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의 승부사 기질

‘유통 황제’등극 비결?…무조건 정면 돌파!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그룹 ‘후계자’딱지를 떼고 명실공히 2세 경영인으로 맹활약 중인 신 부회장은 금융위기 등 대외 악재에도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다. 오히려 주눅 들지 않고 치고 나가는 ‘공격력’이 무서울 정도다. 올해 들어 더욱 스피드를 내고 있는 신 부회장.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그의 승부사 기질을 들여다봤다.

바이더웨이, GS마트·백화점 등 잇따라 인수
3년간 10여건 M&A 성공…4조3천억 쏟아부어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의 거침없는 질주가 화제다. 신 부회장은 ‘보수적’ 그룹 이미지에서 벗어나 공격경영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이 결과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꾸준히 몸집을 불리는 등 국내 유통업계의 ‘황제’로 등극했다. 그룹 내부에선 유력한 후계자인 신 부회장이 경영승계를 앞두고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한 셈이다.

‘보수’ 이미지서 벗어나
본격적인 몸집 불리기

신 부회장은 대형 인수·합병(M&A)에서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롯데그룹은 최근 M&A 시장에서 대어급으로 분류된 GS마트(14개점)와 GS백화점(3개점)을 품에 안았다. 인수 금액은 1조3400억원. 그동안 롯데그룹이 인수한 기업 중 최대 규모다.
롯데그룹이 지금까지 인수한 기업 중 최고가는 타임스로 7327억원이었다. 특히 이번 인수는 신세계, 현대백화점, 홈플러스 등 유통 라이벌들을 제쳐 의미가 크다.

롯데백화점은 GS백화점 인수로 전국에 29개의 백화점 점포를 확보해 2위인 현대백화점(11개 점포)과의 격차를 더 벌렸다. 나아가 올해 사상 처음으로 매출 10조원(지난해 9조2000억원)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GS백화점의 지난해 매출은 5750억원이다.
대형마트 부문에선 현재 70개인 롯데마트 점포를 84개로 늘려 1·2위인 이마트(127개 점포)와 홈플러스(115개 점포)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롯데마트는 올해 10개의 점포를 추가로 오픈할 예정이다.

롯데마트 측은 “GS마트 인수로 업계 1, 2위 업체들과 비슷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며 “올해 기존 5조5000억원에 GS마트 매출(지난해 7950억원)까지 더해 총 6조4000억원으로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5롯데그룹은 지난달 편의점 바이더웨이를 274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올 들어 한달여 만에 유통업계에 나온 대형 매물 2건을 모두 가져간 것이다. 롯데그룹은 세븐일레븐 점포(2240개)와 바이더웨이 점포(1503개)를 합쳐 3743개의 편의점 점포를 확보, 업계 2위인 GS25(3914개)를 바짝 뒤쫓고 있다.
롯데그룹은 최근 3년간 쓸어 담은 굵직굵직한 M&A 매물이 10여건에 이른다. 여기에 쏟아 부은 자금은 무려 4조3000억원에 달한다.

롯데그룹은 2007년 대한화재(3526억원), 중국 대형마트 마크로(1615억원), 호남지역 빅마트(1000억원) 등을 잇달아 사들인데 이어 2008년 네덜란드 초콜릿 회사 길리안(1700억원), 인도네시아 유통업체 마크로(3900억원), 코스모투자자문(629억원) 등을 손에 넣었다.
지난해엔 두산주류BG(5030억원), 중국 유통업체 타임스(7327억원), 교통카드 회사 마이비(603억원), 쌀 가공 식품업체 기린(799억원) 등을 거머쥐었다.

또 AK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AK글로벌(2800억원·공정위 심사 중), 룩셈부르크 부동산투자사 코랄리스(697억원), 경북 성주 골프장 헤븐랜드CC(751억원), 해태음료 안성공장(306억원), 롯데오더리음료유한공사(135억원) 등도 인수했다.
M&A시장 관계자는 “매물마다 가장 유력한 후보군으로 롯데그룹이 오르내린다”며 “신 부회장은 2004년 그룹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를 맡은 이후 보수적인 경영 문화를 과감히 개선해 본격 몸집불리기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활발한 M&A는 성장으로 이어졌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괄목할만한 경영실적으로 사상최대의 매출을 달성했다. 5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린 롯데그룹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약 8% 신장한 45조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롯데그룹 CEO들은 2010년 정기임원 인사에서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대부분 유임됐다. 노병용 롯데마트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지난해 129명보다 늘어난 136명이 승진했다.

직원들은 이례적으로 두툼한 보너스를 받았다. 역시 예상 이상으로 좋은 실적을 거둔 대가다. 롯데쇼핑은 최근 직원들에게 총 400억원 이상의 이익성과급(P/S)을 지급했다. 롯데마트는 직급별로 약 3500여 명의 정규직원에 대해 기본급 150%에 달하는 P/S를 나눠줬다.
롯데그룹은 M&A뿐만 아니라 사업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이 역시 신 부회장의 ‘공격 경영’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롯데그룹은 올해 지난해보다 50% 가량 늘어난 3조5000원을 신규 투자할 계획이다. M&A와 해외투자까지 포함하면 총 투자비는 4조5000억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그룹은 새해 들어 504억원을 투자해 경기도 파주에 3만9332㎡(약 1만1898평) 규모의 아웃렛 부지를 확보했다.
최근엔 경기도와 함께 아시아 최대 규모 테마파크인 ‘유니버설스튜디오 코리아 리조트’사업협약(전체 사업비 3조원)을 체결했다. 이외에도 지난해 12월 개장한 롯데백화점 광복점을 포함한 부산 롯데타운과 올해 착공 예정인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에 각각 2조원, 2조2000억원 정도를 베팅한다. 세종시엔 1000억원을 들여 식품바이오연구소를 설립하기로 했다.

