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복당 초읽기 정동영 의원

나갈 땐 ‘맘대로’ 들어올 땐 ‘맘고생’


정동영 무소속 의원이 민주당으로의 귀환을 목전에 두고 있다. 대선과 총선에서 연이어 고배를 마시자 미국 유학을 떠났던 정 의원은 정계 복귀로 인해 당과 갈라섰다. 지난해 4월 재보선 출마를 두고 당 지도부와 ‘공천 전쟁’을 겪은 것. 정 의원이 당선되면서 더 깊어졌던 골은 ‘진보개혁진영 대연합’이 거론되기 시작한 후 차츰 치유되고 있다. 아직 남아있는 앙금이 적지 않지만 진보개혁진영의 연합과 지방선거 승리를 앞두고 하나로 힘을 모으는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당 지도부가 최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원자격심사위원회에 정 의원의 복당에 필요한 당헌 절차를 조속히 밟도록 지시하는 등 복당은 초읽기에 들어가는 분위기다. 친노 386 인사들의 반발이 적지 않지만 그리운 고향으로의 입성이 멀지 않은 것. 정 의원의 고단했던 ‘가출기’를 돌이켜 봤다.

다된 밥에 코 빠트릴라 ‘쉿’…복당 앞두고 언행 조심
당내 비주류와 손잡고 외곽조직으로 복귀 후 노린다

정동영 무소속 의원이 당적을 갖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 민주당 지도부가 정 의원 등 무소속 호남 3인방의 복당을 설 이전에 매듭짓겠다고 밝힌 것.

박지원 정책위의장도 지난 2일 ‘2010 민주당 전북도당 정책토론회’에서 “3명 의원의 복당 분위기가 다 됐다”며 “설 이전에는 3명 모두 민주당에 들어올 것”이라고 말해 정동영, 신건, 유성엽 의원의 복당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힘들었던 정계 복귀
금배지 찼는데 집 잃었네

이로써 정 의원은 10개월 여의 고단한  날들을 뒤로 하고 그리운 고향의 품에 안기게 됐다.

지난 17대 대선 이후 복당까지 정 의원이 보낸 시간은 그리 녹록치 않다. 정 의원은 지난 17대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후보로 이명박 대통령과 승부를 벌였다. 하지만 역대 최대 표 차이로 고배를 마신 후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수도권으로 전략공천됐던 18대 총선에서도 낙선한 후 미국 유학을 떠나 외롭고 물 설은 타지 생활을 견뎌내야 했다.


정계 복귀도 쉽지 않았다. 그의 복귀 무대가 된 4월 재보선은 출마 전부터 당 지도부와의 마찰을 빚었다. 당 지도부는 정 의원의 공천배제를 결정했고, 그는 결국 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재보선에 나섰다.

이후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전주 덕진 재보선에서 72.3%(5만7423표)의 득표율로 12.9%에 그친 민주당 김근식 후보를 압도적인 차로 제쳐 무소속으로 나서야 했던 설움을 씻어냈다. 4월 재보선에서의 압승으로 여의도 정계 복귀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재보선에서 공약으로까지 내걸었던 복당은 쉽지 않았다.

복당의 분위기가 본격적으로 내비치기 시작한 것은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들의 서거 후 민주진영에 ‘민주대연합’ ‘진보개혁진영 대연합’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부터다. 두 전직 대통령들의 서거로 급상승했던 지지율에서 ‘바람’이 빠져 나가고, 이 대통령이 중도강화, 서민행보로 치고 나가면서 새로운 동력으로 친노 진영이든 정 의원이든 시민사회진영이든 힘을 합쳐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이강래 원내대표는 10월 재보선을 앞두고 “지방선거, 총선, 대선으로 가는 대단히 중요한 길목인데 자칫 잘못하면 분열로 인해 망칠 수 있다는 것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면서 정 의원의 복당문제를 거론했다.

이 원내대표는 그러나 “지난 공천 선거과정에서 불신이 생기고 감정의 골이 깊어져 있는 상태인데 선거가 끝났으니 무조건 함께 가자는 것은 정 의원도 입당해서 당원증을 받는 것이 목표가 아닐 것”이라며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하려면 당내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하고 모든 분들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의원이 복당해야 한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민주당 내부의 전체적인 동의가 있어야 ‘때’가 무르익을 수 있음을 짚은 것이다.

