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정치팀] 강주모 기자 = "영국을 바꾸는 것보다 노동당을 바꾸는 것이 더 어려웠다."
황주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6일, 국회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초선일지'에서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자서전 <여정>의 한 글귀를 소개했다.
황 의원은 "오늘 결국 국회는 공전하고 일정은 파행을 겪었다. 이것은 정말 중증 같다"며 세월호특별법으로 꽉 막혀 있는 정국에 대해 비토 목소리를 냈다.
그는 이어 "'투쟁 정당의 이미지를 벗겠다'던 우리 당 비대위원장의 굳고 빛나던 첫 취임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 한숨의 미풍에 날아가 버렸다"고 당 지도부를 향해 거침없는 화살을 날리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이것은 박영선의 한계가 아니다. 우리 당의 구조적 한계의 문제"라며 "이것이 오늘 우리 당 모든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황 의원은 "우리나라를 개조하는 것과 우리 당을 개조하는 것, 어느 일이 더 실현 불가능할까..."라며 말끝을 흐렸다.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은 새누리당의 특별법 처리 관련 거부와 관련해 "새누리당은 3자 협의체 구성에 동의하고 대화에 조속히 참여하라"며 "정부 여당이 세월호특별법과 관련해 유족이 동의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할 때까지 강력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박 위원장 등 원내대표단 일부는 '유민아빠' 김영오씨가 입원해 있는 용두동 동부병원을, 다른 의원들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농성하고 있는 청운동 동사무소 앞 현장을 각각 방문했다. 일부 의원은 광화문에서 단식 중인 문재인 의원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황주홍 의원 등 새정치민주연합 일각에서는 이 같은 지도부의 장외 투쟁에 대해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영환·조경태 등 당내 중도 성향의 15명 의원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꽉 막힌 세월호 정국을 풀어가야 할 주체로서 힘의 한계를 절감하면서도 장외투쟁만큼은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분리 국정감사 첫날 국회 일정조차 파행시키며 시작한 장외투쟁은 의회 민주주의의 포기로 기록되고 말 것"이라며 "국민과의 사이를 더 멀어지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해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국면에서 전개된 장외투쟁에서 '결국 야당이 얻은 게 없다'는 ‘학습효과’ 때문으로 보인다.
사실 야권의 '거리 정치'로 불리는 장외투쟁은 더 이상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여권으로부터 '정부 발목잡기'라는 비아냥을 들으면서도 야권은 지난해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 특검 도입, 2011년 한미FTA(자유무역협정)비준 동의안 처리 등 민감한 사안이 관철되지 않을 때마다 거리로 나섰다.
2009년에도 여당(당시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처리에 반대하며 국회를 떠나 거리로 나섰지만 별다른 소득 없이 복귀했다. 손학규 당대표 시절인 2010년 말과 2011년 초에도 정부의 민간인 불법 사찰 논란과 4대강 예산안 단독 처리 등에 항의해 노숙 투쟁을 벌였지만 결국 바뀐 것은 없었다.
다음은 장외투쟁 반대 성명에 동참한 의원들(가나다순)
김동철·김성곤·김영환·민홍철·박주선·백군기·변재일·안규백·유성엽·이개호·이찬열·장병완·주승용·조경태·황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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