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사무라이 정신은 거짓이다 ⑨만세절벽 자살사건

"극단적 세뇌교육, 아비가 아들을 죽이다"

올해는 광복 69주년이 되는 해다. 내년이면 벌써 광복 70주년을 맞이하지만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는 요원하기만 하다. 게다가 고노담화를 부정하고, 위안부 문제를 왜곡하는 등 일본의 역사인식은 과거보다 오히려 퇴보하고 있어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일본의 자랑인 ‘사무라이 정신’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내 화제가 되고 있는 책이 있다. 일요시사가 화제의 책 <사무라이 정신은 거짓이다>를 연재한다. 


결국 앞에는 막강한 미군이요, 뒤로는 깎아지른 절벽이라 그야말로 독안에 갇힌 쥐 꼴이 되고 만다. 이곳에서 일본군은 항복하라는 미군의 권유를 무시하고 ‘미군에게 포로가 되느니 차라리 절벽에 떨어져 죽는 것이 낫다’며 수천의 일본군과 민간인들은 차례로 ‘천황 만세, 대일본 제국 만세’를 부르며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는 끔직한 자살을 택했다. 그래서 그 이름이 ‘만세절벽’이 된 것이다.

자살절벽의 실체

비슷한 시기에, 사이판 섬의 또 다른 절벽에서도 패색이 짙어진 일본군들이 항복을 거부하고 가족들까지 데리고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었다. 일부는 집단으로 떨어져 죽었으며, 일부는 가족 단위로 모인 가운데 수류탄을 터트려 죽었으며, 일부는 연장자 순으로 뒤로 걸어서 떨어져 죽었다. 이곳에서는 떨어지면서 천황 만세나 대일본 제국 만세를 부르며 죽지 않았기 때문에 단순히 ‘자살절벽’이라고 부른다.

이 만세절벽과 자살절벽은 오늘날 많은 일본인 관광객이 찾을 뿐 아니라,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단체로 찾는 학습현장이기도 하다. 일본 정부는 어린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만세절벽과 자살절벽에 얽힌 사연을 듣고 이해케 함으로써 은연중에 그들의 애국심을 고취시키려 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일본의 아키히토 왕 부부가 이곳을 방문하여 그들의 애국적 행동에 경의를 표하기도 하였다.

필자도 그 사연을 자세히 몰랐을 때는 ‘적군에게 항복하여 치욕스럽게 사느니 차라리 절벽에 떨어져 죽자’며, 절벽에서 떨어진 그들의 명예로운 죽음에 경의를 표한 적이 있었다. 그들의 명예로운 죽음에 경의를 표하면서, 한편으로 생기는 강한 의구심은 도대체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고지식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아무리 철저히 교육을 시키고 또 사무라이 정신이란 허울 아래 철저히 세뇌시켰다 하더라도, 의식이 있고 사리판단을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노인들이라면 몰라도 적어도 앞날이 창창한 어린아이들까지 데리고 집단으로 절벽에서 떨어져 죽는 극단적인 행동은 안 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부모가 앞날이 창창한 어린아이들을 절벽에서 떨어뜨려 죽인단 말인가? 필자는 그 근원을 일본인들의 소심하고 나약한 성격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당시 일본 군부는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순진했던 농촌 출신의 일본 청년들에게, 일장기가 새겨진 칼 한 자루씩을 쥐어 주며 교육시킨 이른바 사무라이 정신이라는 것이 보다 쉽게 먹혀들었지 않았나 생각한다. 소심하고 순진한 이 일본 군인들은 일장기가 새겨진 칼 한 자루를 옆에 차니, 무슨 유명 무사나 된 듯한 착각 속에서 으스대며 지냈을 것이다.

평민이나 천민 출신의 젊은이들에게 일장기가 새겨진 칼을 차게 한다는 것은 신분의 상승을 뜻한다. ‘사농공상’의 신분 제도가 오랫동안 유지되던 일본 사회에서 칼을 찬다고 하는 것은, 단순히 사무라이가 되었다는 기분뿐 아니라 지배계급이 되었다는 착각도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그리고 기분이 내키면, 그 칼로 사람을 죽여도 된다는 특권의식까지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출정에 앞서 전가의 보도를 어루만지듯 일본도를 서로 뽑아 보이며 필승의 부적인양 자랑하였던 것이다.

