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인터뷰> 'NL출신' 하태경이 말하는 이석기는?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9.09 14:4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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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단순 과대망상? 국가전복 가능했다!"

[일요시사=정치팀]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이른바 주체사상파(주사파)라고도 불리는 NL(민족해방)계 학생운동권 출신이다. 하 의원은 최근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사태와 관련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NL계 출신인 탓에 그 내부 속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NL계 출신 하태경이 말하는 이석기, 그는 과연 누구일까? 하 의원이 이석기 내란음모사건에 대해 나름의 해석을 내놓았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NL계 출신으로 그 내부를 잘 알고 있는 하 의원은 이석기 사태가 발생한 후 다각도에서 의견을 개진하며 이슈를 주도해 나가고 있다. 각 언론사들은 하 의원과의 인터뷰를 진행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는 실정이다.

하 의원은 한때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지도이념과 행동지침으로 내세운 소위 주사파 골수 운동권이었다. 하지만 통일운동을 하다 중국에서 탈북자들의 실상을 접한 후엔 오히려 북한인권운동가로 180도 변신했다.

지난 4·11총선에서는 보수진영인 새누리당의 후보로 부산 해운대구 기장을에 출마해 당선되면서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NL계 출신 하태경이 말하는 이석기, 그는 과연 누구일까? <일요시사>가 하 의원을 만나봤다.
다음은 하 의원과의 일문일답.

- 이석기 의원은 이번 사건이 발생하기 이전에도 공개적으로 북한을 옹호하는 발언을 해왔다. 이 의원이 정말 국가전복을 노린 인물이라면 자신의 정체를 철저히 숨겼어야 하는 것 아닌가?
▲ 이석기 의원의 경우는 "종북보다 종미가 더 문제다", "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다" 등의 표현을 써가며 공개적으로 종북을 옹호하고 다녔다. 사람들은 본인이 실제 종북주의자라도 겉으로는 종북세력임을 감추거나 부정할 것 같은데 왜 노골적으로 드러내는지 의아해했을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이석기 의원은 개인이 아니라 '김일성주의 종북조직'의 리더이기 때문이다. 기독교 목사가 예수를 비판할 수 없듯이 김일성주의자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과 그 가족 그리고 북한 체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할 수 없다.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비판했다가는 자기 조직원들로부터 엄격한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또 조직 내 분란이 올 수도 있다. 때문에 노골적인 종북주의자의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 체포동의안에 따르면 이석기 의원이 130명이 모인 자리에서 폭동 논의를 한 것으로 나온다. RO조직이 정말 국가전복을 노렸다면 비밀이 새어나갈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많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폭동 모의를 했다고 보는가?
▲ 이석기 의원은 3월 이후 정세를 전쟁 전야로 인식했던 것이다. 마치 김일성이 6.25 남침 직전 남로당이 함께 무장봉기할 것이라고 전제하고 내려온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곧 전쟁이 일어나니까 남쪽에서도 급히 폭동과 테러 준비를 마쳐야 한다'고 생각하니 조급해진 것이다. 그래서 비밀이 새어나갈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130명을 모아놓고 폭동 모의를 한 것이다. 그런데 김정은은 전쟁 개시 쪽으로 방향을 잡지 않고 남북대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결국 이석기가 정세 오판을 한 것이다.


- 새누리당은 현재 이석기 사태에 대해 민주당의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석기 의원은 비례대표이기 때문에 지난 총선에서의 야권연대와는 전혀 별개의 사안이라고 주장하는데?
▲ 지난해 4.11총선 당시 통합진보당은 이른바 '야권연대'를 통해 민주당으로부터 상당한 규모의 양보를 이끌어내어 지역구에서 7명의 후보를 당선시켰다. 민주당의 협조 없이 통진당 독자적 역량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결과였다는 게 중론이다. 아울러 통진당은 당시 예상과는 달리 비례대표 6석도 획득했는데, 이는 상당수 민주당 지지자들이 지역구에서는 민주당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하고 정당표는 통진당에 행사한 것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야권연대'가 통진당의 선전에 결정적이었다는 얘기다. 아울러 이번 사태와 관련해 민주당은 "연대협상 당시 통진당의 종북성향이 드러나지 않았고, 야권연대가 총선 직후 사실상 해체됐다는 점에서 과도한 책임전가"라며 책임론에서 비켜가려 하고 있다. 하지만 협상의 상대가 합종연횡 등을 통해 민주노동당에서 통합진보당으로 변천하면서 일으킨 간첩단 사건 등 각종 종북논란에 대해 대한민국 전체가 다 알고 있는데 민주당만 모르고 있었다는 말인가?

