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력추적> 채동욱 찍어낸 숨겨진 키맨들

서초구청장·비서실장·감사과장 수상한 행적

[일요시사=사회팀] '채군 정보유출' 사건 수사가 혐의 입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피의자와 참고인들의 거듭된 말 바꾸기로 수사가 지지부진한 사이 사건의 실체는 점차 미궁으로 빠지는 분위기다. 그런데 정보유출 직전 국정원 직원과 서초구청장이 비밀회동을 가졌다는 증언이 들렸다. 서초구 비서실장과 감사과장 역시 이번 수사의 숨겨진 키맨으로 부각됐다. 발 묶인 사건의 실마리는 언제쯤 수면 위로 드러날까.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로 의심된 채모군의 개인정보가 불법 유출된 사건과 관련해 사건 당일 숨겨진 '키맨'들의 수상한 행적이 관심을 모은다.

숨겨진 키맨
비밀회동 있었나

지난해 6월11일 오후 2시47분께 오케이(OK)민원센터에서는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가 무단 열람됐다.

채군의 개인정보를 조회한 김모(58) 서초구청 오케이민원센터 팀장은 같은 시각 자신의 휴대전화로 누군가와 은밀한 통화를 하고 있었다. 발신번호는 서초구청 응접실, 통화는 오후 2시48분께 종료됐다.

그리고 10초 뒤 국정원 정보관(IO) 송모씨는 서초구청 응접실에서 걸려온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즉 응접실에 있던 누군가가 김 팀장에게 열람을 지시한 후 확인된 정보를 송씨에게 전달했을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그런데 채군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당일 정보관 송씨가 한 교회에서 진익철 서초구청장을 사전에 만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S정보관(송씨)이 채군의 개인정보가 열람되기 2∼3시간 전에 서울 서초구 반포2동에 있는 남서울교회에서 진익철과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유출이 발생한 6월11일 오전 11시30분께 남서울교회 교육관에서는 한국전쟁 참전용사 등 국가보훈 유공자를 초청한 위로연이 열렸다. 반포2동 방위협의회가 주관한 이 행사에는 진 구청장 외에도 새누리당 K 의원이 자리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K 의원은 진 구청장과 함께 축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남서울교회가 자리한 위치가 눈길을 끌었다. 남서울교회와 지도상 거리가 100여m 정도 떨어진 곳에는 채군이 다닌 것으로 알려진 ㄱ초등학교가 있었다.

국정원 정보관
초등학교 갔었나

서초구청에서 채군의 개인정보가 유출되기 하루 전날인 6월10일 정보관 송씨는 유영환 강남교육지원청 교육장에게 "채군의 아버지가 채동욱이 맞느냐"고 문의했다.


그러자 유 교육장은 송씨의 문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채군의 학교생활기록부 조회를 ㄱ초등학교 교장인 ㄴ씨에게 부탁했다.

검찰 조사에서 ㄴ씨는 "지난해 6월 유 교육장이 채군 아버지의 이름을 문의했고 (유 교육장에게) 채군 아버지의 이름과 검찰총장의 이름이 같다고 답해줬다"며 의혹을 확인했다.

하지만 유 교육장은 "법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어 관련한 사실을 송씨에게 확인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다음날인 11일 송씨가 ㄱ초등학교 인근에 있었다는 새로운 주장이 나온 셈이다.

기자는 먼저 남서울교회에서 담당업무를 관할하고 있는 한 관계자와 만났다. 그는 "교회에서 올 6월 위로연을 연 게 맞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매년 열리는 행사고, 공익적인 목적으로 장소를 제공했을 뿐 당시 누가 오갔는지는 우리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남서울교회는 지난 2012년에도 방위협의회에 행사 장소를 제공했다.

한 방위협의회 관계자는 "작년(2012년)과 마찬가지로 K 의원과 진 구청장이 온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K 의원은 다른 일이 있어도 국가보훈 행사만큼은 꼭 오겠다는 약속을 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행사 당일 K 의원이나 진 구청장이 송씨와 만났는지에 대해선 "알 수 없는 일"이라고 확답을 피했다.

ㄱ초등학교는 대화를 거부했다. ㄱ초등학교 관계자는 "그 사건으로 어떤 얘기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6월11일 송씨가 ㄱ초등학교에 왔었는지에 대해 답하지 않았다.

ㄱ초등학교의 또 다른 관계자는 “만약 차량으로 왔다면 출입 기록이 남겨졌겠지만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말을 아꼈다. 실제로 ㄱ초등학교에 출입하는 외부 차량은 기록을 남기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초 K 의원 측은 'K 의원이 6월11일 ㄱ초등학교 인근에 있는 교회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한 일이 있느냐'는 질문에 "일정상 확인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그 자리에서 국정원 직원과 만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런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후 K 의원은 "우연히 그곳에 있었던 것 뿐이고 나와 이 사건은 아무런 관계없다"고 적극 항변했다.

