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경제회생 사령탑 맡은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국민 체감 가능한 경제성장 이뤄야 한다”

9·3 개각을 통해 최경환 한나라당 의원이 지식경제부 신임 장관으로 임명됐다. ‘정책통’으로 불리는 최 장관의 이번 행보는 친박계 핵심인물이란 점에서 주목을 받지만 한편으론 그동안 MB정부에 앞장서왔던 인물이기에 당연한 수순이란 해석도 있다.

최 장관의 임명으로 한나라당은 이 대통령과 당 사이에서 화합의 메신저 역할을, 국민은 아직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실물경기를 해결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정통 경제관료 출신 수장이란 점에서 더욱 어깨가 무거운 최 장관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본다.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친박계’ 핵심 인물
대선 이후 줄곧 MB 돕다 실세로 급부상

산업 정책 등 실물 경제를 책임지는 지식경제부의 새 수장으로 최경환 장관이 임명됐다. 정계에서도 탁월한 ‘정책통’으로 손꼽히는 최 장관은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최 장관은 1955년 경북 경산 출신으로 대구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4학년 재학 중 행정고시(22회)에 합격해 1980년에 청도군청 행정사무관 시보로 관가에 들어갔다.

기획원 출신 경제통
친박계 핵심 브레인

이후 1994년까지 경제기획원 경제기획국 대외경제조정실에서 근무하며 이때부터 관가에선 소위 ‘경제통’으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당시 최 장관이 만든 대표적인 정책으로 ‘아파트 채권입찰제’가 있다. 이는 민영 아파트 분양 시 분양 예정가격이 인근 아파트 가격과 차이가 크게 발생할 때 그 차액을 채권으로 흡수하는 제도다.

1980년대 초반 주택청약통장 프리미엄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자 ‘0순위 통장’을 없애고 이를 채권입찰제로 바꾸는 아이디어를 낸 인물이 최 장관이다.
이 제도를 통해 채권입찰액을 많이 써 낸 사람에게 분양권이 돌아가고 거기서 발생한 자금을 국민주택기금에 넣어 서민아파트의 재원으로 사용하게 됐다.
대외경제조정실에 근무할 때인 1991년에는 남북 간 거래 시 결제수단, 북한 근로자 임금 계산법 등이 포함된 남북기본합의서 경제 분야 초안도 직접 만들었다.

이후 재정경제원 국고국 서기관으로 근무하기도 했던 최 장관은 1995년엔 런던에 있는 유럽부흥개발은행 선임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1997년부터는 청와대에 들어가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실 보좌관을 지낸 바 있고 1998년에는 예산청 기획관리실 법무담당관을 지냈다. 이후 1999년부터 2004년까지는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을 맡는 등 폭넓은 활동을 펼쳐왔다.

경제통으로 뿌리를 다져 온 최 장관이 정계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02년이다. 그 해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의 경제특별보좌관을 맡은 최 장관은 2003년 한국경제학회 이사를 역임했고 이듬해 총선을 치렀다. ‘경제를 바꾸러 정치에 나선다’는 모토를 걸고 17대 총선 경산 청도에 출마한 그는 성공적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최 장관은 당내에서도 일찌감치 그 능력을 인정받아온 인물이다. 초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원내 진출 직후 한나라당 정책위 제4정책조정위원장에 올랐고 수도이전문제 특별위원회 간사, 농어촌 살리기 특별위원회 위원, 공공부문 특별위원회 위원, 조세개혁특별위원회 위원 등을 맡으며 정책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했다.

논란이 됐던 수도이전 특별위원회 간사 당시에는 수도 이전과 관련해 청와대ㆍ국회ㆍ대법원은 이전이 불가하다는 헌법재판소 판결을 유도하기도 했다. 2005년에는 여의도 연구소 제 1, 2 부소장에 오르며 당내 핵심 브레인 역할을 도맡았다.

대선 이후 MB 도와
화합의 인물로 꼽혀

최 장관은 한나라당 내에서도 유명한 친박 인사로 통한다. 지난 2007년 대선 직전 펼쳐진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최 장관은 박근혜 전 대표를 최측근에서 도왔다. 당시 그는 박근혜 캠프의 종합상황실장을 맡아 이명박 후보를 앞세운 상대 진영의 공격에 맞서는 동시에 캠프 내 결속력을 다지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렇듯 늘 친박계 정책통으로 불렸던 그가 이번 개각에서는 돌연 이 대통령에게 낙점을 받았다. 이는 지난 2008년 당내 경선 이후 그의 행보에서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최 장관은 당시 경선이 이명박 후보의 승리로 끝난 직후 9월부터 자리를 옮겨 이 후보를 도왔다. 이 후보의 경제 살리기 위원회 총괄 간사를 맡아 경제 정책을 손질했다. 최 장관은 대선이 끝난 이후에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간사를 맡아 현 정권 경제 정책의 밑그림을 그렸다.

