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포 논란’ 갑의 역습 막전막후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9.23 10:4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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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반하장도 유분수…드디어 ‘철판 반격’

[일요시사=경제1팀] 재계에 불어 닥친 ‘갑을 논란’은 새로운 풍속도를 만들었다. 갑은 여론에 밉보일까 전전긍긍하고 을은 기존에 갖지 못한 우월적 지위를 얻게 된 것. 상황은 곧 반전 됐다. 거듭된 폭로에 고초를 겪던 갑들은 결국 ‘반기’를 들고 일어섰다. 가만히 앉아 당하고만 있을 순 없다는 식이다.




‘갑의 횡포’ 대명사였던 ‘빵 회장’이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4개월 전, 롯데호텔 주차관리 지배원을 폭행해 논란을 일으켰던 강수태 프라임베이커리 회장이 당시 사건을 보도한 언론사와 롯데호텔 등을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에 나선 것이다. 

강 회장은 지난달 말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고, “사건을 왜곡 보도한 A 언론사에 대해 재위원회에 중재를 신청하는 한편 롯데호텔을 상대로 민형사상 고소를 했다”고 밝혔다. 언론의 왜곡 과장 보도, 개인정보 유출 등으로 피해가 막심하다는 것이다.

강 회장은 지난 4월24일 이 호텔 1층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는 과정에서 호텔 현관서비스지배인과 승강이를 벌였다. 해당 장소가 공적인 업무로 호텔을 방문한 공무원이나 국회의원, 정부 관계자 등이 잠시 이용하는 임시 주차장임을 감안해 지배인이 여러 차례 이동 주차를 요구하자, 이에 발끈한 강 회장이 들고 있던 지갑으로 지배인의 얼굴을 때린 것이다.

호텔 앞에서 
‘화풀이’

이 사건은 6일 뒤, A 언론사의 보도로 세상에 알려지면서 파문이 확산됐다. 마침 당시 포스코 임원의 항공기 여승무원 폭행 사건이 불거졌던 터라, 두 사건은 함께 엮여 네티즌들의 맹비난을 받았다.


급기야 온라인상에서 프라임 베이커리 제품 불매운동까지 벌어졌다. 그 여파로 프라임베이커리는 주요 납품처인 코레일로부터 납품 중단 통지를 받고, 갑작스러운 세무조사를 받는 등 궁지에 몰렸다. 결국 공장 가동이 중단됐고, 강 회장은 직원들의 임금 체불로 노동부에 고발당했다.

이후 강 회장은 해당 언론사를 상대로 정정보도와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한편, 롯데호텔을 상대로 손해배상 준비에 착수했다. 사건 당일 당사자 간의 사과 후 강 회장이 지배인에게 전달한 명함을 롯데호텔이 유출했다는 것이다.

강 회장은 그러나 58억원 규모의 피해보상과 정정보도를 요청한 조정에서 실패했다. 언론중재위원회 서울 제8중재부는 지난달 12일 “당사자간 합의 불능 등 조정에 적합하지 않은 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불성립을 결정했다. 이후 강 회장은 해당 언론사와 기자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등으로 검찰에 고소했다.

청부살인 남편
“욕먹긴 싫어”

고소로 맞선 회장님은 또 있다. 이번엔 ‘밀가루 회장님’이다. ‘여대생 청부 살인 사건’ 피의자 윤길자씨의 전 남편 류원기 영남제분 회장은 최근 네티즌 140여 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윤씨의 전 남편 류 회장이 지난 7월부터 8월 초까지 네티즌 140여 명을 상대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영남제분 측은 “피고소인들이 윤씨의 형집행정지와 관련이 없는 영남제분과 회장 일가를 근거 없이 비판하는 등 악성 댓글을 다는 바람에 회사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취지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영남제분은 또 네이버에 개설된 카페 ‘안티 영남제분’의 운영자를 같은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실규명위원회’(antiynam)라는 아이디를 쓰는 카페 운영자는 최근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영남제분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으니 출두하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류 회장의 전 부인 윤씨는 10년 전 사위와의 불륜을 의심한 여대생을 청부살인했으나 권력을 이용해 형집행정지 처분을 받고 병원 특실에서 호의호식한 사실이 방송을 통해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었다.

