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송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닻 올린 ‘이지송호號’ 부실 공룡 오명 벗는다



삼성, 한국전력 뒤이은 자산규모 국내 3위 거대 공기업 출범
지난해 부채만 86조원 … 재무건전성 확보·구조조정 시급

삼성그룹과 한국전력에 이어 국내 자산규모 3위를 자랑하는 거대 공기업이 탄생했다.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를 통합한 새 이름토지주택공사’가 그것이다. 지난 1993년 첫 통합 논의가 시작된 지 무려 16년 만의 결실이다. 이 거대 공룡을 이끌 첫 수장으로 정부는 이지송 사장을 선택했다. 30여 년간 현대건설맨으로 활동해왔던 이 사장의 어깨는 출발부터 무겁다. 두 조직의 융합과 내부단결, 재무건전성 확보 등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인 탓이다. 토지주택공사의 첫 수장으로서 이 사장에게 주어진 과제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봤다.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를 통합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 7일, 성남시 분당구 사옥에서 공식 출범식을 갖고 정부의 주택·토지 사업을 전담할 새로운 공기업으로 탄생했다. 이날 출범식에는 이례적으로 이명박 대통령도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축사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출범은 선진인류로 가는 길에 초석을 쌓은 것”이라고 평가하며 “진정한 소통과 화합으로 서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공기업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현대건설 ‘위기의 구세주’
공기업 개혁 성공 기대

이 대통령이 이렇게 직접 나서 토지주택공사에 애정을 쏟는 이유는 한 가지다. 이 대통령이 요구하는 공기업 개혁의 모델이기도 한 토지주택공사가 성공적으로 안착해야 이후 부실공기업 개혁에도 박차를 가할 수 있는 탓이다.

토지주택공사는 거대 공기업이다. 자산이 무려 105조2951억원에 달하고 임직원만 7300여 명이 넘는다. 자산 규모만으로 따지면 삼성그룹(175조원)과 한국전력(117조원)에 이어 3위에 해당한다.


이 대통령은 이 거대 공기업을 이끌 첫 수장으로 현대건설 출신의 이지송 사장(69)을 선택했다. 충남 보령 출신인 이 사장은 대전중, 경동고, 한양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뒤 2003년 2월 한양대에서 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건설부(현 국토해양부), 수자원공사에서 공직생활을 한 뒤 1976년 현대건설 현장소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전무, 부사장 등을 지내고 경인운하(주) 사장 등을 거친 이 사장은 2003년 침몰직전의 현대건설 경영에 사장직으로 복귀했다.

복귀 이후 이 사장은 곧바로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광양항만, 청계천 복원 등의 대형공사를 연달아 수주하는 저력을 보였다. 그의 추진력에 현대건설은 영업이익 및 주가 상승, 신용등급 상향 조정 등 1년 만에 눈에 띄는 성과를 기록했다. 이 사장의 취임 3년째인 2005년에는 4362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리기도 했다.

이후 2006년 워크아웃을 졸업한 현대건설을 뒤로하고 이 사장은 경복대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업계는 올해 현대건설이 시공능력평가 1위를 되찾은 기반을 다진 인물로 주저 없이 이 사장을 꼽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 사장은 현대건설에서 이 대통령과 15년을 같이 근무한 경험이 있는 ‘MB측근’”이라며 “덩치만 큰 부실 공기업의 개혁을 성공시키기 위한 적임자로는 이 사장만 한 인물이 없다는 게 이 대통령의 판단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토지주택공사가 최근 무사히 출범식을 가지고 첫 발을 내디뎠지만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과거 두 공사 조직의 융합, 구조조정, 재무구조 개선 등이 손꼽힌다.

이 사장 앞에 놓인 여러 과제 중 우선과제는 누가 뭐래도 재무구조 개선이다. 105조원의 거대한 자산규모를 자랑하는 토지주택공사의 부채가 천문학적인 수준이기 때문이다.

토지주택공사는 2008년 말 기준으로 금융부채 55조원을 포함해 총 85조7000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다. 이는 2010년 정부 예산(292조원)의 29%에 해당하는 규모다. 특단의 대책이 없을 경우 2014년에는 총부채 198조원, 금융부채규모만도 15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매년 6조원(금리 연 4%일 경우) 이상을 이자로 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업계는 통합공사의 재무 부실에 대한 근본적 원인을 국민임대주택 물량 급증과 행정중심복합도시 등 정책사업 수행에 막대한 재원을 투입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더욱이 앞으로도 보금자리주택 건설 등 초대형 정책 사업이 이어져 단기간에 재무구조를 개선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업계는 토지주택공사가 부채를 줄이기 위해서는 과감한 업무혁신과 조직의 군살을 빼는 등 경영개선에 힘써야 한다고 말한다.

