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린 저 / 문학동네 펴냄 / 1만원
전경린은 “독을 독으로 푸는” 소설가다. 그의 매혹적인 문장들은, 언제나 그 치명적인 독성으로 인해 독자들을 꼼짝 못하게 만든다. 전작 <엄마의 집>에서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따스하게 그려냈던 작가 전경린이 이번 장편소설 <풀밭 위의 식사>에서는 다시 사랑을 이야기한다.
사랑의 감정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현재와 과거를, 사랑의 본질을 아름다우면서도 날카롭게 그려내고 있다. 소설은 이미 깨어질 것을 알았지만 예고된 위험마저 받아들인 여자 누경에게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그녀를 바라보는 한 남자와, 숨겨진 그녀의 일기장 속 한 남자가 있다.
두려워하면서도 쓰지 않을 수 없는 그녀의 일기장은 사람, 사랑, 삶, 기쁨, 상처의 기록들로 메워져 있는데…. 마음 한켠을 날렵하게 베어내 얇게 벼린 그 조각을 들이미는 듯한 그의 이야기를 읽는 독자들은, 어느새 자신의 마음자리까지 작가에게 내어주고 말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