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떵떵’과시용? 이젠 살려고 산다

전원주택의 화려한 귀환

전원주택이 화려한 귀환을 하고 있다. 전원주택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장·단점이 분명한 전원주택이지만 최근에는 중소 규모의 실속형 전원주택을 중심으로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은 편이다.


수요층 50·60대 줄고 30·40대 늘어
가격 부담 적은 66〜99㎡ 중소형 선호

최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후 주거특성 분석 및 시사점’보고서에 따르면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68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 560명 가운데 절반 가까이(42.9%)가 ‘전원주택에서 살고 싶다’는 대답을 했다. 하지만 전원주택을 사거나 짓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개발업자들이 지어 놓은 전원주택을 사자니 왠지 손해를 보는 것 같고 자신이 직접 땅을 보고 집을 짓자니 번거로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직접 짓거나
매매·분양 받거나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실수요 입장에서 접근한다면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겠지만 무작정 전원주택을 짓거나 투자하기 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투자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원주택시장에 ‘세대교체’ 바람도 불고 있다. 주요 수요층이었던 50, 60대 장·노년층 대신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유학이나 출장 등 해외 거주 경험이 있는 젊은 층 수요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 가장 크다. 가격 부담이 작은 66〜99㎡ 크기의 중소형 전원주택이 늘어나면서 문턱이 낮아진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이들이 주로 찾는 지역은 용인·파주·남양주시 등 서울로 출퇴근이 편한 지역이다. 여주, 양평, 가평 등 수도권뿐만 아니라 고속도로 접근성이 좋고 자연경관이 좋은 강원도 원주 부근의 남한강변이나 신림, 횡성 안흥·강림, 영월 수주 등 치악산자락, 평창의 스키장 주변, 홍천강변 등 계곡이 있는 산중이나 경치 좋은 강변에는 어김없이 전원주택들로 가득하다. 충청북도에서 교통 뛰어나고 자연환경 좋은 충주나 괴산, 진천, 단양 등지도 마찬가지다.
전원주택을 소유하려는 유형을 살펴보면 경제가 급성장을 하던 부흥기에는 과시형인 경우가 많았다. 남들에게 폼 한번 잡아보겠다는 생각으로 전원주택을 짓고 별장처럼 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다음 단계는 투자 개념이다. 시골의 땅값이 쌌을 때 큰 땅을 구입해 전원주택을 지어 팔면 이익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겪으며 전원주택을 대하는 생각들이 많이 변했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과시형 전원주택도 투자를 목적으로 지었던 전원주택들은 많이 사라졌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은 실수요자들이다. 안락한 노후를 위해,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 혹은 도시의 주거생활비를 줄여보겠다는 생각으로 전원주택을 짓고 전원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었다.
이들은 남들에게 과시할 생각도 없다. 전원주택을 지어 집값이 오르면 팔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하는 사람들은 더더욱 없다. 물론 살면서 땅값도 오르고 집값도 올라 재테크가 되면 좋고 이것은 단순한 희망사항이고 얼마나 편히 살 수 있는가가 우선이다. 과시할 생각도 투자도 뒷전으로 한 실수요자들은 내 몸피에 맞는 것을 찾는다. 그러다보니 요즘 전원주택들은 땅도 집도 작아진다. 작아도 충분하고 넉넉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큰 것보다 위험부담도 적고, 환금성도 좋다. 세금도 적고 관리비도 적게 든다.
작고 만만하게 투자해 즐기다 좀 더 자신이 붙으면 제대로 된 전원주택을 지을 수도 있다. 아직도 전원주택을 많이 투자해야 하는 집, 부유한 사람들의 집으로 여긴다면 생각을 바꾸어도 좋다. 생각을 바꾸면 전원주택은 훨씬 만만해진다.
전원주택을 취득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직접 땅을 사서 지을 수도 있고 기존 주택을 매매할 수도 있다. 신규 전원주택단지를 분양받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고 최근에는 경매 물건으로 나오는 전원주택이 많은 만큼 이를 노려봐도 좋다.
하지만 관련 전문가들은 전원주택을 고르기 전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해 여러 가지 방법을 모두 고려해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각각의 방법이 나름대로 장단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무작정 전원주택을 취득하기보다는 전세 등을 통해 직접 살면서 자신이 전원생활에 적합한지, 생활방식이 어떤지를 먼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도시에 살던 사람은 시골생활에 적응하기 어렵고, 이 때문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고 우선은 전셋집에 살면서 적응한 뒤 전원주택 구입을 모색할 것이다. 100㎡형 실속형 전원주택의 공사비는 1억원 남짓이다.

