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사고 1년…’ 지금도 피눈물 흘리는 세월호 유가족

아물지 않는 상처 끝나지 않은 싸움

[일요시사 사회팀] 박창민 기자 = 세월호 유가족들이 다시 거리로 나왔다.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던 사건 세월호 참사 1주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며 기억 속에서 참사의 안타까움과 충격은 점점 희미해졌다. 하지만 유가족들의 시간은 여전히 2014년 4월16일에 머물며, 그날의 충격과 기억이 생생하기만 하다. 참사 1주기를 맞아 세월호 유가족들의 지난 1년을 돌아본다. 

 
지난해 4월18일 사고 발생 3일 뒤 세월호 유가족들은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정부의 행태가 너무 분한 나머지 국민께 눈물을 머금고 호소하려 한다”며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어 4월20일 유가족들은 “수색에 아무 진척이 없으며, 비상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책임자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연락도 되지 않는다”며 “누구를 믿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하소연했다. 
 
진실 묻힌채
힘겨운 사투
 
팽목항과 진도실내체육관에 있던 유가족들은 대통령에게도 알려야 한다며 청와대에 항의 방문을 하려 했으나 경찰이 이를 저지했다. 일부 유가족들은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갓길로 빠져나와 서울을 향해 걸어갔지만, 경찰이 다시 막아서 대치 상황이 벌어졌다. 
 
5월7일 실종자·생존자·유가족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아이들 휴대전화를 복구하는 데 있어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대책위는 이를 거부한다”며 “대책위가 해경으로부터 일괄 수거해 직접 복구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유가족들은 정부가 실종자를 조속히 구조하고 진상조사를 철저히 할 것을 촉구했다. 또 “검찰의 수사 내용과 더불어 해경·검찰이 수거한 휴대전화의 문자 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가족들은“가장 중요했던 사고 초기 구조작업이 이틀 이상 지연된 점 등을 철저히 진상규명하라”고 요구하면서 ▲검찰의 수사내용을 가족 대책위에 공개할 것 ▲해경 또는 검찰이 수거한 아이들의 휴대전화에 대한 수사내용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이어 ▲철저한 사고 진상 규명을 위해 함께 행동해줄 것 ▲앞으로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는 안전한 나라를 만들 수 있도록 모든 국민이 함께 도와줄 것 등을 호소했다. 대책위는 “내 아이가 안전한 나라, 단 한 명의 국민도 끝까지 책임지는 나라는 국민들의 참여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함께 외치고 행동해줄 것을 국민들에게 부탁했다.
 
 
대책위는 5월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즉각적으로 가동하고 철저한 진상규명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대책위는 밤샘 협상에도 여야가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계약서 채택에 합의하지 못한 것과 관련해 원내대표가 “세월호의 선장이나 1등 항해사와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7월1일 국회에서 진행한 ‘세월호 침몰사고 국정조사’가 열렸다. 하지만 조사위원회 일부 여당 의원들의 불성실한 태도가 도마에 올랐다. 조사 중 일부 의원들은 오랫동안 자리를 비웠으며, 이재영 새누리당 의원은 보고 기관의 책임 소재와 무관하다는 이야기로 시간을 보냈다.
 
또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은 유가족이 지지부진한 국정조사를 질타하자 “경비는 뭐하느냐?” 등 유가족들을 조롱하는 태도를 보였다. 대책위는 여야가 진도 현장 기관보고 여부를 두고 충돌해 국정 조사가 파행한 것에 대해 “국회가 국정조사를 수행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규탄했다.

국민들이 받은 충격 점점 희미
유가족의 시간은 여전히 4월16일
 

7월2일부터 세월호 유가족들은 버스로 전국을 돌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대책위는 이날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책위는 국회에서 진행된 국정조사로 진실을 밝힐 수 없다는 걸 알았다는 입장을 밝히며 순회버스를 시작하는 취지를 설명했다.
 
7월14일 유가족들은 국회 본청 앞에서 세월호 특별법의 제정을 촉구하는 단식 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와 대통령은 유가족들이 원하는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 10명은 국회 본청 앞에서, 5명은 광화문 등에서 단식 농성을 벌였다. 
 
유가족들이 요구하는 세월호 특별법은 ▲가족과 국민이 믿을 수 있는 특별위원회 구성 ▲특별위원회의 충분한 활동기간 보장 ▲특별위원회 내에 전문적 소위원회 구성 ▲특별위원회에 특검수준의 독립적 수사·기소권 보장 ▲참사 재발방지대책의 지속적 시행 보장 등이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전례가 없고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뒤흔든다며 특별법의 수사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각을 세웠다.
 
