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는 게 값…그래도 없어서 못 산다

불붙은 한강 조망 대전

서울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곳은? 바로 한강변이다. 한강 조망이 가능한 아파트들은 부르는 게 값이다. 그런데도 없어서 못 살 만큼 물건이 없다. 서울시의 개발 제한으로 더욱 희소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마지막 분양이 될지 모르는 한강 조망 아파트들을 둘러봤다.


서울시 한강변 건축물 높이 제한
조망권 갖춘 아파트 희소가치 UP

서울시는 지난 4월 한강변 건축물에 대한 높이를 제한하는 ‘한강변 관리방향’을 발표했다. 세부 관리원칙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스카이라인 제한이다. 한강변 아파트는 지역별로 25층 이하?50층 이상까지 통일된 기준 아래 관리된다.

일반주거 25층까지
준주거는 40층까지

서울시에 따르면 제2종 일반주거지역은 25층 이하, 제3종 일반주거지역은 35층 이하, 상업·준주거·준공업(저층부 비주거 용도 포함)지역은 40층 이하로 묶인다. 중심지(지역·지구중심 이상)와 제3종 일반주거지역 이상(저층부 비주거 용도를 포함)의 복합용 건축물은 50층 이하로 한정된다. 다만 도심, 부도심 및 도시기본계획에서 정한 지역은 50층 이상도 가능하다.
여의도·잠실동·압구정동·반포동·이촌동 등 재건축을 추진 중인 지역뿐만 아니라 상암DMC·마곡지구·당산동·흑석뉴타운·한남뉴타운·천호뉴타운 등 한강변 0.5?1㎞ 범위 안에 있는 지역은 모두 이 관리 방향의 적용을 받는다. 
부동산정보업체 유앤알 박상언 대표는 “한강변에서 분양하는 단지들은 서울시의 층수 규제 방침 전에 건축심의를 받아 고층으로 짓는 만큼 상대적으로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며 “한강 조망권을 갖춘 아파트들은 희소성이 높고 구매력 있는 대기 수요도 탄탄해 청약 열기가 뜨거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한강변 조망권을 갖춘 아파트의 희소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모를 리 없는 건설사들은 서울에서 가장 노른자위로 꼽히는 한강변에 초고층 아파트 분양을 서두르고 있다. 물론 서울시가 제시한 층수 제한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적용되기 전 건축심의를 받아놓은 곳이다. 
이중엔 양도소득세 5년간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전용 84㎡ 이하의 물량도 대거 포함돼 있다. 건설사들은 서울시의 층수 규제로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수 없는 이점을 살려 한강 조망권으로 소비자를 공략할 계획이다. 다음은 올해 한강변에 공급되는 분양 물량이다.


▲마포 한강 2차 푸르지오 = 대우건설은 이달 중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마포 한강 2차 푸르지오’를 분양한다. 한강 쪽을 바라보고 단독주택단지가 조성돼 있어 최적의 한강 조망권을 갖췄다. 단지는 지하 6층?지상 36층 2개동으로 전 타입에서 한강 조망이 가능하다. 전용면적 83㎡, 110㎡ 총 198가구. 중소형(83㎡)이 전체 66.6%인 132가구에 이른다. 
지난 3월 성공적으로 분양을 마친 ‘마포 한강 1차 푸르지오’에 이은 시리즈 아파트로 전 세대 남향 위주 설계를 적용했다. 1차와 오픈 브릿지로 연결 설계된다. 2차는 1차의 성공요인인 유명브랜드의 품질과 더블 초역세권, 실속 있는 분양가, 한강 조망권 등 장점을 더욱 살렸다는 평가다. 
지하철 2·6호선 합정역이 단지 내 지하로 직통 연결되는 마포 한강 1차 푸르지오와 입체보행통로(지상·지하)로 연결된다. 도보 2분 정도면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다. 한강공원을 도보 15분 내로 이용 가능해 한강 프리미엄도 누릴 수 있다. 
강변북로, 올림픽대교, 양화대교 등 도로망 접근도 쉬워 사통팔달의 교통환경을 자랑한다. 광화문·시청·여의도 등 업무밀집지역과도 인접해 있고, 서울의 대표 상권인 홍대·신촌과도 이동이 쉬워 편리한 주거환경도 누릴 수 있다. 
분양가는 1차와 비슷한 3.3㎡당 1900만원대로 예상된다. 회사 측은 인근 주상복합 아파트보다 3.3㎡당 1000만원 이상 저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분양 관계자는 “한강변 층수 규제로 기존 건축심의를 받은 아파트 분양이 이어지면서 한강 조망권에 대한 관심이 재조명되고 있다” 며 “소비자들이 한강조망권을 최대한 누릴 수 있도록 차별화된 설계와 합리적인 분양가, 대우건설이라는 빅브랜드를 살려 한강변 대표 아파트로 꾸밀 생각”이라고 말했다.


