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국회의장 파란만장 취임 1년

“내년 지방선거까지 개헌해야 한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지난 10일 취임 1년을 맞았다. 쉽지 않았던 국회의장 선출부터 원 구성을 마치고 여야의 격한 대립을 헤쳐 온 파란만장한 1년이다. 취임 1년이지만 기념은 엄두도 못 낼 정도로 국회 분위기는 험하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비정규직법과 미디어법 등 핵심 쟁점법안을 두고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직권상정을 요구하고 있고 민주당은 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국회의장으로서의 고민도 적지 않다. 부지런히 달려온 길. 그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고 남은 기간 동안 그가 이루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김 의장의 발자취를 좇았다.

꽉 채운 임기 1년 시작부터 끝까지 시련 또 시련
42일 만에 간신히 선출, 보름 동안 원구성 골머리 


김형오 국회의장은 지난해 7월10일 18대 국회 전반기에 선출됐다. 헌정 60년 사상 처음으로 임기 개시 후 첫 임시회 회기에 국회의장을 선출하지 못한 채 공전을 거듭하다 42일 만에 처음 개최된 국회 본회의에서 출석의원 283명 중 263명의 의원이 찬성, 전반기 2년을 이끌 의장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이래저래 ‘남다른’ 국회의장의 시작이었다. 김 의장은 한나라당 국회의장 후보 경선을 통해 내정자가 됐다. 통상 국회의장은 여당 최다선 의원이 맡았지만 최다선인 이상득 의원과 정몽준 최고위원이 각각 ‘대통령의 형님’ ‘대권주자’여서 국회의장직에는 뜻을 두지 않았다.

결국 안상수 의원과 한판승부를 벌였고 당 소속 의원 153명 중 145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과반인 102표를 획득해 당선됐다. 그러나 국회가 열리지 않으면서 처음부터 마음고생이 심했다. 때문에 그는 당선 인사말에서 “18대 국회를 품격있는 정치를 펴는 원년으로서, 선진국회를 만들어가자”고 당부했다.

김 의장은 “국회의장으로서 편 가르기 않고, 공정하고, 상대에 마음의 상처를 주지 않도록 여야를 조율해 초선-다선을 뛰어넘고, 소장과 노장의 차별없이 국민을 하늘같이 섬기고, 국회의 권위와 권능을 회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그러한 국회의 밑그림만 그릴 것이고 각종 색깔을 넣어 그림을 완성시키는 일은 의원 여러분들이 해달라”고 말했다.

40여 일 동안 국회가 표류한 점을 지적하면서 의원들의 협조를 구한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 처음 던져진 과제는 쉽지 않았다. 여야 원내대표들 사이에서 원 구성을 해내야 했기 때문이다.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천신만고 끝에 의장으로 선출된 지 한 달 보름 만에 전반기 원 구성을 마칠 수 있었다. 이후로도 예산안 처리 및 3월2일의 여야 대타협 등에 이르기까지 꾸준한 여야간 중재 노력으로 합의를 이끌며 파국을 막고 국회운영을 정상화해야 했다. 

하지만 여야 정쟁으로 인한 파국이 적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직권상정은 그를 힘들게 했다. 김 의장은 3번의 직권상정을 시도했다. 지난해 12월12일 첫 직권상정은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 등 감세법안 등 예산 부수법안 13건에 대한 것이었다. 법제사법위가 심사기일 내 법안들을 처리하지 못하자 직권상정을 통해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한 것.

시작부터 가시밭길
‘품격정치’ 포부 당당

지난 3월2일에는 미디어법 처리를 놓고 여야간 첨예한 대립이 진정되지 않자 쟁점법안 15개에 대한 직권상정을 예고했다. 결국 여야가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직권상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지난 4월30일에는 주공·토공 통합법안과 소득세법, 법인세법 개정안 등 3개 쟁점법안을 직권상정을 통해 통과시켰다.

김 의장은 비정규직법과 미디어법 처리를 두고 6월 임시국회 종료일(25일)이 다가오면서 또 한 번 직권상정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한나라당은 핵심 쟁점법안에 대한 직권상정을 요구하고 있고 민주당은 실력으로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의장이 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직권상정은 여전히 그의 심기를 복잡하게 하는 ‘골칫거리’인 셈이다. 직권상장을 피하자니 한나라당은 한나라당대로 그를 비판하고 직권상정을 하면 민주당이 비판의 화살을 날린다. 고민이 길어지는 동안 여야 모두에게 이미지 관리에만 신경 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게 된다. 

김 의장은 “직권상정을 두 번이나 한 의장이어서 참 가슴아프다”면서도 “스스로 위안을 삼자면 직권상정이 협상이나 타협을 이끄는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그러나 국회의장이 되면서 하고자 한 두 가지는 꼭 해내겠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개헌과 국회 개혁이 그것이다.