“매물마다 가장 유력한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해외 사업도 활발하다. 이른바 브릭스(VRICs·베트남 러시아 인도 중국) 지역이 해외 거점이다.
롯데그룹은 상반기 중 러시아 모스크바와 일본 도쿄에 호텔을 연다. 2015년 완공을 목표로 지난해 착공한 중국 선양 초대형 복합단지 롯데타운 건립도 추진 중이다. 베트남과 인도엔 각각 랜드마크 타워, 롯데제과 공장 등을 건설할 계획이다. 롯데그룹은 이들 4개국을 중심으로 해외 M&A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신 부회장은 “아직 배가 고프다”는 표정이다. 앞으로 M&A와 신규사업을 통해 영역을 더 확장한다는 게 그의 복안이다.

신 부회장은 이미 큰 그림을 그려 놨다. 지난해 3월 발표한 ‘롯데 2018 비전’이 그것이다. 이 비전은 ‘매년 평균 16.5%씩 성장해 2018년 200조원 매출을 올려 아시아 톱10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내용으로 이는 신 부회장의 원대한 꿈을 담고 있다.
‘공격 경영’신규사업 적극 베팅 
‘브릭스’중심 글로벌사업도 활발


롯데그룹은 2018년 5대 사업부문별 매출 목표를 ▲유통·금융 90조원(2008년 매출 19조원) ▲45조원(10조1000억원) ▲식품 20조원(4조2000억원) ▲건설·관광 20조원(5조원) ▲상사 정보통신 등 지원사업 25조원(5조6000억원) 등으로 정했다.
이중 주력사업인 백화점과 마트는 각각 2018년까지 15조원, 37조원으로 잡았다. 이에 따라 유통부문은 약 80조원 매출을 달성해 ‘아시아 톱3’에 든다는 계획이며 식품은 ‘아시아 톱5’, 화학과 건설은 ‘아시아 톱10’이 목표다.


그룹 측은 “2018 비전에서 핵심은 글로벌 사업으로 해외 주요 거점인 브릭스에 대한 투자 폭을 넓혀 사업 부문별 매출 비중을 높여갈 것”이라며 “그동안 해외에 롯데 브랜드를 알렸다면 지금부터는 글로벌 사업의 실질적인 성과를 얻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롯데 2018 비전’은 국내외에서 추가적인 M&A와 신사업을 통해 더욱 몸집을 불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 신 부회장은 한 공개석상에서 “좋은 기회가 되면 M&A와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우려도 나온다. 롯데그룹의 사세 확장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시너지 효과 기대 등 대체로 긍정적이지만 대우건설, 대한통운 등을 인수하며 무리하게 사업을 늘렸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휘청거리는 것과 같이 ‘승자의 저주’(높은 가격으로 다른 기업을 인수했다가 차입금 상환 부담으로 기업 자체가 위험해지는 현상)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롯데그룹은 이번 GS백화점·마트 인수 비용 1조3400억원 가운데 절반가량을 외부 차입으로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롯데그룹의 자금난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신 부회장은 자신만만하다. 그룹의 탄탄한 재무구조와 막강한 현금동원력 등 풍부한 자금력이 그 배경이다. 롯데그룹이 M&A·신사업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내는 것 또한 풍부한 유동성(현금흐름) 때문이다.
그룹 측은 대형 M&A와 대규모 투자에 따른 자금여력에 대해 “계열사들의 현금이 풍부하고 평균 부채비율이 50%대에 머물고 있어 큰 문제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탄탄한 재무구조에
막강한 현금동원력

국내 재계 순위 5위인 롯데그룹은 지난해 9월기준으로 현금성 자산이 3조5000억원에 달하는 반면 부채비율은 50%에 불과하다. 신 부회장이 일찌감치 ‘실탄’ 마련에 공을 들인 결과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가 감지되자마자 각 계열사별로 운영 자금을 미리 확보하라고 지시했었다. 신 부회장은 1990년 롯데에 입사하기 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거쳐 1981년부터 7년간 일본 노무라증권 런던지점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한편으론 신 부회장의 공격 경영과 그룹 후계구도를 연관 짓는 분석도 있다. 완전한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후계자 자리를 공고히 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올해 88세로 고령인 신격호 회장은 슬하에 2남1녀를 두고 있는데 장남 신동주 부사장은 일본롯데를, 차남 신 부회장은 한국롯데를 각각 맡는 구도다. 이들 형제간 계열분리를 위한 지분정리는 거의 마무리됐다.

더욱이 신 회장은 지난해 사실상 일본롯데 경영일선에서 한 발 물러났다. 국내에서도 계열사 등기이사직 사퇴와 지분 및 부동산을 잇달아 처분해 은퇴를 염두에 둔 사전정지 작업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신 부회장의 M&A 성과만 부각되고 있지만 사실 유니클로, 크리스피 크림도넛, 세븐일레븐 등 직접 야심차게 도입한 브랜드들이 저조한 성적을 거두는 등 고전해 왔다”며 “그룹 경영승계가 임박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신 부회장으로선 다급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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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