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700호 특집>⑤ 전 마약중독자 4인의 충격고백

“유혹은 한순간, 고통은 한평생”


대한민국이 백색가루의 유혹에 빠졌다. 범죄자 등 특정인들이나 손을 대던 마약은 어느 순간 우리 삶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사회지도층, 주부, 학생 등 평범한 이들도 환각의 늪에서 허우적댈 정도다. 마약중독자도 하루하루 늘어가는 실정이다. 금단증상과 부작용이 두려워 악마의 손길을 뿌리치지 못하는 이들은 오늘도 환각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일요시사>에선 700호를 맞아 마약중독에 빠져 고통 받는 이들을 만나 마약공화국의 실태를 조명했다.

예전보다 구하기도 쉽고 종류도 늘어나 중독자 양산해
우연한 기회에 접했다가 금단증상에 시달려 다시 손대
마약 끊으려다 알콜 중독에 빠져 고통받기도…또 다른 중독 양산
마약성분 함유된 줄 모르고 먹은 약 중독되어 금단증상에 ‘몸부림’


3년여 전 직장을 잃고 방황하다 우연히 필로폰에 손을 댔다는 A(42)씨는 지금도 마약으로 인한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니던 직장에서 일방적으로 해고통보를 받고 난 뒤 하루하루를 술에 의지해 살다 설상가상으로 아내에게 이혼까지 당해 자살 충동까지 느꼈다는 A씨.
그런 그에게 흰색 가루의 유혹이 찾아왔다. 우연히 중학교 동창을 만난 것이 화근이었다.

동창은 A씨에게 “고통을 잊게 해줄 것이다”라는 달콤한 말과 함께 필로폰을 건넸다. 그리고 그는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건너지 말아야 할 강을 건넜다.
A씨는 “처음 필로폰을 하고 난 뒤엔 죄책감에 시달려 다시는 마약엔 손대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 다짐은 며칠 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동창을 찾아갔고 또 한 번 마약을 하고 말았다. 그때의 기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는 A씨.

그는 “마치 구름 위를 떠다니는 느낌이었다. 대부분의 마약중독자들이 가장 황홀한 순간으로 꼽는 것이 중독된 지 얼마 안 된 상태에서 마약을 할 때라고 말하는데 나 역시도 그랬다”며 그때를 회상했다. 그 후 A씨는 약 6개월간 마약에 빠져 살았다. 그러는 동안 가족도, 친구도 떠나고 통장잔고도 조금씩 바닥을 드러냈지만 마약을 하고 있을 당시의 쾌락과는 맞바꿀 수는 없었다고 한다.

“구름을 떠다니는 기분”
모든 것과 맞바꾼 환각

한 번 투약하는 마약량도 점차 늘었다. 처음에 느꼈던 황홀감을 위해서는 점점 더 많은 양의 마약이 필요했다.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한 가족의 가장으로 열심히 사회생활을 하던 A씨는 급격히 무너져갔다.
결국 그는 마약을 끊기로 다짐했다. 자식들까지 등을 돌리는 현실은 그를 강하게 채찍질했고 무서운 의지로 단약을 결심했다. 그리고 금단증상에 시달릴 때면 독한 술로 마약 생각을 눌렀다고 한다. 문제는 마약을 끊기 위해 택한 술이 그를 알콜중독의 길로 이끌었다는 것. 마약생각을 잊기 위해서는 예전에 마시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술을 마셔야 했다. A씨는 “그야말로 술독에 빠져 살았다. 밥 대신 술로 몇날 며칠을 보낼 때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마약을 끊은 뒤 찾아온 또 한 가지 고통은 먹고 살 길을 찾는 것이 힘들다는 것. 약을 끊으면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갈 줄 알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취직자리를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였다. 결국 막노동일을 하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길을 걸었던 A씨. 그마저도 술에 깨어있는 날만 가능했다.
세상의 시선도 차가웠다. 가족들마저도 마약을 끊었다는 A씨의 말을 쉽사리 믿어주지 않아 어느 곳에도 기댈 수 없는 외로운 신세가 되었던 것.

그는 “마약으로 인해 모든 걸 한순간에 잃고 말았는데 잃어버린 것을 찾는 건 너무나 힘들었다. 그럴 때마다 날 위로해 준 건 술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그렇게 하루, 한 달, 1년을 술에 빠져 산 A씨는 어느 날 술을 마시다 쓰러졌고 결국 알콜중독 증세로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됐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는 이따금씩 떠오르는 마약과 독한 술의 유혹을 떨치기 위해 자신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A씨는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동창을 만났던 그날로 돌아가 단호히 약을 거절하고 싶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며 “지금 마약의 유혹을 받고 있거나 시작한 사람이 있다면 절대 그 늪에 빠져들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2년 전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났다가 마약을 접했다는 여대생 B(23)씨도 2년 전과는 너무나 다른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한다.
어느 날 미국인 친구들과 레이브바에 간 B씨는 친구들의 끈질긴 권유에 못 이겨 엑스터시를 복용했다.

