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 정국 '폭풍전야' 내막

6월 지방선거 전 '대형 게이트' 터진다

[일요시사=사회팀] 정계 인사가 대거 연루된 사건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은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터지는 게이트는 정국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이런 '중대한 사건'은 하루아침에 공개되지 않는다. 권력기관이 오래전부터 은밀히 작업해 온 결과물은 '적합한 채널'을 통해 대중에게 공개된다. 이번 지방선거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게이트' 조짐이 보이는 사건들은 대부분 MB와 연결돼 있다는 특징을 갖는다. 박근혜정부는 이것을 드러낼 것인가. 아니면 감출 것인가.




세작. 비밀 수단을 써서 적의 정보를 탐지하여 자기편에게 알리는 사람을 뜻한다. 국가 간 전쟁 상황을 가정했을 때 적국에 가장 먼저 파견되는 게 바로 세작이다. 예나 지금이나 적국에 잠입한 세작이 수집한 정보는 전쟁의 성패를 좌우하는 위력을 보인다.

비록 총칼을 들고 싸우진 않지만 오늘의 대한민국을 보면 곳곳에서 교전을 벌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심축은 박근혜정부. 현 집권세력과 반대되는 세력은 박근혜정부와 도처에서 국지전을 진행 중이다.


정보수집 완료
권력기관 장악


'이명박근혜'라는 시쳇말이 유행할 정도로 박근혜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동일선상에 이해됐다. 그러나 '이명박근혜'는 정치적 구호일 뿐 실상은 다르다. 박근혜정부는 출범 후 폭넓은 인적쇄신을 통해 이명박정부와 차별성을 두는 데 주력했다.

실제로 5대 권력기관이라 불리는 감사원·국정원·검찰청·국세청·경찰청은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이 임기 중 예외 없이 교체됐다. 이제 각 권력기관은 VIP(대통령)의 든든한 호위무사로 '살아있는 권력'을 떠받치고 있다.


통상 5대 권력기관 장악은 정권의 선명성을 부각하기 위한 절차로 이해된다. 현 정권에 위협이 되는 정적들을 손보거나 견제할 때 권력기관의 힘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검찰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국정원이 모든 이슈를 집어삼켜서 그렇지 MB를 직·간접적으로 겨냥한 사정작업은 그간 꾸준히 있어왔다"고 말했다. 정국을 들썩이게 할 권력형 비리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는 뉘앙스였다.

이명박정부 초기 참여정부 인사들의 비리·비위 혐의가 사정작업의 핵심이 된 것처럼 박근혜정부는 이른바 'MB맨'들이 연루된 사건의 내사를 대부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정권이 이양되면서 'MB맨'들과 각별한 관계를 유지했던 사람들은 어느덧 '친박'을 자처하며 각 권력기관에 은밀하게 제보를 거듭하고 있다.

이명박정부의 아킬레스건을 알고 있는 '세작'들은 이미 이 전 대통령에게서 등을 돌렸다고 한다. 중요한 건 이들을 통해 수집된 비리·비위 사실이 어느 시점에 공개될 것인지 여부다.

사법기관에서 근무 중인 한 관계자는 "수사 보안을 유지하려 해도 일정 시점이 되면 공개될 수밖에 없는 사건들이 있다"고 에둘러 말했다. 최근 불거진 한국경제교육협회 보조금 횡령 의혹은 이 같은 권력의 속성을 드러낸다.


MB정부 설립
공공기관 도마


지난 5일 경찰청은 감사원으로부터 정부보조금 271억원 가운데 수십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한국경제교육협회의 A씨 등에 대한 수사 의뢰를 받았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한국경제교육협회를 감사하는 과정에서 A씨가 정부 보조금 중 일부를 횡령한 혐의를 파악하고 지난 1월13일 경찰에 고발 조치했다.




한 언론과 만난 감사원 관계자는 "횡령으로 의심되는 금액이 크고 사용처가 분명하지 않아 경찰에 수사의뢰를 했다"고 말했다. A씨는 사업과정에서 용역 대금을 과다 계상하고, 지급한 뒤 다시 되돌려 받는 수법 등으로 협회에 지원된 정부 보조금 일부를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을 맡은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감사원이 고발한 자료에 대한 확인 작업을 진행하는 한편 사건 관계자에 대한 소환조사를 검토 중이다. 이 과정에서 압수수색이 병행되는 등 본격 수사가 시작되면 피혐의자로 특정된 인물은 대폭 늘어날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권력기관 장악한 정부 'MB 손보기' 박차
전정권 실세 연루 한경협 횡령 의혹 도마


감사원은 앞서 지난해 9월부터 4개월 동안 한국경제교육협회에 대한 감사를 벌여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MB 측근과 연관된 보조금 수사가 있을 것이란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감사원 입장에선 한국경제교육협회의 부정과 관련한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 있던 셈이다.

