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사무라이 정신은 거짓이다 ①사쿠라 꽃향기의 진실

"사무라이 정신은 국민교육 차원에서 도입됐다"

올해는 광복 69주년이 되는 해다. 내년이면 벌써 광복 70주년을 맞이하지만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는 요원하기만 하다. 게다가 고노담화를 부정하고, 위안부 문제를 왜곡하는 등 일본의 역사인식은 과거보다 오히려 퇴보하고 있어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일본의 자랑인 ‘사무라이 정신’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내 화제가 되고 있는 책이 있다. <일요시사>가 화제의 책 <사무라이 정신은 거짓이다>를 입수, 단독 연재한다.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서의 승리로 세계무대에 등장한 일본은, 1914년 유럽에서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연합군의 일원으로 대전에 참가하게 된다. 일본의 전쟁 참가는 그 당시 심각해진 국내 경제 상황을 호전시키기 위한 것이 주된 이유였다.

유럽과 중동 지역 등에서의 전쟁은 세계대전이라고 불릴 만큼 치열하였지만,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주축군의 세력 자체가 미약했으므로 전쟁이라고 할 만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침체된 자국 경제를 일으키기 위하여 제1차 세계대전에 연합군으로 참전하면서 이렇다 할 노력도 손실도 없이 승전국의 일원이 된 일본은, 독일이 점령하고 있던 중국과 아시아 지역의 경제 기반을 손쉽게 획득함으로써 알토란 같은 전쟁 특수의 맛을 볼 수 있었다.

군국주의의 길

그 후 일본은 본격적인 군국주의의 길을 걷는다. 군국주의자들이 집권하고 침략을 준비하면서 자국민들에게 침략을 정당화하고, 전투에 임해서는 용감히 싸우라고 정신 교육을 시켰다. 자국민들의 정신 교육을 위하여 많은 어용학자와 어용종교가들이 나섰다. 어용 논리를 펴면서…….

심지어 당시 고승이라고 존경받던 스님들조차 나서서 많은 사람을 죽이는 것을 옹호했다. 스님이 나서서 감히 사람을 많이 죽여야 한다고 대중에게 설법을 한 것이다.

당시 고승으로 알려진 ‘하라다 다이운(Harada Daiun)’은 “전쟁터에 몸을 던져 보지 않고 불법을 아는 것은 전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고, 또 다른 고승으로 당시 일본인들에게 신망을 받던 ‘야스타니 하쿠운(Yasutani Huku’un)’은 “우리는 용감하게 싸워야 하고 적군에 속한 모든 사람들을 죽여야만 한다. 왜냐하면 자비와 충성을 완벽하게 수행하려면 선을 돕고 악을 처벌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죽이는 순간, 죽이되 죽이지 않는다는 진리를 마음에 품고 눈물을 삼켜야만 한다”고 자국민들에게 설법을 했다. 일본에서 ‘사무라이 정신’이 본격적으로 나타난 것도 바로 이때였다.

군국주의 아래에서, 침략을 준비하면서 자국민들에게 정신 교육을 강화하기 위하여 사무라이 정신을 강조하기 시작한 것이다. 에도 막부를 무너뜨리고, 새로 권력을 잡은 메이지 유신(명치유신) 세력들은 집권 초기에는 사무라이들을 비난하고 격하시켰으나, 군국주의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다시 ‘사무라이 정신’을 강조하기 시작한 것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죽으면서 임진왜란은 끝났고, 일본은 그의 사후 권좌를 둘러싸고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파’와 ‘이시다 미쓰나리(石田三成)파’ 간에 심한 권력 투쟁으로 들어갔다. 일본 전국의 영주들은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의 동군과 ‘이시다 미쓰나리(石田三成)’의 서군으로 나누어져 1600년 10월, 세키가하라 평원에서 양파의 운명을 건 일전을 벌였다. 이 전쟁이 세키가하라 전쟁으로 전국시대를 끝내는 마지막 대 혈전이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승리를 거두면서 130년이나 계속되던 전국시대는 드디어 막을 내리고 ‘도쿠가와’ 가문에 의하여 통치되는 ‘에도 막부’가 열리게 되었다. 그 후 일본은 약 270년간의 평화시대에 들어가게 된다. 그로부터 약 250년 후인 1853년 7월, 일본 역사에 있어 또 하나의 중요한 전환을 일으키는 사건이 일어난다.

