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금메달 김연아

김연아 자신을 이겼다!

모두 금메달을 떼 놓은 당상이라고 했다. 표현할 수 없는 압박감이 몰려왔다. 하지만 20살 피겨 여왕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다. 김연아(20·고려대)가 지난 2월26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세움에서 열린 피겨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50.06점을 기록, 쇼트프로그램(78.50점)을 합쳐 총점 228.56점으로, 자신이 지난해 10월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 기록한 역대 여자 싱글 최고점(201.03점)을 넘어서 새로운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처음 스케이트 부츠를 신었던 만 5살 소녀 적부터 꿈꿔온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고 한국 피겨 스케이팅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역대 최고점 228.56점으로 첫 금메달
지난해 12월부터 준비…경기 후 눈물 글썽


김연아는 지난 2월24일(한국시간) 열린 금메달로 가는 첫 관문인 쇼트프로그램에서 78.50점을 획득 역대 최고점으로 선두에 나섰다. 김연아의 이날 점수는 자신이 지난해 10월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 세웠던 쇼트프로그램 역대 최고점(76.28점)을 2.22점이나 앞선 것으로 관중들의 기립박수를 얻어냈다.

쇼트프로그램 ‘환상’
프리스케이팅 ‘퍼펙트’

‘007 제임스본드 메들리’를 배경음악으로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10점)로 연기를 시작해 수행점수(GOE) 2.0점을 챙긴 김연아는 트리플 플립(기본점 5.5점)에서도 1.2점의 GOE를 받으면서 관중의 큰 박수를 받았다.
레이백 스핀과 스파이럴 시퀀스에서도 최고난도인 레벨4로 연기해 각각 0.8점과 2.0점의 GOE를 얻은 김연아는 더블 악셀(기본점 3.5점)에서도 1.6점의 높은 가산점으로 점프 과제를 마무리했다. 플라잉 싯스핀과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도 레벨4로 처리한 김연아는 스텝 시퀀스에서 레벨 3를 받았다.

기술점수에서 44.70점을 받은 김연아는 예술점수의 5가지 요소에서도 트랜지션(연결동작)에서 7.9점을 받았을 뿐 안무(8.4점)와 해석(8.75점), 연기력(8.60점), 스케이팅(8.60점)까지 모두 8점대를 넘기면서 33.80점을 받으며 역대 쇼트프로그램 최고점을 완성했다.
키스앤크라이존에서 점수를 기다리던 김연아는 점수판에 78.50점이란 점수를 확인하는 순간 브라이언 코치와 함께 깜짝 놀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김연아는 지난 2월26일(한국시간) 열린 프리스케이팅에서도 퍼펙트한 경기를 선보였다.
긴장된 가운데 김연아가 연기할 조지 거슈인의 ‘피아노 협주곡 바장조’의 선율이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관중들은 숨을 죽인 채 절정의 기술로 평가되는 김연아의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을 기다렸다. 김연아는 차분히 지난 쇼트 프로그램에서 2.0점의 가산점 받았던 이 기술을 성공시켰고 이번에도 2.0점의 높은 가산점을 받아냈다.

경기 내내 김연아는 ‘여왕’다운 표현력과 우아함으로 다른 선수들을 압도했다. 쉼 없이 자신감 넘치는 연기를 이어가며 분위기를 점점 고조시켰다. 이어 3회전 점프를 해야하는 트리플 플립. 이번 시즌부터 새로 포함된 기술이었지만 김연아는 능숙하게 두 번째 점프까지 성공시켰다. 김연아는 이 기술에서 1.8점의 가산점을 받았다. 김연아는 연속 점프 기술인 더블 악셀-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을 무난히 넘긴데 이어 플라잉 콤비네이션 스핀과 스파이럴 시퀀스 기술을 4단계까지 올리며 최상의 컨디션을 보여줬다. 프리스케이팅 경기는 경기시작 2분 이후에 시도한 점프에 대해 10%의 가산점이 붙게 된다.

