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면 체한다 “돌다리도 두드려야”

전월세 계약 가이드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인 요즘 돈 없는 서민들을 상대로 한 전월세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 재산인 전세금 또는 보증금을 날리는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하루아침에 길바닥에 나앉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선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 방법을 알아봤다.


돈 없는 서민들 상대 전월세 사기 기승
하루아침에 길바닥 나앉는 피해 잇달아

전셋값 상승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조만간 연속 상승 역대 최장 기록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지역에선 전셋값이 매매가를 앞지르기도 했다. 정부가 8·28 대책을 내놨지만 전셋값 상승세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전셋값이 오르다보니 세입자들은 등 떠밀리다시피 월세로 옮겨가고 있는 실정이다. 월세마저도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라 서민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계약 만료를 앞두고 어디로 가야 할지 걱정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월세? 전세?  
유리한 선택부터

이 와중에 서민들을 상대로 한 전월세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전월세 사기는 계속되는 전셋값 상승과 전세물건 부족 등을 악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월셋집을 구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 만큼 사전에 철저히 준비해 피해를 막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을 맞아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자문을 구했다. 다음은 부동산114가 설명한 전월셋집 구하는 요령에서부터 재계약, 계약 만기까지 꼭 알아두면 좋은 전월세 계약 방법이다.
세입자 입장에선 통상 월세보단 전세를 구하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다. 전세는 초기 목돈을 구하는 게 부담이지만 관리비 외 따로 지출하는 돈이 없어 부담이 적다. 반면 월세는 소액의 보증금과 함께 은행보다 높은 7% 내외 정도의 이율에 해당하는 월세를 매달 꼬박꼬박 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다만 물가상승률과 전세금을 다른 곳에 투자했을 때 발생하는 기회비용 등을 고려하면 경우에 따라 전세보다는 월세가 유리할 수 있다. 주거 이동이 많거나 혼자 사는 싱글족이라면 월세를 얻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6개월?1년, 단기간 거주할 수 있는 전셋집을 구하기도 쉽지 않은데다 최근 공급되고 있는 1?2가구 주택의 경우 세탁기, 냉장고 등 기본적인 살림살이가 잘 구비돼 있어 이사 비용은 물론 생활가전 등 구입에 따른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 

집 구할 땐
부동산 간판 확인

전셋집을 구하고 계약을 할 때는 중개사무소 간판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다. 관련 법률에 따르면 부동산 중개업자는 간판에 <공인중개사 사무소> 또는 <부동산중개>라는 문구를 반드시 사용하도록 돼 있어 중개사무소를 통해 거래할 때는 간판부터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이 좋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없이 부동산 중개 영업을 하는 것은 당연히 불법인 만큼 자격 여부도 꼼꼼히 체크하는 것이 좋다. 등록관청(시·군·구)이나 인터넷 한국토지정보시스템 사이트를 통해 자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공제증서가 있는지도 확인하는 것이 좋다. 거래 시 문제가 발생하면 최고 1억원까지 보상 받을 수 있다. 

직접 방문 땐
밝은 낮에 찾아가야

인터넷을 통해 부동산 직거래를 할 때도 주의점이 많다. 직거래의 경우 가장 주의할 점은 주변 전셋값보다 저렴한 조건을 제시하면서 계약을 서두를 경우 한번쯤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이때는 바로 계약하지 말고 등기부등본, 건축물대장 등을 발급받아 소유자 인적 사항, 물건의 현지현황 등을 잘 살펴본 후 소유자의 신분증 확인 등을 거쳐 계약 여부를 신중히 결정하는 것이 좋다. 

준비가 최선의 방법 신중에 신중 기해야

대출 많으면
가급적 임차 피해야

구하려는 집은 가급적 밝은 낮이나 조명이 밝은 상태에서 살펴보는 것이 좋다. 그래야 건물의 구조, 누수 등 하자 여부를 보다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집주인의 대출이 많은 경우엔 가급적 임차를 피하는 것이 좋다. 집값이 떨어지거나 나중에 집주인의 경제 여건이 나빠졌을 경우 경매로 넘어가면 자칫 보증금의 일부나 전부를 못 받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불가피한 경우라면 근저당채권액과 전세금을 포함한 가액이 아파트는 집값의 70%, 다가구·연립·단독은 60% 이하인 주택을 구하는 것이 보다 안전할 수 있다.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이 지나치게 높은 경우도 유의해야 한다. 일부 주택의 경우 전세 보증금이 매매가격의 80?90% 수준까지 오르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 집값이 떨어지면 자칫 보증금 반환에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가구주택은
세입자 수 따져야

다가구주택과 같이 세입자가 여럿인 경우가 있다. 이때는 주택의 매매가격과 세입자 전체의 보증금을 따져 봐야 한다. 집값이 세입자의 전체 보증금보다 낮거나 비슷하다면 한번 더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보증금의 환금성도 고려해야 한다. 간혹 다른 세입자가 구해졌을 경우에만 보증금을 돌려주는 경우가 있어 전월세 수요가 풍부한 지역을 선택 하는 것이 좋다. 

