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눈에 띄는 스포츠 행보’

활발한 스포츠 외교로 ‘반경 넓히고 입지 다지고’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광폭 행보가 스포츠계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양궁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펼치고 있는 정 부회장이 최근 아시아양궁연맹 회장에 재선되며 ‘스포츠 외교’의 반경을 넓히고 있다. 앞서 지난 9월 세계양궁선수권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내면서 능력을 인정받은 바 있는 그는 앞으로 더욱 활발한 활동을 펼치게 됐다. 업계는 스포츠계로 퍼진 그의 광폭행보가 후계자로서의 대내외 입지를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아시아양궁연맹(AAF)의 수장으로 재선됐다. 지난달 20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2009 AAF 총회’에서 아시아양궁을 대표해 새로운 도약과 발전을 주도할 새 회장직에 정 부회장이 만장일치로 재추대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2005년 AAF 회장으로 첫 당선된 뒤 지난 4년간 아시아 양궁의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그는 AAF 회장 재임 시절 아시아 저개발국에 장비 지원 및 순회 지도자 파견, 코치 세미나 개최 등 다양한 양궁 스포츠 발전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2009 AAF 총회’에서도 정 부회장의 이러한 활발한 행보가 높이 평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스포츠계에서 높은 평가를 인정받은 정 부회장의 양궁 사랑은 국내에서도 일찌감치 화제다. 2005년 제9대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한 정 부회장이 이후 국내 양궁 발전에 아낌없는 지원을 펼치고 있어서다. 협회장 취임 이후 정 부회장은 세계선수권대회 국내 개최를 성공시키는가 하면 틈틈이 현장을 찾아 대표선수들을 살피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양궁연맹 회장 재선으로 ‘한국 스포츠 외교’ 진두지휘
양궁협회 수장 맡은 이후 격 없는 만남으로 선수들과 소통


특히 정 부회장은 평소 선수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거나 태릉선수촌에 방문해 선수들과 식사를 하는 등 격의 없는 CEO로서의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대회가 있을 때는 직접 현장으로 달려가 선수들을 응원하기도 한다. 지난 9월엔 제45회 세계양궁선수권대회가 열린 울산에 모습을 드러내 화제를 모았다. 앞서 8월21일 현대차 부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처음으로 가진 공식 활동 행선지였던 탓에 관심은 더욱 집중됐다. 정 부회장은 대한양궁협회장이자 아시아양궁협회장 자격으로 이 대회를 총지휘하며 심혈을 기울여 온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대회 개최 ‘견인차’
대회선 소리 높여 응원

그는 세계선수권대회 유치를 위해 현대기아차 해외지사망을 통한 홍보활동 및 각종 지원, FITA 집행위원 접촉 등 적극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특히 이번 대회는 아버지인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현 양궁협회 명예회장)이 지난 1985년 사상 처음으로 세계선수권대회를 한국에서 치른 지 24년 만에 아들이 다시 유치하는 기록을 세운 것으로 정 부회장의 노력이 남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국내외에서 신종플루 비상이 걸리자 매일 울산 대회 조직위에 전화를 걸어 예방대책과 환자발생시 대응책 마련을 지시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정 부회장은 대회 중 리커브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한국이 극적인 역전 금메달을 차지하자 경기장에 내려와 메달을 독식한 한국선수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축하를 건네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한국 양궁이 ‘올림픽 여자양궁 단체전 6연패’라는 새로운 역사를 쓴 순간에도 현장에 함께했다. 베이징올림픽 당시 직접 중국으로 날아간 정 부회장은 양궁경기가 있는 일주일 내내 경기를 참관하며 대표팀의 메달 사냥을 응원했다.

정 부회장은 특히 중국팀과의 여자양궁 결승전을 앞두고 현대기아차그룹을 통해 중국 주재원과 가족, 재중 한인회 및 체육회 일원 등을 모집해 9000여 명 규모의 대규모 응원단을 꾸려 선수들을 응원하기도 했다. 그는 응원단 모집을 위해 2007년 초부터 국제양궁단체와 일반 공모를 통해 입장권 9000여 장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이 이처럼 양궁 발전에 적극적인 이유는 부친인 정 회장의 양궁 사랑이 시발점이다. 실제 정 회장은 스포츠업계 내에서 ‘양궁 대부’로 불리며 그의 노고를 인정받고 있다. 그는 지난 1985년 4월 대한양궁협회장 취임으로 처음 양궁과 인연을 맺은 후 1997년 1월까지 4차례나 회장직을 연임하며 한국 양궁을 이끌어왔다. 1997년부터는 명예회장직을 맡고 있다.

