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만난' 아웃도어 상속자들 열전

캠핑재벌도 등산재벌도 피 튀기는 '후계전쟁'

[일요시사=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아웃도어 시장이 패션업계 주요시장으로 성장하면서 최근 오너 2세들의 경영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다만 2세 경영인들은 아직까지 회사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경영수업을 받거나 회사 운영에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그만큼 후계자들의 경영 자질도 본격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아웃도어 시장 매출은 4조원에 달했다. 미국(11조원), 유럽연합(9조원)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큰 규모다. 올해 국내 아웃도어 시장은 최소 6조원 이상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들-딸 경쟁

이렇게 아웃도어 업계가 급격히 팽창하면서 기업 오너 2세들이 경영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노스페이스, 블랙야크, 밀레 등 아웃도어업체들의 경영승계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는 모습이다.

특히 노스페이스로 대박을 낸 영원무역 성기학 회장 딸들의 거침없는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영원무역은 아웃도어 점유율 1위업체인 노스페이스의 제조·판매사다.

성 회장의 장녀 시은씨는 영원무역홀딩스의 대주주인 와이엠에스에이(YMSA)의 이사를 맡고 있다. 섬유제품 및 수입원단 수출입 업체인 와이엠에스에이는 영원무역그룹의 지배구조상 최상단에 위치한다. 꾸준히 지분을 사모으고, 유상증자 등의 과정을 거쳐 지난해 연매출 1조4000억원으로 끌어올려 영원무역홀딩스를 실질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위치에 올랐다. 이로써 와이엠스에이와 영원무역홀딩스, 영원아웃도어 순으로 내려오는 지배구조가 확고해졌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시은씨가 부친의 자리를 이어받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영원무역의 승계구도를 확신할 수는 없다. 차녀 래은씨와 막내딸 가은씨도 경영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탠포드 대학을 졸업한 차녀 래은씨는 영원무역과 영원무역홀딩스 영업 및 관리 전무를 겸하고 있다. 두 계열사 지분을 각각 0.02% 가지고 있다. 막내 가은씨도 영원아웃도어 마케팅팀부터 시작해 이사로 승진했다. 노스페이스 브랜드 홍보와 영원무역의 광고, 홍보, 마케팅까지 총괄하고 있다. 지난 2006년에는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장남 주홍씨와 결혼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09년부터 차근차근 지배구조를 정리해온 영원무역그룹은 인적분할을 통해 영원무역홀딩스(존속회사)와 영원무역으로 분리해 지주사 체제를 갖췄다. 현재는 비상장사를 포함 39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계열사 중에서도 주요 계열사에 성 회장의 세 딸들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향후 장녀(와이엠에스에이)에서 차녀(영원무역홀딩스 및 영원무역), 삼녀(골드윈코리아)로 이어지는 경영구조 확립을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국내 아웃도어 3위 업체 K2 코리아 창업자의 아들 정영훈 대표의 경영 능력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 대표는 1972년 K2코리아의 전신인 한국특수제화를 창업한 고 정동남 회장의 장남이다.

부친이 북한산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하면서 2002년부터 그가 K2경영을 책임지게 됐다. 당시만 해도 30대 초반이었던 정 대표가 모든 경영을 떠맡게 되자 회사 내부에서는 뒷말이 많았다. 그런데 우려했던 바와 달리 정 사장은 K2를 크게 키웠다. 2002년 30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을 1500억원대 규모로 성장시킨 것이다. 이 정도면 아직까지는 탄탄한 기업의 2세로 가업을 무난히 승계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최근에는 젊은 층을 공략한 제2의 브랜드 아이더를 내세워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정 대표가 아이더 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지난 2월 K2코리아는 세컨드 브랜드인 아이더를 별도 회사로 독립시켰다. 분사과정에서 아이더의 지분구조에 변화가 없어 정 대표가 아이더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토종 아웃도어브랜드 블랙야크도 오너의 큰딸과 아들이 경영을 돕고 있다.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에게는 2녀 1남의 자녀가 있다. 이 중 큰딸 주연씨는 블랙야크에서 설립한 아우트로의 대표직을 맡아 재무를 관리하고 있다. 아우트로는 미국의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 마모트를 운영하기 위해 지난 2007년 설립한 회사다.
 