지난 2008년 12월 세워진 한국경제교육협회는 그간 특혜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세부 설계와 운영은 정인철 전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막후에선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움직였다는 게 정설이다.

한국경제교육협회 초대 고문은 곽승준 전 미래기획위원장, 초대 회장은 황영기 당시 KB금융지주 회장이었다. 이석채 전 KT 회장은 황 회장의 뒤를 이어 2009년부터 3년 가까이 한국경제교육협회의 회장을 역임했다. 이들 모두는 대표적인 MB맨으로 불린다.

한국경제교육협회는 "건전한 시장경제질서에 입각한 경제교육 활성화를 통해 합리적인 인재를 양성한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그러나 법인등기부등본상 자산 총액은 0원. 정부 지원이 없었다면 정상 운영이 요원했던 조직이다. 그럼에도 당시 기획재정부의 경제교육 주관 기관으로 선정된 한국경제교육협회는 지난 5년간 모두 271억원의 국가보조금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2009년 10억7000만원, 2010년 80억4000만원, 2011년 75억원, 2012년 70억원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특혜 시비가 일면서 보조금이 35억원으로 줄었고, 올해에는 책정 보조금이 36억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이 돈의 70∼80%는 '아하, 경제'라는 교육용 신문 제작에 쓰였다. 한국경제교육협회는 각 지역 초·중·고등학교에 매주 35만부의 '아하, 경제'를 배포하는 일을 했다. 이를 두고 야당 일각에선 "'아하, 경제'가 MB노믹스를 전파하는 기관지나 다름없었다"며 사업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해 온 상황이다.




한국경제교육협회는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교육부, 고용노동부, 한국은행 등 정부기관과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여신금융협회 등 주요 경제 단체가 회원사로 등록돼 있다. 뿐만 아니라 KT, 포스코경영연구소 등 사실상 공기업 성격을 지닌 회원사도 포함돼 있다. 이들은 각 수백만원에서 수억원의 회비를 납부해왔다.


수상한 비자금
혐의입증 난항


이번 한국경제교육협회 수사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이석채 비자금' 수사와의 연관성 때문이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검사 장기석)는 이 전 회장의 배임·횡령 의혹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벌여왔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이 계열사 편입과 사옥 매각 등 각종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회사에 손실을 끼치고, 임직원 상여금을 과다 지급해 돌려받는 수법으로 회사돈을 횡령한 혐의를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문제는 검찰 수사가 구체적인 혐의 입증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전 회장은 경영상 판단과 회사 차원의 경조사비 지출 등을 내세워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지난달 법원은 이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최근 수사팀을 재정비한 검찰은 한국경제교육협회와 관련한 자금 흐름도 일부 파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전 회장은 2009년부터 KT 회장과 한국경제교육협회장을 겸임했다. 그런데 협회가 모금한 기부금 활용 및 지원금 사용 내역이 불투명하다는 의혹이 일자 자연스레 이 전 회장이 횡령에 가담했을 가능성이 고개를 드는 중이다. 다만 검찰은 이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한 차례 기각된 전력이 있는 만큼 기소에는 신중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회장과 연관된 의혹은 하나 더 있다. KT의 자회사인 KT ENS 직원이 연루된 3000억원대 대출사기 사건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T ENS 직원 김모 부장은 협력업체와 공모해 2010년부터 가짜 매출채권을 담보로 시중은행 등에서 3000억원의 사기 대출을 받았다.

김 부장은 실제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협력업체와 짜고 허위 세금계산서를 끊어줬다. 협력업체는 김 부장이 발행한 세금계산서를 담보로 하나은행, KB국민은행, 농협은행 등 시중은행과 일부 저축은행으로부터 부당대출을 받았다.

KT ENS의 협력업체인 중앙티앤씨 등 8곳은 실제 거래가 없었음에도 서류를 위조해 2008년부터 최근까지 모두 100여 차례에 걸친 범행을 저질렀다. 하지만 범행을 도운 김 부장이 받은 돈은 5000여만원에 불과해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복잡한 범행 수법에도 불구하고 KT ENS와 각 은행들은 "김 부장 개인의 단독 범행"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내부 도움 없인 불가능한 범죄란 게 일반의 시각이다.

