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혁방안 소식에 '뿔난 공무원들'

개선안 마련 주체도 공무원…지난해 기준 60조 육박 '눈덩이'

[일요시사=사회2팀] 박 일 기자 = 공무원연금 개혁방안 소식에 '뿔난 공무원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이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기형적 적자구조로 매년 수조원씩의 국민 혈세가 투입되고 있는 현 제도에 메스를 대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연금 개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공무원노조 등 공무원 조직의 반발이 심하고, 제도 개선안을 만들어야 하는 주체 역시 공무원이라 제도 개선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새누리당과 정부·청와대는 지난달 19일, 청와대 서별관에서 당청청협의회를 열고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논의하려고 했지만 안건을 회의에 올리지도 못했다.

전국공무원노조와 전국교직원노조 등 공무원 노조의 반발이 심한데다 세월호 특별법 등을 둘러싼 정치상황이 녹록치 않아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인 것이다.


공무원들의 반발도 확산되고 있다. 공무원연금에는 노동 3권 제약, 영리활동 및 겸직제한, 정치활동 불가, 품위유지 의무 등의 신분상의 제약에 따른 보상이 반영돼있다는 것이다.

당정청이 공무원연금을 개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전공노는 ‘100만 총궐기 투쟁’을 예고했다.

전공노는 최근 성명을 내고 “정부가 공적연금을 후퇴시켜 재벌의 사보험을 확대하려 한다”며 “새누리당이 연금개악을 추진한다면 공적연금 개악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와 함께 100만 총궐기 투쟁과 범국민 서명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역시 “공무원연금을 절대 악으로 비춰가며 여론을 호도하는 새누리당의 공적연금개혁안은 궁색할 따름”이라며 “새누리당의 오만하고 독선적인 밀실 정치에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년부터 연금 지급액의 20%를 삭감하고 명예퇴직 수당 등을 없앤다는 소문이 돌면서 일부 공무원은 명예퇴직을 신청하는 등 일선 공무원들의 반발도 극심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밑빠진 독인 공무원·군인연금의 적자를 언제까지 메워줘야 하느냐고 입을 모은다. 퇴직 공무원들의 연금 월 200만원을 보장하기 위해 84만원의 연금을 받는 국민들이 혈세를 내야 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납세자연맹 등에 따르면 퇴직 공무원들이 지난해 받은 월평균 수령액은 퇴직연금 217만4471원(32만1098명) 수준이었다. 또 유족연금은 138만3193원(4만1919명), 장해연금은 113만3033원(2832명)이었다.


군인연금도 개혁 대상으로 꼽힌다.

퇴직 군인들의 퇴역연금은 240만530원(6만2632명)이었다. 또 유족연금은 134만5554원(1만8493명), 상이연금은 144만5006원(1188명) 수준이었다.

매월 300만원 이상의 연금을 받는 퇴직군인도 지난해 기준 1만5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장급 고위 간부의 경우 452만원(평균 복무기간 32.7년), 중장은 430만원(32.5년), 소장은 386만원(31.9년), 준장은 353만원(30.2년), 대령은 330만원(29.4년) 수준의 연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난해 국민들의 평균 국민연금 수령액은 84만4000원으로, 공무원·군인 연금의 40% 수준에 불과했다.

일반 회사원과 공무원이 서른 살부터 30년간 매달 20만원씩 연금을 불입한다고 가정할 경우 회사원은 65세부터 월 66만원을, 공무원은 3배 이상인 162만원을 받는다.

문제는 공무원·군인연금의 적자폭이 커지고 있고, 국민이 세금을 내 이를 보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매년 수조원 대의 적자를 내고 있다. 지난해 기준 공무원연금의 수입액은 7조5000억원, 지출액은 9조5000억원으로 적자 규모가 2조원을 넘었다. 군인연금 역시 지난해 수입 1조3000억원, 지출 2조6000억원으로 약 1조3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공무원·군인연금의 연금충당부채는 지난해 기준 600조원에 육박하고 있으며, 매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적자는 국민 세금인 정부의 일반회계에서 보전된다. 국민 혈세로 충당한 돈은 최근 5년간 14조원에 이른다.

현 정부 임기(2013~2017년) 중 국민 혈세로 충당해야 하는 돈은 2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 해에 국민 한 사람이 공무원·군인연금 충당금으로 28만원씩을 내야 하는 셈이다.

베이비붐 세대들의 퇴직이 늘고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충당금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공무원·군인연금이 만성적 적자에 시달리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1960년 공무원연금이 도입될 당시의 평균수명은 60세에 불과했다. 소득대체율(생애평균 월급 대비 연금액 비율)은 40% 수준이었다.

하지만 소득대체율이 1980년대 중반엔 76%까지 높아졌고, 60세 수준이던 평균 수명은 100세를 내다보게 됐다. 적자가 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국민연금 역시 평균수명 증가 등의 문제로 도입 19년 만에 당초 약속했던 급여의 43%를 깎았다.

공무원 연금 역시 2009년 25%를 깎았지만 여전히 적자 구조를 면치 못하고 있다. 현재 공무원연금의 소득대체율은 62.7%(33년 재직) 수준이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올해 초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공무원연금·군인연금·사학연금 등 3대 직역연금 개혁방안을 포함시켰다.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담화문을 통해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 3개 공적연금에 대해 내년에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관련법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당정청은 현재 공무원 연금 지급액을 단계적으로 낮추는 개선안을 검토 중이지만 공무원들이 스스로 자신의 밥그릇을 줄여야 하는 셀프개혁이 제대로 이뤄지기는 요원한 일로 보인다.


<par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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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