방송에 따르면, 윤씨는 지난 2002년 1억7000만원을 주고 청부 살해를 의뢰해 여대생을 살해했다. 윤씨는 판사이던 자신의 사위가 숨진 여대생과 바람을 피운 것으로 의심해 현직 경찰관 등 10여명을 동원해서 두 사람을 미행했으나 불륜 현장을 잡지 못하자 청부 살해를 감행했다.

“수십억 피해”“명예 실추”고소고발 남발
악플러 수백명 조사…폭로하면 법으로 응대

더 큰 문제는 이후 윤씨의 이상한 수감생활이었다. 윤씨는 청부살인 혐의로 2004년 5월 대법원으로부터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형을 선고 받았지만 2007년 유방암 치료를 이유로 검찰로부터 형집행정지 허가를 받고 수차례 연장처분을 받았다. 게다가 방송을 통해 공개된 윤씨의 모습은 환자라기보다는 호화 병실에서 자유롭게 생활하고 있는 일반인처럼 비춰져 충격을 줬다.

방송을 본 네티즌들은 윤씨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진 ‘부산의 모 제분회사’와 진단서를 끊어준 연대 세브란스병원, 수사당국에 대해 분노했다. 급기야 네티즌들은 청부살인을 의뢰한 윤씨에 대한 신상 털기에 나섰고, 윤씨가 부산 소재 코스닥 상장기업인 ‘영남제분’ 회장의 부인이라는 정보를 캐냈다.

네티즌들은 영남제분 불매운동을 벌이는 한편 주식관련 사이트나 게시판 및 온라인커뮤니티에 ‘여대생 청부살인’과 관련 영남제분 회장 일가와 영남제분을 비판하는 글들을 올렸다. 이것을 문제 삼아 류 회장은 네티즌 140여 명을 상대로 고소장을 접수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류 회장은 지난 3일 허위 진단서를 대가로 주치의에게 돈을 건넨 혐의로 구속됐다.

진실 놓고 공방
“누가 거짓말?”

이른바 ‘딸기찹쌀떡 논란’의 ‘갑’으로 지목됐던 대웅홀딩스 역시 사측으로 쏟아진 비난에 대해 공개적으로 해명하는 한편,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청년사업가 김민수씨를 고소했다.

대웅홀딩스는 지난 7월 권용순 대표이사 명의로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딸기찹쌀떡’과 관련한 입장을 표명했다.
권 대표는 “최근 인터넷에 대우홀딩스와 관련해 사실과 다른 내용들이 몇몇 사람들에 의해 유포되고 있다”며 “그 정도가 상식을 뛰어넘어 관련 법적 조치와 더불어 입장을 표명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권 대표는 “대웅홀딩스는 과일찹쌀떡 사업과 관련해 인수 또는 합병 계획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으며, 2013년 6월13일자 인터넷 기사 보도대로 ‘이찌고야’ 브랜드와 업무 관련 컨설팅 계약만 체결했으며 그 외 관련 사업은 검토조차 한 사실이 없다”고 분명히 했다.



권 대표는 또 “만약 인터넷 유포 내용이 거짓으로 판명되면 관련자들은 당 회사가 입은 모든 유·무형적인 손실에 대해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갑의 횡포’라는 시대적인 이슈를 교묘히 이용한 행태가 있다면 이는 반드시 처벌 받아야 하며 이에 의한 선의의 피해를 보는 기업도 없어야 할 것”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앞서 MBC 시사매거진 <2580>은 ‘딸기찹쌀떡의 눈물’ 편에서 청년사업가 김씨 사연을 소개해 주목받았다. 방송에 따르면 김씨는 영화 스태프로 일하던 2009년, 일본의 떡 장인인 다카다 쿠니오에게서 어렵게 ‘과일 찹쌀떡’ 제조비법을 전수 받았다.


이후 김씨는 명동의 한 분식집 사장 안모씨와 51%로 49%로 지분을 나누고 지난 6월 딸기 찹쌀떡 전문점을 차렸다. 창업 5일 만에 김씨는 '청년창업 달인'으로 TV에도 출연하는 등 사업이 번창했으나, 보름 만에 안씨로부터 계약해지를 통보 받는 황당한 상황에 놓였다.

