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의 가회동 공관 리모델링비용이 드디어 공개됐다. 서울시 측은 가회동 공관 입주 당시 리모델링비용으로 약 8000만원을 사용했다는 사실은 공개했지만 자세한 예산 사용내역은 공개하지 않고 있었다. 서울시가 고작 2년짜리 전세 주택에 8000만원이 넘는 리모델링비용을 사용한 까닭은 무엇일까? 그 자세한 내막을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공개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8일 아파트형 은평구 임시공관을 떠나 가회동 소재 단독주택으로 공관을 이전했다. 해당 공관은 지하1층 지상2층 규모로 방 5개, 회의실 1개, 화장실 4개가 있다. 전세가는 28억원에 달한다. 은평구 공관(2억8200만원) 전세금의 약 10배다.
불안한 전세계약
가회동 공관의 전세금은 전국 최고가 아파트인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전용면적 244.66㎡) 전세금(23억원)보다도 더 비싸다. 때문에 박 시장은 가회동으로 공관을 이전하면서 ‘황제공관’ 논란에 휩싸여 곤욕을 치러야만 했다.
그런데 당시 타워팰리스를 능가하는 거액의 전세금보다 더 논란이 됐던 것은 무려 8000만원이 넘는 공관 리모델링비용이었다. 전셋집 리모델링비로 수천만원을 지출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전세계약이 끝나는 2년 후 집주인이 일방적으로 공관을 비워달라고 요구해도 서울시는 할 말이 없다. 공관 리모델링비로 사용한 수천만원의 혈세는 그대로 날리게 된다.
한편 서울시는 가회동으로 공관을 옮긴 뒤 약 한 달 만에 공관 리모델링 비용 세부내역을 <일요시사>에 공개했다. 서울시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가회동 공관 리모델링에 사용 된 총비용은 8737만원이었다.
우선 서울시는 가회동 공관 경비실 조성 및 내부정비 공사로만 3971만원을 지출했다. 또 가회동 공관 녹지대 정비공사로 1166만원을 사용했다. 서울시가 이처럼 가회동 공관 내부 정비 공사비에 5000만원이 넘는 돈을 사용한 것은 앞으로 공관에서 치러질 여러 행사를 염두에 둔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시가 가회동으로 공관을 이전하면서 내세웠던 가장 큰 명분도 국내·외 주요인사 접견 등 대외협력 업무의 필요성이었다.
박 시장은 취임 후 이전 혜화동 공관에서 77차례나 만찬행사를 열어 선거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었다. 이 기간 동안 박 시장이 공관 만찬을 위해 사용한 혈세는 9651만원으로 1억원에 육박했다. 행사비는 대부분 식대로 쓰였는데 한번 행사를 열 때마다 1인당 평균 3만5000원이 넘는 식사가 제공된 셈이다. 박 시장이 그동안 만찬행사에 초대한 사람은 2753명이나 됐다. 전임 시장들도 종종 공관에서 만찬행사를 열기는 했지만 이렇게 자주, 또 대규모로 만찬행사를 연 것은 박 시장이 처음이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박 시장은 공직선거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공직선거법에서는 지자체장의 기부행위를 철저히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박 시장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리긴 했지만 보수진영에선 여전히 박 시장의 만찬정치를 문제 삼고 있다.
지금까지 커튼 설치비만 900만원
전셋집에 수천만원 ‘펑펑’ 왜?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은 “공관 만찬을 직무상 행위로 보는 것은 공직선거법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저도 구청장을 지내봤지만 간담회 때 식사를 제공할 수가 없다. 대부분 집무실이나 강당 등 공개된 장소에서 간담회를 진행하고 기껏해야 간단한 다과 정도가 제공된다. 법적 근거도 없이 대량의 인원을 반복적으로 불러 만찬을 연 것은 향응제공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가회동으로 공관을 이전하면서 노후 조명기구 교체 공사비로 737만원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측은 “기존 가회동 공관 조명기구는 백열등이었는데 효율이 좋지 않아 전기세가 많이 나와서 LED전등으로 교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시장공관에서 한 해 사용하는 평균 전기세는 400만원 가량에 불과했다. 그런데 고작 2년짜리 전세주택의 전기세를 아끼자고 700만원이 넘는 돈을 들여 조명기구 교체 공사를 진행한 것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라는 지적이다. 전기세를 아끼기 위한 목적보다는 외부 경관을 좀 더 화려하게 꾸미기 위한 공사는 아니었는지 의심이 됐다.
서울시가 실내외 배관, 배선 및 통신단자함 설치비용으로 822만원을 사용한 것도 다소 이상했다. 가회동 공관이 정상적인 집이라면 배관, 배선 등을 세입자가 이렇게 큰돈을 들여 직접 설치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측은 “시장님이 공관에서도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전자결제 전용선로를 까는 공사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전에 사용했던 은평구 공관은 최신 건물이라 이 같은 공사 없이 공관에서 전자결제를 할 수 있었지만 가회동 공관은 워낙 오래된 건물이라 배관, 배선 공사를 전부 다시 해야 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또 가회동 공관에 361만원을 들여 케이블TV 설치 공사를 하기도 했다. 역시 위와 마찬가지 이유였다. 가회동 공관에 기존 케이블TV 선이 설치되어 있긴 했지만 채널수도 다양하지 않고 전파도 약했다. 케이블TV 선 한 가닥으로 온 집안을 연결하고 있던 것을 각 방마다 단자함을 따로 설치해 각각 다른 선이 들어가게 했다는 설명이었다. 박 시장은 이 공사를 통해 좀 더 선명하게 다양한 채널의 케이블TV를 시청할 수 있게 됐다.
가회동 공관으로 이전하면서 커튼 수선 및 이전 설치비용으로 486만원을 사용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이는 서민적인 삶을 표방하던 박 시장의 평소 행보와는 분명히 동떨어진 것이었다. 서울시는 혜화동 공관을 사용하면서도 커튼 설치비용으로 417만원을 사용한 바 있다. 박 시장은 공관을 옮겨 다니면서 커튼 설치비로만 900만원 가량을 사용한 셈이다.
혈세 날리나?
서울시 측은 시정운영을 위해 꼭 필요한 지출이었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시민들의 소중한 혈세를 낭비한 것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자기 돈이라고 생각하면 어차피 이사할 전셋집에 박 시장처럼 마구잡이로 리모델링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이는 서울시민들의 혈세를 마구잡이로 사용한 꼴”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전국적으로 공관을 아예 없애거나 축소하는 추세임에도 오히려 공관을 확장·이전한 것은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례로 남경필 경기도지사나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은 기존의 공관을 시민 문화생활 공간으로 되돌리고 자비로 마련한 자택에서 출퇴근을 하며 도정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시장 내외만 살기에는 공관이 너무 큰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서울시 측은 “누구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자녀 두 분 중 한 분은 현재 공관에서 거주하고 계신다”고 밝혔다. 서울시 측은 이상하게도 두 자녀 중 현재 누가 공관에 거주하고 있는지는 끝까지 밝힐 수 없다고 했다. 박 시장은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는데 당초 아들은 결혼 후 미국에서 지내고 있고, 딸은 스위스 유학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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