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물러난 김기춘 ‘그동안 무슨 일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8개월 천하’

[일요시사 사회팀] 박창민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에서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 대해 “사심 없는 분”이라며 변함없는 신뢰를 내비쳤다. 당시 보수 언론조차 김 전 실장을 사퇴를 촉구했지만, 박 대통령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영원할 것 같았던 왕실장. 청와대는 지난 2월17일 김 전 실장의 사의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정국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그의 18개월을 되짚어봤다.

김 전 실장은 1939년 경상남도 거제에서 태어났다. 경남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59년 21세에 서울대 법대에 진학했다. 이후 1962년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해 광주와 부산,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검사로 근무했다. 박정희 정부 집권 말기 청와대비서관을 지냈다. 1991년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했다. 그는 현 정권의 전형적인 TK엘리트다. 
 
‘우리가 남이가’
전형적 TK엘리트
 
김 전 실장의 논란은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부인 육영수 여사 이름을 따서 만든 ‘정수장학회’출신이며, 장학생들이 만든 모임인 ‘상청회’의 회장을 지냈다.
 
김 전 실장은 1972년 법무부 과장 시절 유신헌법 제정 실무팀 일원으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뒤 유신헌법 초안 작성에 핵심 역할을 했다. 초안에는 민주주의를 위협한 핵심 조항인 '긴급조치권'을 현실화시켰다.
 

같은 해 12월 김 전 실장은 대검찰청이 발행한 ‘검찰’ 48호에 ‘유신헌법 해설’ 이란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그는 글에서 ‘유신헌법은 우리 현실에 가장 알맞은 민주주의 제도로 이 땅 위에 뿌리박아 토착화시키는 일대 유신적 개혁의 시발점’이라고 주장하며, 독재정권을 옹호하기도 했다. 
 
그가 활약했던 중앙정보부 5국은 공안 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곳이었다. 인혁당 사건과 같은 용공조작 사건도 대부분 김기춘의 5국에서 담당했다. 
 
1974년 육영수 저격 사건 당시 그는 중앙정보부 5국의 파견 검사로 해당 사건을 맡았다. 그는 묵비권을 행사하는 문세광을 하루 만에 설득해 범행 과정 일체를 자백 받아 기소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건의 조작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있다. 
 
김 전 실장의 출세 배경 자체가 공안과 정보 조작, 고문을 담당했던 중앙정보부 5국이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경력 덕분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말년에는 청와대 비서관을 지내기도 했다. 이를 두고 박근혜 대통령의 ‘대부’라고 불리기도 했다. 
 
유신독재 박정희 전 대통령을 섬겼던 김 전 실장은 현 정부의 제2인자로 올라설 수 있는 완벽한 존재였다. 
 
내정부터 퇴임까지 조용한 날 없어
각종 논란·파문에도 꿋꿋하게 버텨
 

검찰총장이던 1989년 8월12일 기자간담회에서는 “더 많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국가보안법 등 피의자의 변호인 접견권에 일시적 제한·금지가 필요하며 이는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당시 안기부(현 국가정보원)·검찰에 의한 변호인 접견 금지에 대해 변호인들이 변호인 접견금지 취소청구준항고를 법원에 내자 법원은 접견금지가 위법이라는 결정을 잇달아 내린 바 있다.
 
92년 대선을 앞둔 12월 부산 ‘초원복집’에서 김 전 실장은 당시 전 법무부 장관과 김영환 부산직할시장 등 부산지역 기관장들을 모아 민주자유당 김영삼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지역 감정을 부추기는 내용을 유포시키자는 대화를 나눴다. 이 비밀회동에서 “우리가 남이가, 이번에 안 되면 영도다리에 빠져 죽자”“민간에서 지역감정을 부추겨야 돼”와 같은 지역감정을 건드리는 발언을 했다. 이 내용을 통일국민당 관계자들이 도청해 언론에 폭로했다. 
 
