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오프’ 임태희 노동부장관 초강수 복심

“놀고먹는 ‘노조 완장’ 전부 벗겨라!”


임태희 노동부장관이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문제를 두고 정면 돌파에 나섰다. 오는 7월 개정 후 14년째 발이 묶였던 노동조합법의 본격 시행을 압두고 강경모드에 돌입한 것이다. 임 장관은 전임자에 대한 유급지원 대상을 대폭 축소한 ‘타임오프’ 한도 조정으로 대기업 노조 옥죄기에 들어갔다.

노동계는 정책연대 파기, 자진사퇴 촉구 등을 내세우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임 장관은 흔들림이 없다. 임 장관이 노동계의 비난과 정치권 곳곳의 중재 요구에도 불구하고 ‘타임오프’ 고시를 강행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노동조합법 개정 노동계 반발 속 14년간 표류
임 장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논란 정면 돌파


최근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이하 근면위)가 노조전임자에 대한 ‘타임오프’ 한도를 결정하면서 정부와 노동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근면위의 이번 결정으로 노조 활동에 제약을 받게 된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도마에 오른 노조전임자 문제는 수년째 노사정간에 논란이 된 사안이다. 논란의 핵심은 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 문제다. 회사에서 일은 하지 않은 채 노조 활동에만 집중하는 직원에게 기업이 월급을 줘야하느냐는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2008년 기업에서 급여를 받은 국내 전체 전임자는 1만583명으로 1인당 평균 4300만원을 지급받았다. 영국과 미국, 일본 등 전임자에 대한 급여 지급을 100% 노조가 부담하는 선진국의 노사문화와 크게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노조 왕국’으로 불리며 한국의 노사관계를 대표하는 현대차를 살펴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현대차는 전임자가 200명이 넘는다.

현대차는 당초 단체협약을 통해 98명을 전임자로 두기로 했지만 실제론 임시 상근직 110여 명을 포함해 214명이 전임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회사 일은 일절 제쳐두고 전적으로 노조 활동에만 전념하면서 매월 월급을 받아간다. 게다가 교대로 일하는 일반 근로자가 기본급과 잔업수당만 받는 데 비해 전임자는 기본급에 고정 잔업수당, 휴일 특근 수당 등 갖가지 수당을 더 얹어 받는다.

핵심 전임자들은 회사로부터 차량 및 유류비를 지원받는 특혜까지 누리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전임자가 존재하는 현실이 발전적인 노사관계 형성을 가로막고 각종 부당한 관행의 근원”이라며 “전임자 급여 지급으로 인해 ‘노동귀족’이 존재하고 노동운동의 ‘직업화’가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노동계 반발에 ‘흐지부지’
14년 먼지 쌓인 개정안

국내 기업은 전임자 임금 지급으로 기업의 부담이 가중될 뿐 아니라 노조전임자 주도의 비합리적 투쟁을 초래하고 권력화에 따른 비리와 부패가 만연해진다고 지적했다. 이에 재계는 수년째 전임자 임금 지급 폐지를 정부에 강도 높게 요구해왔다. 하지만 전임자 임금 지급 폐지를 골자로 한 노조법 개정은 지난 14년간 제자리를 맴돌았다.

이미 1997년 ‘전임자는 회사로부터 급여를 지급 받아서는 안 되고, 회사도 전임자에게 급여를 지급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담긴 노조법이 개정됐지만 아직까지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 노동계의 강력한 반발과 선거철 마다 반복되는 정치권의 눈치 보기 때문에 ‘흐지부지’되어 왔던 탓이다. 지난 시간 안팎의 반발에 총 4차례나 연기됐던 노조법 개정안의 유예기한은 오는 6월까지다. 

정부는 이번에야 말로 노사 선진화 방안의 핵심 과제인 노조전임자의 임금 지급 폐지를 반드시 시행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정부는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이 폐지되면 기업 활동 여건이 나아져 생산성 증가와 안정적인 노사 관계 유도에 도움이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임태희 노동부 장관 역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전임자 임금 지급의 경우 다른 나라에서 임금을 조합비로 충당하지 않는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며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선 원칙적으로 내년에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고 말해 법 시행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타임오프 한도결정
전임자 대폭 축소

하지만 노동계의 반발은 거셌다. 최근 노조법 개정안의 최종 유예기한이 다가오자 노동계는 여느 때처럼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노동계는 전임자 임금 문제를 노사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렇듯 노조법 개정안에 대한 양측의 입장이 첨예한 가운데 중재안으로 마련된 것이 ‘타임오프’ 제도다. 타임오프는 노조 전임자에게 임금 지급을 금지하는 대신 노조공동 활동을 한 시간만 임금을 지급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그동안 명확한 기준과 적용범위가 정해지지 않아 오히려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들이 제기되어 왔다. 이에 노사정 관계자들로 구성된 근면위는 지난 1일 타임오프 한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했다. 12시간의 마라톤협상 끝에 끝내 합의 도출에 실패, 결국 투표를 통해 한도가 정해졌다. 타임오프 한도는 조합원 규모에 따라 11단계로 세분화됐다.

