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발'안 먹히자 '주사'긴급처방

12·3 후속대책 대해부

4·1, 8·28 부동산 대책의 후속조치가 나왔다. ‘약발’이 먹히지 않자 긴급 처방한 일종의 ‘주사’다. 이를 계기로 부동산 시장이 다시 활성화될 수 있을까. 국민적 기대가 커지고 있다.


4·1 ,8·28 시장 미지근 반응에 보완책
정부 자체적으로 추진 가능 조치 마련

국토교통부는 지난 3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거쳐 4·1, 8·28 대책의 성과를 점검하고, 후속조치 추진계획을 밝혔다. 이번 후속조치는 기존 대책들의 성과 점검을 통해 성과가 큰 과제는 확대시행하고, 일부 부진한 과제는 보완방안을 마련함으로써 기존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국회의 입법처리 지연 등으로 시장 회복세가 주춤한 상황에서 정부가 자체적으로 추진가능한 후속조치들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해 주택시장을 조속히 정상화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모기지 일원화
1.5만호 공급

새 정부 출범 이후, 정부는 주택시장 정상화와 서민 주거복지 강화를 위해 2차례(4·1, 8·28 대책)의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2차례 대책은 이전 대책들과 달리 관계부처 간 협업을 통해 세제·금융·공급 등을 망라한 패키지 정책으로, 이를 통해 주택 시장은 점차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시장회복세는 취득세·양도세 감면 등 세제지원과 공유형 모기지·생애최초 구입자금 지원 같은 금융지원 등이 시장의 호응을 얻으면서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거시경제 불확실성과 취득세율 항구인하(지방세법),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소득세법), 분양가상한제 신축운영(주택법),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주택법) 등 핵심법률 국회통과 지연으로 전반적인 구매심리회복 확산에 한계가 있어 본격적인 시장 활성화에는 미치지 못한 상황이다. 또 집값 상승 기대감 저하, 저금리로 인한 월세 증가 등으로 전세수급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행복주택’은 지자체·주민 반대로 지구지정 등 일부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집주인 담보대출 방식의 ‘목돈 안드는 전세’도 시장환경 변화로 실적이 부진한 편이다. 이에 정부는 성과가 큰 과제를 중심으로 정책역량을 집중하고, 일부 부진과제에 대해서는 보완방안을 마련하는 등 국민의 정책 체감도를 높이기 위한 후속조치 방안을 마련했다. 다음은 이번에 발표한 부동산 대책 확대 및 보완 방안이다.
▲정책 모기지 통합 = 정부는 전세수요의 매매전환 등 무주택 서민들의 주택 구입을 지원하기 위해 주택구입자금 지원을 확대키로 했다. 그동안 국민주택기금과 주택금융공사(우대형 보금자리론)로 이원화돼 있는 정책 모기지를 내년 1월2일부터 통합 운영키로 했다. 정책 모기지는 ‘근로자·서민 주택구입자금’, ‘생애최초구입자금’, ‘우대형 보금자리론’이 있었다. 지원대상과 대출조건이 상이해 주거복지 형평성 및 재정운용의 효율성 관점에서 개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이번 정책모기지 통합으로 주택기금 직접 융자분에서 발생하는 이차이익으로 주금공 유동화 방식의 이차손실을 보전함으로써,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정책모기지 공급능력을 확보하게 됐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내년에 정책모기지 11조원을 지원키로 했다. 이는 올해(11조원 집행예상)에 이어 사상 최대 수준이다. 