 
하지만 김영삼 후보 측은 이 사건을 음모라고 규정했다. 주류 보수 언론은 관권선거의 부도덕성보다 주거침입에 의한 도청의 비열함을 더 부각해 사건의 본질을 호도했다. 이 때문에 통일국민당은 여론의 역풍을 맞았고, 영남 지지층을 집결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 사건으로 김 전 실장은 기소됐으나 무혐의로 풀려났다. 오히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총애를 받아 승승장구했다. 김 전 실장이 15대 신한국당 의원 후보로 나올 당시 ‘초원복집 사건’으로 낙선대상자로 지목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15대부터 내리 한나라당 3선 의원직으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정치공작 전문가?
욕먹고 못들은척
 
2004년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가장 심혈을 기울인 작업이 있다. 바로 ‘노무현 대통령 탄핵’이었다. 박정희를 위한 유신헌법을 만들었던 김 전 실장에게 헌법을 이용한 탄핵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참여정부 시절 김 전 실장은 법사위원장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고,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과정에서 소추위원 역할을 맡았다.
 
2006년 김 전 실장은 한나라당 긴급 의원 총회에서 “대통령은 이미 정치적으로 하야한 만큼 즉각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발언했다. 또한 “노무현은 사이코다. 자기 검정 조절하지 못하고 자제력이 없다”라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그녀의 멘토단인 ‘7인회’의 좌장격인 김 전 실장을 정치 한복판으로 불러냈다. 2013년 김 전 실장 임명을 놓고 시민단체와 여론은 ‘잘못된 인사’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시민 단체와 여론은 ‘유신의 부활’ 혹은 ‘김기춘식 세계관의 정치가 복원될 것’이라는 예측을 쏟아냈다. 
 
특히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는 “초원복집 사건 김기춘의 청와대 비서실장 임명을 취소하라” 등 성명을 내고 청와대를 질타했다. 이어 “1974년부터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에서 근무했으며, 민주주의를 파괴한 유신헌법 초안 마련을 주도한 인물”이라며 “청산해야 할 과거의 주역을 되살리는 이번 인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논평도 빼놓을 수 없다. 경실련은 “이번 청와대 수석비서진 부분 교체는 취임 후 줄곧 지적됐던 인사실패를 자인한 것”이라며, “박 대통령이 현재 시스템으로 국정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불통으로 내린 인사”라고 주장했다. 지난 18개월 동안 이런 주장은 현실이 됐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날 당시 대통령은 7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지난해 7월7일 대통령비서실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 전 실장은 ‘사라진 7시간'에 대해 두루뭉술한 답변을 해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않았다는 논란이 일었다.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 전 실장은 ‘세월호 참사가 있던 날 대통령은 어디에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것은 제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또 “대통령이 집무실에 있었느냐, 비서실장이 모르면 누가 아느냐”는 질문에도 “대통령의 위치에 대해서는 제가 알지 못한다. 비서실장이 일거수일투족을 다 아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결국 이 논란은 8월 일본 산케이 신문의 <박근혜 세월호 7시간 미스테리>라는 스캔들 기사로 번지는 단초가 됐다. 이후 김 전 실장은 한참 뒤인 11월 국회에서 “(대통령의 위치를)모른다고 했지만, 그 이후에는 국가 원수 경호 때문에 정확한 위치를 모른다고 한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문의 7시간과 관련해 김 전 실장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김 대표는 “그런 유언비어가 퍼진 건 국회에서 답변을 잘 못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에 출석한 김 실장이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행보를 분 단위로 밝혔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며, “김 실장이 국회에 열 번이라도 나와 국민의 궁금증을 풀어줘야 한다”고 거듭 김 실장의 책임을 지적했다. 
 
“사심 없는 분”
대통령 절대신임
 

세월호 사고 당시 구원파 신도들은 금수원애 ‘김기춘 비서실장 갈데까지 가보자. 우리가 남이가’라는 현수막을 걸어, 김 전 실장과 유병언의 교감설이 주목 받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의 후보자 낙마율은 14.5%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김 전 실장이 재임 당시 안대희 총리 후보자에 이어 문창극 후보자가 낙마했다. 이 외에 사회부총리를 겸할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송광용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 등 교육 분야 최고위직 두 명은 논물 표절도 밝혀졌다.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 등 구린 구석이 없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고위 공직자 인사 검증은 청와대 인사위원회가 맡고 있다. 당시 인사위원장은 비서실장이 겸하고 있었다. 김 전 실장은 인사위원장으로 두 차례나 총리 후보자를 부실하게 검증한 책임에 벗어나기 어려웠다. 여당인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은 “김 실장이 인사와 공천에 개입한 것은 잘못”이라며 김 전 실장의 책임론을 공론화하고 나선 적도 있다.
 