1차 세계대전서 맛본 전쟁특수 못 잊어
메이지유신으로 근대국가 반열에 올라


바로 미국 동인도함대 사령관이었던 ‘매튜 페리(Matthew Perry)’ 제독이 네 척의 거함을 이끌고 지금의 동경 앞바다에 나타나 해안을 봉쇄하며 개항을 요구하는 통상 조약 체결을 요구한 것이다. 미국이 일본에 개항을 요구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태평양에서 고래잡이를 하는 미국 어선들의 기착지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고래 기름은 가정집의 등불을 밝히고 공업용으로도 사용되던 중요 산업으로 그 규모가 연간 9000만 달러에 이를 정도였다. 이 어선들이 어업 도중 필요한 식수와 식량을 구하거나, 또는 태풍을 만났을 때 위험을 피할 수 있는 가까운 곳의 항구가 필요했던 것이다.

두 번째는 중국 진출을 수월하게 하기 위하여 미국에서 아시아로 오는 중간에 기착지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페리 함대의 기함은 그 크기가 무려 2450톤으로 당시 일본의 주력함들의 크기가 100톤에서 200톤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2450톤의 기함은 지금으로 치면 10만톤급의 항공모함과 같은 거함이었다. 
거기에 목재가 썩지 않게 콜타르 칠을 해, 일본인들은 이를 ‘흑선(黑船 : 구로후네)’이라고 부르며 두려워했다. 군함에서 쏘아대는 대포 또한 그 위력이 대단해 일본인들은 그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공포에 떨었다.

무력시위를 앞세워 개항을 요구하는 전형적인 서구의 열강 외교였다. 이듬해인 1854년 일본은 미국과 굴욕스런 통상 조약을 맺었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1858년까지 영국, 러시아, 네덜란드, 프랑스 등 유럽 열강들과 불평등한 통상 조약을 맺게 된다. 막부가 겁을 먹고 국익에 어긋나는 조약을 맺은 것이다.

당연히 내부에서 막부의 굴욕스런 태도에 반발이 생겼고, 일부 영주를 중심으로 반 막부 집단이 생기면서 막부와 반 막부 사이에 대립하는 정치 격동을 겪는다. 1866년 막부와 반 막부 사이 전투에서 막부가 패배하면서 270여 년이나 내려오던 에도 막부는 그 막을 내리고 말았다.

1867년에는 쇼군 통치로부터 왕이 직접 통치하는 ‘왕정복고’라고 하는 일대 혁신이 이루어진다. 아울러 서구식 의회 정치 제도도 도입되었다.

이 개혁을 메이지 유신(明治維新 : 명치유신)이라고 한다. 메이지 유신 세력은 집권을 하면서 사회 전반에 걸쳐 개혁을 주도했다. 학제, 징병제, 토지 제도 등 여러 가지 개혁을 추진하면서 봉건 제도도 없애버렸다.

봉건 제도를 없애면서 수백 년을 내려오던 다이묘(영주) 제도도 없애고, 그동안 영주들이 갖고 있던 영지는 국가로 환수시켰다. 더 이상 영주들이 존재하지 않게 된 것이다. 서양 열강들에게 무참히 침략당하는 중국을 보면서 또 하나의 중국이 되지 않기 위하여 서양 기술을 배우며 군사력 증가에도 힘을 기울였다.

군사력 증강

일본은 이 메이지 유신을 통해 봉건 국가에서 근대 산업 국가로 탈바꿈하는 역사적 전환점을 맞는다. 메이지 유신은 일본 역사에 있어 전환점이 되는 매우 중요한 사건이다. 이때 배운 서양 기술을 바탕으로 아시아에서 가장 앞선 군사력을 갖추게 되고,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서 승리하고 우리 조선을 강점하고 중국을 점령하고 동남아시아로 침략할 수 있었던 것도 다 이 때문이었다.

메이지 유신을 하게 된 계기는 두말할 것 없이 미국의 무력에 의하여 강요되어진 개방이었다. 흑선의 거대한 위용에 놀라고 거기서 쏘아대는 대포의 위력에 기겁한 나머지 저항 한번 못해 보고 백기를 든 결과이다. 총 한방 못 쏴보고 항복한 이 나약함이 바로 우리 조선보다 근대화를 앞당기는 기회를 가져다 준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