▲공유형 모기지 본사업 실시 = 주택기금이 위험을 공유하는 수익·손익공유형 모기지도 국민적 수요에 부응, 지원물량을 확대해 본사업을 추진한다. 지난 10월 추진된 시범사업에선 총 2276명이 대출약정을 체결했다. 이중 80%가 기존에 전세로 거주하고 있던 것으로 조사되는 등 전세수요의 매매전환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본사업은 물량을 대폭 확대해 2조원(1만5000호) 범위 내에서 12월9일부터 예산소진 시까지 한시상품으로 운용한다. 다만 위험 관리 차원에서 손익형은 공급물량의 20%로 제한한다. 공급대상(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 및 금리·대상지역(수도권 및 지방광역시)·대상주택(아파트로 한정) 등은 시범사업과 동일한 수준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하우스푸어주택 매입 확대 = 하우스푸어 주택을 매입해 임대하는 희망임대주택리츠는 올해 2차례에 걸쳐 주택 1000호 매입을 추진한 바 있다. 1차로 508호를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 중이다. 2차 사업(500호)은 신청자격을 완화해 매입 신청접수를 완료(810호 신청)한 상황이다. 정부는 이 사업이 가계부채 절감과 하우스푸어의 주거비 부담 완화 등 성과가 큰 만큼, 내년에도 확대시행키로 했다. 내년에도 1000호 매입을 추진하되, 시장상황을 보아가며 추가 확대하고, 매입대상(현행:85㎡&9억 이하 아파트) 면적제한을 폐지키로 했다.
국토부는 “최근 중소형 주택 선호 현상으로 인해 처분이 곤란한 85㎡ 초과 주택을 보유한 하우스푸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목돈 안드는 전세’ 보완 = 정부는 렌트푸어 지원을 위해 국민주택기금의 전세자금 지원, 목돈 안드는 전세 도입, 전세금 반환보증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 약 11만가구를 지원했다. 목돈 안드는 전세는 전세대출을 담보대출화해 세입자들의 금리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집주인 우위의 전세시장 심화로 ‘목돈 안드는 전세Ⅰ(집주인 담보대출 방식)’의 경우 지원실적이 2건에 그치는 등 활성화되지 못했다.

무주택 서민들 저렴한 장기대출 활용
내집 마련 기회 확대…전셋값도 안정

공공임대 공급
합리적으로 조정 

정부는 시장선호를 반영해 ‘목돈 안드는 전세Ⅱ(임차보증금 반환청구권 양도방식)’위주로 정책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먼저 목돈Ⅱ는 전세금 반환보증(대주보)과 연계해 이용활성화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대주보-은행 간 협약을 통해 전세금반환보증을 은행에 위탁판매하고, 은행은 이와 연계해 채권양도 방식(목돈Ⅱ)의 전세대출을 취급(상품명: 전세금 안심대출)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경우 대출보증료를 부담해 전세대출을 받고 별도의 비용을 들여 전세금반환보증에 가입해야 하지만 ‘전세금 안심대출’이용 시 전세대출과 전세금을 한번에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 또 은행이 대출금의 90%까지만 보증 받는 기존 전세대출과 달리 대출금 전부를 보증 받을 수 있어 일반 전세대출보다 약 0.4%p 낮은 금리로 지원이 가능할 전망이다.
목돈Ⅰ은 집주인 우위 전세시장에서 이용활성화에 한계가 있는 만큼 올해 말까지 한시 적용됐던 LTV(60→70%), DTI(자율적용) 완화는 연장하지 않고 연말에 종료한다. 은행이 자율적으로 상품을 운영토록 해 집주인 담보대출 방식을 원하는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틈새상품화할 계획이다. 현재 실적 2건 모두 자력으로 전세자금을 대출받기 어려운 70대 세입자를 위해 집주인이 대출을 받은 케이스다.