▲래미안 강동팰리스 = 삼성물산은 오는 15일 서울 강동구 천호동 일대에 초고층 랜드마크 아파트 ‘래미안 강동팰리스’의 견본주택을 개관하고 본격 분양에 나선다. 2만3655㎡(7156평) 부지에 지하 5층?지상 45층 규모 아파트 3개동, 오피스 1개동, 판매시설 등으로 구성된다. 
아파트는 전용 59?84㎡ 총 999가구(펜트하우스 151·155㎡ 12가구 포함)의 중소형 대단지로 이뤄진다. 강동구 최고 높이인 지상 45층으로 지어져 일부 층 이상에서 한강 조망이 가능하다. 또 가구별로 올림픽공원, 길동생태공원 등 다양한 조망권을 갖추고 있다. 
지하철 5호선 강동역 1번 출구와 단지가 지하로 직접 연결돼 있는 초역세권 아파트로 도심권, 강남권 등 서울 주요업무지역까지 30분 내 이동이 가능하다. 올림픽대로 진입로, 외곽순환고속도로 상일IC 등의 도로망도 가까이 있어 도심 및 수도권 외곽으로 진출입이 수월하다. 

“대기수요 탄탄해
청약 뜨거울 것”

단지 내 구립 어린이집이 운영되고 천동초와 동신중은 걸어서 통학할 수 있으며 동북고, 보성고, 한영외고가 인근에 있다. 이밖에 현대백화점, 이마트, 서울아산병원, 강동구청 등 다양한 편의시설은 물론 병원시설도 가깝다. 
▲래미안 이촌 = 한강 조망이 가능한 용산구 동부이촌동엔 ‘래미안 이촌(가칭)’이 들어선다. 삼성물산은 ‘렉스아파트’ 재건축을 맡아 한강변에선 유일하게 56층 초고층으로 지을 예정이다. 지상 201m에 최고 56층 3개동 508가구(임대 48가구 포함)로 재건축된다. 전 가구가 공급면적 130㎡의 대형이다.
입주한 지 30년이 넘어 재건축을 추진했던 렉스아파트는 한강변 층수 규제 방침 반사이익의 최대 수혜 단지로 떠오르고 있다. 한강르네상스를 표방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시절 56층짜리 초고층 아파트로 건축심의를 받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한강변 층수 규제로 동부이촌동에 들어설 35층 안팎인 단지와 비교해 한강변에 들어서는 유일한 56층 초고층이란 희소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래미안’ 브랜드로 유명세를 날리는 삼성물산이 시공을 맡아 새로운 한강변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외벽은 고급 빌딩처럼 유리마감재를 사용하며 LED 조명을 이용해 독특한 색채를 내는 입면을 선보일 예정이다. 아울러 3개 동을 잇는 스카이 브리지에는 피트니스센터와 라운지 등 주민 편의시설을 배치해 빼어난 조망을 제공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크리스털’3개동을 짓는다는 목표로 공사에 들어갔다”며 “2015년이면 한강변에 새로운 명소로 거듭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숲 두산위브 = 두산중공업은 성동구 성수동에서 ‘서울숲 두산위브’분양에 나선다. 650여가구 규모로 아직 정확한 가구 수는 정해지지 않았다. 모두 일반 분양되며 단지는 50층 이하 4개동으로 구성된다. 서울숲 일대는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압구정과 인접해 있고 좌측으로는 용산구와 중구가 접해있는 교통의 요충지다. 115만6498㎡ 규모의 서울숲 공원을 중심으로 남쪽이 한강, 북쪽이 청계천에 둘러싸여 서울 도심권에서 보기 드문 웰빙 주거지역으로 꼽히는 곳이다.
