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회고록 낸 이명박

반성 없는 자화자찬 “또 욕먹게 생겼다”

[일요시사 사회팀] 박창민 기자 = MB정부가 추진한 대형 국책사업인 4대강 사업과 자원외교 사업, 방위산업 등 이른바 ‘사자방’사업에 대한 국정조사가 임박했다. 이 와중에 이명박 전 대통령(MB)은 뜬금없이 회고록을 출간했다.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무슨 의도로 책을 냈을까.

 
MB 회고록은 자화자찬으로 가득하다. 반성은 없없다. 불리한 것은 숨겼고, 남탓으로 일관했다.
회고록은 ▲1장 나는 대통령을 꿈꾸지 않았다 ▲2장 극복하지 못할 위기는 없다 ▲3장 외교의 지렛대, 한·미 관계 복원 ▲4장 진화하는 한·중 관계 ▲5장 원칙 있는 대북정책 ▲6장 그래도 일본은 우방이다 ▲7장 외교의 새 지평을 열다 ▲8장 더 큰 대한민국을 향하여 ▲9장 5년 대통령이 100년을 보다 ▲10장 서민을 따뜻하게, 중산층을 두텁게 ▲11장 문화·과학강국이 살길이다 ▲12장 아쉬움을 뒤로하고 등으로 구성돼 있다. 
 
국조 물타기용?
여론 십자포화
 
총 12장(800쪽) 중 7개장이 외교 관련 부분이다. ‘한미 관계’부터 ‘아덴만의 여명’작전까지 분량이 책 절반에 가깝다. 반면 국내 정치 관련은 4개 장으로 상대적으로 분량이 적다. 논란이 되고 있는 자원 외교에 대한 기술은 5페이지에 불과하다. 또한 최근 정부에서 새롭게 추산한 내용으로 국회에서 부풀리기 통계라고 비판받은 내용을 막판에 포함한 것으로 보인다.
 

MB의 대표 국책 사업 중 하나인 4대강 사업은 현재 수많은 논란에 휩싸였다. <과다 예산 지출 논란> <재해 방지 효과 논란> <환경오염 논란> <대운하 사업 논란> 등이 대표적이다.  MB는 회고록에서 “세계 금융위기가 들이닥쳤을 때 우리가 신속히 4대강 사업을 시행할 수 있었던 것을 불행 중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국수자원공사의 부채 누적과 22조원의 천문학적 예산 투자 등 4대강 사업을 둘러싼 ‘혈세 낭비’비판에 대해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투자로 반박한 것이다. 
 
아울러 “4대강 살리기 사업은 ‘그린 뉴딜(Green New Deal)’이라 불리면서 국제사회에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고 자평했다. 그는 지난 2011년 10월 미국을 국빈 방문해 오바마 대통령과의 비공식 만찬에서 “식사 도중에 오바마는 세계 금융위기를 맞아 한국이 즉각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면서 어떻게 그렇게 신속하고 효율적인 재정 투자에 나설 수 있었는지 물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또 당시 타이 잉락 총리의 기술 공유 요청 사례를 언급하며 “모로코, 파라과이, 페루, 알제리 등 많은 국가가 4대강 현장을 방문해 깊은 감명을 받고 우리 정부와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며 “내가 독일의 RMD 운하를 부러워했던 것처럼 우리의 4대강이 세계의 부러움을 사는 대상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800쪽 분량의 <대통령의 시간> 출간
절반 가까이 한미관계 등 외교 내용
 
그는 덧붙여 “한 해 수백 명의 인명 피해와 수조 원의 재산 피해를 내는 수해에 대한 근원적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기초가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대운하를 만들려는 의도’라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대해서는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감사원의 비전문가들이 단기간에 판단해 결론을 내릴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고 일축했다.
 
MB는 야당과 환경단체의 환경 파괴 주장에 대해서도 “강바닥에서 나온 쓰레기 총량은 286만톤에 이르렀다. 덤프트럭 19만대 분량으로 남산 몇 개만큼의 규모였다”며 “4대강을 있는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결코 환경을 보호하는 일이 될 수 없다”는 논리로 반박했다.
 

이 같은 MB의 주장에 대해 김성수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4대강 사업이 어떻게 금융위기 극복에 기여했다는 것인지 전직 대통령의 뜬금없는 주장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강을 살리겠다면서 4대강에 수십조의 혈세를 쏟아 붓고서 비판이 일자 이제는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재정투자라고 우기려는 모양”이라고 즉각 비판에 나섰다.
 
