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어지면 코 닿을 가게? ‘무늬만 역세권’주의보

초역세권 상권 체크포인트

‘역세권’은 부동산 시장에서 영원한 투자 1순위다. 하지만 같은 역세권이더라도 크게 초역세권과 근거리 역세권으로 나뉘게 된다. 최근 새로운 노선의 역세권이 우후죽순 생기고 있어 이른바 ‘무늬만 역세권’인 경우가 많아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역서 반경 100m 이내…도보 1?3분 거리
공실 위험 적지만 초기 투자비 많이 들어

‘무늬만 역세권’에 대한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진정한 초역세권의 의미를 알아야만 역세권 수익형 부동산 투자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초역세권이라고 하면 역에서 좁게는 반경 100m, 넓게는 200?300m 이내의 점포를 의미한다. 역에서 도보로 1?3분 이내의 거리에 있는 섹터를 말한다. 초역세권 수익형 부동산일수록 임대수요가 풍부해 공실 위험이 적지만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드는 부담이 있다. 지하철로 여러 지역이 연결될 경우 큰 축을 보고 어떻게 상권이 변화해 갈지 고려해야 한다. 

단기적 접근보단
중장기 투자 요구

특히 신설 역세권 주변 상권이 새롭게 형성되려면 최소 2?3년 이상이 소요되므로 단기적 접근보단 중장기적 투자가 요구된다. 부동산 전문가는 “수도권 역세권의 경우 400여개 이상이 되고 출구도 많아 상권의 구조 및 유동 인구의 동선을 파악한 뒤 투자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서울지역 역세권 상권 가운데 어디가 뜨고 어디가 질까.
지하철 2호선 강남역이 수도권 전철 중 2년 연속 수송인원이 가장 많은 역으로 조사됐다. 홍대입구역과 합정역, 신사역은 수송인원이 눈에 띄게 늘어난 반면 삼성역, 선릉역, 명동역, 압구정역은 수송인원이 비교적 큰 폭으로 줄었다.
상가정보회사 상가뉴스레이다에 따르면 2012년과 2013년 서울메트로의 119개 역별 수송집계를 분석한 결과, 강남역이 2년 연속 역세권 수송인원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위는 1호선 서울역, 3위는 홍대입구 순이다. 반면 하위 10위는 도림천, 신답, 남태령, 지축 등으로 2012년에 이어 큰 변화가 없었다.
역세권 수송인원이 눈에 띄게 늘어난 곳은 2호선 홍대입구역·합정역, 3호선의 신사역, 1·2호선 시청역 등이다. 인원이 줄어든 곳은 2호선의 삼성역·선릉역, 4호선의 명동역, 3호선의 압구정역 등이었다.
2호선에서 수송인구 증가가 컸던 홍대입구역은 2012년 일 평균 8만9241명에서 2013년에는 9만7728명으로 하루 8487명이 늘었다. 10% 가까운 성장률로 역세권 수송인구 순위를 4계단이나 뛰어올라 3위에 등극했다. 공항철도가 개통된 데다 대학가 상권과 오피스 상권의 결합, 게스트하우스 확장 등과 같은 시류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홍대·합정역 ‘뜨고’
삼성·선릉역 ‘지고’
강남역 수송인원 1위

합정역의 경우도 2012년 일 평균 3만7773명에서 2013년에는 일 4만3331명으로 일 5558명이 증가해 14%가 넘는 증가율을 보였다. 합정역에 오픈한 초대형 주상복합 멀티복합상가인 메세나폴리스의 운영과 맞물려 수송인구가 증가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선종필 상가뉴레이다 대표는 “메세나폴리스를 위시한 합정 균형발전촉진지구와 주변 대규모 주상복합 등이 추가 진행되면 팽창하고 있는 홍대 상권과 이어져 새로운 대형 상권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3호선에서는 신사역에서 변화의 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4만3522명에서 2013년에는 4만5414명으로 일 1892명, 4.35% 증가했다. 확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로수 길과 세로수 길 상권의 확대팽창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현상을 반영한 결과다.
반면 가로수 길에 밀려 위축된 압구정역 상권은 일 4389명이 줄고 2012년 대비 8%가량이 감소해 상권의 축 이동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호선 시청역의 경우 7%와 8%대의 증가세가 나타났다. 선 대표는 “시청역은 새 정부 들어 소통문제 등과 맞물린 정치적 집회와 시위에 따른 유입인구 증가가 반영되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여전히 유동인구 상위권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수송인구 감소세가 두드러진 삼성역(9만155명→8만4389명/-일 5766명)과 선릉역(7만7894명→7만1901명/-일 5993명)은 각각 -6.4%, -7.7%씩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IT기업 중심으로 비싼 임대료를 피해 판교테크노벨리 등과 같은 신흥지역이나 구도심으로 회귀한 넥슨그룹, 엔씨소프트,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등의 탈 강남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다. 금융권구조조정에 따른 테헤란로 공실의 영향도 반영됐다.
강북의 맹주상권으로 자리하고 있던 명동역도 중국관광객 증가에도 불구하고 최근 일본인 관광객 감소 등으로 일평균 5만9025명에서 5만7811명으로 일평균 1214명이 감소했다.
선 대표는 “2012년 대비 2013년 수송인구는 수도권 개통 추가와 부분개통 등이 반영됐지만 전체증가율은 0.94%로 미미했다”며 “반면 주요역세권 별로는 상권의 변화 등과 맞물려 평균수송율 변동폭 이상으로 증감된 곳들이 많아 역세권 투자 시 참고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입지 고를 때
동선 파악 중요