정보유출된 6월11일 반포동 교회서 무슨 일이?
정보관·서초구청장 만남?…사인 주고 받았나

실제로 서초구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해당 IO의 직급과 담당 업무를 고려했을 때 현역 의원보다는 구청 고위 관계자와 사인을 주고받았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여기서 이번 사건의 전말을 알 만한 새로운 키맨이 등장했다. 바로 서초구 비서실장 이모(42)씨다.

이씨는 진 구청장의 '오른팔'로 불리지만 그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구청 한 고위 관계자는 "진 구청장이 서초구 선거를 준비했을 때부터 이씨를 측근으로 중용했다"고 증언했다.


이씨는 진 구청장의 아내와 사촌지간인 것으로 전해진다. 구청 한 관계자는 "진 구청장의 처남인 김모씨와 그의 사촌인 이씨가 구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문고리 권력'인 셈, 때문에 이번 수사에서도 사건의 키를 쥔 인물은 이씨라는 시각이 있다.

정보유출 과정
구청장은 몰랐나

지난 13일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당시 부장검사 장영수)는 채군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서초구청에 대한 2번째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서초구청 5층에 있는 서초구청장 응접실, 서초구청 정문 등에 설치된 CCTV가 이번 압수수색 대상으로 특정됐다. 이는 채군의 개인정보가 열람됐을 당시 응접실에서 전화를 건 인물이 누구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작업으로 풀이됐다.

그런데 서초구청장 응접실은 건물 구조상 반드시 비서실을 가로질러야 출입할 수 있다. 즉 비서실 수장인 이씨는 그 시각 응접실에 있던 인물을 알고 있을 확률이 크다.

기자는 이씨를 만나기 위해 지난 14일 서초구청을 방문했다. 하지만 서초구청장실과 비서실이 있는 5층은 엘리베이터가 작동하지 않았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엘리베이터를 조작해 5층의 출입을 제한한 것이다.


5층으로 연결된 양측 계단 역시 각 출입구가 폐쇄됐다. 출입문을 막고 있던 보안직원은 '왜 출입을 막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답했다. 한때 이씨는 외부와 연락을 끊고 사실상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구청 홍보실은 "사정이 있어 지방에 내려갔다가 지금(16일)은 업무에 복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사선상에 오른 진 구청장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앞서 진 구청장은 수사 초기 단계에서 조이제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이 정보유출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나자 "조 국장 개인의 불법 행위"라며 즉시 선을 그었다.

그러나 기자가 접촉한 복수 행정당국 관계자는 "윗선의 비호나 암묵적인 동의 없이 정보유출은 어려웠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공무원 조직문화상 책임질 수 없는 일을 상급자 허락 없이 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까닭이다.

비서실장 이모씨 부각…응접실서 누가 전화했나
원세훈라인 조이제-곽상도라인 임ㅇㅇ 진실게임

아울러 이들은 진 구청장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의 친분에 대해 "아니다"란 입장을 밝히자 "서울시 고위 공무원 중 진익철과 원세훈의 친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 구청장은 원 전 원장과 같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서울시청에서 인연을 맺었다.

먼저 원 전 원장은 1986년부터 1988년까지 '기획관리실 법무담당관'에 재직했다. 이듬해인 1989년부터 1993년까지 진 구청장은 원 전 원장과 같은 보직인 '기획관리실 법무담당관'을 지냈다. 원 전 원장은 1993년 3월부터 같은 해 9월까지 진 구청장이 있는 기획관리실에서 기획담당관으로 활동했다.

또 원 전 원장이 '행정1부시장'을 역임했을 때 진 구청장은 환경국 국장으로 원 전 원장과 2년여간 함께 일했다. 두 사람은 나란히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을 맡은 경력도 같다.

후일 진 구청장은 중앙당의 공천을 받아 서초구청장 선거에 출마했는데 그 배경에 원 전 원장이 있었다는 사실은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 안에서도 회자되고 있다.

한 제보자는 "진익철과 원세훈은 부부끼리 동반모임을 할 정도로 사이가 좋았다"고 회고했다. 때문에 원 전 원장과 진 구청장, 조 국장이 얽힌 속칭 'S(서울시) 라인'이 이번 사건의 한 축이 아니겠냐는 의혹은 수사 초기단계부터 제기됐다.

최근 <JTBC> 보도에 따르면 진 구청장은 한 회의 자리에서 "굳이 제3자가 밝혀져야 하냐"며 "뭘 우리가 어떻게 하자는 거냐"고 구청 간부들을 압박했다고 한다.