확정일자 필수
상가는 전세권 설정

선순위 저당권만 없다면 굳이 비용이 들고 집주인 동의가 필요한 전세권 설정 등기를 할 필요는 없다. 전입신고와 함께 확정일자를 받게 되면 그 다음날부터 대항력(전입신고+점유)이 생겨 집이 경매로 넘어가더라도 전세입자는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확정일자를 받는 절차도 매우 간단한데 전세계약서를 가지고 관할 동사무소나 또는 등기소에 가서 계약서에 확정일자 도장을 받으면 된다.
반면 주민등록 이전이 어려운 세입자나 상가임대차 보호 범위를 벗어나는 상가임차인은 전세권 설정 등기를 하는 것이 좋다. 전세권 설정 등기를 하면 전세금을 못 받을 경우 별도의 소송제기 없이 임의로 경매를 신청할 수 있고 전세권 설정 등기를 하게 되면 재계약 시에도 그 효력은 그대로 이어지며 말소해야 사라지게 된다. 다만 전세권 설정 등기를 할 경우 집주인의 동의가 필요하고 등기 비용도 만만치 않은 단점이 있다.
대한주택보증이 운영하는 전세금 반환보증 상품을 이용해 보는 것도 좋다. 집주인이 계약 종료 후 한달 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거나 집이 경매로 넘어가 보증금 반환을 보장받지 못할 경우 주택보증이 보증금을 대신 반환해주는 상품이다. 아파트 및 단독(다가구)·연립·다세대, 주거용 오피스텔도 발급 받을 수 있다. 대상은 주택은 전세보증금이 수도권은 3억원 이하, 기타 지역은 2억원 이하만 해당된다.
보증한도는 아파트의 경우 주택가액의 90%, 일반 단독·연립 등은 70?80% 수준까지 가능하다. 수수료는 보증금의 연 0.197% 정도로 서울보증보험이 판매하는 전세금 보장 신용보험 보험료율(아파트 연 0.265%, 일반주택 0.353%)보다 낮은 편이다. 

재계약 만료 시
1개월 전 통보해야

전세 계약이 만료가 되면 집주인(임대인)은 보증금을 돌려줄 의무가 있고 세입자는 당연히 집을 비워줄 의무가 있다. 따라서 계약 종료 시 재계약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세입자는 계약 1개월 전에 집주인에게 통보하고 집주인은 6개월 이전부터 1개월 이전까지 세입자에게 통보해야 한다. 
만약 계약 만료까지 집주인이 별다른 이야기가 없었다면 계약은 자동 연장되며 전세 계약기간도 2년으로 연장된다. 보증금액의 인상 없이 자동 연장하는 경우에는 계약서를 따로 쓸 필요가 없다. 종전 계약서상의 확정일자와 전세권 설정 등의 권리가 그대로 2년 더 연장된다. 

임대차 기간은
최소한 2년 보장

전세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데 집주인이 전셋값을 올려달라는 경우가 간혹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세입자는 임대차 기간을 최소 2년간 보장 받을 수 있다. 여기에는 처음에 정한 임대료 수준이 유지돼야 하는 점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물가나 전셋값이 많이 오르는 등 경제 제반 여건 등에 변화가 있을 경우 집주인이 임대료 인상을 요구할 수 있다. 임대료 인상은 전세계약 1년 뒤부터 집주인이 5% 이내에서 보증금을 상향 조정을 요구할 수 있다. 

반전세 전환 시
도배·장판은 협의

반전세는 전세 세입자가 전셋값 상승분을 월세로 돌리는 경우를 말한다. 최근 주택시장 침체와 저금리 상황이 이어지면서 반전세로 전환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 경우 완전한 전세, 완전한 월세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반전세 전환 시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오른 보증금의 일정액을 월세로 전환할 경우 확정일자나 집주인이 등기부등본상 권리관계에 문제가 없는지 다시금 꼼꼼히 살피는 것이 좋다. 부동산 중개사무소를 통해 계약할 경우에는 중개수수료는 전세보다는 월세 계산법을 따르는 것이 보통이다. 
이와 함께 반전세의 도배와 장판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 고민해야 한다. 통상 전세는 세입자가, 월세는 집주인이 부담하는데 반전세는 중간이다 보니 아직은 정답이 없다. 집주인과 충분한 협의를 통해 절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증금 미반환 시
임차권 등기 설정

임대기간이 종료되었음에도 전세금을 떼일 염려로 이사를 가지 못하거나 주민등록을 이전할 수 없어 자녀들의 전학문제를 처리하지 못하는 등 사례가 종종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주택임대차보호법엔 ‘주택임차권등기명령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전세계약이 종료된 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집주인의 동의나 협력 없이 단독으로 임차주택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지방법원이나 지방법원지원 또는 시군법원에 주택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한 후 이사를 하게 되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임차권 등기명령에 따른 비용도 집주인에게 청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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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