은 인준 절차를 최대한 빠르게 처리할 예정으로 보인다.
 
제2의 김기춘?
제2의 안대희?
 
야당은 황 내정자의 지명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을 통합하는 그런 총리를 기대했는데 아쉽다”며 “소통과 통합의 정치가 아니라 공안 통치로 국민을 강압하지 않을까 걱정스럽고 막막하다”고 일갈했다. 야당은 황 내정자의 인사청문회 절차도 강력하게 대처할 것을 시사했다. 
 
야당이 이토록 황 내정자를 반대한 이유가 있다. 그가 ‘미스터 보안법’으로 통하는 국가보안법을 신봉한 대표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 뿐만 아니라 이미 지난 법무부 장관 청문회에서도 수 많은 의혹이 제기되면서 그의 도덕성에 흠집이 갔다.
 

황 내정자는 대검찰청 공안1·3 과장, 서울지검 공안2부장 등을 거쳤다. 공안수사의 교과서로 불리는 ‘국가보안법 해설’의 저자다.
 
그는 1990년대부터 각종 공안사건을 도맡아 수사를 지휘했다. 1990년 해외반한단체와 팩시밀리를 통해 연락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전민련국제협력국장 김현장 피고인에게 국가보안법을 적용해 징역 10년 구형. 1992년 남한조선노동당 사건으로 국가보안법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개인비서 이근희에게 징역 10년 구형. 1993년 보안사령부가 주도한 국군정보사령부의 양순직 신민당 부총재 테러 사건과 시국 사건 12·12사태 등을 수사했다. 
 
황 내정자는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헌법가치를 지키고 법질서를 세우며 법의 문턱을 낮추는 것에 역점을 두고 노력한다”고 밝힌 적 있다. 특히나 헌법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강조했다. 문제는 그 적용 대상이 공안 및 내란 사건에 편향돼 있다는 점이다. 
 
황 내정자는 김대중·노무현정부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부산고검장을 지냈던 2011년 5월11일 부산의 한 교회 강연에서 “김대중씨는 계속 재야활동을 했기 때문에 경찰에서도 조사받고 검찰에서도 조사받았다”며 “이런 분이 딱 대통령이 되고 나니까 그 당시 서울지검 공안부에 있었던 검사들은 물론 소위 공안통으로 이름나 있는 검사들은 전부 좌천됐다”고 말했다.
 
또 “공안검사가 굉장히 고통받고 두 번째 인사에서도 그런 고통을 주고 세 번째 인사에서도 고통을 주니까 많은 검사가 사표를 내고 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해서도 “검찰에 구속까지 됐던 분”이라며 “이런 분이 대통령이 되니까 공안부에 오래 있던 사람들에 대해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스터 보안법’ 대표적 공안통 출신
박근혜정부 들어 ‘쑥쑥’ 고공행진
 

황 내정자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내란 음모 사건과 통합진보당 해산 등을 주도했다. 2013년 9월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황 내정자는 이석기 의원에 대해 “이 사건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정면도전이자 위협이다”며 “헌법가치를 침해한 행위로서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같은 달 26일 이석기 등을 내란음모 등 혐의로 기소했다. 2014년 2월3일 결심 공판에서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2014년 2월17일 수원지방법원은 내란음모와 선동 혐의를 인정해 징역 12년과 자격정지 10년을 선고했다. 2014년 8월11일 서울고등법원은 항소한 이석기에 대해 내란선동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지만 내란음모는 무죄로 판단하고 그를 징역 9년에 자격정지 7년을 선고했다.
 
안기부 X파일 수사
무혐의 처분 전력
 
이와 맞물려 통합진보당에 대한 ‘위헌 정당 해산 심판’ 청구에서도 황 내정자는 정부 대리인으로서 직접 변론기일에 출석했다. 그는 “통합진보당의 최고 이념인 진보적 민주주의와 강령의 구체적 내용은 현정권 타도”며 “북한과 연방제 통일을 이루겠다는 것은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 내정자는 2014년 11월25일에 있었던 최종변론에도 직접 출석했다. 그는 “통합진보당의 강령은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한 북한의 대남혁명전략을 포장한 것이다”며 “용공정부 수립과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는 것”이라며 정당해산을 거듭 촉구했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12월19일 재판관 9명 중 8명 인용 의견으로 통합진보당 해산 판결을 내렸다.
 