김연아가 연기 중반인 2분을 넘어서 모두 4번의 점프를 시도했다. 기본점수 7.5점의 고난이도 점프인 더블 악셀-트리플 토루프를 성공시킨데 이어 트리플 살코와 트리플 러츠까지 특유의 유연함으로 넘긴 김연아는 화려한 스트레이트 라인 스텝 시퀀스에 이어진 더블 악셀 점프까지 완벽히 소화해 이 날의 점프 7번을 모두 클린으로 처리했다.

플라잉 싯 스핀과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으로 대미를 장식한 김연아는 특유의 포즈로 연기를 마무리했다. 그야말로 흠 없는 완벽한 연기, ‘피겨의 교과서’라는 평가에 부족함 없는 4분9초였다. 김연아는 경기직후 손으로 입을 가리며 감정이 북받친 듯 울먹였다.
김연아는 금메달이 정해진 후 인터뷰에서 “오늘 한일에 대해 믿기지 않는다. 꿈을 꾸는 것 같다”며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꿈을 이루게 돼 기쁘고, 준비한 것을 다 보여드려 더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연아는 이어 “눈물 흘리는 선수를 보며 어떤 느낌일까 했는데, 그냥 눈물이 흘렀다. 왜 울었는지 모르겠다”고 눈물을 흘린 이유를 전했다.
김연아는 올림픽 금메달 획득으로 16년을 이어온 피겨스타와 올림픽의 악연을 끊은 최초의 선수가 됐다. 역대 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에서는 유독 이변이 많았다. 특히 역전 우승이 많았다. 지난 다섯 차례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하고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는 1992년 알베르빌 대회의 크리스티 야마구치(미국) 한 명뿐이었다.

하지만 김연아는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세계 신기록을 수립하며 금메달을 목에건 ‘피켜 퀸’ 김연아의 강점은 무엇일까. 
첫 번째는 고난도 기술인 트리플-트리플 점프 컴비네이션을 자유자재로 성공시킨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실패한 경우가 거의 없었다. 너무 쉽게, 그리고 종종 트리플 연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김연아의 브랜드처럼 굳어졌다. 여기에 스피드까지 어우러져 어느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김연아표’ 기술이 됐다.

표현력과 우아함
다른 선수 압도

두 번째는 김연아는 가산점의 ‘달인’이다. 김연아의 프로그램 구성은 전문가들이 보기에도 확실히 어렵다. 그럼에도 연기가 물흐르듯 정교해 가산점을 많이 따낸다. 아사다 마오가 아무리 트리플 악셀 기술을 구사한다 해도 김연아의 트리플-트리플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브라이언 오서 코치다. 브라이언 오서는 ‘브라이언 혈투’로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는 선수 출신이다. 지난 1988년 미국의 브라이언 보이타노와 세기의 혈전을 벌여 아깝게 은메달에 그쳤다. 그래서 김연아-아사다 마오의 라이벌 심리를 누구보다 정확히 꿰뚫고 있다.

네 번째는 김연아의 뛰어난 예술감각이다. 김연아는 기술에 예술을 접목시켜 마치 발레 공연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한마디로 표현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김연아에게선 관능미를 느끼데 된다는 점도 김연아의 강점으로 꼽힌다.

다섯 번째는 반전의 명수이다. 김연아도 인간이어서 가끔 실수가 나온다. 그런데도 우승하는 것은 상황 반전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김연아가 치른 최악의 경기는 지난 해 11월의 ‘스케이트 아메리카’다. 프리 스타일에서 엉덩방아를 찧는 등 난조를 보였지만 곧 일어나 환상적인 프로그램으로 마무리했다. 넘어져도 금메달을 따는 김연아를 보고 라이벌들은 주눅들게 마련이다. 김연아는 ‘언터처블’이란 생각을 떨쳐 낼 수가 없다는 것이다.