 
7월17일 대책위와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는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의 면담을 요청했다. 이들은 “새누리당이 특별법을 반대하는 것은 진상규명의 칼날이 청와대로 향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며 “대통령은 우리를 청와대에 불러 약속한 특별법 제정이 거짓말이 아니었음을 확인해달라”고 성토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중인 유가족들이 잇따라 구급대에 실려 갔다. 무더운 날씨 속에서 며칠째 이어진 농성으로 건강이 악화된 것이다.
 
각종 루머 유포
고인 모독 심각
 
8월11일 팽목항에서 유가족은 도보순례를 시작했다. 발견되지 않은 실종자 10명을 하루빨리 수습해 줄 것과 유가족들의 뜻이 담긴 세월호 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해 줄 것을 촉구한다는 취지에서다. 이날 새정치민주연합은 의원총회에서 8월7일의 여야가 합의한 특별법을 사실상 파기하고 재협상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9월8일 유가족들은 안산합동분향소에서 추석을 맞아 세월호 희생자들의 넋을 달래는 합동 기림상을 차렸다. 평소 아이들이 좋아했던 음식 한 가지씩을 준비해서 함께 상을 차렸다. 기림상을 걷은 후엔 유가족 가운데 일부는 팽목항으로 향했다. 나머지 유가족들은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행사에 참석했다. 
 
11월18일 대책위는 진도 팽목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책위는 “하루 빨리 인양해 실종자를 찾고 싶다. 인양은 침몰 당시 상황을 알아내 진상규명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며 “인양은 두 가지 목적을 모두 달성할 방법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계속해서 재정적 검토와 공론화 과정 등을 거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최종 결정한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인양 사전 조사를 담당하는 TF팀이 꾸려진다 하더라도, 최종 결정권이 없는 조직이다 보니 유가족들의 불안감은 커지기만 했다. 팽목항을 찾은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인양 논의가 더디다는 지적에 대한 입장을 물었는데, 이 장관은 아무런 답을 하지 못했다. 
 
 
12월20일 대책위와 세월호 문제 해결을 위한 안산시민대책위원회가 안산시 단원구 와동체육관에서 참사 이후 도움을 준 시민들을 초청해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행사에는 세월호 참사 후 유가족을 위로한 안산시민과 자원봉사자, 단원고 3학년 학생, 시민단체 관계자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참석자들은 노란 목도리, 배지 등을 착용하며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하는 유가족들을 응원했다.
 
이날 또 새누리당 몫으로 추천된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조사위원 5명을 반대하는 촛불 문화제가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에서 열렸다. 세월호 국민대책회의와 유가족을 비롯한 시민 150명이 참석해 새누리당 추천 조사위원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2015년 1월1일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위원회가 활동을 시작하는 날이었다. 18개월 동안 진상조사가 시작됐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만든 진상 조사 기관인 세월호가족대책협의회도 공식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날 오전 대책위는 ‘엄마의 따뜻한 밥상’ 행사를 열어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국회의원과 시민 등을 합동분향소에 초청해 떡국을 대접했다. 하지만 이날 행사에 박근혜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다.
 
대책위는 “예전 같으면 벅찬 희망으로 새해를 맞이했겠지만 지금 유가족들은 참사 이후 295명 희생의 아픔을 가슴에 묵고 아직 돌아오지 못한 9명의 귀환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가족은 다시 한번 선체인양을 요구했다.
 
그동안 특별법과 관련해 보상 문제와 대학특례입학, 의사상자 지정 등의 논란이 있었다. 언론은 유가족들이 이 모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유가족들은 세월호 피해자 전원을 의사자와 의상자로 지정해달라는 요청을 정치권에 제안한 적이 없다. 대책위가 대한변호사협회와 함께 마련한 ‘4·16 참사 진실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안’에도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피해자들을 의사상자로 지정한다는 취지의 내용은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해 7월3일 발표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피해자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안’에 담겨있다. 
 
“더이상 못봐줘”
48명 단체 삭발
 

당시 전해철·부좌현 의원이 공동발의한 이 법안에는 “세월호 희생자 전원과 피해자를 ‘의사상자’로 인정해 예우해야 한다”라고 명시됐다. 의사상자 지정을 두고 논란이 일자, 세월호 특별법 여야 TF팀은 기존 의사상자와의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세월호 사고 피해자들을 ‘4·16국민안전의인’으로 별도 지정해 명예를 예우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전 의원은 “의사상자 지정이 보상에 집중돼 있다면, 4·16국민안전의인 지정에 따른 조치는 명예회복에 방점이 찍혀 있다”라고 설명했다.
 
