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특집④>2009년 뒤흔든‘신드롬 9’

기쁨보단 눈물이 환희 보단 분노가

2009년 국민들이 열광한 신드롬은 어떤 것일까. 거성들의 죽음 앞에서 눈물을 쏟은 국민들은 모질게 불어닥친 불황 앞에서 피눈물을 흘렸다. 이런 와중에 유행한 신종플루는 ‘죽음의 공포’에까지 떨게 만들었다. 미중년 열풍에 동참하려는 중년남성들의 꽃단장은 길어졌고 고단한 하루의 마감은 막걸리 한 사발이 함께했다. <일요시사>에서는 2009년 한 해를 물들였던 신드롬 9가지를 뽑았다.

정신적 지주였던 거성들의 죽음 잇따라 눈물 마를 날 없어
최악의 불황 닥치면서 불황타파 신 풍속도 여기저기 등장

2009년 대한민국을 흔든 신드롬 중 하나는 정신적 지주였던 거성들의 죽음이 몰고 온 파장이다. 유난히 큰 인물들의 죽음이 많았던 2009년,국민들의 안타까운 눈물도 끊이지 않는 해였다.

1>영웅들의 죽음

그중 하나는 고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이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끊어 국민들의 슬픔과 충격은 더욱 컸다. 때문에 전국에 마련된 분향소에서는 몇 달 동안 향냄새가 가실 줄을 몰랐다. 노 전 대통령의 고향 봉하마을도 추모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때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서거 당시 전국에서 추모객들이 찾아와 못다 이룬 그의 꿈과 안타까운 죽음을 기렸다.

고 김수환 추기경의 죽음도 여전히 국민들의 가슴을 서늘하게 하고 있다. 한평생 화해와 사랑을 전한 김 추기경은 지난 2월16일 향년 87세의 나이로 선종했다. 1969년 한국인 최초로 추기경에 서임된 김 추기경은 종교와 세대를 뛰어넘는 ‘어른’으로 존경받았다. 가난한 자와 약한 자, 고통 받는 자들의 편에서 언제나 바른 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김 추기경에 대한 국민들의 사랑은 연일 이어진 조문행렬이 말해줬다. 고인이 된 그의 모습을 보기 위해 명동성당으로 달려간 국민들의 수는 무려 40만명. 늦겨울의 추운 날씨 속에서 수 시간을 대기해야 했지만 누구도 불평 없이 김 추기경의 마지막을 눈물로 보냈다. 같은 하늘 아래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을 줬던 또 하나의 인물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몇 번씩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던 김 전 대통령이었기에 그의 서거는 많은 이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인동초의 삶을 살며 민주주의 수호에 앞장섰던 김 전 대통령의 죽음 앞에서도 이념과 지역을 초월한 슬픔은 가실 줄 몰랐다. 더구나 노 전 대통령이 세상을 뜬 지 불과 3개월 만에 또 한 명의 전직 대통령을 잃어 국민들의 허망함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깊었다.

2>불황이 부른 슬픈 신드롬

거성들의 죽음이 가슴을 시리게 했다면 돌아온 불황은 몸을 시리게 했다. 외환위기 10년 만에 닥친 불황은 갖가지 신풍속도를 만들었다. 가장 큰 변화는 돈을 쓰는 방식이다. 불황에 잘 팔린다는 제품들이 어김없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 것.그중 하나는 야한 속옷이다. 비싼 겉옷보다는 상대적으로 싼 속옷으로 기분전환을 원하는 이들의 손길이 야한 속옷으로 향한 것이다. 또 외출을 자제하고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것도 속옷 매출을 늘리는 요인이기도 했다.

나영이 사건, 마약인구 증가 등 해결 못한 사회문제들
낮에는 신조어, 밤에는 막걸리로 하루 시름 달래기도


미니스커트 열풍 역시 불황방정식과 맞아떨어졌다. 심지어 23cm의 ‘마이크로 미니스커트’까지 등장해 여성들의 사랑을 받았다. 칼바람 속에서도 미니스커트는 여전히 사랑받는 아이템 중 하나다. 도시락 열풍도 불황의 단면을 보여줬다. 학창시절 등교 버스 안에서나 날 법한 김치 냄새가 출근길 지하철에서 풍긴 것도 도시락 열풍이 가져온 현상이다. 먹고 마시고 입는 데 돈을 아껴야 하는 샐러리맨들의 선택이다.