용인·파주·남양주 인기
경매 이용하면 절반 가격


전원주택을 마련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전원주택 개발업체들이 만들어 놓은 전원주택단지를 분양받는 것이다. 실제로 전원주택과 관련한 광고를 살펴보면 대부분이 20〜50가구 정도로 이뤄진 전원주택단지와 관련된 광고다. 수도권의 경우 용인이나 김포, 여주 등 기존 도심과 멀지 않은 곳에 분양하는 경우가 많다. 가격도 상당히 저렴해졌다. 분양가가 3억〜4억원대가 주를 이룬다.
기존의 고립돼 있던 전원주택의 단점도 많이 없어졌다. 여러 가구가 모여 살다 보니 보안 상태가 좋고 유지관리비도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 하지만 직접 지을 때보다는 좀 더 비쌀 수 있고 정형화된 설계로 자신이 원하던 집에서 살기는 어렵다. 직접 땅을 사서 짓는 방법도 있다. 최근 전원주택을 전문적으로 시공하는 업체들도 많이 생겨서 일반인들도 쉽게 집을 지을 수가 있다.
공사비는 천차만별이다. 어떤 자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3.3㎡당 300만원에서 600만원 정도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하지만 대체로 실속형 전원주택의 공사비는 3.3㎡당 350만〜450만원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공급면적 기준 100㎡, 2층짜리 전원주택을 짓는다고 가정하면 1억원 정도의 공사비가 드는데 인허가 등 부대공사비를 포함하면 1억2000만~1억3000만원 정도다.
하지만 직접 전원주택을 짓는 것은 해당 부지를 고르기가 쉽지 않고 부지 조성 등에도 비용이 드는 데다 인허가 등도 직접 해야 한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다.
경매로 전원주택을 취득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하다. 최근 경매 법정에 전원주택이 자주 등장하고 입찰 최저가도 상당히 낮은 물건들이 많기 때문이다. 최근 경매시장에서는 1〜2회 유찰된 전원주택 물건을 자주 접할 수 있다. 경매로 나온 전원주택의 가장 큰 장점은 분양이나 신축, 매매보다 훨씬 싸게 전원주택을 취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수도권에서 100㎡형 전원주택을 지으려면 4억원 안팎이 드는데 한두 번 유찰된 경매 물건의 경우 최초 감정가보다 절반 가까이 가격이 내려가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매 물건은 오랫동안 방치돼 있는 경우가 있어 경매가 외에 리모델링 비용 등만 고려하면 된다.

공사비 천차만별
평당 300만〜600만원

물론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경매 물건의 특성상 권리관계가 복잡한 경우가 있다. 공사금이 부족해 시공업체로부터 유치권이 설정된 물건도 적지 않다. 아울러 토지와 건물을 분리해 경매에 붙여진 경우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전원주택을 사기에 앞서 전원생활은 반드시 경험해 보라고 조언한다. 머릿속으로 그리던 전원생활과 직접 경험하는 전원생활은 다르기 때문이다. 1억〜2억원대 경매물건도 나오기도 하는데 유치권 등의 문제가 없는 양호한 물건도 많기 때문에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원주택 부지 잘 고르려면 무엇을 봐야 할까. 전원주택을 새로 지으려는 사람이라면 가장 어려운 점이 집을 지을 땅을 정하는 일이다. 아예 집을 지을 수 없는 땅도 있고 건축규모에 제한을 받는 땅도 있다. 이런 용도별 규제는 일반인이 자세히 알기 어려우므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하지만 어떤 지역, 어떤 위치에 집을 짓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기준은 마련해 두고 있어야 한다.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전원주택 부지를 고르는 데 필요한 5가지 기본 원칙을 제시했다. 우선 수도권의 경우 교통여건에 따라 서울과 1시간 이내에 있는 지역이어야 한다. 서울에서 가까울수록 땅값이 비싸기는 하지만 미래가치도 높다. 아울러 서울의 문화시설 등을 이용하기 어렵지 않아 전원생활의 고독감도 줄일 수 있다.
둘째는 시골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꼭 단독주택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시골 지역에 자주 선보이는 전원형 아파트도 전원생활을 누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지대가 높은 곳이 좋다. 마을 전체가 내려다보이면서 지역 주민들과 잘 어울리기 위해 마을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곳이라면 금상첨화다. 전원주택 마을이 있는 곳도 추천할 만하다. 개발업자가 조성한 단지보다 취미나 직업이 같은 사람들끼리 의기투합해 만든 전원주택 마을이 좋다. 이런 곳은 분양 단지보다 활성화가 잘 돼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전원주택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은퇴자다. 나이도 중장년을 넘어 노년의 입구에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건강에 문제가 생겼을 때 어렵지 않게 의료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곳이 좋다. 대형 병원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시골에서 병원이 있는 곳이 바로 읍내다. 읍내와 가까운 곳의 부지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 병원뿐만 아니라 생활필수품을 구하기 쉽고 행정관서의 민원 업무를 보기에도 편리하다.
덧붙여 전원주택지를 보려면 여름보다는 겨울이 좋다. 여름에는 수풀이 우거져 해당 부지에 어떤 시설이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지만, 겨울에는 민낯의 땅을 그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수도권 일대에서 분양 중인 전원주택 단지들이다.