단원고 학생을 위한 ‘대학 특례입학’ 방안 역시 대책위 청원 특별법안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국회의원들에게 먼저 요구한 적도 없다는 게 유가족들의 증언이다. 세월호 피해 학부보는 “교육청이나 정치권에서 흘러나오는 특례입학 얘기 때문에 진상규명을 지지하는 여론이 돌아설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지난해 7월15일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김명연 새누리당 의원의 대표발의안을 병합 심사해 ‘세월호 침몰사고 피해 학생 대입지원 특별법안’을 의결했다. 피해를 입은 학생의 대입 지원을 위해 ‘정원 외 입학’ 근거를 마련한다는 게 법안 내용의 핵심이다. 유은혜 의원은 “피해 학생 대입지원 특별법안을 두고 피해 가족 학생들에게 무조건적인 특혜를 준다는 쪽으로 소문이 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참사 이후 성적이 급격 하락해도 내신 성적 수준에 맞게 대학 원서를 넣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법안 골자”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단원고 3학년은 무조건 명문대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하거나 입학을 강제하는 내용이 아니다.  
 
숨기기 바쁜 정부…나몰라 국회
정치권·언론 희생양으로 전락
 
특별법 제정 요구가 한창일 때 유가족들이 보상 때문에 특별법을 원한다는 여론이 형성된 적도 있다. 하지만 대책위가 청원한 특별법안에는 보상과 관련해 ‘국가 책임의 원칙’ 정도만 언급된 정도다. 당시 유가족들은 정부와 보상 문제를 두고 공식 논의조차 시작하지 않았다. 유가족들은 오히려 피해 보상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진상규명이라고 밝혔다.
 
향후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가 독립적으로 사고 원인 등을 규명할 수 있으려면 조사권과 기소권을 특별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유경근 대책위 대변인은 “우리 아이들이 왜 죽었는지부터 밝혀달라고 했지 언제 돈 달라고 한 적 있느냐”며 “유가족들이 원하는 진상규명 조치부터 제대로 마련해주기만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참사가 일어나고 온 국민이 충격과 애도를 이어갈 때 인터넷에는 세월호 관련 악성글이 난무했다. 당시 확인된 글만 150여건이 넘었다. 네이버조차 악플을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 그림이나 노래로 희생자 유가족들을 조롱하는 등 정상인으로서는 생각하기 힘든  글들이 쏟아졌다. 특히 커뮤니티 ‘일베’에서 한 회원이 단원고 실종 여자 교사와 여학생들에 대한 성적 모욕 및 여성을 비하하는 행위를 강조하는 글과 사진을 게시판에 올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검거됐다.  
 
피의자는 경찰 조사에서 일베에 올라온 비슷한 글을 보고 자신도 호기심이 생겨 글을 썼다고 진술했다. 무엇보다 이 글쓴이는 여자였다. 그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싶어서 일부러 비하 글을 올린 것으로 조사 과정 진술했다. 이 일베 회원은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정부에 불만을 토로하는 유가족들을 외부 선동꾼으로 매도하는 유언비어도 인터넷에 퍼졌다. 대표적으로 “밀양송전탑 반대 시위에 있던 사람이 있다” “정부 욕하던 사람 중에 유가족인 척하는 이가 있다” 등의 유언비어다. 이 유언비어를 새누리당 권은희 의원이 사실도 확인하지 않고 진짜인 것처럼 이를 SNS에 퍼뜨려 논란이 됐다. 그러나 당사자가 실제 실종자 유가족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게 되자 권 의원은 22일 새벽 자신의 트위터에 대국민 공개사과를 한 뒤 해당 글과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했다.
 
1주기를 앞두고 유독들은 끝내 머리를 밀었다. 삭발식에는 단원고 희생 학생 가족뿐 아니라 실종자 가족, 생존학생 가족, 등 52명이 함께했다. 이 중 48명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4명은 같은 시간 진도 팽목항에서 삭발했다. 이들이 단체 삭발을 감행한 이유는 지난 1일 정부의 배·보상 기준 발표 때문이다. 이후 언론에서 세월호 참사로 사망한 단원고 학생들이 1인당 8억2000만원을 보상금으로 받는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돈? 집어치워”
인양까지 거부
 
세월호 유가족들은 정부가 입법예고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폐기와 세월호 선체 인양을 공식 선언할 때까지 모든 배상 및 보상 절차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유가족 150여명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참사 1주기 이전에 해야 할 일은 선체 인양을 통한 실종자 완전 수습과 철저한 진상규명이지 배상과 보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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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