▲행복주택 활성화 = 정부는 젊고 사회활동이 왕성한 계층을 위한 행복주택과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국민임대주택 등을 균형 있게 공급하기 위해 공공임대주택 공급계획을 조정한다. 국회 국토교통위와 예산정책처 등에서 제기해 온 행복주택 공급으로 국민임대주택 등의 물량이 감소해 저소득층에 대한 주거복지 기회가 축소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2017년까지 공공임대주택 사업승인 물량 51만호는 유지하면서 행복주택은 당초 20만호에서 14만호로 줄인다. 줄어든 6만호는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국민임대주택 등으로 대체 공급함으로써 저소득층과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복지 기회를 확대하기로 했다. 행복주택 물량이 줄어도 직주근접이 절실한 신혼부부, 사회 초년생, 대학생 등의 입주비율을 상향 조정해 이들을 위한 행복주택 물량은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행복주택의 핵심 취지인 직주근접과 저렴한 임대료에 부합하는 다양한 용지를 활용해 행복주택을 공급하기로 했다. 먼저 철도부지, 공영주차장, 미활용 공공시설용지 등 공공용지를 활용해 3만8000호를 공급할 계획이다. 교통과 개발여건이 양호한 입지에서 저렴한 임대료로 공급이 가능한 부지를 선별해 중·소규모 개발을 중심으로 추진한다. 이후에도 계속적으로 지자체 수요 등을 받아 가용지를 발굴해 물량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도시 활력 차원에서 도시주거지 재생과 산업단지 주거지 개선과 연계하여 행복주택 3만6000호를 공급할 계획이다. 도시주거지 재생과 관련해 주거환경개선사업 연계를 통해 사업부지 규모, 현황 등을 고려해 민간 분양주택과 혼합하거나 단독으로 행복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또 뉴타운해제지역 등 노후불량 주거지의 주택·공가 등을 집단 매입·신축해 행복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LH, 지자체, 지방공사가 매입대상 부지의 가격·입지 등을 고려한 매입계획 공고를 통해 대상지를 찾아 행복주택을 건설·공급하는 방식이나, 이미 공공이 보유한 노후불량 매입임대주택과 인근 주택을 집단화해 행복주택으로 재건축하는 방식이 도입된다. 
정부는 “도심 슬럼화와 노후주거지 문제에 대한 지자체와 주민들의 관심이 높아 도시주거지 재생과 연계해 지자체의 사업제안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도시첨단산업단지 등 산업단지와 미니복합타운에도 근로자의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 행복주택을 건립할 계획이다. 미니복합타운은 산업단지가 여러 곳 있는 인근에 산단 근로자들의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 임대주택 등 주거시설과 문화·복지시설로 구성되는 소규모 복합타운으로 전국 12곳에서 추진 중이다. 정부는 향후 지자체 수요조사 등을 거쳐 공급방식별, 지역별 물량배분과 공급계획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지역여건 등을 고려해 지자체가 제안하는 공급방식도 사업모델 다양화 차원에서 적극 검토해 반영할 방침이다.
아울러 도시주거지재생 연계형, 산업단지 직주근접형 행복주택 공급에 대해 지자체·주민 등의 참여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주거환경개선사업, 도시재생사업 선정 시 가점을 제공하거나, 국민주택기금 대출금리 인하(2.7→1.0%) 등 행복주택 사업비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공기업(LH, SH 등)이 보유한 미활용 토지 중 역세권 또는 직주근접이 가능한 양호한 부지를 선별해 활용할 계획이다. 주택건설사업 승인을 받고도 재무여건 등의 이유로 착공이 지연되고 있는 부지를 활용하여 3만9000호를 공급하고, 공기업 토지 중 민간에게 매각할 부지에서도 2만7000호를 공급한다. 공기업 보유 토지 활용과 관련해 분양주택 용지 전환에 따른 공기업 재무부담, 미착공 부지의 중복 사업승인 등의 우려도 없지 않다.
국토부는 “미활용 분양주택 용지를 행복주택으로 공급함에 따라 사회활동 계층과 저소득층의 주거복지를 증진시킬 수 있고, 도시형성의 장애요인이 되어 온 미착공 나대지를 개발함에 따라 지역경기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지자체 협의, 주민 설득 등으로 지연됐던 7개 시범지구의 사업추진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정부는 앞으로 지구계획이나 주택건설사업계획 수립 과정에서 지자체·주민과 충분히 논의해 지역 요구사항을 합리적 수준에서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목동, 송파, 잠실, 공릉, 고잔 등 5개 지구는 지난 5일 중도위에 상정해 지구지정을 심의했다. 지난 8월 지구지정된 오류·가좌지구는 지자체와의 협의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지구계획과 주택건설사업계획을 승인할 계획이다. 
사업비는 입지별 특성(인공데크, 소음·진동·방재시설 등), 지역별 요구사항(문화·보육·주차시설 등)을 적절히 수용한다.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공급되도록 전체적으로 기준 사업비(659만원/3.3㎡) 수준에서 관리해 나갈 방침이다. 국토부는 “지속가능한 사업 추진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으로 부지확보, 토지점용료 감면, 용적률·건폐율 등 건축특례 등을 담은 ‘공공주택법’개정(국토위 계류 중)을 추진하는 한편 입주기준, 임대료 등 행복주택 공급기준안도 조속히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지역 활성화와
일자리에 기여”

정부는 국회의 입법처리 지연으로 시장 회복세가 주춤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자체적으로 추진가능한 후속조치를 조속히 시행해 주택시장 회복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기 모기지 일원화 및 공유형 모기지 확대시행으로 무주택 서민들이 저렴한 장기 고정금리 대출을 활용할 수 있어 내집 마련 기회가 크게 확대되고, 전세수요 감소로 전셋값 안정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정부는 “하우스·렌트푸어 대책도 시장선호를 반영해 집중 관리한다는 측면에서 앞으로의 성과 확대가 기대된다”며 “이번 행복주택 활성화 방안을 통해 행복주택 정책을 조속히 정착시키고, 지속가능한 추진체계를 마련하는 한편 시범지구를 정상화시켜 행복주택에 대한 이미지가 제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행복주택 활성화를 위한 대상부지 확장과 추진체계를 새로이 정립한 만큼, 정부의 공공임대주택 공급확대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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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