▲여주 힐링하우스 = 고급전원주택 설계전문회사인 웰하우스는 경기도 여주시에 위치한 고급 전원주택인 ‘힐링하우스’를 분양 중이다. 총 6세대, 3770㎡ 규모의 전원주택단지로 1차분 3세대를 먼저 선착순으로 분양한다. 뒤로는 동산과 앞쪽으로는 남한강을 바라보고 있는 여주지역에 주택지로는 가장 좋은 입지에 자리한 자연친화적인 환경을 원하는 사람에게 적합하다고 웰하우스 측은 전했다. 분양가는 토지 628㎡(구 190평), 건물 181㎡(구 55평)〜214㎡(구 65평) 기준으로 8억원선이다.
주변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세종대왕릉과 효종대왕릉,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하는 천년고찰인 신륵사, 국보 4호인 고달사지승탑과 명성황후생가 등의 문화유적이 있으며, 네티즌이 뽑은 가장 아름다운 이포보가 인근에 있다. 남한강이 이접해있어 주변의 자연환경이 보전되어 자연환경이 깨끗하게 보전되어있는 도자기의 고장으로도 알려져 있다. 또한 유명 인사들의 고급별장 및 전원주택 밀집 지역으로 이스트밸리CC, 렉스필드CC, 남촌CC, 여주CC 등 유명골프장이 5〜20분 거리에 있어 골프 마니아들이 선호하는 지역이다, 

▲수원 이목 파인힐스 = 수원 이목동에 ‘이목 파인힐스’의 분양이 한창이다. 이 단지는 전원주택인 그에 걸맞은 입지를 자랑한다. 이목동은 예부터 배나무가 많은 곳으로 유명한 지역으로, 지금도 자작나무, 메타쉐콰이어 등의 나무숲이 단지를 둘러싸고 있다. 또 몇 백 년 된 소나무들이 즐비한 노송지대도 지척이다.

서울 출퇴근 편해야
권리관계 주의해야

이곳은 원래 골프연습장으로 쓰이던 용지를 대흥건설이 사들여 총 3만5600㎡의 주택부지 위에 단독주택 45가구와 상가 4개 등 총 49필지로 쪼개 분양이 한창이다. 단독주택 공급면적은 326〜658㎡으로, 3.3㎡당 택지 분양가는 370만〜440만원이다.

▲용인 라움빌리지2차 = 부동산개발업체인 라움E&C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동 286번지 일대에서 도심형 전원주택 ‘라움빌리지2차’를 분양 중이다. 이 회사는 앞서 지난 2012년 ‘라움빌리지1차’를 공급해 전원주택 단지로는 드물게 1년여 만에 32가구 분양을 모두 완료한 바 있다. 이번 2차분 부지는 1만6600㎡ 규모로, 434㎡, 488㎡, 549㎡씩 분할돼 29필지가 공급된다. 1차를 포함하면 총 3만5100㎡, 61가구로 구성돼 용인권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라움빌리지2차는 필지당 차이는 있지만 3.3㎡당 토지 분양가가 150만〜160만원 수준이다. 여기에 건축비는 450만〜500만원 정도로 434㎡ 토지를 분양 받아 전용면적 99㎡의 전원주택을 지을 경우 토지구입비와 건축비를 포함해 3억5000만〜4억원이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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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