같은 초역세권 수익형 부동산일지라도 입지를 고를 때 눈여겨봐야 할 것은 ‘동선’이다. 유동인구가 많은지 파악하려면 몇 가지 방식이 있는데 노점상이 역을 중심으로 어떻게 분포돼 있는지 보면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또 유명 의류 대리점이 입점한 곳도 유동인구가 많다. 보통 본사에서 동선 입지가 뛰어난 곳이 아니면 허가를 내주지 않기 때문이다.
‘수요와 공급’의 기본 원칙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이미 역세권 내 경쟁 상품들이 포화상태인데도 경쟁력 없는 신규 상품이 선을 보일 경우 분양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한 수익형 부동산 전문가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면 임대수익이 풍부하다는 수익형 부동산 투자의 기본 공식에다 변수로 작용할 세부 공식의 결과 값을 가지고 투자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분양(예정)중인 초역세권 수익형 부동산 현황이다.


▲당산역 데시앙루브 = 태영건설은 당산역에서 도보로 2분내에 위치한 ‘당산역 데시앙루브’ 오피스텔과 상가를 분양한다. 이 오피스텔은 지하 5층?지상 15층에 총 350실 규모로, 오는 2월 입주 예정이다. 분양 상가는 지상 1층과 지하 1층으로 특화된 중정 설계를 적용, 건물 입구에서 상가로의 접근성은 물론 자연채광과 개방감이 좋다는 게 태영건설 설명이다.
1층 상가는 층고가 7.5m로 높아 복층이나 전용테라스로 공간 활용이 가능하다. 당산역세권은 지하철 2·9호선이 교차해 하루 유동인구가 10만명에 달한다. 분양가가 인근 신규 분양상가의 약 60%선으로 높은 임대수익과 운영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데시앙루브 오피스텔 일부 잔여분도 분양 중이다. 전용 28㎡의 1.5룸 구조이며 입주 후 3년간 임대수익 보장과 입주지원금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강남역 센트럴애비뉴 = 대우건설은 서울 역삼동에서 오피스텔인 단지 내 상가인 ‘강남역 센트럴 애비뉴’를 분양하고 있다. 오피스텔은 지하 8층?지상 19층 1개동 총 728실로 이뤄졌는데 100% 분양이 완료됐다. 센트럴애비뉴는 대형 오피스텔(728실) 건물에 들어서는 ‘오피스텔 단지 내 상가’다. 
상가 연면적 1만3000여㎡에 점포수는 110개에 달한다. 이 상가는 강남역 센트럴 푸르지오 시티(오피스텔) 건물의 지하 2층?지상 3층에 입점한다. 일부층의 상가 전면에 데크공간을 조성해 고객에게 휴식공간으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신분당선과 환승이 가능한 강남역 1번 출구와의 거리가 불과 34m에 불과하다. 강남역의 하루 평균 승하차 인구는 평일 21만명, 주말 35?40만 명이다. 준공은 2015년 3월 예정이다.