하지만 인사 실패에 대한 책임도 김 전 실장의 자리를 위태롭게 할 수 없었다. 안대희 총리 후보자가 낙마했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을 경질했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 자진 사퇴 때는 인사 수석실을 신설했다. 부실 검증 논란이 일 때마다 언제나 김 전 실장에게는 일종의 출구가 마련돼 있었다.  
 
당시 문창극 후보자의 낙마 시도에 친박 좌장인 서청원 의원이 가세하면서 청와대의 갈등설도 불거졌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의 조정력은 전혀 발휘되지 못했다.   
 
김 전 실장의 외아들 김성원씨가 2013년 12월31일 교통사고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중앙대 의대를 졸업한 인재로 재활의학 병원을 개원해 운영하던 시기에 발생한 사고였다.  
 
김 전 실장은 아들이 사고가 난 날 오후 5시에는 “대통령은 전혀 개각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긴급 브리핑을 하고 확산되는 개각 논란의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3일에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4 신년 인사회’에서 김한길 민주당 대표를 만나는 등 자리를 지켰다. 청와대 수석들도 그의 흔들림 없는 행보에 아들이 위중한 상태에 놓여 있음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박정희 시절부터 인연…지금도 무한신뢰
시민단체·여론은 여전히 “잘못된 인사”
 
김 실장은 모든 일과가 끝난 후 병원을 찾아 아들 옆을 지켰다고 전해진다. 그의 잦은 병원 출입에 일각에서는 김 전 실장의 이상설 등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지난 1월9일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김 전 실장은 “개인적으로 자식이 병원에 누워 사경을 헤맨 지 1년이 넘었는데 자주 가지 못해 인간적으로 매우 아프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비선실세 의혹을 받았던 정윤회 논란이 일파만파 퍼졌다. 이 가운데 불길이 김 전 실장에게 옮겨붙었다. 사건의 핵심은 정씨와 청와대의 권력자들이 정기적으로 청와대와 정부의 동향을 논의했다는 점이다.
 
이 같은 내용이 자신이 지휘하는 비서실에서 작성되 대량으로 유출됐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박지만 EG그룹 회장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명의의 문건이 대량 유출된 건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김 전 실장에게 제안했다. 더구나 지난해 1월6일 작성된 ‘정윤회씨 국정개입’ 보고서를 처음으로 보고 받은 뒤 당사자인 ‘문고리 3인방’ 등에게 사실이 아니라는 확인만 받고, 이를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3∼4월과 6월에 내부 문서 유출 사실이 확인된 이후 최소한 4차례의 문서 회수 기회를 날려버리기도 했다. 다시 말해 알고도 이를 방치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두 가지 설이 있다. 첫 번째는 정윤회와 박지만의 권력투쟁이 밖으로 드러날 경우 박근혜 대통령에게 피해가 갈 수 있기에 무조건 덮어버리려고 했을 것이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당시 김 전 실장의 입장에서 치부가 드러나는 일은 막아야한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정윤회와 박지만, 두 비선라인의 싸움을 통해 어부지리를 취하려고 했다는 주장이다. 검찰장악이라는 큰 명제를 해결한 김 전 실장은 두 비선라인한테 토사구팽을 당해야 할 인물이었다. 그런 견제를 막기 위해 김 전 실장은 오히려 내부 갈등을 키워 자신은 권력투쟁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려고 했던 계획일 수도 있었다는 주장이다. 무엇이 됐든 김 전 실장은 문고리 권력이라는 사실이 둘오넌 계기였다.
 
문건 공개 이후 벌어진 특별검찰 때 오모 행정관에 대한 강압조사 논란이 벌어지고, 한모 경위에 대한 청와대 회유 의혹이 불거진 것에 대한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김 전 실장에 대한 이런 비판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재신임’ 탓에 공허한 지적으로 막을 내리는 분위기였다. 
 
정윤회 후폭풍 
온몸으로 막어
 
실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월2일 김 실장의 시무식 발언을 이례적으로 언론에 공개하는 것으로 김 실장에 대한 자신의 재신임에 ‘쐐기’를 박은 바 있다. 
 
김 실장은 시무식에서 자신의 책임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이 직원들에게 “국가원수를 모시면서 개인의 영달이나 이익을 위해 직위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 “충(忠)이 무엇인가? 중심(中心)이다. 중심을 확실히 잡아야 한다. 이심(異心)을 품어서는 안 된다” 며 질책을 했다. 이더 “저도 분발하겠다”며 건재를 과시하기도 했다.
 
