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수출 성공 이끈 주역 김쌍수 한국전력공사 사장

뚝심 있는 도전, 한국 원전 역사 빛냈다


최근 멀리 중동에서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전력공사가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원자력발전소 건설 수주에 성공한 것이다. 예상되는 경제적 기대가치만 400억 달러(약 47조원)에 달하는 이번 성과에 업계는 수주를 성공으로 이끈 주역들에 대한 칭찬을 쏟아놓고 있다.

이들 중 최대의 관심을 받고 있는 한 사람이 김쌍수 한국전력공사 사장이다. 그동안 UAE 원전수주의 실무전반을 총괄 지휘하며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했던 그는 이번 성과로 다시 한 번 입지를 다지게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전, 400억 달러 UAE 원전 해외건설 수주 성공
공사 취임 1년4개월 만에 초대형 프로젝트 결실


“2002년 월드컵 4강 진출의 가슴 벅찬 감격이 기억납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적 리더십과 온 국민의 성원으로 이제 그때 못 이룬 우승의 꿈을 이룬 듯합니다.” 지난 2009년 12월27일 UAE로부터 원자력발전 사업을 따낸 후 밝힌 김쌍수 한전 사장의 소감이다. 최종 계약 체결 직후 전해진 김 사장의 목소리에는 벅찬 감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는 이번 사업 수주에 대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한국의 원전 기술이 이번 입찰과정을 통해서 세계무대에 우뚝 서게 됐다”고 자신하기도 했다.  김 사장이 이렇듯 자신감을 드러낸 데는 그만큼 이번 사업 수주가 한전과 국가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기대 가치 4백억 달러
정부예산 6분의 1 수준

실제 한전이 수주한 이번 UAE 원전 사업은 중동지역 초대형 원전 건설 프로젝트다. 이번 계약으로 한전은 앞으로 UAE에 2017년 완공 예정인 첫 원전 1400MW급 신형경수로 APR1400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모두 4기의 원전을 건설하게 된다. 건설 사업에 필요한 인원만 11만여 명에 달한다. 거대한 원전 건설 규모에 맞게 한전이 이번 사업을 통해 얻게 될 경제적 가치도 크다.

우선 UAE로부터 받게 되는 초기 건설 계약금은 약 200억 달러다. 이는 국내 NF소나타 약 100만 대 또는 초대형 비행기 에어버스 A380 약 60대, 30만톤급 초대형 유조선 180척을 수출한 효과와 맞먹는 수준이다.  뿐만 아니다. 한전은 이번 사업을 통해 원전 준공 이후에도 향후 60년 동안 원전 운영 및 유지보수 책임까지 맡았다.

한전은 이로써 UAE 원전운영사의 발전소 운전, 주요기기 교체 등 운영지원에 참여해 약 200억 달러의 추가적인 재원확보가 가능하게 됐다. 결국 이번 사업을 통해 한전이 얻게 될 경제적 가치는 총 400억 달러 규모에 달한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는 한화로 약 47조원에 달하는 금액으로 내년도 정부 예산안 292조원의 6분의 1에 달하는 규모다.

공사 지하에 ‘워룸’ 개설
입찰경쟁 위한 릴레이회의

이번 원전사업 수주는 경제가치뿐 아니라 한국 원전사업의 미래가치도 부여했다. 실제 한전의 UAE 원전 해외건설 수주는 한국 원자력발전 30년 역사 만에 이뤄진 첫 해외 원전수출 사업이다. 이는 세계에서도 미국, 프랑스, 러시아, 캐나다에 이어 5번째 원전수출국으로 기록되는 것으로 원전수출 시장의 포문을 여는 계기가 됐다.

또한 이번 원전사업 수주는 프랑스와 미국, 일본 등 쟁쟁한 선진국들을 제치고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국가적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특히 이번 입찰에 참여했던 프랑스는 지난 수십 년간 업계에서 명성을 이어 온 원전 최대 수출국이다. 업계 일각에선 한국과 프랑스를 두고 처음부터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할 정도였다.

하지만 한전은 협상 마지막까지 최대 라이벌이었던 프랑스를 상대로 이번 사업을 따내는 데 성공하면서 국내 원전기술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입증시켰다.
한전의 이 같은 성과는 단기간의 노력에 의한 결과는 아니다. 정부와 한전, 관계 기업, 업계 전문가 등 수많은 인력들이 1년여에 걸친 치열한 준비를 거친 끝에 이뤄낸 산물이다.

한전 지하에 ‘워룸’ 만들고 7개월간 진두지휘   
1200조원대 세계 원전 수출 시장 포문 열어


특히 한전의 수장인 김 사장의 노력은 남달랐다. 김 사장은 지난 2008년 취임 직후부터 원전수출 성공을 위한 밑그림을 그렸다. 그동안 충분한 기술력이 있음에도 해외 원전 수출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경쟁국과의 입찰 경쟁에서 매번 고배를 마셔야 했던 지난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는 지난 수개월간 전쟁과 같은 사업수주 입찰 경쟁의 최전선에서 현장을 진두지휘했다.

