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논란 중심에 선 황우석 박사

영웅과 사기꾼 사이… “진실은 어디에”



‘장영실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되며 논란 가열
줄기세포·개 복제연구 성과 높이 평가해 시상

지난 2006년, 국민적 영웅에서 희대의 사기꾼으로 전락했던 황우석 박사. 그가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줄기세포 논문조작 의혹과 이를 반박하는 각종 음모론 속에서 조용한 활동을 이어가던 황 박사가 세간의 이목을 받게 된 것은 ‘장영실상’ 대상을 수상하면서부터다. 과학계는 “과연 그가 국가에 공헌하는 과학자들에게 주는 상을 받을 자격이 있느냐”는 입장과 “줄기세포 연구 재개로 대한민국을 바이오강국으로 만드는 초석이 될 것”이라는 입장으로 나뉘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와 함께 과학자로서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도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위대한 과학자와 사기극의 주인공이라는 극과 극의 평가 속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황우석 박사. 얄궂은 운명은 지난 8일에도 그의 발목을 잡았다. 이날은 ‘장영실국제과학문화상’ 시상식이 있던 날로 올해 장영실상 대상은 황 박사의 몫이었다. 조직위원회는 줄기세포 개발과 개 복제 분야에 성과를 낸 점 등을 이유로 황 박사를 대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생명윤리법 위반과 연구비 횡령 혐의로 재판 중인 황 박사에게 이 상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았지만 이는 수상의 결격 사유가 되지 못했다.

‘장영실상’ 수상 영예
공판과 시간 겹쳐 불참

그러나 시상식 당일 행사장에서 황 박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황 박사는 참석을 ‘안’한 것이 아니라 ‘못’했다. 이날은 줄기세포 논문 조작의혹 사건에 대한 공판이 열린 날로 같은 시각 열린 시상식에는 불참할 수밖에 없었던 것.

지난 2006년 6월20일 첫 재판이 열린 이후 39번째 공판이 열렸던 이날, 법정에는 이른바 ‘황우석 사단’이라는 인물들이 총출동해 눈길을 끌었다. 이병천 서울대 교수, 강성근 전 서울대 교수, 윤현수 한양대 교수, 김선종 전 연구원 등 4년 전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었던 주인공들이 어색한 재회를 맞이했다.


자신의 연구 결과물을 인정받아 상을 받는 자리에 갈 수 없는 이유가 바로 그 결과물에 있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은 황 박사. 성공한 과학자에서 하루아침에 모든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는 역적으로 몰리게 되는 운명의 소용돌이는 4년 전 시작된다.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였던 황 박사는 2004년과 2005년 사람의 체세포를 복제한 배아 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했다는 내용의 논문을 <사이언스>지에 발표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된다.

이는 생명과학계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놀라게 할 만한 쾌거였다. 이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국가 경제에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황 박사는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신문과 방송은 연일 황 박사의 성공스토리를 보도하기 바빴고 수년간에 걸친 그와 팀원들의 연구 활동에 박수를 보냈다.

그러는 동안 황 박사 팀의 또 다른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2005년 8월, 스너피라는 이름의 개를 최초로 복제한 결과가 과학잡지 <네이처>에 발표돼 다시 한 번 관심을 받았다. 다른 포유류에 비해 어려운 개의 복제가 성공함으로써 난치병 연구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가기도 했다.

이처럼 황 박사가 승승장구하며 국내외에서 칭송을 받는 사이, 한편에서는 다가올 불행을 애써 무시한 채 비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MBC <PD수첩>의 제작진들이 그들. 이들은 2005년 6월, 황 박사 연구팀의 일원이었던 사람으로부터 충격적인 제보를 받았고 그것을 토대로 진실 파헤치기를 이어갔다.

<PD수첩>이 확보한 제보 내용은 매매된 난자가 황 박사의 줄기세포 연구에 사용된 점과 체세포를 복제했다는 사이언스 논문이 허위일 가능성에 대한 것이었다. 이에 <PD수첩> 팀은 그해 10월 미국으로 건너가 논문 공동저자인 김선종 연구원을 만나 비공식 인터뷰를 진행해 관련된 증언을 확보했다.

음모론에도 공판은 계속
39회 재판에도 의혹 여전

이후 노성일 미즈메디 병원 이사장이 몇몇 난자 제공자에게 돈을 제공했다는 폭탄선언을 했고 <PD수첩>은 난자 매매 의혹을 담은 내용을 방송했다. 그리고 며칠 뒤 황 박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부적절한 난자가 사용됐다는 사실을 인정한 뒤 칩거에 들어가게 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줄기세포 연구 결과 자체가 허위라는 의혹이 커져간 것. 그리고 그해 12월1일, MBC <뉴스데스크>는 5개 줄기세포 DNA를 검사한 결과 2개가 환자 DNA와 일치하지 않았고 나머지는 판독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을 보도해 파문은 일파만파로 번졌다.