<min1330@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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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런데 양자 구도에선 낙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지지부진해서 홀로 싸워야 할 오 시장에겐 부동산 대책과 한강버스라는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오 시장의 5선은 성공할 수 있을까? <주간조선>이 여론조사 전문업체 케이스냇에 의뢰해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서울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결과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25%를 얻어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 지지율은 높은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주자들은 ▲박주민 의원(12%) ▲김민석 총리(9%)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8%)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4%)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2%)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국민의힘 주자 중엔 나경원 의원(11%)이 이름을 올렸다. 다만 “적합한 인물이 없다”고 한 응답자도 14%로 확인된 만큼 선거 결과를 벌써 장담하긴 이르다. 온라인 매체 <뉴스토마토>도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만 18세 이상 서울 거주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주자들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오 시장은 여기서도 23.2%의 지지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범보수 주자들은 ▲나 의원(11.8%)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7.5%)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6.1%)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4.8%)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박 의원은 12.8%의 지지를 얻어 범여권 서울시장 후보 중 1위를 기록했다. 조 비대위원장은 12.6%를 얻으며 오 시장 턱밑까지 치고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김 총리(9.8%) ▲민주당 서영교 의원(6.6%) ▲강 실장(4.3%) ▲박 의원(1.6%)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양자구도가 되면, 오차 범위 내 혼전이 진행될 수도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 시장이 강 실장·조 비대위원장과 대결하면 각각 1.7%·1.5% 차이로 앞설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김 총리를 상대할 땐 3.6% 차이로 질 수도 있단 결과도 나왔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확정되면, 여당 프리미엄과 중·장년층의 지지를 얻어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17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한 사실을 스스로 공개해 당내 일각에서도 강한 비판을 받았다. 장 대표는 ‘윤 어게인’을 추종하는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선됐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함으로써 여전히 과거와 절연하지 못하는 당의 현실을 보여줬다. ‘지지부진’ 국힘, 방해꾼 안 되면 다행 오 신통기획 방해할 10·15 부동산 대책 국민의힘은 국정감사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국정감사에서 주목받는 구도는 민주당과 사법부의 알력이다. 친여 성향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다수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난 13일 조희대 대법원장을 ‘조요토미 희대요시’로 희화화한 사진을 제시하는 등 튀는 모습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놓고 보면, 오 시장은 선거에서 당의 지원은 차라리 없는 게 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나 의원이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해 오 시장에게 도전하면, 오 시장으로선 당이 오히려 방해꾼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오 시장은 결국 혼자 싸워야 한다. 이미 오 시장은 혼자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15일 새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 전역은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묶인다. 서울 소재의 모든 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다. 정부가 이 조치를 하는 명분은 ‘수도권 집값 안정’이다. 반면 오 시장은 ▲인·허가 절차 간소화 ▲용적률 인센티브 제공 ▲사업성 개선 등 재건축·재개발을 촉진해 공급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었다. 