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특사 무산’ 성은 간절한 거물들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8.12 13:4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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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줄 좀…‘은전’ 기다리는 범털들

[일요시사=경제1팀] 8·15 광복절 특별사면을 앞두고 정치권과 재계가 뒤숭숭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절을 코앞에 두고도 이렇다 할 특사 소식을 내놓지 않고 있어서다. 역대 대통령이 광복절 등을 포함해 5∼10여 차례에 걸쳐 사면을 단행한 것과 사뭇 다른 모습. 이대로라면 올해는 정·재계 인사 중 특별사면이 없는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절 특사’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정치권과 재계 인사들 중 상당수가 ‘은전’을 받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사면 대상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형이 확정되거나 벌금과 추징금 미납이 없어야 하지만, 거론되는 거물급 재계 인사나 정치인들 상당수는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거나 벌금을 납부하지 않는 등 사면 조건조차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누가 되고
누가 안 되나

거론되는 재계 인사 들은 대부분의 형이 확정되지 않았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건강문제로 구속집행정지가 된 상태에서 마지막 기회인 3심이 진행 중이다. 김 회장은 수천억원대 횡령 배임 혐의로 기소돼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 3년에 벌금 51억원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내달 13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고, 이재현 CJ그룹 회장 역시 최근 구속돼 재판을 앞두고 있는 등 이들은 당장 사면대상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상고심을 진행 중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과 그의 모친인 이선애 상무에 대한 사면도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전 회장은 수천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계열사 주식을 부당 취득한 혐의로 2011년 1월 검찰에서 세 차례 소환 조사를 받은 뒤 구속 기소됐다. 모친인 이 상무 역시 불구속 기소되면서 모자가 함께 재판에 넘겨지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들 또한 현재 마지막 재판에 대비하고 있다.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구자원 LIG 회장 일가와 같은 혐의로 서울서부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도 1심 재판에서 치열하게 다투고 있어 이번 사면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


회삿돈 수십억 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2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조경민 전 오리온그룹 사장도 사면 대상자가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조 전 사장은 현재 상고심을 준비하고 있다.

박근혜정부 첫 특사 무산 “조건대상자 없다”
‘전과자’족쇄 달린 정치인·기업인 한숨 푹푹

담철곤 오리온 회장은 올해 4월 상고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확정 받았다. 담 회장은 법인자금으로 고가 미술품을 매입해 자택 장식품으로 설치하는가 하면 람보르기니 등 고급 외제 승용차를 계열사 자금으로 리스해 개인용도로 사용하는 등 총 226억원을 횡령하고 74억원을 유용한 혐의로 2011년 5월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된 뒤 구속기소된 바 있다.

담 회장은 거론되는 기업인 중 유일하게 형이 확정됐지만 박 대통령이 무엇보다 횡령·배임·탈세·외화유출 등 범죄로 처벌받은 기업인들에 대한 사면은 없다고 밝힌 만큼 이번 사면에 배제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거물급 MB맨들
발만 ‘동동’

정치인들에 대한 사면도 현실 여건상 어렵다. 여권 일각에서는 정치 대화합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불법정치자금 사건에 연루됐던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과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을 사면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전 의원은 지난달 말 열린 항소심에서 감형과 함께 추징금 4억 5750만원을 선고 받았다. 8ㆍ15 때까지 이 전 의원이 벌금을 완납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이 전 의원과 정 의원은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에게서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다. 지난달 말 열린 항소심에서는 두 사람 모두 감형됐으나 여전히 실형을 살고 있다.


이 전 의원은 17대 대선을 앞둔 2007년 10월 임 회장에게서 3억원을, 2007년 12월 중순 김 회장에게서 저축은행 경영 관련 청탁과 함께 3억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고 정 의원은 임 회장으로부터 지난 2007년 9월 3000만원, 2008년 3월 1억원을 받아은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각각 9월과 11월 출소 예정이다.

담철곤·박연차 형 확정
김승연·이호진은 재판중

친이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MB’정권 실세였던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사면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그러나 이들 역시 각각 억대의 추징금을 미납하고 있다.

SLS조선 워크아웃 저지 등을 위해 영향력을 행사해주는 대가로 이국철 SLS그룹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 정치자금법 위반)로 구속 기소된 신 전 차관은 지난 4월 열린 상고심에서 징역 3년 6월에 벌금 5400만원, 추징금 1억1000여만원을 확정 받았다. 민간인 불법사찰을 지시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박 전 차관도 지난 5월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징역 2년에 추징금 1억9478만원을 선고받았다.