이에 황 박사는 ‘인위적 실수’란 표현으로 2005년 논문에서 조작이 있었음을 시인했다. 그러나 맞춤형 줄기세포가 바꿔치기 됐고 그에 관한 원천기술은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대 조사위원회는 줄기세포 배양이 허위로 밝혀졌다고 밝히며 그를 교수직에서 파면하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과정으로 황 박사는 나라를 살릴 수 있는 영웅에서 거짓말쟁이로 추락하고 만다. 그의 지지자들은 여전히 그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고 연구재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언론과 여론은 이미 그에게 등을 돌린 후였다.
그러는 동안 검찰수사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리고 2006년 5월, 검찰은 황 박사에 대해 사기와 업무상 횡령, 생명윤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김선종 연구원은 증거인멸교사 등의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고 이병천?강성근 전 교수와 윤현수 교수는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그리고 2006년 6월20일, 첫 번째 공판이 시작됐고 지난 8일을 마지막으로 39번의 공판이 이뤄진 상태다.

그러는 동안 황 박사 만큼이나 상처를 받은 것은 국민들이었다. 배아 줄기세포가 가져다줄 장밋빛 희망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됐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던 탓이다. 또 우리나라에서 탄생한 걸출한 과학자의 말로에 배신감과 동정심이 엇갈리면서 혼란이 일기도 했다.

이 같은 국민들의 실망감은 자연스레 음모론으로 번져나갔다. 황 박사의 논문이 조작됐다는 사실은 ‘황우석 죽이기’ 프로젝트에 의해 만들어진 시나리오라는 것이 골자다. 특허권을 빼앗기 위한 미국의 외압설부터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삼성’과 관련된 음모론까지 대부분 확인되지 않은 억측이 네티즌들에 의해 확대되고 확산되어 갔다.

또 황 박사를 지지하는 네티즌들이 ‘황우석 교수 지지 촛불집회’를 여는 등 그에 대한 국민들의 믿음도 좀처럼 식지 않았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황 박사를 지지하는 이들을 ‘황빠’라는 말로 비하하며 황 박사에 대한 비난의 수위를 높여가기도 했다.

이처럼 국민들이 두 갈래로 나뉘어 황 박사에 대한 논쟁을 계속하는 동안에도 그는 천천히 앞으로의 연구행보를 계획했다. 서울대에서 파면된 황 박사는 이후 ‘수암생명공학연구원’이라는 재단법인을 설립해 연구 활동을 계속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에이치바이온’이라는 바이오 기업을 설립하고 주요 주주 겸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제2의 인생에 도전했다.

에이치바이온은 등기부상 법인 설립 목적에 ▲바이오 신소재 연구 ▲바이오 장기 연구 ▲동물 복제 연구 ▲핵이식 기법을 이용한 바이오 리액터(생물의 체내에서 일어나는 분해나 합성 등의 화학 반응을 외부 장치에서 실현시키는 장치) 연구 ▲난치병 및 유전적 질환 모델 동물 세포주 연구 등이라고 밝혔으며 이들 연구와 관련된 제품의 제조?판매 및 수출입업도 병행하겠다고 명시했다.

이처럼 황 박사는 조금씩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대국민 사기극의 주인공이라는 오명에도 그의 파워는 여전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언제나 관심의 대상이었다. ‘황우석 관련주’에 의해 코스닥 시장이 요동치는 것이 그 한 가지 예다.

지난 4월에는 오랜 침묵을 깨고 말문을 열어 ‘황우석 진실 논란’이 재점화되기도 했다. 그는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시간이 없다. 한국에서 연구할 수 없다면 해외에서 연구할 수 있도록 연구 허가를 내 달라고 사정하고 싶다”는 내용으로 국민들에 호소했다.

또 <월간조선>은 충북대 수의과대 정의배 교수의 증언을 실기도 했다. 황 박사의 줄기세포를 재검증한 결과 1번 줄기세포는 사실상 체세포 핵이식 유래의 줄기세포임을 확인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에 국민들은 또 한 번 동요했다. ‘다시 한 번 연구기회를 줘야 한다’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한 재기는 어렵다’는 입장으로 나뉘어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연구하게 해 달라”
동요하는 국민들

황우석 지지자들의 움직임도 가속화됐다. 지지자들 중 100여 명은 지난 4월26일부터 12일간 국토대장정에 나섰다. ‘황우석 박사 연구 승인 기원’이라는 이름으로 떠난 국토대장정은 보건복지가족부 앞에서의 집회로 끝을 맺으며 황 박사의 연구재개와 특허수호에 대한 염원을 보여줬다.

이처럼 논문 조작 의혹이 일어나고 4년이 지난 지금도 ‘황우석’이란 이름은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있다. 여전히 국민들은 그에 대한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고 있고 속 시원히 풀리지 않은 문제들이 수없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의혹이 남김없이 풀려야 그를 ‘과학자 황우석’으로 온전히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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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