2005년 황 내정자는 서울중앙지검 2차장 시절 이른바 ‘안기부 X파일’로 알려진 안기부 도청 사건 수사를 맡았다. 그는 이 사건에 등장해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주요 인사들을 무혐의 처분한 전력이 있다. 
 
MBC 이상호 기자의 공개로 알려진 도청 테이프 안에는 이학수 당시 삼성 비서실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의 대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건희 삼성 회장 등의 지시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등 정치권과 일부 검찰 고위직 인사들에게 수십억원을 제공하기로 논의한 내용이다. 
 
황 내정자는 테이프에 등장하는 이 회장을 비롯해 삼성 관계자와 실명이 거론된 이름바 ‘떡값 검사’ 전원에 대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린다. 수사 과정 이 회장을 단 한 번도 소환 조사하지 않았다. 
 
황 내정자는 당시 “삼성 이건희 회장에 대해서는 이름이 거론됐다는 사실만으로 소환할 수 없어 서면조사만 했다”며 “홍석현 사장이나 이학수 실장이 X파일 내용대로 진술했다면 이 회장도 소환할 수 있겠지만 그런 진술이 없었다”고 밝혔다. 
 
반면 이 테이프 내용을 보도한 이상호 MBC 기자와 김연광 전 <월간조선> 편집장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둘 다 실형을 선고받았다. 또 떡값 검사 명단을 발표한 진보정의당 노회찬 의원 역시 대법원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받았다. 황 내정자는 “불법 도청자료가 활용되는 것은 큰 폐단이라고 생각하며 통신비밀보호법에서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황 내정자는 삼성 관련자 소환은 물론 출국금지도 하지 않고 서면 조사만 진행했다. 이에 반면 제보자와 이를 보도한 기자에게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을 적용해 이중 잣대라는 비판을 받았었다.
 

황 내정자는 지난 1977년부터 1979년까지 3차례 징병검사를 연기했다. 그는 1980년 징병검사 때 ‘만성담마진(만성 두드러기)’이란 피부질환으로 5급 판정을 받아 징집면제 처분됐다. 이 질환은 가려움을 수반하는 부종으로 손톱부터 손바닥 크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발병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징병신체검사 등 검사규칙’에 따르면 3개월 이상 담마진 치료를 받은 경우 제2국민역 판정이 가능했다. 
 
황 내정자는 당시 치료를 위해 6개월 이상 병원 진료를 받았다. 황 내정자는 “담마진 경우 최저 등급인 3급을 받으면 면제대상이었다”며 “징병검사를 세 차례나 연기한 이유는 사범시험 준비생들이 졸업연도까지 징병감사를 연기하는 게 관례다”고 밝혔다. 황 내정자와 함께 근무한 박영렬 변호사(전 검사장)는 한 종편에 출연해 “함께 청주지방검찰청에서 함께 근무할 때 피부병 때문에 약 먹으면서 고생스러워하는 모습을 본 기억난다”고 확인해줬다.
 
두드러기 때문에…
입대 미루다 면제
 
일각에서는 황 내정자가 징병검사에서 면제판정 받은 이듬해에 1981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점을 들어 잇단 징병검사 연기와 면제 판정 사이의 연관성을 의심했다. 군 면제 판정을 받을 정도의 질병을 갖고 사법시험에 합격했다는 점도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황 내정자는 2013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불법이나 부적절한 일이 있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답변했다.
 
지난해 2월14일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황 내정자는 그야말로 의혹 종합선물세트였다. 병역, 재산, 투기, 과거행적 등 각종 의혹이 쏟아졌다. 
 

황 장관은 2011년 8월 검찰에서 퇴임한 뒤 법무법인 태평양에 취업했다. 이른바 ‘전관예우’로 16개월간 약 15억원의 보수를 받아 의혹이 일었다. 민주통합당 서영교 의원은 인사청문 요청안 자료를 분석해 황 내정자가 퇴임 직후 태평양으로 가면서 16개월 동안 15여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지난 2011년 8월 부산고검장을 끝으로 퇴임한 시점에 황 내정자의 재산 신고액은 13억6839만원이었다. 하지만 로펌행 이후 2013년 2월 시점에 재산은 25억8925억으로 확인됐다. 황 내정자는 지난 2011년 9월 태평양에 입사한 이후 그해 12월까지 불과 석달 동안 2억7000만원을 급여로 받았고 2012년 동안 12억8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 의원은 “1년 반도 안 되는 기간 본인의 재산보다 많은 수임료를 받았다는 것은 전관예우차원에서 지급됐다고밖에 볼 수 없다”며 “아무리 전관예우라도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의 수임료”라고 지적했다. 반면 황 내정자는 “대형 법무법인 대표급 변호사로서 주도적 역할을 했을 뿐이다. 분기에 1회씩 상여금을 받은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소득세법 위반 의혹도 불거졌다. 황 내정자는 2008년 성남지청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연말정산에서 배우자에 대한 부양가족 기본공제신청을 했다. 당시 대학에 재직하던 배우자 역시 이미 본인 몫의 기본공제를 신청해 이중 공제를 받았다. 
 