김씨는 안씨가 갑작스레 계약해지를 통보한 것에 대해 안씨가 자신 몰래 프랜차이즈 사업을 준비해 오는 과정에서 대웅홀딩스랑 계약을 맺었으며, 자신이 TV에 등장하자 쫓아내다시피 한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 대웅홀딩스와 안씨가 컨설팅 계약을 맺은 것이 이즈음 인 것으로 드러났다.

‘여론에 밉보일라’ 전전긍긍 ‘때는 이때’
앉아서 당할 수 없다 ‘을의 눈물’ 물타기

하지만 안씨는 이에 대해 김씨가 청년창업 달인으로 등장한 프로그램은 조작이었으며 김씨는 딸기찹쌀떡을 만들 줄도 모르는 초보였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안씨는 김씨가 딸기찹쌀떡 제조 방법을 일본의 장인에게 전수받았는지도 믿을 수 없고 분식집에서 딸기찹쌀떡을 만든 하씨에게서 이 기술을 전수받았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딸기찹쌀떡에 투자한 45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해 이 투자금이라도 받기 위해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중이며, 안씨는 김씨가 이 같은 내용을 인터넷 등에 퍼뜨렸다며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김씨를 고소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6월 “하도급업체로부터 음해와 협박을 당했다”고 고백, 이들을 고소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청업체가 ‘갑의 횡포’라며 현대백화점을 공정위에 제소하자 현대백화점이 하청업체를 사문서 위조 및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하기로 한 것이다.


현대백화점 측은 아이디스파트너스가 2004년부터 수의계약 방식으로 백화점 광고와 관련한 일체의 업무를 독점했지만 지난해 내부감사 결과 160억원의 비용을 부당 편취하는 내부 비리가 적발됐다고 주장했다.

아이디스파트너스는 지난 2004년 현대백화점에서 퇴사한 직원들이 출자해 설립한 종업원 지주회사로 최근까지 현대백화점 광고와 관련한 업무를 독점적으로 수행해왔다. 아이디스파트너스는 기자회견 하루 전날, 현대백화점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고 인건비와 광고제작비 등 용역비 51억원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공정위에 제소했다.

고소로 일관 대응
돌연 ‘소 취하’

롯데월드도 잠실 롯데월드 내 점포 임차인들이 ‘롯데 횡포’를 들고 일어서자 지난 4월 상인들을 형사 고소했다. 상인들은 대기업의 이름만 믿고 투자했다 갑작스런 계약 해지로 내쫓기는 신세가 됐다고 주장했고, 롯데월드 측은 “계약서상 내용이 명시됐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며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반면 고소 후 더욱 논란이 커지자 고소를 취하하는 갑도 있었다. ‘갑 횡포’ 정점을 찍었던 남양유업은 지난 1월 대리점주들이 인터넷과 언론에 사실이 아닌 조작된 자료를 뿌렸다는 이유로 이들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이후 영업사원 욕설 음성파일이 공개되면서 남양유업 사태가 장기화되자 남양유업은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 이어 이들에 대한 고소를 모두 취하했다.

최근 가맹점과 불공정거래로 논란이 됐던 화장품업체 토니모리도 마찬가지다. 7월 말 토니모리는 ‘본사 횡포’를 국회에 고발한 여천 대리점주를 사기죄로 고소한데 이어 8월 초 허위사실 유포 등 불법 행위 금지 요청 건에 대한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상황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토니모리=악덕 기업’이라는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자 본사 측은 돌연 전략을 바꿨다. 가맹점과의 상생 협력 참여를 약속하고 일부 점주들과의 소송도 취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스스로를 갑이라 여기는 갑들은 ‘갑을 논쟁’에서만큼은 자신들이 ‘을’의 위치에 있다고 호소한다. 기업 이익만을 앞세워 을을 괴롭히는 존재로 인식돼 늘 여론의 질타를 받는 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가 갑의 반란을 만들어 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을의 눈물’로 갑의 반란이 시작됐지만 어디까지나 상생의 관계에서 그쳐야 한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갑과 을’의 인식 변화다. 갑은 관행처럼 해오던 ‘갑질’을 자제해야 하고, 을 역시 여론과 언론을 등에 업은 ‘을의 횡포’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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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