MB는 임기 5년 동안 모두 49차례 총 84개국을 방문했다. 해외 체류 기간은 232일, 여기에 국비 1200억원이 쓰였다. 자원외교 사업에 뛰어든 공기업 3곳은 32조원의 부채만 떠 안게 돼 국부유출 논란이 뜨겁다. 이에 여야는 자원외교 국정조사를 합의했다. MB는 회고록에 “2014년 현재 야당은 우리 정부의 해외자원 개발실적에 대해 공세를 펴고 있는데 자원외교는 그 성과가 10년에서 30년에 거쳐 나타나는 장기적인 사업”이라며 “퇴임한 지 2년도 안 된 상황에서 자원외교를 평가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라고 반발했다. 
 
“난 책임없다”
총대 떠넘기기
 
그는 더 나아가 “야당의 비판이 사실과 대부분 다르다는 점에 큰 문제가 있다”며 “과장된 정치적 공세는 공직자들이 자원 전쟁에서 손을 놓고 복지부동하게 할 것이다. 나는 이 같은 상황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 고위험-고수익 구조라는 자원개발의 특성상 해외자원 투자는 위험을 무릅쓰고 이어지는 것이다. 오랫동안 유전 개발을 해온 서구 선진국들도 많은 검토 끝에 시추해서 기름이 나올 확률은 20%에 불과하다. 실패한 사업만을 꼬집어 단기적인 평가를 통해 책임을 묻는다면 아무도 그 일을 하려 들지 않을 것”이라고 강변했다. 
 
그는 회수율이 낮다는 지적에 “2014년 12월 산업통산자원부 자료에 의하면 미래 이자비용까지 감안한 현재가치로 환산된 향후 회수 예상액은 26조원에 달한다”며 “투자 대비 총회수율은 114.8%에 이른다. 전임 정부 시절 해외 자원 사업의 총회수율 102.7%보다도 12.1%포인트가 높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가 근거로 내세운 문제의 산자부 자료는 통계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난 자료다.
 
MB는 해외자원개발 총괄업무자는 한승수 당시 국무총리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해외자원 개발의 총괄지휘는 국무총리실에서 맡았다”며 “초대 국무총리로 한승수 총리를 임명한 것은 그러한 이유였다. 한 총리는 외교 분야에 경륜이 많고 특히 자원외교 부문에 관심이 많았다. 국내외 복잡한 현안에 대해서는 내가 담당하고 해외자원 외교 부문은 한 총리가 힘을 쏟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고 주장했다. 이는 자신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을 보호하기 위한 꼼수로 풀이된다.
  
MB는 재임시절 광우병 사태를 촉발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 “큰 딜레마를 안고 취임해야 했다. 어려운 선택을 해야 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뼛조각 사건’ 이후 일련의 사태로 우리 국민은 ‘미국산은 30개월 미만의 뼈 없는 쇠고기만 안전하다’는 인식을 하게 됐다”며 “그러나 전임 정부가 미국에 국제수역사무국(OIE) 권고를 존중해 쇠고기 협상을 타결하겠다고 한 약속은 그대로 살아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국민을 안심시키려면 미국과의 약속을 깨야 했고, 약속을 지키자니 국민을 불안하게 만드는 형국이었다”며 “전임 대통령이 여러 차례 약속한 상황이라 협상의 여지도 크지 않았고 미국은 OIE 기준 준수를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광우병 사태에 대해서는 “일부 정치 세력이 괴담을 퍼뜨리고 공포를 조장하는 상황에서 일단 국민을 안심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동시에 국민의 비판도 겸허히 받아들였다. 국민 건강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소통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부족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도 “집회가 정권 퇴진 주장 양상으로 변하자 일각에서는 17대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못한 대선 불복 세력이 집회를 주도한다는 분석도 나왔다”며 “정치 세력들이 집회에 개입한 것은 확실해 보였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지난 2011년 한미 FTA 체결과 관련해서는 “여당 내에서도 청와대의 정무분야 참모들도 별로 내켜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FTA 체결은 정치적 이해득실을 넘어 나라의 명운을 좌우하는 문제라는 면에서 정치적으로는 손해가 되더라도 국익 차원에서 반드시 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당시 민주당이 ‘국가소송제(ISD)’ 조항을 문제 삼은 것에 대해서는 “실제로는 정치적인 목적으로 한미 FTA 자체를 무산시키려 한 게 아닌가 생각했다”며 “결국 한미 FTA 비준안은 야당의 동의를 얻지 못한 채 여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은

‘그린 뉴딜’
 
회고록에는 2009년 말부터 2011년 초까지 남북정상회담 추진, 천안함 폭침·연평도 포격에 따른 대응 등의 ‘비사’도 소개했다. MB는 천안함 폭침(2010년 3월26일) 이후 같은 해 7월 북한의 요구에 따라 국가정보원의 고위급 인사가 방북했던 사실을 공개했다.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기존에 우리가 제시한 원칙 이외에도 천안함 폭침에 대한 북한의 사과와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면서 “그러자 북측은 쌀 50만톤의 지원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북측은 천안함 폭침에 대해 ‘동족으로서는 유감이라 생각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는데 이 역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고 술회했다. 이미 2009년 말부터 남북 간에는 정상회담에 대한 물밑 논의가 시작됐지만 북한이 대규모 경제적 지원을 요구함에 따라 성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시작은 2010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에 조문단을 파견했던 북한이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을 원한다’는 내용의 김정일 위원장 메시지를 전하면서부터였다고 한다. 
 