김 부장 등이 빼낸 3000억원 중 하나은행으로부터 나온 170억원은 사모펀드로 들어간 뒤 주식시장에 흘러들었다. 이중 50억원은 한 코스닥 상장사를 사들이는 데 사용됐다고 한다. 해당 사실을 적발한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대출받은 돈이) 복잡한 과정을 거쳐 여러 곳에 분산된 것으로 보이는데 아직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관련한 사실을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석채 비자금 수사 와중에 
KT 3000억 사기 대출 터져
검은돈 정관계 흘러간 정황


이처럼 대출 규모가 크고 ▲범행이 반복적이며 ▲복수 금융사가 속을 정도로 서류가 정교하게 위조됐고 ▲최근까지 어느 누구도 범행을 눈치 채지 못한 데다 ▲김 부장이 해외로 도피하지 않고 경찰에 자진 출두한 점 등을 근거로 일각에선 '이석채 비자금'과의 연관성을 의심하고 있다.

김 부장의 상관인 김성만 전 KT ENS 대표이사는 소위 '영포 라인'으로 '이석채 체제'에서 이 전 회장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았다. 특히 김 전 이사는 '무궁화 위성 헐값 매각' 의혹에 연루된 인물이며, '이석채 비자금'의 한 창구로 의심돼왔다.




업계에선 '황창규 체제'가 출범하면서 일부 '세작'들이 정보를 흘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즉 내부 고발자와 정부 권력기관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절묘한 타이밍에 수사가 들어간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지난해부터 끊이지 않은 이 전 회장의 정·관계 금품로비 의혹은 사실 여하에 따라 다가올 지방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그 파장에 관심이 쏠린다.

이 전 회장과 함께 사정당국의 타깃이 됐던 박 전 차관은 '원전비리'에 연루돼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지난 20일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부(김문관 부장판사)는 원전과 관련한 청탁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박 전 차관에게 징역 6월과 벌금 1400만원, 추징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박 전 차관은 여당 고위 당직자 출신인 이윤영씨로부터 한국정수공업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처리 설비 공급과 관련한 청탁의 댓가로 5000만원을 수뢰한 혐의를 받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박 전 차관에게 무죄를 내렸다. 단 김종신 전 한수원 사장으로부터 원전정책을 수립할 때 한수원 입장을 반영해달라는 명목으로 받은 700만원에 대해선 대가성이 있다고 판단, 유죄를 선고했다.

수사 초기 단계부터 이명박정부 실세인 박 전 차관 등이 개입된 사건으로 주목받았던 '원전 비리'는 단일 수사로는 최대 규모의 인원을 재판에 넘기며 공을 세웠다. 하지만 권력의 중심에서 칼끝이 무뎌지는 한계를 드러내며 '권력형 게이트'로 확대되지 못했다.


박영준 거르고
낙하산 압박하나


파이시티 수사와 원전비리 수사로 각각 법정에 선 박 전 차관에 대한 사정작업은 어느 정도 정리된 분위기다. 한국경제교육협회 수사가 아직 남아있지만 '죽은' 박 전 차관보다는 '산' 이 전 회장에게 화력이 집중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권력기관의 다음 타깃은 전기·전력·석유·가스 등 에너지와 관련한 공기업이라고 전해진다. 박근혜정부가 강조한 '비정상의 정상화' 기조에 따른 것이라고 한 관계자는 설명했다. 공기업 압박으로 구멍 난 세수를 확보하면서 정부·여당에 대한 지지도를 높이는 일석이조의 노림수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관계자는 "이명박정부 당시 공기업 사장으로 임명되는 과정에서 정권 실세에게 금품을 전달했거나 편의를 봐준 사람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혐의 입증과는 별개로 특정 기업과 관련한 투서는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B사의 횡령과 관련한 수사는 최초 알려진 금액보다 횡령액이 4배나 많은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비자금 조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는 상황이다. 또 이명박정부 때 급성장한 C사는 최근 역외탈세 혐의로 국세청의 표적이 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B사와 C사의 경영진 모두 지난 정권 실세와의 유착이 의심된 전력이 있다.

이처럼 박근혜정부는 이 전 대통령 주변을 끊임없이 괴롭히고 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수사는 아직 소식이 없다. 증권가나 금융권을 중심으로 이리저리 뜬소문만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의 주변을 건드는 것만으로도 당사자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 붙잡힌 측근들이 정권의 '세작'으로 돌변해 언제 자신의 등 뒤를 노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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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