‘개헌론자’ 김형오
개헌·국회 개혁에 매진

국회의장이 되면서 던진 이 두 가지 화두는 김 의장이 한 번도 잊어본 적 없다. 김 의장은 국회의장이 되자마자 의장 자문기구로 ‘국회운영제도개선 자문위’와 ‘헌법연구 자문위’를 각각 구성했다. 국회운영제도개선 자문위는 최근 제·개정이 제안된 국회법, 의사규칙 및 의원윤리규칙을 제출했다. 이 국회법개정안이 국회정치개혁특위에서 확정되면 여러 가지가 달라진다.

우선 제·개정이 제안된 국회법은 국회에 계류 중인 의안과 동일한 내용의 의안의 국회제출을 금지해 동일한 내용의 입법발의를 남발해 의원입법 발의건수를 부풀리던 행태에 제동을 걸었다. 또한 국회의원 본인이 이미 발의한 의안과 내용이 모순되는 의안을 발의할 수 없도록 했다. 윤리규칙 권고안에는 국회의원의 직무상 국외활동에 가족동반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와 함께 민간 등이 여비를 지원하는 직무상 국외활동에 대해서는 국회 윤리특위의 사전승인을 받도록 하고, 사후에 여비내역 등을 신고·공개토록 했다. 국회의원의 배우자나 4촌 이내의 친·인척을 의원보조직원으로 채용할 수 없도록 했다. 국회운영제도개선 자문위 활동과 발맞춰 국회 사무처와 입법조사처, 예산정책처의 조직과 인원을 재배치하는 등 국회 산하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 작업도 펼쳤다.

3차례 직권상정 시도, 여야 합의 유도 위해 고심
남은 기간 개헌, 국회개혁 두 가지 ‘화두’ 이뤄낼까


헌법연구자문위를 통한 개헌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 성과도 곧 나올 예정이다. 제헌절을 앞두고 지난 1년간 연구한 결과 보고서를 내놓는다는 것. 김 의장은 취임하면서 “올해는 건국 60주년, 제헌 60주년 되는 해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정치는 국민의 신망을 얻는 것이라고 했는데, 의원 여러분들과 함께 만들어가자”고 의지를 불태웠던 ‘개헌’ 논의가 성큼 다가온 것이다. 

김 의장은 그동안 각종 행사나 인터뷰에서도 개헌에 대한 변치않는 의지를 드러냈었다. 그는 “1987년 헌정 체제를 지금까지 20년 남짓 유지하고 있는데 직선제 이후 대통령 5명 가운데 4명이 불행한 결과를 맞았다”면서 “이런 부작용이 지금 엄청난 시련으로 느껴지는 만큼 개헌을 통해 국가 시스템을 재정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취임 1년을 기념한 인터뷰에서도 “내년 6월 지방선거 전까지 권력 분점 형태로 개헌을 마무리 지은 뒤 타협과 조화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1인에게 집중된 권력구조 개편이 없이는 민주주의가 더 이상 진전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개헌절 기점으로
개헌 논의 성큼

김 의장은 “국회가 타협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5년 내내 싸우는 근본적인 이유도 차기 정권을 염두에 두고 전부 아니면 전무식으로 자기 입장만 밀어붙이기 때문”이라며 “현재의 권력구조 하에서 국회 타협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장은 “내각제냐 중임제냐 이원정부제냐 등은 결국 국민들이 선택하는 것”이라며 “어떤 형태이든 본질적으로 권력의 분점이 전제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17일 제61주년 제헌절을 맞아 개헌 논의를 시작할 것을 공식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3·1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을 비롯한 5대 국경일 중 제헌절은 국회에서 주관하는 유일한 행사로 국회가 ‘헌법’을 제정했다는 의의를 살리고자 한 것이다. 이날 국회가 준비하고 있는 개헌절 행사 중 ‘제1회 국회의장배 전국대학생 토론대회’ 본선에서 ‘권력구조 개헌, 무엇이 바람직한가’라는 논제로 토론이 진행될 예정이다.

‘글로벌 시대의 역동적 변화와 새로운 헌법질서’라는 주제의 국제학술대회와 ‘헌정 61주년, 국회발전과 방향과 과제’를 다룬 제헌절 기념 세미나도 준비, 개헌을 향한 군불 지피기에 나섰다. 국회가 여야 대치로 어지러운 상황인 만큼 취임 1주년 행사는 따로 갖지 않았다. 기자회견이나 간담회도 하지 않았다. 국회 환경미화팀 150여 명과 오찬을 함께한 뒤 ‘어린이 국회’ 행사로 조용히 보냈다.

어두운 취임 1년
“마음이 어둡다”

취임 1주년을 맞아 의원들에게 보낸 편지에도 근심이 묻어난다. “자괴와 민망함과 책임감에 마음이 어둡다”는 글귀로 시작된 편지에서 김 의장은 “국회가 열릴 때마다 거론되는 ‘직권상정’ 정치는 18대 국회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대로 가면 18대 국회는 의회민주주의 가치를 후퇴시킨 국회로 기록될까 걱정”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또한 “87년 체제에 대한 근본적 성찰 위에서 국가 백년대계를 내다보는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개헌’을 강조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