?목적 위해 희생 두려워하지 않는 광신도 집단
"이석기 사태, 민주당 책임론 비켜갈 수 없어"

- 이석기 의원은 사건 발생 직후 종적을 감췄지만 이후 다시 국회로 돌아왔다. 이 의원이 내란혐의자라면 그대로 도주하는 것이 정상 아닌가? 이 의원이 스스로 돌아온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 이석기 의원이 돌아온 이유는 무죄를 확신하기 때문이 아니다. 자신들이 말하는 적들 앞에서 결연하게 싸우며 장렬하게 산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자기 조직원들이 흔들리지 않고 제2, 제3의 이석기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장수가 적장 앞에서 꽁무니 빼거나 기가 죽은 모습을 보여주면 병사들의 사기가 땅바닥으로 곤두박질 칠 것이다. 때문에 대한민국과 국정원을 자신의 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이석기 의원은 '수'(首, 수령)로서 최후의 순간까지 분사하는 모습을 자기 군대에게 보여주는 쇼를 하는 것이다.

- 일각에선 국정원의 녹취록만 놓고 보면 이 의원이 이적행위를 한 것은 맞지만 내란 혐의를 적용한 것은 억지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일개 초선의원 한 명이 국가를 전복한다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 지금 좌파 진영에서는 이석기 정국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이석기 그룹이 별로 위험하지 않은데 국정원이 과장하고 있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정신병자, 병정놀이, 불장난" 이런 정도로 과소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그 위험성은 결코 과소평가될 수 없다. 극소수 테러집단이 위험한 이유는 자신들끼리는 똘똘 뭉치는 광신도 집단이기 때문이다. 이석기 그룹은 소수지만 무슨 희생을 각오하고서라도 반드시 목적을 이루겠다는 강한 의지로 뭉쳐있는 집단이다. 또 이석기 그룹은 그 연령대가 대학생 수준이 아니라 우리 사회 중추인 4~50대가 주축이다. 이 연령대의 인사들은 우리 사회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기밀정보에 접할 가능성도 높다는 얘기다.

- 너무 확대해석 하는 것은 아닌가?
▲ 결코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이석기 그룹 멤버가 원자력발전소 주제어실에 들어가 악성코드가 심어진 USB를 주제어실 컴퓨터에 꽂고 나오면 원자력발전소에 위험이 생길 수도 있다. 철도, 항공도 마찬가지다. 이런 테러는 각오와 결의로 무장한 딱 한사람만 있으면 가능한 것이다. 게다가 지난 지방선거에서 야권연대를 통해 지방정부에 들어간 통진당 그룹도 적지 않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지자체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여러 기밀정보를 빼낼 수 있다. 그리고 지난 대선 야권연대에 성공했다면 이석기 그룹은 통일부, 노동부, 농림부 장관 등을 맡고 청와대에 진출하는 것도 성공했을 것이다. 아마 이랬다면 북한은 자신의 추종그룹이 정권에 진출한 것을 남침의 절호의 시그널로 오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막았기에 망정이지 야권연대는 정말 대한민국의 존망을 결정짓는 위험천만한 것이었다.

- 압수수색영장 속 등장한 RO산악회라는 조직은 무엇인가? 일각에서는 실체가 없는 단순 친목모임이라고 주장하는데.
▲ RO는 혁명조직이란 뜻의 보통명사이지 조직의 고유명사가 아니다. 이번 사건을 보면 이석기 그룹에는 그룹명이 없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 때문에 국정원도 그룹 이름을 부르지 않고 보통명사인 RO를 쓰는 것이다. 이 조직에 이름을 붙이지 않은 이유는 그들의 비밀활동 능력이 그만큼 세련되고 발달되었기 때문이다. 조직에 이름, 가령 '구국동맹', '반제동맹' 등을 붙이면 이름이 없는 경우보다 조직이 발각될 확률이 더 높아진다.

- 요즘 세상에도 비밀지하활동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 이석기 그룹의 비밀지하활동 능력은 절대로 과소평가하면 안된다. 이들 중에 지도부급들은 평균 30년 정도 비밀지하활동을 해본 경험이 있다. 국정원 요원 못지않은 것이다. 과거 7, 80년대에도 지하당이 완전히 적발된 경우는 내부고발자들의 협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번 사건도 내부고발자의 협조가 있었기에 경기지역 RO를 추적할 수 있었던 것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하태경 의원 프로필

▲ 통일맞이 연구원

▲ 미시간주립대학교 객원연구원

▲ <중소기업신문> 기자

▲ SK텔레콤 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 열린북한 대표

▲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 제19대 국회의원 (부산 해운대구 기장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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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