어학연수가 마약연수로
평생 치유할 고통으로 남아

부모님이 연수를 떠나기 전 ‘마약엔 손도 대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던 터라 외국인 친구들과 술자리도 가지지 않았지만 그 모든 노력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고. 태어나 처음 느껴본 환각의 세계를 잊지 못한 B씨는 그 후에도 일주일에 2~3번씩은 클럽이나 술집 등에서 엑스터시를 복용했다.
약에서 깰 때면 어김없이 구토증상과 두통, 복통에 시달렸지만 고통이 사라지고 나면 슬금슬금 마약의 유혹이 다가왔다고 한다.

B씨가 약을 끊을 수 없었던 또 다른 이유는 살이 찔 것이 두려워서였다. 약을 복용한 후 몰라보게 살이 빠지자 다이어트의 원인이 엑스터시에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약을 끊게 되면 예전의 몸무게로 되돌아갈 것이 두려워 더욱 약을 멀리하는 것이 꺼려졌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B씨는 “나뿐만 아니라 엑스터시를 하는 여자 친구들 대부분이 살이 찔까 봐 약을 끊지 못했다”고 전했다.
어학연수에서 돌아와 다시 부모님과 살면서도 엑스터시를 끊지 못했다고 한다. 그녀는 어학연수 시절 알게 된 친구들을 통해 엑스터시를 공수 받아 클럽 등지에서 복용을 하고 환각파티를 즐겼다고 고백했다.

그러던 B씨가 마약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부모님 덕분이었다고. 우연찮게 딸이 마약에 빠진 것을 알게 된 부모님은 마약중독치료센터 등을 다니며 딸의 재활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을 기울었다. 약을 끊겠다는 본인의 의지도 강하게 작용했다. 그 결과 완벽하게는 아니라도 어느 정도 단약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B씨는 “지금도 한 번씩 약을 복용했을 때의 흥분감이 떠올라 밤잠을 설치곤 한다”며 “그럴 때마다 마약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뼈저리게 느껴 몸서리를 친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 약이 마약이었어?”
도처에 퍼져있는 마약들

5년 전 필로폰을 접한 뒤 중독에 빠졌다는 C(34)씨는 금단증상과 부작용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고백했다.
마약을 할 당시에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기분을 느꼈지만 매일 마약 생각을 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금단증상이 찾아왔다고 한다. C씨는 “어느 날 방 안에 누워 있는데 몸 위로 벌레가 기어 다니는 듯한 기분이 들어 온몸을 긁었는데 그것이 금단증상의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또 갑작스럽게 구토증상이 나타나고 현기증과 참을 수 없는 두통 등 각종 부작용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두 팔이 마비가 된 듯이 저려오고 입안이 바싹바싹 마르는 등의 이상증세에도 시달렸다.
결국 C씨는 몸의 고통을 잊기 위해 다시 마약에 손을 댔고 서서히 깊은 중독에 빠져들었다고. 마약을 하는 순간만큼은 금단증상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고 또 다시 금단증상을 느끼는 것이 너무나 두려워 마약을 하는 횟수도 점차 늘어만 갔다.

결국 마약복용 혐의로 감옥살이까지 하고난 뒤에야 마약을 멀리 할 수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C씨는 “금단증상에 시달려 본 사람이라면 마약으로 인한 황홀감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알게 될 것”이라며 “지금은 마약을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이 어떤 사람보다 부럽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마약의 유혹에 빠져든 이들은 약을 하기 전의 생활로 돌아가는 것이 너무나 고통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예전에 비해 마약을 구하는 것이 훨씬 수월해진데다 마약의 종류도 크게 늘어난 현실은 기하급수적으로 마약중독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마약성분이 함유된 약품에 중독된 D(31)씨의 사례를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소심한 성격으로 인해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하는 것 조차 힘들다는 D씨. 그런 D씨에게 힘이 되어 준 것은 하얀 알약 한 알이었다.
회사에서 프리젠테이션을 앞두고 있었던 D씨는 사람들 앞에만 서면 얼굴이 빨개지고 말을 더듬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 두려워 신경안정제를 먹고 발표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그날따라 사람들 앞에 서도 두려움이 생기지 않았고 성공적으로 프리젠테이션을 마쳤다고.
그날 이후 D씨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나 사람들 앞에 서야 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그 신경안정제를 복용했다.

자신감이 생기는 동시에 수년간 자신을 괴롭혔던 편두통도 사라져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기도 했다는 게 그의 얘기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 약을 먹지 않으면 이상증상이 나타났다. 손이 떨리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식은땀까지 났다는 것. 혹시나 해서 약을 먹으니 그런 증상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고.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든 D씨는 그 약에 대해 알아봤다. 그런데 항우울제로만 알았던 그 약은 마약성분이 들어있는 의약품이었다. D씨는 “소심한 성격을 고치려다 마약장이가 될 뻔했다”며 “약의 성분을 일일이 알기 힘든 일반인들은 얼마든지 마약성분 약에 중독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마약과 마약류 의약품에 빠진 사람들을 통해 현대인들이 얼마나 쉽게 마약에 노출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예전에는 쾌락과 황홀감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마약을 했지만 지금은 살을 빼기 위해서라거나 성관계 시 쾌감을 얻기 위해, 집중력을 키우기 위한 목적 등 평범한 목적을 위해 마약에 빠져드는 이들이 많다”며 “단 한 번의 마약경험이 평생 마약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할 수 있는 만큼, 자신이 혹시 마약에 노출되어 있지는 않은지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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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