강태선 회장이 지난 1992년 미국 리노아웃도어 쇼에서 보고 반해 블랙야크를 통해 직수입해온 브랜드다. 서울여대 미생물학과를 졸업한 주연씨는 지난 2002년 블랙야크 모기업인 동진레저에 입사해 10여년동안 실무를 맡았다. 아우트로는 지난 5월 마모트 1호점인 논현점을 시작으로 한달여만에 30호까지 확장했다.


막내아들 준석씨는 해외 유학 후 현재 블랙야크 제품소싱팀 대리로 근무하며 바닥부터 다지고 있다. 이 남매는 신한은행이 지난 2009년부터 각 지점에서 추천한 우량 중견·중소기업인 자녀들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기량발전(MIP)’프로그램을 다니기도 했다. 다만 차녀 영순씨는 큐레이터로 미술계에 종사하며 경영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너 2세들 속속 대물림 위한 경영수업
후계자 자질 시험대 올라…합격은 누구?

한철호 밀레 대표의 장남 승우씨도 밀레 에델바이스홀딩스 관리부 과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현재 이 회사의 해외 브랜드 개척과 신규 사업 부문을 맡고 있다. 승우씨는 지난해 밀레가 론칭한 세컨드브랜드 ‘엠리밋’을 기획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미국 및 유럽 등에 거주하면서 해외 브랜드 및 신규 사업을 위한 업계 동향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스페이스의 ‘짝퉁’브랜드로 오해 받았던 국내 최장수 아웃도어 브랜드 레드페이스도 오너 2세가 경영에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 유영선 레드페이스 대표의 장남 제원씨가 레드페이스 영업부에서 일하고 있다. 제원씨는 레드페이스의 중국 진출을 염두에 둔 유 대표의 계획에 따라 중국에서 대학을 졸업했다.

스포츠 브랜드 휠라 윤윤수 대표의 아들도 철저한 경영수업을 받았다. 윤 대표의 장남 근창씨는 카이스트에서 컴퓨터공학 석사과정을 마친 뒤 미국에서 MBA코스를 밟았다. 현재 근창씨는 휠라코리아가 미국에 설립한 글로벌 지주회사 GLBH홀딩스의 마케팅 디렉터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노스케이프, 와일드로즈 등의 아웃도어 브랜드를 운영하는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의 딸 혜원씨도 현재 형지의 경영기획실 이사로 일하고 있다. 최 회장의 아들은 계열사인 우성I&C에서 과장급으로 일하며 실무를 배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웃도어 저가정책을 펼치고 있는 콜핑의 오너 2세도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박만영 콜핑 대표 아들 상현씨는 과장직을 맡아 조용히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현씨는 회사 지분율 5%를 차지하고 있다.

지분 모으기

하지만 아웃도어 2세 경영을 두고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역사가 짧은 국내 아웃도어 업체들이 여기까지 성장한데는 직원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면서 “우리나라 재벌기업 특성따라 아웃도어 업계도 결국 오너경영체제로 가고 있는데 경영능력이 떨어지는 2세가 가업을 물려받아 사업만 키우게 되면 다른 기업 사례와 마찬가지로 악순환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네파 상속은?


대부분의 아웃도어 오너들이 2세에게 가업을 물려주는 가운데 아웃도어 업체 네파의 승계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김형섭 네파 대표는 아직까지 아들에게 회사를 물려줄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상 김 대표는 3세 경영인이다. ‘독립문 메리야스’를 만들던 평안L&C(옛 평안섬유)가 네파의 모기업이다. 그는 할아버지 고 김항복 창업주와 부친인 김세훈 회장에 이어 가업을 물려받아 경영을 하고 있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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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