1990년 9월5일 경기도 군포에서 태어난 김연아는 만 5살 때 부모님을 따라 스케이트를 처음 접했고, 7살 때부터 본격적인 선수의 길로 접어들었다. 김연아는 초등학교 때부터 ‘피겨 신동’으로 주목받았다. 초등학교 시절에 6가지 점프 기술 가운데 악셀을 제외한 5가지 트리플 점프를 뛰었다. 초등학생이 5가지 트리플 점프를 뛴 것은 한국 피겨 역사상 처음이었다.

‘고난이도 점프’ ‘강심장’은 최고의 강점
훈련 또 훈련 ‘클린 프로그램’ 경지 올라


김연아는 주니어 무대에서부터 국내를 떠나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인 2002년 4월 슬로베니아 트리글라브에서 열린 트로피 노비스(13세 미만)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첫 국제무대 우승을 맛봤다. 중학교 1학년이던 2003년 최연소 국가대표에 발탁된 김연아는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자신의 시대를 열기 시작했다. 그 해 9월 ISU 주니어 그랑프리 2차 대회에서 한국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차지한 김연아는 그 해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2위에 오르면서 한국 피겨 역사를 다시 썼다.

2005년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동갑내기 라이벌’ 아사다 마오(일본)에 이어 2위를 차지해 세계적인 선수로 확실히 발돋움한 김연아는 2005-06시즌 두 차례 주니어 그랑프리와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을 잇따라 쓸어 담았다. 이어 2006년 슬로베니아 류블리아나에서 열린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까지 우승을 차지하면서 세계 정상급 선수로 우뚝 섰다.

주니어 시절부터 크게 두각을 나타냈던 김연아는 2006-07시즌 화려하게 시니어 무대에 입성했다. 2006년 12월 러시아 상트페테르스부르크에서 열린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허리 통증을 딛고 역전 우승을 차지해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줬다.
2007년 3월 일본 도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김연아는 3위에 오르면서 한국 피겨 역사상 첫 시니어 세계선수권대회 입상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비록 우승은 아니었지만, 더욱 악화한 허리 부상을 진통제 투혼으로 극복해 거둔 성과였기에 더욱 값졌다.

김연아의 승승장구는 계속 이어졌다. 2007-08시즌 두 차례 그랑프리 시리즈 대회와 그랑프리 파이널을 잇따라 석권한 김연아는 2008년 3월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고관절 부상을 딛고 2년 연속 동메달을 차지했다.
2008-09시즌 두 차례 그랑프리 시리즈 우승으로 세계 정상의 실력을 재확인한 김연아는 고양시에서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에서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은메달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곧바로 프레올림픽 성격으로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2009년 2월 4대륙 대회에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해 우승을 차지한 김연아는 다음 달 미국 LA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07.71점이라는 역대 최고점수기록을 세우며 당당히 정상에 올랐다. 두 차례 3위에 그쳤던 아쉬움을 씻는 동시에 진정한 피겨여왕으로 우뚝 서는 장면이었다.

7살 때 선수 길 선택
 ‘피겨 영웅’ 등극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앞둔 이번 시즌 김연아는 말 그대로 ‘무적’이었다. 출전한 두 차례 그랑프리 시리즈와 그랑프리 파이널을 모두 우승으로 장식한 것은 물론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그랑프리 1차대회에선 총점 210.03점을 기록해 자신이 가지고 있던 세계최고점수 기록을 갈아치웠다.

2009년에 참가한 5차례 대회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하며 올림픽 금메달을 일찌감치 예약한 김연아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지난해 12월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 이후 캐나다 토론토로 건너가 실전 훈련에 집중해 왔고, 마침내 ‘클린 프로그램’의 경지에 접어들었다. 결국 밴쿠버 올림픽에서 시상대 맨 위에 오르면서 세계 최고의 피겨 여왕으로 당당히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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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