금융부채 등 부채 86조원
경영개선·조직정비 과제

과거 주공과 토공의 근본적 화합도 우선 해결 과제다. 이 대통령도 출범식 축사에서 “주공과 토공이 통합을 한 것은 공기업의 윤리와 사명인 국민의 편익과 행복을 증진시키기 위해서였다”며 “토지주택공사는 이른 시일 내에 화학적인 융합을 통해 기능적인 시너지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당부한 바 있다.

이는 양 공사가 오랜 기간 경쟁관계를 유지해 온 만큼 조직문화도 다를 뿐더러 조직 안정을 통한 융화에도 어려움이 예상되는 탓이다. 만일 두 공사 출신간의 내부 잡음이 깊어져 화합이 장기화될 경우 이는 주택공사의 발전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업계는 수장인 이 사장이 토지주택공사의 조직 재편을 통해 기능을 강화하는 동시에 통합 시너지를 발산하는 방안 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사장은 조직의 융합과 동시에 인력 구조조정이라는 과제도 해결해야 한다. 토지주택공사는 중복기능 축소·폐지 등 경영효율을 통해 현재 정원 7367명의 24%인 1767명을 오는 2012년까지 단계적으로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이 사장은 임기기간인 3년 안에 1·2급 고위직을 3분의 1로 줄이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토지주택공사의 본사 이전지를 둘러싼 문제도 풀어야 한다. 공공기관 이전 방안에 따르면 2012년까지 토공은 전주로, 주공은 진주로 본사를 옮겨야 한다. 그러나 국토해양부는 지금까지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고 지방에서는 공사를 유치하기 위한 싸움이 치열하다.

이 사장은 우선 토지주택공사의 재무안정을 목표로 정하고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본사사옥 매각(1조원), 재고토지 및 미분양주택 조기매각(16조원), 국고보조금 출자전환(1조3000억원) 등 자구적인 노력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또 사장 직속의 재무개선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조직 슬림화와 경영 효율화를 지속적으로 펼쳐 나간다는 방침이다.

업무도 크게 조정된다. 장기적인 자금난에 빠진 토지주택공사는 현재 추진 중인 사업 중 중요성이 떨어지는 것은 연기하고 한계사업은 정리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저렴한 택지 공급과 보금자리주택 건설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현장경영 선두주자로
내부 개혁 우선 강화

첫 항해부터 무거운 짐을 짊어진 탓에 이 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강행군의 연속이다. 지난 추석에는 연휴를 반납하고 보금자리주택 시범단지 4곳을 돌아보며 현장을 살폈다. 그는 토지주택공사에 대한 국감이 끝나는 오는 20일 이후부터 연말까지 전국 630여 개 현장을 직접 방문해 개혁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이 사장의 거침없는 강행군에 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평소 오전 8시30분에 열리던 간부회의도 7시30분으로 한 시간이나 앞당겨졌다. 민간경영인 시절부터 부지런하기로 소문난 이 사장의 근무 패턴 때문이다.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하지만 이 사장은 성실과 근면을 거듭 강조한다.


이 사장은 “무능, 복지부동, 부패는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며 인사와 조직 운영에 있어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조직 슬림화를 위해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 사장은 전 직원의 인사카드를 직접 살피며 정성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지송 사장 프로필>
▲1940년 충남 보령 출생
▲1958년 경동고 졸
▲1963년 한양대 토목공학과 졸
▲1965~1969년 건설부 한강유역 합동조사단 근무, 한강유역개발(소양강댐, 충주댐, 한강운하계획 조사 업무)
▲1970~1976년 한국수자원공사 근무 (소양강댐, 안동댐 건설공사 공무과장)
▲1976~1998년 현대건설(주) 담양댐·대청댐, 충주댐 건설소장, 말레이시아·스리랑카·이라크댐, 이라크 상수도공사 현장소장,토목사업본부장, 영업본부장, 부사장
▲1998~2000년 경인운하(주) 대표이사 사장
▲2000~2003년 경복대학 토목설계과 교수
▲2003년 한양대학원 토목공학박사
▲2003~2006년 현대건설(주) 대표이사 사장
▲2005년 경동대학교 명예총장
▲2007~2009년 경복대학 총장
▲2009년 현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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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