▲주안역 프라움S = 태남건설은 인천시 주안동 23-1번지 일대 ‘프라움S’ 도시형 생활주택을 분양 중이다. 국철 1호선과 인천지하철 2호선(예정)이 교차하는 환승역 바로 앞에 위치해 있다. 1층은 상가로 운영되고 지상 2?7층 규모로, 전용면적 14.76㎡, 발코니 포함 약 19.8㎡ 총 150가구로 이뤄져 있다. 
프라움S는 선임대 후분양으로 계약과 동시에 임대수익이 가능하다. 수익률은 보증금과 월세가 다소 차이가 있지만 13?15%대로 선착순으로 호수 지정이 가능하다. 도시형 생활주택임에도 주차공간을 자주식으로 시공하였으며 세대당 12㎡가 넘는 공간을 확보했다.
인천 시내버스 80% 이상이 경유하는 주안역이 도보 1분 거리에 위치한 초역세권 수익형 부동산으로 트리플역세권 개발 및 도시재생사업 또한 개발 호재로 더욱 미래가치가 높다. 인천종합터미널, 시내·시외버스 경유노선이 있는 다양한 멀티광역교통이다. 경인고속도로, 외곽순환도로 등이 인접해 전국 어디로든 진입이 용이하다.


▲오류동역 프리가 = 서울 구로구 오류동역에서 도보 1분 거리에 위치한 오피스텔·도시형 생활주택인 ‘오류동역 프리가’를 분양한다. 오류동역 프리가는 도시형 생활주택 44채와 오피스텔 143실로 구성됐다. 투자와 동시에 임대수익을 거둘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분양가는 9000만원대부터다. 
주변에 가산디지털단지 등 대규모 첨단산업단지가 위치해 있으며 7호선 환승 온수역이 가까워 강남까지 30분이면 가능하다. 서울 오류동역 일대가 행복주택 시범지구로 선정됐다. 오류동의 직접적인 개발계획은 처음이어서 부동산 시장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행복주택은 철도부지 등에 건설되는 임대주택이다. 국토교통부의 방침에 따라 지역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주민 소통공간의 거점 공간으로서 주거 호텔 상업 업무시설 등이 혼합된 복합단지로 조성된다. 향후 임대수요층이 한층 더 탄탄해지고 많은 유동인구가 유입이 예상된다.


▲캠퍼스타운역 재미동포타운 = 국내 최초의 외국인 주택단지인 ‘송도 재미동포타운’은 인천 연수구 송도동 155 (송도국제신도시 국제화업무지구 M2블록) 부지의 지하 4층, 지상 49층, 연면적 38만5733㎡ 규모로 국내 분양을 준비 중이다. 현재 미국, 캐나다, 독일, 뉴질랜드 등에서 해외 시민권과 영주권을 가진 교포들을 상대로 분양을 하고 있다. 1월 중에도 독일과 미국에서 분양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인천 지하철 1호선 송도 캠퍼스타운역 도보 1분 이내 상업지역에 위치한 재미동포타운은 아파트 830세대와 오피스텔 1974세대, 호텔(312실), 상가(제1종·2종 근린생활시설)로 구성된다. 또한 연세대 송도캠퍼스와 인천 지하철 캠퍼스타운역 사이에 자리 잡게 될 상업 시설에는 문화, 여가, 공연, 외식, 쇼핑 기능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미국 스타일의 웅장한 복합몰이 갖춰진다. 참소리(에디슨)박물관이 3층에 입점한다. 입주는 2017년 상반기 예정에 있다. 

‘수요와 공급’
원칙 지켜야 


▲부산 전포역 펠리체 = 시행전문회사인 주원개발은 부산도시철도 2호선 전포역 1번 출구 1분 거리에 위치한 초역세권 오피스텔 ‘펠리체’ 114실을 분양 중이다. 지하 1층?지상 20층, 연면적 3810.89m² 규모다. 2014년 9월부터 입주를 시작하는 부산국제금융센터로 인한 창출효과는 약 12조7000원. 직접고용창출효과 9만5000명과 간접고용창출효과 4만3000명을 합쳐 13만8000명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펠리체는 63%의 높은 전용률로 공간활용도가 좋다. 부산 최초로 입주민들을 위한 출퇴근 미니버스와 자전거 제공, 아침 샐러드바, 입주민 전용 피트니스 설치 등으로 1인 근무자들을 위한 최적의 생활환경을 제공할 예정이다.
분양가는 7000만원대로 책정됐다. 임대수익보장제 1년간 월 40만원을 보장한다. 중도금 50% 무이자, 취득세 100%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시공사 경도종합건설이 자금관리는 한국자산신탁이 각각 맡았다. 입점은 2015년 6월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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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