하지만 황 내정자의 배우자는 2008년 2곳의 신학대학으로부터 총 738만원을 수령해 기본공제신청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소득세법에 따르면 연간 소득금액 700만원 이상일 경우 부양가족 공제를 신청할 수 없게 돼 있기 때문이다. 

병역·역사관·전관예우 보수·탈루…
‘의혹 세트’ 청문회 문턱 넘을지 의문
 
황 내정자는 장남의 증여세 탈루 의혹도 있다. 장남은 2012년 8월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10차 아파트 전세를 3억원에 계약했다. 황 내정자의 장남은 2011년 7월 군 제대 후 KT에서 근무를 시작해 연봉 3500만원인 직장인이었다. 하지만 이와 관련된 증여세 납부나 채무관계는 인사청문요청안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전세자금을 불법증여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현행 증여세법에 따르면, 직계존속간 증여도 3000만원 이상인 경우 증여세를 내야 한다. 장남에게 증여를 했다면 2억7000만원의 증여세납부기록이 있어야 한다. 서 의원은 “더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청렴성을 지켜야 하는 고위공직자들이 오히려 세금을 탈루하려 한다”며 “서민들은 허탈감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황 내정자를 질타했다.   
 
지난 21일 황 내정자 인준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가진 현안 브리핑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황교안 법무장관을 국무총리로 내정한 것은 국민 통합형 총리를 원했던 국민의 바람을 져버린 것”이라며 “황 장관을 국무총리로 내정해 공안통치에 나서겠다고 노골적으로 선언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장관 때와 다르다
야당 발목 잡을까
 
수 많은 의혹이 있는 황 내정자의 국무총리 인사청문회가 무사히 통과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야당의 반대가 거세지만 이미 한 번 인사청문회를 거쳤기 때문에 여권에서는 상대적으로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인사청문회에서도 황 내정자는 한바탕 곤욕을 치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min1330@ilyosisa.co.kr>
 
 
[황교안 내정자는?]
 
▲서울 출생
▲경기고 졸업
▲성균관대 법학 학사, 석사
▲제23회 사법시험 합격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법무연수원 교관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지방검찰청 북부지청 형사제5부 부장검사
▲대검찰청 공안제1과장
▲서울고등검찰청 검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제2차장검사(삼성 X파일 사건수사)
▲부산고등검찰청 검사장
▲법무법인 태평양 형사부문 고문 변호사
▲법무부 장관
 
 
<기사 속 기사> ‘황교안 후임’ 소병철 누구?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총리로 내정되면서 후임 법무부 장관으로 소병철 전 법무연수원장이 거론되고 있다. 소 전 원장은 지난 2013년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된 인물 중 한 사람이다. 정치권에서는 소 전 원장이 법무부 장관으로서 자질과 능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소 원장은 1958년 전남 순천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사법연수원 15기로 대검 형사부장과 대전지검장 등을 역임했다. 
 
소 전 원장은 평소 겸손하고 원만한 성품으로 후배 검사들의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소 전 원장이 국회 청문회를 거쳐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호남 출신의 장관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을 포함해 2명으로 늘어난다. 
 
▲전남(55) ▲서울대 법학 학·석사 ▲미국 워싱턴주립대학 로스쿨 ▲제25회 사법고시 합격 ▲서울지검·서울고검·부산고검 검사 ▲대검 검찰연구관 ▲수원지검 여주지청장 ▲주미대사관 법무협력관 ▲법무부 검찰2·1과장 ▲대검 범죄정보기획관 ▲대전지검 차장검사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 ▲대검찰청 형사부장 ▲대전지검·대구고검 검사장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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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