정 의원도 이러한 ‘전제 조건’을 염두에 두고 움직였다. 여의도로 돌아온 후 민주당의 상황과 자칫 잡음이 확대될 수 있음을 들어 복당 문제를 미뤘다.


다른 한편에서는 민주당이 최대 현안으로 삼은 ‘미디어법’으로 의원들과 스킨십을 늘려갔다. 여의도역을 찾아 미디어법 개정에 반대하는 내용의 유인물을 시민에게 직접 배포하는가 하면 회본청 중앙홀 점거농성장을 찾아 미디어법 저지를 주장하는 민주당 의원들을 격려한 것.

민주당과 보폭 맞추기
조심스럽게 스며들어라

국회 본회의장에서 4월 재보선 당선자들을 대표해 선서문을 낭독한 뒤 인사말에서도 ‘미디어법’을 겨냥했다. 정 의원은 “용산참사 유가족들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줘야 하는 것이 정치라고 생각한다. 경제 살리기와 무관하고 정치적 파국을 몰고 올 언론법을 처리하지 않는 것도 정치라고 생각한다”면서 “이것(언론법)을 강행처리하면 분명히 정치는 파국으로 갈 텐데 아무에게도 득이 안 되지 않겠나. 의연하게 서로 시간을 가지고 대화하는 게 정치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여의도 밖에서 서민정치에 대한 활로를 모색하기도 했다. 용산참사 재발 방지를 위한 입법 활동 등으로 국회 밖의 문제를 국회 안으로 끌어 들인 것. 토론회를 열어 용산참사 해결 방안을 논의하고 법안을 발의했다.

당내 비주류와의 소통도 늘려갔다. 민주당 비주류연합체인 민주연대 정기조찬회의에 참석해 의원들과 접촉면을 늘린 것. 이들은 정 의원의 복당에 대해 당 지도부를 압박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또한 비주류 초·재선 그룹인 ‘국민모임’은 ‘민주당 이대로 좋은가’라는 토론회를 통해 당 쇄신을 주장, 정 의원의 복당에 우회적으로 힘을 보탰다.

정 의원은 정세균 대표와의 회동 후 지난달 12일 민주당에 복당 신청을 했다. 정 의원은 복당 신청을 하면서 “지난 4월10일 잠시 옷을 벗었지만 다시 함께 할 것이라던 약속,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다”며 “매순간 나의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은 민주당의 선택이었고, 원내에 들어온 이후 주요현안과 정책에 대해 같은 입장과 행동을 취해왔다”고 ‘은근한 노력’을 드러냈다.

그는 “무엇보다 지난 재보선 기간 당에 부담을 준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며 “선거의 치열한 과정 속에 나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은 동지들에게 정치적 이유를 떠나 인간적으로 넓은 이해”를 구했다.

그는 이어 “작은 차이와 균열을 넘어서야 한다. 통합과 연대는 지금 이 순간 민주개혁세력의 절대적 책무”라며 “ 우리가 부족했던 부분을 뼈를 깎는 마음으로 반성하고, 국민에게 다시 권력을 달라고 요구할 정당성과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 나부터 백의종군의 자세로 가장 낮은 길, 가장 험한 길 마다하지 않겠다”고 최대한 몸을 낮췄다.
 
복당 신청서를 제출한 후에도 친노 386 등 당 주류 일각의 반발로 복당은 한달여를 끌었다. 이에 대해 정 의원과 가까운 양형일 전 의원은 “복당 신청 후 한 달이 되는 10일이 지나면 당헌 당규상 원칙적으로 신청 자체가 효력을 잃게 된다”며 “입으로는 통합과 연대를 말하면서 받아들여야 할 정 의원을 받아들이지 않는 정당을 어떻게 열린 정당이라 말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박지원 정책위의장은 “설 이전”으로 복당 시기를 언급하면서 “이들 3명 의원이 민주당에 들어오면 이익과 손해를 계산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미운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이들이 아무리 미워도 이명박 대통령이나 한나라당 사람들보다 미운 것은 아니잖느냐”고 정 의원의 복당에 반발하는 이들을 달랬다.