이 외에 건설업자로부터 공사 수주 청탁과 함께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최근 구속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역시 특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박 대통령 원칙?
엄정한 법 준수

‘MB맨’들의 이름이 정치권 사면 대상자에 오르내리고 있지만, 박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 전 의원을 포함한 그 측근들을 사면에 포함시킬 리 만무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 박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의 임기말 특별사면 추진에 직접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박 대통령은 당시 “그동안 죄를 짓고도 권력이 있다는 이유로, 또 돈이 많다는 이유로 법망을 피해가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잘못된 관행을 이번에는 확실하게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지도층 인사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 의지를 보인 바 있다.



이러한 의중은 지난달 말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가석방 불허에서도 잘 드러났다. ‘박연차 게이트’의 장본인으로 참여정부 핵심 실세들에게 전방위 로비를 벌인 혐의로 구속 기소돼 복역 중인 박 전 회장의 ‘가석방심사위의 결정’을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뒤집은 이례적인 일이 발생한 것이다.

가석방은 징역형을 받고 수감된 사람이 죄를 뉘우치고 교도소 생활을 성실히 할 경우 형기 3분의 1 이상을 채우면 풀어주는 제도로, 당초 예상대로라면 박 전 회장은 지난달 30일 출소를 앞두고 있었다. 

법무부는 가석방 불허 배경에 대해 “사회적으로 이목을 끈 사건의 주요 수형자, 사회 지도층 인사,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가석방을 불허하기로 결정했다”며 “그동안 일정 집행률을 충족하면 당연히 석방되는 권리처럼 인식돼 왔지만 앞으로는 새로운 가석방 정책을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박 전 회장은 남은 형기를 모두 마친 뒤에야 사회로 복귀할 수 있게 됐다. 박 전 회장과 함께 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로비를 받은 혐의로 수감 중인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가석방 신청도 불허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정권’의 이같은 행보는 과거 정부의 특사와 맥을 달리한다. 특사는 형 선고를 받은 사람에 대해 형의 집행을 면제하거나 선고의 효력을 상실케 하는 사면법으로 헌법이 보장한 대통령 고유권한이다. 그동안 권력 남용 등의 비판으로 논란 속에서도 1990년대 이후 5년마다 시행돼 왔다. 특히 대통령이 취임하는 해마다 정치인과 경제인을 포함한 특별사면·복권이 대거 이뤄졌다.

이상득·신재민·박영준 다음에?
여론에 따라…가능성은 ‘희박’

법무부에 따르면 전두환 정부부터 현 정부까지 58차례에 걸쳐 17만4187명을 대상으로 특사가 집행됐다. 김영삼 정부는 8차례, 김대중 정부 6차례, 노무현 정부는 9차례 사면을 실시했고, 이명박 정부도 6차례 사면 결정을 내렸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임기말에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씨, 김종호 전 내무부 장관, 이학봉 전 의원 등 5공 비리 관련자를 사면했다.

첫 문민정부인 김영삼(YS) 정부는 집권 초기 비리 사건에 연루된 인사들을 대거 사면했다. 슬롯머신사건, 율곡비리, 동화은행장 뇌물비리 등 대형 사건으로 사법 처리된 정치권·군부·재계 인사들이 사면됐다.

김대중(DJ) 정부에서는 가장 많은 범죄자가 사면됐다. 8차례 특사로 7만321명에게 형 집행을 면제했다. 김 전 대통령은 2002년 외환위기의 주범으로 꼽히는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과 이용호·최규선 게이트 연루자인 김영재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최일홍 전 국민체육공단 이사장 등 93명을 특별사면했다.


특별사면 단행
역대 정권은?

노무현 정부는 2005년 개인 비리로 구속됐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을 사면했다. 2006년에는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여택수 전 청와대 행정관, 신계륜 전 의원이 사면 대상에 포함됐고, 임기 말이었던 2008년에는 자신의 집사로 불렸던 최도술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을 사면했다.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 등 기업인을 석방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8·15 특사 때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 74명을 사면했다. 2009년 12월에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 등의 이유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1명에 대해서만 특사를 단행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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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