정계는 최 장관의 이번 임명을 두고 당내 화합을 위한 이 대통령의 전략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친박 인사의 기용으로 현 정부와 한나라당의 화합을 이끄는 동시에 부담 없는 인물을 찾던 이 대통령에게는 가장 입맛에 맞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정통 경제 관료 출신으로 일찍이 탁월한 정책통으로 평가받아 온 그의 능력도 인정됐다.

실물경제 살리기 시급
정책결정 능력 키워야

물론 친박 핵심인물인 만큼 최 장관의 입각은 사전에 조율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장관은 “박 전 대표가 (유럽 방문차) 출국하기 전 청와대와 상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박 전 대표가 전화통화에서 ‘축하한다’고 했고 입각에 대해 흔쾌히 받아들인다고 느꼈다”고 밝힌 바 있다.

최 장관은 이어 “친박으로 분류되는 사람으로서 내각에 들어가는 것이므로 당 화합의 단초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최 장관의 다짐과 같이 일각에선 그가 친이와 친박 사이에서 화합의 메신저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최 장관을 향한 기대는 당내뿐 아니라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국민들은 최 장관이 경제관료 출신답게 시원한 경제 활성화 정책을 내놓기를 기대하고 있다.

최 장관 역시 취임 직후 가장 먼저 경기 살리기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지난 21일, 취임식에서 최 장관은 “앞으로 실물 경제 회복에 주력하는 한편 그린 에너지 등 녹색 성장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다짐했다.

최 장관의 야심찬 포부만큼 현재 그가 당면한 과제는 많다. 가장 먼저 수출 증대와 기업의 투자활성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수출은 지난해 11월 이후 10개월째 20% 안팎의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무역수지가 흑자라고는 하지만 이는 수입이 줄어든 탓으로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의 모습이다.

수출 증대 및 투자 활성화 시급
지식경제부 위상 제고 힘써야


기업의 투자도 이끌어내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설비투자는 전년 동월대비 18.2% 감소하면서 10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다. 기업의 투자가 늘어나야 수출 증대 및 일자리 창출도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최 장관이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로 꼽히고 있다. 업계는 기업형 슈퍼마켓(SSM) 문제에 대해서도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소상공인의 생계가 달린 사안인 만큼 조속히 대기업과 지역 상인들의 상생방안을 찾아야 하지만 지경부는 아직까지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 장관 역시 “지역구 내에서도 아파트 등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찬성하는 반면, 상인들은 반대하는 등 SSM에 대한 의견이 엇갈린다”며 쉬운 문제가 아니라고 해석했다.

최 장관은 다만 SSM과 관련해 “허가제 성격이 포함된 등록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업계는 이외에도 중소기업 지원정책 개선과 에너지 자원 확보, 미래 성장 동력 발굴에도 아낌없는 투자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 장관도 이에 뜻을 같이하고 중소기업 정책에 대한 획기적인 개선과 미래성장 경쟁력 확보에 힘쓸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최 장관은 취임식 인사말을 통해 “중소기업이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 전문기업으로 성장하도록 돕기 위해  R&D, 조세, 해외시장 진출 등 관련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 나갈 것”이라며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정책 지원의 실효성과 효율성을 높여 근본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R&D 자금은 우리 경제의 미래를 위한 소중한 종자돈”이라며 “확실한 성과가 기대되는 사업에 R&D 자금이 투입될 수 있도록 지원체제를 확실하게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최 장관은 내부적으로는 부처 내 목소리를 끼우는 데도 힘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경부가 통합부처로 새롭게 탄생한 지 1년 반이 넘었지만 그동안 경제 집행 기능이 강조된 탓에 정책부서로서의 위상이 저하됐다는 게 일부의 평가다.

이에 최 장관도 취임식을 통해 지경부를 집행보다 정책 부서로서의 역할을 강화하는 쪽으로 이끌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최 장관은 “실물경제의 총괄부처, 산업정책의 주무부처인 지경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고 생각한다”며 “부처 내 주요 인력을 정책개발 분야로 전진 배치해 다양한 아이디어와 도전적 사고를 통해 좋은 정책을 개발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최경환 장관 프로필 

△1955년 경북 경산 출생
△1975년 대구고 졸업
△1979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1991년 미국 위스콘신대 경제학 박사
△1978년 행정고시 합격(22회)
△1994년 재정경제원 국고국 서기관
△1995년 유럽부흥개발은행 선임연구원
△1998년 기획예산처 법무담당관
△1999년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2002년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상근 경제특보
△2004년 17대 국회의원
△2008년 18대 국회의원
△2008년 국회 기획재정위 간사, 조세소위원장
△2009년 지식경제부 장관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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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