그러나 정 의원의 복당 후 해묵은 갈등이 한번에 사라지리라 말하는 이는 없다. 당권과 대권 등 ‘같은 꿈’을 꾸고 있는 정세균 대표와 정 의원의 충돌은 예정된 것이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정가 일각에서는 정 의원이 복당 후 당내 영향력을 회복하기 위해 세 확장에 나섰다는 관측이 전해지고 있다.

정 의원의 외곽조직인 ‘한민족경제비전연구소(한경연)’가 광주·전남에 이어 전북, 서울에서도 지부를 내고 대대적인 움직임에 들어갈 것이라는 것이다. 한경연은 정 의원이 미국에 머물 당시 그의 뜻에 동조하는 이들이 모인 곳으로 귀국 전까지 정 의원이 초대 이사장직을 맡았었다.

정 의원은 이사장에 취임하면서 한경연을 ‘새로운 진보정부, 새로운 민주정부를 창출할 씨앗’으로 소개했다.


그는 “새로운 의미의 진보는 그냥 과거 10년을 연장하고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한민족 8000만이 보다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아울러 시대적 과제로 눈앞에 제기되어 있는데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분단 문제를 우리 시대 안에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우리의 의지를 가지고 해결하는 것”이라며 삶의 질의 향상과 분단의 해소를 새로운 진보의 핵심적인 축으로 삼았다.

귀국 후에는 전주 재보선에서 당선한 후 미 현지 회원들과 20여 분간 화상전화를 할 정도로 남다른 애착을 보였다. 때문에 정가 일각에서는 한경연이 대권을 위한 전진기지가 되지 않겠냐고 분석했다. 

초읽기 들어간 복당
남은 갈등 “만만찮네”

이에 대해 정 의원측 관계자는 “‘한경연’은 정 의원이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곳이 아니”라며 “전북 본부는 창립대회를 준비했지만 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세 확장이라는 일각의 관측을 일축했다.

그러나 정 의원의 복당 후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이 확산될 것이라는 관측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국민모임과 민주연대 등 비주류 진영이 정 대표의 ‘뉴민주당 플랜’에 대해 “민주 정부 10년 평가 이뤄진 후에 ‘뉴민주당 플랜’이 나왔어야 한다”며 공세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 의원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아 ‘뉴민주당 플랜’을 두고 정 대표와 대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주류와 비주류로 힘을 모으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당이 갈라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우려하면서도 “정 의원이 복당 후 한동안은 당 지도부의 ‘오해’를 부를 만한 정치적 행보를 최대한 자제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지금 민주당은 뭉쳐야 할 시기”라며 “밖의 적을 보지 못하고 내부의 갈등만 키우면 공멸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정동영은 누구?

정동영 무소속 의원은 1953년 전북 순창에서 태어나 전주고와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했다. MBC ‘뉴스데스크’ 주말 앵커 출신인 그는 서울대 동기인 이해찬 전 총리의 권유로 1996년 정계에 입문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로 15대 총선에 출마한 그는 전주 덕진에서 전국 최대 득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16대 총선에서도 전국 최다 득표를 획득하며 재선에 성공, 정치적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국민회의 시절 당 대변인과 최고위원을 역임했으며 당시 권력 2인자였던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을 겨냥 ‘정풍운동’을 벌이면서 깨끗한 이미지의 차세대 주자로 떠올랐다. 2002년 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맞붙어 졌지만 경선을 완주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04년 신기남 천정배 의원 등과 함께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했으나 17대 총선을 앞두고 ‘노임 폄하 발언 파문’으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17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까지 사퇴하며 물러난 그는 같은 해 참여정부 통일부 장관으로 재기했다. 2006년엔 당 의장으로 여의도 정가에 복귀했으나 그 해 지방선거에서는 패배했다.
지난 17대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후보에 선정됐지만 이명박 대통령에게 패했다. 18대 총선에서도 고배를 마시자 지난해 7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지난해 4월 재보선 출마를 위해 귀국했으며 당 지도부가 공천 배제를 결정하자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해 살아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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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