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도 못 잡는 '꼭꼭 숨은' 지하경제 현주소

세금 내면 바보?…현금박치기 탈세 '그대로'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국내 양대 세입기관인 국세청과 관세청. 지하경제 양성화를 목표로 선봉에 섰다. 하지만 일부 성과에도 징세행정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당장 올해부터 돈 나올 구석이 없다는 게 고민이다. 굵직한 대기업을 훑고 있다는 소문이 나온 배경이다. 동시에 당국은 해외로 빠져 나가는 거액의 뭉칫돈을 추적하고 있다. 반환점을 맞은 지하경제 양성화. 성패는 역외탈세 추적에 달렸다.

27조2000억원. 박근혜정부가 집권 기간 지하경제를 양성화해 조달하겠다고 밝힌 재원이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정부가 설정한 집권 1년차 목표액은 무난히 달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6월30일 국회 예산정책처가 내놓은 '2013년도 총수입 결산분석'을 참고하면 정부는 지난해 지하경제 양성화로 모두 3조1200억원(국세청 2조800억원·관세청 1조400억원)의 세금을 거뒀다. 이는 정부가 당초 목표액으로 잡은 2조7000억원보다 4200억원이 초과된 세수다.

문제는 2년차

그런데 국세청이 지난달 14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하경제 양성화로 정부가 거둬들일 세수는 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국세청이 작성한 '지하경제 양성화 주요 추진 실적'에 따르면 주요 4대 지하경제 분야에 대한 국세청의 추징액은 4조6490억원이다.

항목별로는 대기업·대재산가의 탈세행위(1100건)를 조사해 2조3927억원을 추징했다. 또 고소득 자영업자의 세금 탈루에 대한 조사(721건)로 5071억원을 추징했다. 이어 세법질서 훼손자 및 민생침해 탈세자에 대한 조사(760건)로 6703억원을 추징했으며, 역외탈세 추적(211건)으로 1조789억원을 추징했다.


앞서 예산정책처는 동일 항목에 대해 국세청과 다른 분석결과를 내놓았다. 대기업·대재산가의 탈세행위를 적발해 세금 6900억원을 거뒀다고 명시했으며, 고소득 자영업자의 세금탈루를 포착해 2100억원의 세수를 확보했다고 했다. 역외탈세 추적으로 징수한 세금도 5500억원이어서 국세청의 발표와는 2배가량 차이를 보였다.

반면 또 다른 세입기관인 관세청은 예산정책처가 발표한 보고서와 징수액이 비슷했다. 세무 전문지인 <조세일보>는 지난 1일 "관세청이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1조27억원의 세수를 확보했다"며 "다국적 기업 등 고위험 기업에 대한 관세조사 확대로 5367억원, 정유사들의 과다환급 방지 등으로 2050억원, 통관단속 강화로 1562억원 등의 실적을 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관세청에 할당된 목표액이 7600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130% 이상 초과 실적을 올린 셈이다.

그렇다면 국세청은 왜 예산정책처와 다른 세수를 집계한 것일까. 이에 대해 국세청은 "실질 세입은 예산정책처가 작성한 보고서에 가깝다"며 "해당(국세청 작성) 문서는 조사과에서 과세한 금액을 기준으로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즉 4조6490억원을 개인이나 기업에 과세했을 뿐이지 실제 세입은 2조800억원에 근접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국세청이 계획한 2013년 목표액은 1조9800억원이었다. 예산정책처의 보고서를 인용해도 목표액은 초과 달성했다. 그렇지만 과세한 세금이 징수에 비해 적은 점이 흠이다. 아직 2조원이 넘는 돈이 지하시장에 남아 있는 것이다.

지하경제 양성화 1년차 목표액 초과 달성
소송 패소·불복 환급 등 실적 거품 우려
"해외 빠져나가는 검은돈을 잡아라!"

소송 패소나 불복 환급과 같은 변수도 세무당국의 발목을 잡고 있다. 2008~2012년 조세심판원에 접수된 '조세불복심판' 건수는 연평균 5.2%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2013년 들어서 22.7%로 급증했다. 또 국세청의 과세에 불복해 조세 심판을 청구한 기업은 2013년(상반기 기준) 1376개로 2012년(1050개)보다 31% 늘었다.

동시에 국가 패소율(국세 인용률)은 2008∼2012년 연평균 27.2%에서 2013년 32.9%로 5.7%P 증가했다. 패소에 따른 불복환급액 역시 8121억원(2013년 상반기)으로 전년도의 3604억원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예산정책처는 징세행정에 따른 부작용을 짚은 뒤 "세무조사를 통한 세입확충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인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013년 9월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지하경제 양성화를 언급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현실적으로 목표달성이 불가능한 까닭에 정부 스스로 언급을 꺼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당장 올해부터 돈 나올 구석이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세청과 공조가 가능한 검찰에서 눈에 띄는 재계 수사가 없는 점도 걸린다. 그나마 지난해에는 CJ그룹을 비롯한 대기업 사정으로 활로를 뚫었던 정부다. 반면 올해에는 국세청 단독으로 식품업계에 대한 세무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국세청이 굵직한 대기업을 훑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한 대기업 관련 자료를 조회했다가 기록이 남아 폐기했다는 설도 있다. 이 대기업은 정권 출범 초부터 청와대와의 유착이 의심됐던 기업이다. 친정부 기업을 들여다 볼 정도로 세무당국의 실적 압박이 엄청나다는 해석이다.

국세청이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유명인의 해외 부동산 차명 매입 사실을 파악했다는 첩보도 있었다. 미국 등에 소재한 다수의 부동산은 유명인이 소유한 모 그룹의 차명 재산으로 의심됐다. 비슷한 사례로 한 엔터테인먼트사가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을 세탁해 그대로 부동산 투자에 이용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꼬리를 무는 의혹의 종착지는 해외로 좁혀진다.

지난 5일 국세청은 외국에 10억원 이상의 금융계좌를 보유한 개인과 법인이 총 774명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7905개 계좌에 모두 24조3000억원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해외 계좌에 들어 있는 돈이 10억원이 넘는 개인과 법인에 대해 자진신고를 받은 결과 이같이 집계됐다고 알렸다. 이중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조세회피처로 지정한 이력이 있는 국가 17곳에서 모두 3조원(924개 계좌)의 금융재산이 확인됐다.

"현금을 주세요"

앞서 국세청은 피부 미용업, 결혼 상담업, 결혼사진 및 비디오 촬영업 등 고액 현금거래가 많은 업종에 대해 10만원 이상시 영수증을 의무 발행하도록 했다. 그렇지만 결혼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들은 '현금으로 하면 더 싸게 해준다'는 말에 '울며 겨자 먹기'로 수백만원의 현금을 지불하고 있다. 또 이들은 신혼여행을 준비하면서 현금을 요구하는 여행사에 시달리고 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업계 관행"이라고 말을 에둘렀다.

현금영수증 미발급으로 가장 많이 적발된 의료계(1019건·650억원) 역시 탈세의 온상으로 의심받는다. 이 중 성형외과가 가장 비중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지 않는 조건으로 일부 금액을 할인해주거나 다른 부위까지 수술해 주는 식이다.

큼직한 대기업부터 유명 성형외과까지 돈이 몰리는 곳에는 언제나 '검은돈'이 있다. 세무당국의 갖은 노력에도 지하경제가 양성화되지 않는 건 경제범죄에 대한 국내 처벌 기준이 약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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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