명예로운 죽음? 일가족 집단자살의 진실
난징 대학살, 사무라이 정신의 민낯


일본인들의 소심한 성격에 사람을 마음대로 죽일 수 있다는 특권의식과 자부심이 더해져, 일본군을 그토록 잔인하고 악독한 인간들로 만들었던 것 같다.

중국 남경(南京 : 난징)에서는 노인부터 애들까지 무려 30만 명에 달하는 시민들과 수녀, 비구니 할 것 없이 여자라는 여자는 전부 강간한 후 신체를 베어가면서 죽였다. 무카이 도시아키와 노다 쓰요시라는 두 초급장교는 칼로 누가 먼저 100명을 죽일 수 있는지 겨루면서 무고한 시민을 닥치는 대로 죽였고, 육군 대위 다나카 군기치는 무려 300명의 목을 베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검술 연습을 한다며 갓난아기를 공중에 던져 칼로 베기도 했다.

1946년 중국 남경에서 열린 일본 전범 군사재판 조사에 따르면, 남경에서 일본군에게 학살당했거나 시신이 훼손되어 흔적이 없어진 주검이 19만여구에 이르렀으며, 이곳저곳에서 살해되었다가 남경의 자선단체 도움으로 묻힌 주검도 15만여구에 달했다고 한다.

필리핀에서는 연합군에 밀려 도주하면서 무려 10여만명에 이르는 생명을 무차별적으로 죽였고, 각 전선마다 수많은 포로들을 목 베기 연습이라는 명목 아래 목을 쳤다. 한마디로 인간으로서는 할 수 없는 잔인하고 악독한 짓들을 저지른 것이다.

소심하고 어딘가 어수룩한 듯한 일본 청년들은 전세가 유리할 때는 마치 대단한 무사나 된 듯 악독하고 잔인하게 전쟁에 임했지만, 전세가 불리해지면서 주위의 동료들이 수십명씩 죽어 나가는 것을 목격할 때는 죽음의 공포로부터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는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보인다.

진주만 폭격으로 시작된 미국과 일본 간의 태평양전쟁은 미드웨이 해전부터 전세가 역전되기 시작했다. 일본군이 곳곳에서 밀리기 시작하자, 당황한 지도부는 미군의 일본 본토 공격을 하루라도 늦추고 반전의 기회를 잡기 위하여, 진주만 폭격 1년 뒤인 1942년 12월 파푸아뉴기니 섬을 시작으로 본토에 이르는 각 섬에서 결사 항전할 것을 명령하였다.

결사 항전을 명령하는 한편, 전투력 향상을 위하여 여러 가지 정신 교육을 시켰다. 그중에서도 미군을 마치 인육을 먹는 괴물 같은 집단으로 교육시켰다. 덩치가 크고, 피부는 하야며, 눈은 파란 이 괴물 같은 미군에게 잡히면, 포로를 그냥 죽이는 것이 아니고, 남자는 사지를 찢어 죽이고, 여자는 능욕을 한 후 다시 찢어 죽인다고 교육시켰다.

뿐만 아니라 곡식을 주식으로 하는 일본인과 달리 육식을 주식으로 하는 미군은 포로들의 인육까지 먹는다고 세뇌시켰다. 물론 이러한 교육에는 그럴듯한 자료도 함께 보여 주었을 것이다. 팔 다리가 찢겨져 죽은 듯한 시체, 겁탈당하고 죽은 여자의 나신(裸身) 사진, 그리고 미군들이 붉은 피가 흐르는 ‘스테이크’를 칼로 썰어 먹는 장면 등도 보여 주었을 것이다.

인육 먹는 미군?

한마디로 미군을 피도 눈물도 없는 잔혹한 괴물로 세뇌시킨 것이다. 따라서 잡혀서 처참하게 죽느니 결사 항전하다 죽는 것이 의롭고 깨끗한 죽음이라고 교육시켰다. 어리석다고 해야 할지, 순진하다고 해야 할지 모를 당시 일본군들은 그 말을 철석같이 믿었던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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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