일정 기준에 따라 타임오프를 활용할 수 있는 인원도 제한됐다. 김태기 근면위 위원장은 브리핑을 통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노조 활동을 더 지원할 수 있는 ‘하후상박’ 원칙을 적용했다”며 “대기업 노조의 경우 노조 자체 재정으로 전임자 임금을 지급하는 관행을 정착시킬 수 있다고 판단해 유급활동시간 한도를 낮게 적용했다”고 말했다.

노동계 연대파기 위협
임 장관 고시 ‘강행’

김 위원장의 말처럼 근면위의 타임오프 한도는 대기업 노조에게는 상당히 불리한 모양새다. 근면위는 타임오프 총량을 나눠 쓸 수 있는 전체 전임 활동가들의 숫자를 300인 미만 사업장은 전임자 수의 3배, 300인 이상 사업장은 2배로 제한했다.

근로시간 면제한도는 조합원 50명 미만 사업장의 경우 1000시간, 50~99명은 2000시간, 100~199명은 3000시간, 200~299명은 4000시간, 300 ~499명은 5000시간, 500~99 9명은 6000시간, 1000~2999명은 1만 시간, 3000~4999명은 1만4000시간, 5000~9999명은 2만2000시간, 1만~1만4999명은 2만8000시간, 1만5000명 이상은 2만8000시간(조합원 3000명당 2000시간 추가)으로 정했다. 단, 1만5000명 이상 대기업 사업장의 경우 2012년 7월1일부터는 3만6000시간이 적용된다.

노조전임자 인원도 대폭 제한됐다. 전임자 1인당 연간 유급 활동시간 2000시간을 기준으로 조합원이 50명 미만인 경우에는 전임자 0.5명, 100명 미만은 1명, 1000명 미만은 3명, 5000~9999명은 11명, 1만~1만4999명은 14명, 1만5000명 이상인 사업장에는 24명 까지 전임자를 둘 수 있다. 다만 노조원 1만5000명 이상 대기업의 경우, 단계적으로 전임자를 줄여나가 2012년 7월부터는 전임자 18명까지만 임금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에 해당 안건이 시행되는 오는 7월1일부터 기업별 노조전임자는 한도에 맞춰 규모를 줄이거나 자체적으로 임금을 해결해야 한다. 애초 노동계는 1인당 연평균 노동활동 2100시간을 기준으로 사업장 규모를 5단계로 세분화해 최저 1050시간에서 최대 4만8300시간까지 면제 한도를 보장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번 타임오프 한도는 노동계의 요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모습이다. 노동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대기업 유급 지원 대상 대폭 축소
오는 7월24명…2012년 18명 조정


한국노총은 노동부가 타임오프 고시를 강행한다면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를 파기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월30일인) 협상 시한을 넘겨 정해진 타임오프 한도는 무효이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노총은 고시를 강행할 경우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낙선운동을 벌이겠다는 선언도 덧붙였다.

뿐만 아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법원에 근면위의 의결에 대한 효력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한편 임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한국노총 지도부는 임 장관이 타임오프 한도 설정 작업을 배후 조종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노동계의 이 같은 반발에도 임 장관은 여전히 ‘강경모드’다. 임 장관은 장기간 표류됐던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문제는 정부의 핵심 선결과제인 만큼 끝까지 밀어붙인다는 입장이다.

임 장관은 지난 5일 한 언론사와의 전화통화에서 “전임자를 없애라는 것도 아니고 줄이라는 것인데 어떻게 정책연대 파기를 거론할 수 있느냐”며 “(타임오프의) 골간을 움직일 생각도 없고 타협하는 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 장관은 타임오프와 관련해 가장 반발이 거센 금융노조를 향해서는 따끔한 질타도 덧붙였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월급을 가장 많이 받는 은행노조가 타임오프에 불만을 갖는 것에 대해 수용하기 어렵다. (금융노조의 요구는) 균형 없는 주장이다”고 지적했다. 고시를 강행하겠다는 입장도 여전히 변함이 없다. 지난 6일 국회 환노위 현안보고에서 이화수 한나라당 의원은 “양대노총에서 (근면위) 의결에 대한 효력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기 때문에 법원의 판결을 기다려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임 장관은 “근면위 의결의 고시 효력에는 문제가 없다”며 “법원의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다, 고시를 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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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