지난해 5월에는 UAE 원자력발전소 수주 업무를 위한 별도의 수주사령부도 설치했다. 김 사장의 아이디어로 마련된 이 사령부의 이름은 ‘워룸(War Room)’이다. 전쟁에 임하는 자세로 최선을 다하라는 김 사장의 메시지가 담긴 것이다. 한전 본사 지하 2층에 마련된 445㎡ 규모의 이곳 워룸에는 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 두산중공업,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 10여 개의 컨소시엄 사업자 80여 명이 함께했다. 그동안 각 기업에 흩어져 있던 실무진이 한곳에 모인 것이다.

이들은 이후 7개월간 지하 워룸에서 철저한 보안 속에 매일같이 협상 전략을 논의했다. 입찰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프랑스와 미국 등 강대국들의 공세가 거칠어지자 이들은 휴가도 반납한 채 워룸 한편에 마련된 10여 개의 야전침대에서 번갈아 잠을 청하며 대책을 강구하기도 했다.

LG전자 ‘혁신 전도자’
또 한 번 리더십 발휘

워룸까지 만들며 원전 수주에 열을 올린 김 사장과 실무진들의 열정은 공사 발주자인 UAE에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세계 전문가로 구성된 UAE측 75명의 실사단은 현장을 찾아 워룸을 보고는 한국의 열정적인 모습에 대단하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김 사장의 원전 수주를 위한 총력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지난해 7월말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UAE로 날아갔을 뿐 아니라 10월 국내 공기업의 연중 최대 행사인 국정감사를 앞두고도 UAE를 방문했다.

지난해 10월에 들어 입찰 경쟁이 한국과 프랑스의 경쟁으로 좁혀졌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입찰전략에 대한 최종 점검을 위한 움직임이었던 것이다. 결국 지난 1여 년간 총력을 기울여 온 김 사장의 뚝심 있는 도전은 한국 원자력발전 30년 역사 만에 첫 원전수출이라는 뜻 깊은 기록을 낳았다. 사실 김 사장의 이번 원전수주는 수백억 규모의 경제적 가치 이외에 그 스스로에게도 의미 있는 성과다.

지난 2008년 8월, 전 LG전자 고문이었던 그는 공모를 통해 22:1의 경쟁률을 뚫고 한전 사장에 취임했다. LG전자 재직 당시 ‘혁신 전도사’로 불릴 정도로 창의적인 경영 능력을 발휘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실제 그는 한양대 기계공학과를 나와 1969년 당시 럭키금성에 입사한 후 금성사 공장장, LG전자 사장, LG 부회장 등을 거치며 업계에서 LG가전의 신화를 만들어 왔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하지만 당시 김 사장의 취임 소식에 한전 일부에선 김 사장의 경영능력이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전에서도 통할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김 사장이 전자사업에서는 토박이일지 모르나 전력업계에 대해서는 모르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 최대의 약점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김 사장은 일각의 부정적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취임 후 특유의 추진력으로 이번 원전사업 수주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것이다.

이에 업계에선 이번 성과에 대해 김 사장의 리더십이 한전에서도 다시 한 번 통했다고 입을 모은다. 민간기업 경영인에서 공기업 사장으로 변신한 그가 취임 1년 4개월 만에 값진 성과를 기록하며 자신의 입지를 굳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김 사장의 원전수출 의지는 앞으로도 계속 될 전망이다. 그는 이번 UAE 원전 수주를 계기로 향후 1200조원대의 세계 원전시장을 선점하는 원전수출 최강국으로 부상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다짐이다.

실제 한전은 오는 2010년까지 세계 원전시장에서 10기의 원전을 추가로 수주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특히 터키와 중국, 요르단 등을 원전 최우선 수출국가로 정한 한전이 이들과 구체적인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소식도 속속 전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김 사장은 지난해 3월 요르단을 방문해 요르단 국왕을 접견하고 원전 수주를 위한 협조를 구한 바 있다.

또한 최근엔 타너 일디즈 터키 에너지부 장관이 조만간 한국을 방문해 김 사장 등 원전 관계자들과 만남을 가질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업계는 UAE에 이은 원전수출 두 번째 국가로 터키가 선정될 지에 대해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김쌍수 사장 프로필>

1945년 경북 김천 태생
1969년 한양대 공대 졸업
1969년 금성사 입사
1984년 LG전자 냉장고 공장장
1993년 상무이사
1996년 리빙시스템 사업본부장(상무)
1998년 부사장
2000년 디지털 어플라이언스(DA) 사업본부장
2001년 사장 승진
2003년 대표이사 부회장
2008년 현 KEPCO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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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