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 ‘에티켓 전도사’ 이미선의 차가운 머리로 만나고 뜨거운 가슴으로 다가서라⑥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교감이다

품격 있는 에티켓을 가르치는 이미선 코리아매너스쿨 원장은 기본 에티켓을 제반으로 한 고객만족서비스교육을 실시해 경제효과를 증대시키는 데 앞장서는 인물이다. 그가 타인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는 지침서 <차가운 머리로 만나고 뜨거운 가슴으로 다가서라>를 펴냈다. 이 원장이 전하는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진심이 담긴 대화 통해 진정으로 소통하라
‘대화 부재’ ‘소통 단절’ 고독의 원인

현대인은 고독하다. 일찍이 미국의 사회학자 데이비드 리스먼(David Riesman)은 현대 산업사회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이런 고독감을 ‘군중 속의 고독’이라고 표현해 대중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귀담아 들어라

수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있지만, 그 관계는 더 이상 깊어지지 않고, 아무리 주위를 둘러보아도 마음을 터놓을 만한 진실한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가슴 속에는 늘 휑하니 쓸쓸한 바람만 지나간다. 먹을 것도 풍족하고 전쟁의 공포도 많이 사라졌으며 온갖 문명의 이기가 우리의 생활을 윤택하게 해주고 있는데도 왜 현대인은 고독감을 느끼는 걸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원인을 ‘대화의 부재’ 혹은 ‘소통의 단절’에서 찾고 있다. 그렇다면 진실이 담긴 대화를 통해 진정으로 소통한다면 사람들은 더 이상 고독하지 않을 것이란 말이 성립된다.


우리를 고독에서 해방시켜주는 진정한 소통은 어떻게 하면 가능할까? 그 소통의 문을 여는 열쇠는 바로 ‘맞장구’가 아닐까 싶다. 진정으로 소통한다는 것은 상대가 기뻐하면 같이 기뻐해주고 슬퍼하면 같이 슬퍼해주며, 상대가 힘들고 외로울 때 같이 마음 아파하며 위로를 해주는 것이다. 나는 가슴이 터질 듯 아프고 괴로운데 내 말을 듣고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그 사람과는 다시는 이야기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것이다. 반면 내가 힘든 일을 겪고 있을 때 나보다 더 나를 걱정해주면서 위로를 아끼지 않는다면 나는 그 사람의 마음에 고마움을 느끼며 더 큰 신뢰를 쌓아갈 것이다.


대화를 하면 편안해지는 사람의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남의 말을 잘 들어준다. 주변에서 매너가 좋다고 인정받는 사람을 가만히 살펴보면, 항상 상대방보다 나중에 이야기하고 말수가 그리 많지 않은 사람들이다. 남의 말을 가로채고, 자기주장을 강하게 표현하고 상대방보다 말하는 시간이 긴 것은 화술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남의 말을 열심히 귀담아 들어주다 보면, 곧 주변에서 매너 좋은 사람으로 통하게 될 것이다.



우리 모두는 실제로 자신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을 좋아한다. 신나는 일이 있을 때, 반대로 무척 화나는 일이 있을 때, 우리가 찾게 되는 사람은 그런 사람이다.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어서 만난 친구가 내 속도 모르고 온통 자기 얘기만 해버리면 답답한 마음이 전혀 풀리지 않는다. 잘 들어주는 것도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하나의 능력이라고 볼 수 있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똑 부러지게 설명하고 말에 군더더기가 없이 소통이 잘되는 데도 왠지 정이 안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눌하지만 편안한 사람이 있다. 이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대화는 교감이다. 그런데 그 교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대화는 단지 정확한 의미를 주고받는 소통이 아니라 서로의 감정까지 교감하는 것이다.


사물의 이치를 잘 설명하고 의도하는 바를 명확히 전달한다고 해서 좋은 대화가 되는 것이 아니다. 어의만 교환하여 의미만 전달한다면 그건 기계적 번역이다. 어의와 의도의 이해는 대화를 나누는데 최소한의 필요조건일 뿐이다.