불법 사채업자들이 저지르는 끔찍한 악행들도 불황의 그림자로 남았다. 돈이 궁한 이들이 마지막으로 찾는 사채업자들은 이들의 절박한 심정을 악용해 뱃속을 채웠다. 자신들이 정해놓은 고리의 이자를 갚지 않을 때는 상상을 초월하는 행각이 이어졌다. 감금과 협박, 폭행을 서슴지 않는가 하면 채무자를 자살로 내몰기도 했다. 특히 여성 채무자들은 성희롱, 성폭행을 당하거나 성매매업소에 팔려가는 등 수치스런 대가가 뒤따랐다.

3>신종플루에 국민들 ‘벌벌’

2009년 4월 멕시코에서 발생한 신종플루 역시 사망자의 등장과 함께 각종 신드롬을 퍼트렸다. 가정에서 직장, 공공장소까지 신종플루가 만든 다양한 신풍속도가 나타나기도 했다. 먼저 따가운 시선이 두려워 공공장소에선 마음 놓고 기침 한번 못하는 각박한 세태가 생겼다. 직장인들의 변화도 눈에 띄었다. 점심시간 메뉴선정부터 회식문화까지 생활 전반의 모습이 바뀌었다.

그런가 하면 될 수 있으면 사람들이 많은 장소는 피하는 분위기로 인해 여행이나 외식업 등 관련 산업이 된서리를 맞기도 했다. 건강염려증이 확산되는 풍조도 생겨났다. 건강식품을 과하게 챙겨 먹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건강염려증의 한 단면이다. 2009년 후반에 들면서 신종플루 공포가 서서히 줄어들었지만 해가 바뀌어도 신종플루가 만든 풍속도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4>어린이 성범죄 현주소

이른바 ‘조두순 사건’으로 촉발된 어린이 성범죄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 역시 2009년 대한민국을 우울하게 만든 신드롬 중 하나다. 2008년 12월, 초등학생 나영이를 화장실로 끌고 가 성폭행을 저지른 범인 조두순은 나영이가 평생 겪어야 할 아픔에 비해 너무나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 이는 한 시사프로그램을 통해 알려져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이와 함께 아동성폭력의 심각성이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갔다. 어린 시절 성폭력을 당해 죄인 아닌 죄인으로 살아야 했던 피해자들과 성폭력을 당한 아이들을 바라보며 함께 고통을 나누는 주변인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 피해사실을 알리면서 파문은 날로 커졌다. 이에 따라 관련 법규가 제정되는 등 어린이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의식이 진일보한 결과를 얻기도 했다.

5>‘엽기동영상’ 신드롬

‘저런 걸 도대체 왜 찍어서 유포하는 거야?’ 보기만 해도 손사래를 치게 되는 엽기동영상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진 것도 2009년이다. 이 동영상들은 대부분 청소년들이 촬영하고 인터넷에 올린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었다. 제목도 끔찍한 엽기동영상 중 하나는 ‘여학생 알몸 폭행’이란 동영상. 화면 속에는 옷을 벗은 채 또래 여학생에게 폭행을 당하는 여학생들이 등장한다.

동영상을 찍은 목적은 더욱 흉악했다. 성매매를 원하는 남성들에게 동영상을 보여주고 여학생들에게 성매매를 시킬 목적이었던 것. 이밖에도 학교 교실에서 선생님을 성희롱하는 장면이 담긴 ‘선생님 꼬시기’, 초등학생들을 때리거나 괴롭히는 장면이 담긴 ‘초딩 낚기’ 등의 제목을 단 동영상들이 등장해 충격을 준 바 있다.

6>백색가루 유혹 ‘마약 열풍’

환각의 세계를 잊지 못하는 이들로 인해 2009년 마약신드롬은 어느 때보다 거셌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연예계 마약파문에 신종마약의 습격까지 백색가루는 어디서나 국민들을 유혹했다. 특히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서울 홍대나 이태원 일대의 클럽은 마약으로 신음한 한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와 달리 마약이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기호식품’쯤으로 전락하면서 죄의식없이 마약을 즐기는 젊은이들의 수도 급증했다.

이태원의 한 클럽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요즘 젊은이들은 마약을 접하는 일이나 환각에 빠져드는 것을 대단한 일이라고 여기지 않는다고 말해 최근의 마약열풍을 짐작케 했다. 그는 “과거 마약쟁이들이 괴로운 현실에서 벗어날 목적으로 마약에 손을 댔다면 지금은 좀 더 신나게 놀고 춤추기 위해 스스럼없이 마약을 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마약인구가 증가하자 정부는 단속과 마약범 색출에 주력하겠다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그 효과가 새해부터 나타날지에 대해서는 아직 미지수다.