정몽구·정의선 부자
대 이은 ‘양궁 사랑’

사실 1985년 정 회장이 처음 회장을 맡을 당시만 해도 한국 양궁의 환경은 열악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 출장 중 직접 선수들을 위한 심박수 측정기, 시력 테스트기 등의 장비를 구입해 협회에 보낼 정도로 한국 양궁에 애정을 쏟았다. 당시 자회사인 인천제철과 현대정공에 각각 남여 양궁팀도 창단했다.
1991년 폴란드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물 때문에 고생하는 선수들을 위해 스위스에서 비행기로 물을 공수한 일, 대표 선수들이 묵는 태릉선수촌 숙소가 낡았다며 선수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도배를 다시 해준 일 등은 지금도 선수들 사이에서 오르내린다.

정 회장은 지난 25년간 2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해 한국 양궁의 세계화도 이끌었다. 한국형 활과 화살의 개발을 비롯해 현대정공을 통해 레이저 조준기 등 각종 과학적 측정기 자재를 도입해 경기력 향상에 기여했다. 동시에 선수들의 기량을 세계수준으로 이끌어 줄 우수 지도자도 양성했다. 그는 선수들의 정신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전담 심리 컨설턴트까지 배치했다.

정몽구-정의선 대물림 된 ‘양궁 사랑’ 실천
세계양궁선수권대회·올림픽 등 현장응원


세계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스포츠 외교 활동도 활발했다. 정 회장은 정 부회장에 앞서 1989년부터 1998년까지 10년 동안 아시아양궁연맹회장으로 일했다. 1993년부터 1999년까지는 국제양궁연맹 부회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정 회장의 양궁 사랑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8월에 열린 베이징올림픽에 정 회장은 아들과 함께 중국으로 날아가 개막식 전날 선수들을 일일이 만나 격려를 보냈다. 또한 단체전 금메달과 개인전 은메달을 딴 박경모, 박성현 선수에게 각각 90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등 선수단 및 임직원에게 총 6억50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사실 현대가는 전통적으로 남다른 스포츠 사랑을 보여준 그룹이다. 우선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88서울올림픽’을 유치하는 데 성공해 국내 경제성장에 견인차 역할을 한 바 있다.
당시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이었던 고 정 명예회장은 1981년 독일 바덴바덴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며 일본 나고야 쪽으로 기울었던 IOC 위원들을 설득한 끝에 88올림픽 개최권을 따냈다.

아들인 정몽준 의원도 축구 분야에서 확실한 지원 사격을 펼치고 있는 인물이다. 정 의원은 1993년 대한축구협회장에 취임한 이후 1994년 국제축구연맹(FIFA) 아시아지역 부회장에 당선됐다.
정 의원은 이후 일본 개최가 유력했던 ‘2002 월드컵’을 국내에 공동 유치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당시 개최지 선정에는 정 의원의 외교력이 총동원 됐다는 게 일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탁월한 추진력으로 굵직한 국제행사 개최에 앞장선 이들의 성과는 현재까지도 국가위상 제고에 힘을 보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에선 이에 예비후계자 정 부회장의 스포츠외교 능력은 어느 정도인지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또 추진력과 경영 능력을 모두 발휘해야 하는 스포츠협회장직을 이를 평가하는 잣대로 삼는 분위기다. 정 부회장의 양궁협회장 자리를 두고 일종의 ‘후계자 시험무대’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가 스포츠사랑
후계자가 이어간다

일단 업계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지난 2005년 정 회장으로부터 대한양궁협회장직을 물려받은 정 부회장은 대를 이어 한국 양궁의 금빛 터를 닦는 데 노력을 쏟는 모습이다.
업계 일각에서 정 부회장이 경영 활동보다 양궁협회장직 역할에 더 집중한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월 세계선수권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데 이어 최근에 전해진 아시아양궁연맹 회장 재선임 소식은 그의 입지를 더욱 굳건히 하고 있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프로필 >

1970년 10월 서울 출생
휘문고,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샌프란시스코대 대학원 경영학과 졸업
1999년 현대자동차 구매본부 구매담당 이사
2002년 현대자동차 국내영업본부 부본부장 (부사장)
2003년 현대기아차 기획총괄본부 부본부장 겸 기아차 기획실장(부사장)
2005년 기아자동차 사장
제9대 대한양궁협회 회장
아시아양궁연맹 회장
2008년 현대모비스 등기이사
기아자동차 사장
2009년 현대자동차 부회장
아시아양궁연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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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