해당 보도가 나간 이후 복수의 구청 관계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번 수사의 방패가 된 조 국장이 굉장히 억울해하는 분위기"라고 전후 사정을 전했다. 이에 기자는 조 국장과 접촉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고, 조 국장의 가까운 지인과 통화를 했으나 "말할 것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앞서 검찰 조사를 받은 오케이(OK)민원센터 김 팀장은 조 국장의 부탁으로 메모를 받아 채군의 가족관계를 조회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올 초 응접실에서 걸려온 전화로 제3자와 통화한 정황이 드러나자 "메모가 아닌 전화로 요청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김 팀장은 자신에게 정보 유출을 지시한 인물로 조 국장을 일관되게 지목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의 중간다리로 의심됐던 조오영 청와대 행정관과 조 국장이 서로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은 시간은 오후 4시50분께다. 실제 열람이 이뤄진 시간보다 2시간 이후에 접촉을 한 것이다. 따라서 조 국장이 조 행정관에게 부탁을 받기 전 제3자의 부탁(지시)을 받았거나 '두 조씨' 모두 '사전 유출' 과정에는 관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곽상도 라인
비밀리 움직였나

김씨의 진술과는 다르게 조 국장은 "응접실에 간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는 정보유출이 이뤄진 시각 "은행 업무를 보고 있었다"며 관련한 자료를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시각 응접실에 있었을 것으로 의심되는 인물 중 1명은 임모 서초구청 감사과장이다. 한 구청 관계자는 지난 16일 "임 과장이 조 국장에게 사례금 명목으로 수십만원 상당의 금품을 보냈다는 보도가 나가자 이들은 아침부터 다툼을 벌였다"고 말했다.

해당 보도에서 임 과장은 서초구청 내 다른 직원의 명의를 빌려 정보열람 9일 뒤 조 국장에게 금품을 보냈다. 이에 대해 조 국장은 "나를 함정에 빠뜨리려 돈을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 과장이 명의를 빌린 직원은 오케이민원센터에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돈을 보낸 의혹을 받고 있는 임 과장은 곽상도 전 민정수석, 이중희 민정비서관과 친분이 있는 인물로 소개됐다. 정치권은 곽 전 수석을 이번 사건의 유력한 '몸통' 중 1명으로 거론한 바 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채군 정보유출' 정체불명 뭉칫돈 배달

'조이제' '임ㅇㅇ' 진실게임 파장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로 의심된 채모군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정체불명의 뭉칫돈이 등장해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 17일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조기룡)는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 열람 이후 서초구청 임모 감사과장이 다른 직원을 통해 조이제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에게 금품을 전달한 정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 과장은 혼외아들 의혹 보도 다음날인 지난해 9월7일 청와대로부터 공문 형식으로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 조회를 요청받아 정보 열람에 직접 관여한 인물이다.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채군의 가족관계 정보가 유출된 지난해 6월11일로부터 9일이 흐른 같은 달 20일 조 국장 앞으로 현금 70만원과 헬스용 러닝셔츠가 담긴 우편상자가 배달됐다.

우편물의 발신자는 서울시 간부 명의로 기재됐으나 당사자가 선물을 보낸 사실을 부인하자 조 국장은 우편물을 곧바로 구청 감사담당관실에 신고했다.

이에 서초구는 서초경찰서에 수사의뢰를 했지만 경찰은 액수가 적고 직무와 관련한 대가성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5개월여 만에 내사종결했다.

다만 경찰은 우체국 CCTV를 통해 실제 발신자가 서초구청 직원 조모씨임을 확인했다. 이후 조 국장은 조씨로부터 '임모 감사과장이 제3자 명의로 조 국장에게 (소포를) 전달하라고 지시했다'는 취지의 자필확인서를 받아냈다.

조 국장은 조오영 청와대 행정관의 부탁으로 구청 부하 직원을 통해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 열람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지난달 17일 영장심사에서 자필확인서와 경찰진술서 등을 제출해 구속을 면했다.

임 과장도 한때 수사선상에 올랐으나 정식으로 공문을 접수해 가족관계등록부를 조회한 점을 인정, 구속영장은 청구되지 않았다. 

그러나 서초구 감사담당관실의 총책임자인 임 과장이 정보유출 직후 다른 직원을 통해 조 국장에게 금품이 담긴 우편물을 보낸 의혹이 드러나면서 사건은 진실게임으로 비화하고 있다.

조 국장은 본인 앞으로 온 소포가 자신을 함정에 빠뜨리기 위한 것임을 강조했다. 민감한 시점에 굳이 제3자 명의로 정체불명의 돈과 선물을 보낼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특히 임 과장은 지난 2003년 곽상도 전 민정수석이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직속 부하였던 이중희 검사(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 파견 근무하면서 이들과 친분을 맺은 바 있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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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