이 단지는 성동구 성수동 성수1지역주택조합이 주관해 사업을 꾸려왔으나 금융위기 등으로 사업에 차질이 생겨 조합설립인가가 취소, 2011년 PF 대출금을 대신 갚은 두산중공업에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후 조합원들이 토지반환소송 등을 제기했으나 대법원 판결에서 지난 5월 두산중공업 측이 승소해 사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자양 휴엔하임 = 한강조망권을 갖춘 ‘자양 휴엔하임’은 광진구 자양동 가구주들이 지역주택조합을 결성해 분양 중인 아파트다. 지상 27층 3개동 규모로 전용면적 38㎡ 208세대, 56㎡ 72세대, 84㎡ 24세대 등 총 304세대로 구성된다. 27층 중 10층부터 한강 조망이 가능하다.
56㎡형 분양가가 4억1000만원대로 인근 시세보다 1억원가량 낮다. 304가구 분양물량중 조합원 분양물량인 152가구가 이미 팔렸다. 조합원 모집을 통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이곳은 저렴한 분양가에 청약통장 없이도 분양이 가능하다. 조합원 전매를 통해 시세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분양 관계자의 설명이다.
건대입구역 역세권에 위치해 우수한 교통과 생활여건 등 인기요인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다. 2호선과 7호선 환승역인 건대입구와는 불과 도보 2분 거리다. 인근 청담대교, 영동대교를 통해 강남까지 논스톱 진입이 가능하다. 여기에 분당?청담간 고속화도로, 강변북로, 동부간선도로, 올림픽대로, 동2로 등 사통팔달 도로망과 동서울터미널이 인접해 서울시내는 및 전국 주요지역 이동이 수월하다.
건국대, 세종대, 한양대 등이 인접해있고 자양초, 신양초, 동자초, 서울시립대부설초, 자양중, 자양고, 학원가 등을 배후로 하고 있다. 주변 롯데백화점, 이마트, 스타시티몰, 재래시장, 테크노마트, 건대로데오거리, 먹자골목 등 다양한 문화·쇼핑 인프라도 편리하게 누릴 수 있다. 

재건축 급물살
대형·소형 조화

건국대 병원, 한양대 병원 등 의료기관과 관공서, 금융기관 등도 밀집해 있다. 한강변에 자리 잡아 뚝섬한강 시민공원, 아차산, 서울숲, 어린이대공원, 롯데시네마, 광진문화예술회관 등도 가까워 쾌적한 주거생활도 기대된다.
▲비체힐리버뷰 = 아시아신탁은 여의도?마포권역에 한강 조망권을 갖춘 초미니 아파트 ‘비체힐리버뷰’의 회사보유분 일부 세대를 공급한다. 지하 3층?지상 7층(7층은 옥탑구조)으로 실사용 면적기준으로 20?26㎡으로 총 96세대다. 마포역(5호선)에서 도보로 약 5분 거리의 초역세권으로 마포, 여의도, 용산, 신촌, 상암DMC, 서울시청 등 서울 주요지역을 10?20분대면 접근할 수 있다.
주변의 다양한 생활 인프라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한강시민 공원이 도보 3분 거리에 위치해 웰빙 환경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분양 관계자는 “오피스텔에 비해서 전용률이 높고, 관리비 부담이 낮다”며 “부가가치세, 취득세, 재산세 (2세대 이상) 부담도 없다는 것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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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