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출신인사' 정치권 성적표

시민운동 트로이카 '대업 이룰까'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이번 6·4 지방선거 최대 화두는 진보 교육감의 선전이다. 그 중심엔 참여연대 출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있다. 조 교육감은 앞서 정치권에 발을 들인 박원순 서울시장, 김기식 의원 등과 함께 이른바 '참여연대 트로이카'로 불린다. 시민운동 1세대가 또 다시 제도권에 유입되면서 그 결과에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박 시장과 김 의원이 먼저 '정치인'으로의 변신에 성공한 가운데 조 교육감마저 성공을 거둔다면 정가 안팎에는 이른바 '시민운동가 대망론'이 불거질 전망이다.

1990년대 초반 이른바 '단무지(단순·무식·과격) 운동권'으로 불리던 한 사내가 있었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강성 활동가였다. 부지런히 현장을 누비고 여기저기 치고받았다. 몇 번은 승리를 거뒀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정권차원의 강력한 보복이 뒤따랐다. 이 과정에서 그는 투옥돼 고문을 당했다.

시민단체 전성시대

마침내 이 사내는 노동운동만이 아닌 '이기는 운동', '생활 속의 운동'이란 새로운 노선을 탐색했다. '참여 민주를 위한 사회인 연합'을 결성한 그는 무작정 박원순 변호사와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를 찾아갔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들은 서로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생면부지였던 세 사람은 한마음으로 의기투합했다. 1994년 9월 참여연대는 이렇게 탄생했다.

앞서 박원순·조희연과 의기투합한 사내는 바로 새정치민주연합의 김기식 의원이다. 김 의원은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후 어느덧 당내 비중 있는 인사가 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초·재선 의원 모임인 '더 좋은 미래'의 간사를 맡고 있는 김 의원은 내년 3월 당권교체를 추진할 것임을 밝히며 또 한 번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박원순 선거캠프에 합류해 전략기획담당 특보를 맡았던 김 의원은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재선을 지켜봤다. 정가 안팎에선 박 시장의 '개인기'로 당선됐다는 평이 지배적인 가운데 김 의원은 지난 12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정당의 후보와 정당의 지지도 간에 상당한 괴리가 있다고 하는 것은 현재 당이 그 리더십 측면에서 대중의 관점으로 봤을 때 한계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김 의원이 단서로 달았던 리더십의 변화와 교체, 박 시장의 압도적 득표율과 역전 드라마를 써 올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저력 등은 제도권에 진출한 참여연대 출신 그룹에 눈길이 쏠리게 만든다.

참여연대는 창립 후 사회 전반에 걸친 다양한 운동을 전개하며 한국의 대표적 시민단체로 자리매김했다. 일부 보수단체에서는 색깔론을 제기하고 있지만 현재로서 참여연대가 가장 영향력 있는 시민단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어 보인다. 대체로 정부와 각을 세웠던 참여연대의 행보는 권력의 감시자라는 측면에서 유효했다.

그런데 제도권 밖에 머물던 참여연대 출신 인사들은 박 시장의 당선을 전후로 대거 정치권에 유입됐다. 실제 역대 참여연대 사무처장의 면면을 보면 절반 이상이 정치권에 몸담았거나 몸담고 있다.

박원순·김기식 이어 조희연도 입문
대체로 무난 평가…색깔론 극복 관건

참여연대의 얼굴격인 박 시장과 김 의원은 2∼3년 전 각각 행정과 의회제도로 편입됐다. 초대 사무처장인 조 교육감은 이번 선거를 통해 공직사회 전면에 등장했다. 김민영 전 사무처장의 경우는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캠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이목을 끌었다. 김 전 처장은 이명박정부가 들어선 2007년부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광우병 촛불시위 등을 주도하며 정부와 맞섰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 역시 협동사무처장을 지냈다.

그렇다면 감시자였던 이들이 감시를 받는 제도권으로 자리를 옮긴 이유는 무엇일까. 원인은 여러가지가 꼽힌다. 그중 참여연대에 대한 지난 정권의 탄압은 각 사무처장의 정계입문을 재촉했다는 평가다.

참여연대는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정국 당시 사무실 압수수색과 활동가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때문에 기존 방식의 외부 활동이 위축됐고, 어쩔 수 없이 활동반경을 넓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참여연대 출신 한 관계자는 지난 대선 직전 "참여연대는 종합적인 시민운동을 하는 곳으로 '준정당'의 기능을 한다"면서 "이런 단체에서 실무를 총괄한 경험은 정치권에 큰 매력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실 정치의 무능도 빼놓을 수 없다. 당시 보수정당의 득세와 제1야당의 우경화는 진보성향 유권자들의 거부감을 일으켰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한 한 방안으로 시민운동 그룹의 수혈이 이뤄졌다는 해석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한 보좌관은 "(대선을 앞두고) 아무래도 야당이 가진 선명성을 부각시키려면 젊거나 개혁적인 인사를 영입해야 했는데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은 두 가지 조건 모두에 부합했다"며 "조심스럽긴 하지만 활동가 그룹도 거리에 오래 있다 보니 제도 안으로 들어와 큰 폭의 변화를 스스로 매듭짓고자 하는 어떤 갈증을 느끼지 않았을까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들이 소속된 정당이 특정 정치세력에 편중돼 있다는 점 등을 지적하지만 대체적인 여론은 우호적이다.

먼저 시민운동 그룹 1세대인 박 시장은 중간평가 성격인 이번 선거에서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잠재적 대권후보인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를 큰 표 차로 눌러 일약 여야를 아우르는 유력 '차기 대통령'으로 부상했다.

무엇보다 여당세가 강한 강남 3구에서도 정 후보와 엎치락뒤치락하는 접전을 벌여 전망을 더욱 밝게 했다. 시민운동을 하며 얻은 풍부한 정무적 경험에다 정치인으로 변신한 뒤에는 정세를 읽는 감각까지 더해졌다는 평이다.

김 의원 역시 활발한 의정 활동으로 원내에 안정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김 의원은 높은 본회의 출석률(2012·2014년 현재 100%)과 모범적인 입법활동(대표발의 24건)으로 안팎의 호평을 듣고 있다. 또 그는 지난해 NGO 모니터단 선정 국정감사 우수국회의원에 꼽히기도 했다.

정치권 러쉬

이처럼 박 시장과 김 의원이 나란히 '정치인'으로의 변신에 성공하면서 자연스레 조 교육감의 제도권 적응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만약 조 교육감마저 본인이 약속했던 교육개혁에 성공한다면 정가 안팎에는 '시민운동가 대망론'이 불거질 전망이다. 다만 '전교조 논란' 등을 포함한 색깔론은 조 교육감이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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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