7>미중년 신드롬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인기로 꽃남 열풍에 불이 붙은 가운데 중년층의 반란도 심상치 않았다. 축 처진 뱃살에 근육이라곤 없는 몸, 술과 피로에 찌들어 주름살과 기미로 가득한 얼굴로 대변되던 중년남성들이 외모 가꾸기에 돌입한 것. 외모에 관심이 많은 중년남성들을 일컫는 노무족(No More Uncle의 줄임말)이란 신조어가 생긴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일주일에 2~3일은 폭음에 시달리던 중년남성들은 헬스클럽에 가기 위해 과감히 술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아내에게 맡긴 채 나 몰라라 했던 패션에도 관심을 가진다. 죽기보다 싫은 게 쇼핑이었지만 옷차림에 신경을 쓴 이후로는 유행하는 스타일을 공부하려 백화점을 기웃거리기도 한다. 고스톱을 치거나 증권현황을 알아보는 것이 전부였던 인터넷생활도 바뀌었다. 피부관리법이나 뱃살 줄이는 비법을 찾아보는 데 열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년남성들의 반란이 일어난 이유 중 하나는 ‘꽃중년’ 연예인의 등장이다. 배 나오고 머리숱 빈약한 남성들로 그려지던 드라마 속 중년남성의 변화는 남성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중년남성도 충분히 여성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매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외모도 경쟁력’이라는 사회분위기다. 먹고 살기 위한 방편으로 매력적인 외모를 가꾸게 된다는 것. 이로 인해 중년남성들의 성형열풍, 남자 화장품 판매량 급증 등의 현상이 뒤따르기도 했다.


8>막걸리의 귀환

맥주와 와인에 밀려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했던 막걸리가 화려하게 부활했다. 번화가마다 막걸리집이 속속 생기는가 하면 콧대 높은 백화점 진열대에도 막걸리 병이 한 자리를 차지했다. 최근엔 홍대 클럽에까지 막걸리가 등장하는 등 그 열기가 날로 뜨겁다. 중년들에겐 아련한 추억으로, 젊은이들에겐 촌스러운 술로 기억되던 막걸리가 돌아온 것에는 불황이 자리한다.

싼값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것이 막걸리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기 때문이다. 서양 술에 비해 어울리는 안주도 비교적 싸다. 두부김치, 빈대떡 등 싸고 맛좋은 안주들이 막걸리와 안성맞춤이다. 복고열풍 역시 막걸리의 인기를 불렀다. 즐겁기만 했던 시절을 함께한 술을 마시면서 잠시나마 현실을 잊고 추억을 더듬으려는 이들에게 막걸리가 제격이기 때문이다.

날로 세련미를 더해가는 막걸리 맛의 변신도 혀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하다. 들쩍지근하고 텁텁했던 막걸리는 수십 년의 개량과정을 거쳐 감칠맛나면서도 깔끔하게 변모했다. 한국인을 넘어 세계인들의 입맛까지 유혹하는 막걸리의 변신은 앞으로도 기대할 만하다.

9>‘신조어’ 열풍

한 해 만들어진 신조어는 그 사회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증거다. 2009년에도 기발한 신조어들이 등장해 울고 웃게 만들었다. 특히 2009년 등장한 신조어에는 새로운 남녀상을 표현하는 단어가 많았다.  먼저 남성을 지칭하는 신조어에는 결혼할 생각 없이 자신만을 위해 살아가는 초식남, 김밥에 들어가는 우엉처럼 존재감 없고 비실비실한 우엉남, 근육질 몸매에 마초 같은 행동으로 여심을 유혹하는 짐승남, 잘나가는 ‘부인 남편 친구’를 뜻하는 부친남, 한 오락프로그램에서 키 작은 남성을 비하하는 뜻으로 쓰여 파문이 일었던 ‘루저남’ 등이 있다.

반면 여성을 지칭하는 신조어는 많지 않다. 직장에서는 똑 부러지는 커리어우먼이지만 집에 들어오면 건어물에 맥주를 마시며 외로움에 떠는 건어물녀가 대표적이다. 인터넷에는 더욱 아리송한 신조어들이 넘쳐났다. 주로 한 문장을 세 글자 정도로 줄인 말이 대세를 이뤘다.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을 줄인 ‘넘사벽’, 닥치고 본방 사수를 줄인 ‘닥본사’, 스크린샷을 줄인 ‘스샷’,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를 줄인 ‘솔까말’, 개인소장을 줄인 ‘갠소’ 등이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