서울 내 일부 아파트 단지에 혼재된 연립·다세대 주택이 규제 대상으로 지정된 것도 오 시장의 재건축·재개발 촉진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열어둔다. 정부의 새 대책은 주택 매매 물량 감소 때문에 거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전세 공급도 줄어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의 부동산 대책은 전반적으로 “공급이 줄면 가격이 높아지고, 공급이 늘면 가격이 낮아진다”는 기본적인 수요·공급 원리와 정면으로 반하는 경우가 많아 논란을 빚는다. 민주당으로선 가계 부채 문제를 부동산 대책의 주된 명분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에선 보유세를 인상하면서 거래세까지 올렸다. 이번 대책엔 ▲주택담보대출 시가별 차등화 ▲주택담보대출 한정 스트레스 금리 상향 조정 ▲전세대출 이자 상환분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반영 등 가계부채 문제를 겨냥한 조치까지 포함돼 수요·공급을 모두 줄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엔 주택 자체가 고급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오 시장으로선 자신이 유지하는 신속통합기획이 퇴색될 가능성이 있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오 시장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은 기본적으로 공급을 늘리려는 취지로 이해된다. 정부와 민주당이 정책적으로 이를 방해해 이번 대책이 과거처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면, 반대로 정치적 호재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한강버스 어디로? 그런데 오 시장에겐 특유의 집착이 있다. 오 시장은 “한강에 대중교통 역할을 할 배를 띄운다”는 취지의 한강버스 사업을 추진했다. 오 시장은 시정 1기 시절부터 한강에 배를 띄우는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다. 지난 2023년 12월 사업 추진 당시에도 ▲적자 가능성 ▲폭염·혹한·폭우·폭설 등 악천후 시 대책 ▲환경 문제 등이 지적됐다. 한강버스가 사업 추진 후 약 1년9개월여가 지난 지난달 개통한 이유는 ▲투자 심사 회피를 위한 사업 쪼개기 ▲사업비 증가 ▲배차 간격 조정 등 각종 논란이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개통 첫날 탑승객은 4361명이었고, 평균 좌석 점유율은 80.3%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정도로는 서울 특유의 대중교통 대란이 해소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일찌감치 제기됐던 문제들이 연이어 이어졌다. 개통 전날 시승식 행사도 악천후로 취소됐다. 불과 개통 3일째 되는 날엔 팔당댐 방류로 인해 운행이 중단됐다. 또 고장으로 인해 승객이 뚝섬에서 승객 모두가 하차했고, 운행이 중단되는 등 사태가 이어졌다. 결국 한강버스는 지난달 29일부터 약 한 달간 승객을 태우지 않는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하기로 했다. 또 한강버스는 “오 시장이 실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민의 애환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을 열어둔다. 대중교통 이용 시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차지하는 부분은 환승 저항(Transfer Resistance)이다. 교통수단 환승 시 느끼는 육체적·심리적·시간적 손해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소요 시간 증가 ▲물리적 피로 ▲정보 부담 ▲일부 역의 구조적 문제로 인한 고통 등을 거론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서울 지하철 2·4·5호선을 갈아탈 수 있고, 다수의 쇼핑몰·기업이 몰려 있는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의 예를 거론할 수 있다. 해당 역은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이용객이 약 7만여명으로 집계됐고, 2호선 출입구와 4·5호선이 매우 멀어 긴 거리를 걸어야 한다. 이 같은 요소 때문에 상당수의 시민은 차라리 소요 시간이 길어지는 쪽을 택해 환승을 피하려고 한다. 오 시장의 구상대로 한강버스를 이용하면, 지하철·버스 등 기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하지 않아도 될 환승을 2회나 더 해야 한다. 한강버스는 환승 저항 때문에라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한편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이하 조합)은 지난달 22일 “환승 할인 재정 지원을 확대하지 않으면, 내년 1월부터 환승 제도에서 공식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조합에 따르면, 마을버스 회사는 환승 제도로 인해 승객이 지불한 요금의 일부만 가져간다. 그런데 서울시는 손실액을 100% 보전하지 않아서 환승객이 많을수록 손해가 커진다. 조합은 2004년 이후 손실액은 매년 1000억원이고, 서울시로부터 보전받지 못한 금액은 1조원 이상 누적됐다고 주장한다. 특유의 물 집착 올해 서울시가 마을버스 회사에 지급한 손실 보조금은 412억원이다. 2022년에 495억원을 지원한 이후 2년 연속 줄이다가 올해 늘린 것으로 확인된다. 서울시는 “마을버스 노선을 조사한 결과, 배차 간격 등을 지키지 않는 임의 운영 사례가 다수 있었다”며 “실제 운행 차량 대수가 아닌 등록 대수로 보조금을 신청하는 등 회계 서류 부실·업무 외 비용 과다 지출도 다수 적발됐다”고 반박했다. 서울시와 조합은 지난 2일 ▲재정 지원 기준액 인상 ▲내년도 기준 수립 시 업계 의견 적극 반영 ▲보조금 추가 지원 ▲배차 간격 개선 ▲회계 투명성 상승 등을 합의했다. 