MB는 “2009년 11월7일 개성에서 통일부와 북한의 통일전선부 실무 접촉이 있었는데 북한은 임태희 고용노동부 장관이 싱가포르에서 서명한 내용이라며 합의서를 들고 나왔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정상회담 조건으로 옥수수 10만톤, 쌀 40만톤, 비료 30만톤, 아스팔트 건설용 피치(1억 달러), 국가개발은행설립 자본금 100억 달러 제공 등이 담겨 있었지만 북한 자신의 요구를 합의인 양 주장한 것이었다고 MB는 적었다.  
 
불리한 부분 줄이고 남탓 일관
논란 중인 ‘자원외교’ 5쪽 불과
 

당시 MB는 김성환 외교부 장관에게 “북한이 착각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먼저 정상회담을 요구한 것인데 분위기 조성을 위해 지원해 달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전하라”고 지적했다.  즉, 천안함 폭침 이후에도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으나 북한의 무리한 요구로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MB의 북한 언급에 대해 정부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MB가 회고록에서 남북관계 내용을 밝힌 데 대해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MB는 또한 2010년 무상급식 논쟁을 언급하며 “저소득층에 지급해야 할 복지 예산을 전면 무상급식에 쏟아부을 수는 없었다”면서 “우리 정부를 ‘부자정권’이라 비난하던 민주당이 부자들에게까지 복지 혜택을 주겠다고 나서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행태”라고 비난했다. 그는 “복지는 혼자 설 수 없는 서민들에게 집중돼야 한다”면서 “민주당은 무상급식을 보편적 복지라고 주장하지만, 나는 이를 무차별 복지, 정략적 복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MB의 회고록을 두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이 전 대통령이 자원외교 비리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국정조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에 자원 외교의 타당성을 주장하는 것은 여당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동시에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영향력을 행사해 국조를 ‘물타기’하려 한다는 것이다.
 
국조특위 야당 간사인 홍영표 의원은 29일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회고록 내용을 보면서 ‘이 전 대통령이 아직도 꿈을 꾸고 있구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비판했다.
 
홍 의원은 “자원외교를 주도한 광물자원공사는 부도 상태에 와 있고 (석유공사가) 2조 원가량 투입한 캐나다 에너지기업 하베스트는 329억에 매각됐다”며 “자원외교 성과는 10년, 30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하는데 기다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좀 더 기다려
곧 알게 된다”
 
이 MB의 회고록에서 자원외교가 당시 한승수 국무총리의 주도로 추진됐다고 강조한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홍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은 직접 28번의 VIP 자원외교에 나서 양해각서를 체결한 당사자임에도 발뺌하는 것은 한 전 총리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며 “말도 안 되는 주장을 그만하고 국조 증인으로 나서 국민 앞에서 증언하라”고 촉구했다.
 
야당은 MB의 ‘자기변호’에 경계심을 드러내면서도 이러한 전략은 결국 부메랑이 돼 자원외교 비리 논란을 키울 것으로 예측된다. 야당은 이번 회고록을 계기로 이슈를 더 키우면 MB를 국조 증인으로 세우라는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MB정부 최악의 자원외교는?
 
감사원은 2일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이 당시 하베스트 인수 계약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정황을 포착하고 검찰에 강 전 사장을 고발했다.

감사원의 조사로는 강 전 사장은 2009년 10월 하베스트의 유전개발 계열사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하베스트측이 정유부문 계열사(NARL)까지 포함해 인수할 것을 요구하자 충분한 검토도 없이 4일만에 NARL까지 함께 매수토록 지시했다.

당시 하베스트의 NARL은 정제 마진 감소로 대규모 투자 없이는 수익성 개선이 곤란하고 경영상황도 심각하게 악화 되고 있던 상황이라 당초 석유공사의 인수대상에서 제외됐었다. 하지만 강 전 사장이 인수합병(M&A) 실적 달성이 어려워지자 부실자산임을 알면서도 NARL 인수를 했다가 매각하면서 총 1조3371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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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