완벽한 대화의 상태는 상대방이 슬프면 함께 슬프고 기뻐하면 함께 기쁜 서로의 감정이 이입되어 공감이 이루어지는 상태이다. 서로 단어를 주고받는 게 아니라 감정을 교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서로 교감하면서 상대방을 사로잡는 잘 듣는 비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 공감을 표시하고 맞장구를 치는 것이다. 대인관계에서 맞장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주는 ‘1, 2, 3화법’이라는 것이 있다. ‘내가 말하는 시간은 1분을 넘기지 말고, 다른 사람이 말할 때는 2분 이상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해주며, 상대방이 2분 이상 이야기 하는 동안 3번 이상 맞장구를 쳐주라’는 것이다. 맛깔 나는 대화에는 적당한 맞장구가 필요한 법인데 맞장구에도 요령이 필요하다.
▲상대방이 한 중요한 말을 내가 한 번 더 반복하면서 상대방의 말을 잘 듣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나 이번 주에 이사해” 하면 “이사?” 하는 식으로 말이다.
▲대화를 계속 진행시킬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사한다고? 어디로?” 하면서 상대방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계속할 수 있도록 관심을 표명한다.
▲상대방의 말에 내 의견을 덧붙여 말하는 것이다. “이사했다고? 어디로? 좋겠다. 나도 그 동네 한 번 가봤는데 살기 좋더라.”
이런 식으로 맞장구를 치면 당신과 함께 있는 사람은 신이 나서 애초에 하지 않으려 했던 이야기까지 하면서 마음 속 이야기를 털어 놓게 되고, 두 사람의 대화는 무르익을 것이다.


둘째, 경청은 귀로만 듣는 게 아니다. ‘내가 지금 당신의 이야기를 정말 귀 기울여 듣고 있습니다’라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자. 심각한 얘기를 할 땐 진지한 눈빛을, 즐거운 얘기를 할 땐 환한 미소를 머금은 눈빛을 보내는 것이다. 또한 이야기를 듣는 중간 중간에 고개를 조금씩 끄덕여 준다면, 상대방은 더욱 안정감을 느끼고 얘기할 수 있게 된다. 얘기가 길어질 때에는 한마디씩 거들면 좋은데, “어제 잠을 못 주무셨다고요?” “차가 많이 막혔다고요?” 하는 식으로 상대방의 얘기를 짤막하게 반복하면 되는 것이다.


셋째, 세련된 대화를 빛내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상대방에게 공감의 한 마디를 선사하는 것이다. 실컷 얘기를 했는데, 고개만 끄덕이다 끝난다면 말한 사람은 뭔가 허전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사람은 누구나 상대방이 자기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내 편이 되어 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심리가 있다. 이 심리를 충족시켜 준다면, 더욱 만족할만한 대화가 완성되는 것이다. 속상했던 얘기를 잔뜩 털어 놓는 친구에게 “너만 그런 게 아니야, 다 그래” 하고 핀잔을 주는 경우와 “정말 힘들었겠다. 그래도 너니까 그렇게 참은 거지” 하고 일단 마음을 어루만져 준 다음에 “그래도 생각보다 그런 일을 겪는 사람 꽤 있더라. 이왕 참은 김에 조금만 더 견뎌봐” 하는 식의 부드러운 충고를 해주는 경우를 비교해 본다면 쉽게 알 수 있는 얘기이다.


맞장구가 중요하다

내가 하는 얘기의 내용에 알맞은 표정을 지어 보이고, 고개를 끄덕이는 보디랭귀지와 내 이야기를 살짝 반복해줌으로써 잘 듣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주고, 내 속마음을 알아주고 올바를 조언까지 아끼지 않는 이야기 상대가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다. 적극적 자세, 반복, 공감의 한 마디 이 세 가지 기술로 상대방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사람이 되자.
<다음호에 계속>

이미선 원장은?
??-서울 출생
-서울시립대 영문학과 졸업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일본 JAL SERVICE ACADEMY 수료
-대한항공 선임 여승무원
-대한항공 사장 의전담당
-대한항공 교육원 서비스아카데미 초대 전임강사
-2002 한일월드컵 문화시민운동 중앙협의회 교육위원
-교육과학기술연수원 초빙교수
-코리아매너스쿨 원장, (주)비즈에이드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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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