하지만 조합은 여전히 환승제 탈퇴 가능성을 거론한다. 조합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조건은 1000억원대 손실 전액 보전이기 때문이다. 오 시장의 ‘한강 집착’은 지난 20일 서울시를 상대로 진행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서도 확인됐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이날 “주식회사 한강버스가 은행에서 빌린 대출 500억원을 갚지 못하면, SH공사(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는다”며 “오 시장의 서울시가 시민 세금으로 민간회사의 빚을 보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이날 한강버스가 은행서 500억원을 빌릴 당시 은행에 제출한 컴포트레터(회사의 재정·외부 지원 여부를 확인해 주는 문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SH공사는 한강버스가 빚을 갚지 못하면 선박·도선장을 잔존가치 가격으로 매입하거나, 대출금을 출자금으로 전환해 운영을 맡기로 했다. 같은 당 천준호 의원도 “시범 운항 TF 운영 당시 발전기 방전 관련 지적이 있었는데도 고쳐지지 않아서 정식 운항 때도 고장 났다”며 “시는 민간사업자 추진 사항이라서 자료가 없다고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다음 날 “한강버스에 투입된 자금 중 약 69%는 서울시가 조달했고, 민간 투자 금액은 2.8%에 불과하다”면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졸속 추진된 한강버스 관련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세이돈 별명 붙었는데 ‘한강버스’ 집착 민주당 김건희 특검에 “오세훈 수사” 촉구 반면 오 시장은 “한강버스 운항 후 2~3년이 지나면 충분히 흑자가 날 것”이라며 “운항 수입은 극히 일부고, 선착장 부대시설에서 얻는 수익과 광고 수익 등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반박했다. 오 시장에겐 ‘오세이돈’이란 별명이 붙었다. 한강 등 물과 관련된 사업을 다수 진행했기 때문이고, 폭우 관련 책임이 있다는 비판도 작용했다. 실제로 그는 시정 1~2기 당시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한강 수상택시 ▲마곡 워터프론트 사업 ▲노들섬 한강예술섬 계획 ▲뚝섬 레포츠 시설 사업 ▲당인리발전소 수변 개발 계획 등을 진행했다. 3~4기엔 ▲한강 대관람차 건설 계획 ▲서울아레나 수변 개발 계획 ▲한강버스 사업 등을 기획했다. 그런데 시정의 기본인 수해 방지에 대해선 강한 비판을 받았다. 오 시장 재임 중인 2011년과 2022년엔 폭우로 서울시 일부가 잠기는 큰 피해를 봤다. 환경단체들은 “오래된 배수로만으로는 폭우·폭설에 대처할 수 없는데도, 오 시장이 수해 방지 예산을 매년 줄였다”고 비판했다. 서울 환경연합의 주장에 따르면, 오 시장 취임 1년 전 서울시의 수해 방지 예산은 641억원이었다가 매년 줄었고, 2010년엔 66억원이었다. 이후 오 시장은 ▲지하 하수도 용량 확대 ▲대심도 빗물 터널 설치 등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2022년에도 같은 지적이 이어졌다. 2021년도 수방 치수 예산은 5189억원이었지만, 2022년엔 4202억원이었다. 오 시장과 민주당이 주도하는 서울시의회가 삭감에 가담했고, 오 시장은 재취임 직후 추경을 통해 292억원을 긴급 증액했다. 오 시장이 심혈을 기울인 세빛섬에서도 물과 관련된 물의를 빚었다. 세빛섬은 와이어로만 묶여 물 위에 떠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지난 2011년엔 폭우로 인해 물에 잠겨 한동안 출입이 금지되는 홍역을 치렀다. 지난 2020년엔 부채가 1195억원이라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 시장은 ‘오세이돈’ 별명에 이어 “오 시장의 사주를 풀어보면, 물은 많은데 나무가 없어서 물난리가 난다”는 조롱도 듣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중 청계천 복원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후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것을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도 듣고 있다. 조롱 섞인 별명에도 굴하지 않고, 오 시장은 한강에 대한 집념을 유지하고 있다. 한강버스에 대한 민주당의 공격은 이제 시작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방선거까지 약 7개월여가 남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는 지난해부터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돼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건희 특검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어 수사 기한을 다음달 28일로 연장하면서 특검보 2명 등을 보강하려고 한다. 시작되는 명 공세 민주당 3대 특검 대응 특별위원회는 지난 10일 “명태균 게이트 주요 의혹 대상자인 오 시장 관련 수사는 검찰에서 진행됐다가 멈췄다”면서 김건희 특검에 오 시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따라서 수사 기간 연장과 명태균 게이트 수사가 연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민주당으로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특히 서울시장 자리를 탈환해야 한다. 오 시장에 대한 공격을 당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내우외환 속에서 오 시장은 홀로 싸워야 한다. 그의 5선 도전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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