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SK 쇼크’ 후폭풍 막전막후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2.12 14:3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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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 위 ‘회장님들’…겁먹고 ‘바들바들’

[일요시사=경제1팀] 폭풍전야. 요즘 재계 분위기가 딱 그렇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법정구속으로 비리 기업인들이 떨고 있다. 특히 재벌 총수 죗값에 대한 ‘정찰제 판결 공식’이 깨져 더욱 좌불안석이다. 다음 타깃은 누가될지 아무도 모른다.



법원이 세간의 예상을 뒤엎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구속하자 재벌 총수에 대한 사법부의 엄벌 의지가 강하게 나타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대기업 총수 구속이 ‘국가 경제발전 기여’, ‘경제계에 미치는 충격’ 등을 고려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주로 선고하던 관행이 ‘징역 4년, 법정구속’으로 바뀌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잘나가던 총수들
줄줄이 ‘실형’

이러한 변화는 지난해 2월 1심 판결이 나온 태광그룹 횡령 사건에서 먼저 감지됐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횡령·배임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6월과 벌금 20억원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이어 이 전 회장에 대한 항소심 심리를 맡은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최규홍)도 이 전 회장에 대해 4년6개월과 벌금 20억원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4년6개월과 벌금 10억원을 선고했다. 벌금 액수만 달라졌을 뿐 형량은 1심 판결과 달라지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전 회장에 대해 “기업은 시장경제의 근간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투명하고 합리적인 기업경영을 정착시켜야 한다”며 “기업인이 우리 사회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면 클수록 범죄에 대해 엄정한 책임을 묻는 것이 범죄예방과 투명한 기업경영의 정착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건강이 악화돼 보석 상태로 재판을 받던 이 전 회장에 대해 2심 선고 뒤에도 건강상태를 고려해 보석허가 결정을 유지하면서 형 집행이 정지된 상태다. 현재 태광 횡령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돼 있다.

최태원 회장 세간 예상 깨고 전격 법정구속
‘유전무죄 무전유죄’정찰제 판결 공식 깨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지난 해 8월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김 회장은 위장계열사의 빚을 계열사가 대신 갚게 해 회사와 주주들에게 수천억원대의 손해를 끼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재판부는 “계열사를 이용해 차명 계열사를 지원한 점, 배임 범죄로 인한 계열사 피해가 2883억원에 달했다”며 “큰 규모의 차명 계좌를 운영하면서 양도소득세 포탈과 가족의 이익을 위해 계열사에 손해를 가했으며 이번 사건의 최대 수혜자이면서도 모든 책임을 실무자에게 떠넘기며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실형 선고의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김 회장 역시 항소심 재판 도중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현재는 ‘구속집행정지’ 상태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김 회장의 항소심 선고는 오는 3~4월쯤으로 예정돼 있지만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주눅든 총수들
누가 감옥 갈까

상황이 이렇자 재계가 술렁이고 있다. 오너가 실형을 선고받은 SK, 한화, 태광은 물론, 다른 대기업들까지 긴장감이 번지고 있다. 특히 LIG, 오리온그룹, 금호 등 오너가 현재 수사를 받고 있거나 재판중인 기업들은 그야말로 풍전등화 신세다.

업계 안팎에서는 회삿돈 횡령 혐의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가장 먼저 후폭풍을 맞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담 회장은 300억원 대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2011년 6월 구속됐다. 같은 해 10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으나 지난 해 1월 2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으로 풀려났다. 그러나 2심 종료 후 검찰이 항소를 제기해 현재 대법원 3심이 진행되고 있다.

담 회장은 위장계열사 임원에게 월급이나 퇴직금을 지급하거나 해외법인 자회사를 인수하는 것처럼 꾸며 회삿돈 약 300억원을 횡령·유용한 뒤 이 돈을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총 226억원을 빼돌렸고 76억원을 유용하며, 서울 성북동 자택의 관리비나 관리비 용역비 등으로 썼다.

또 법인자금 19억원을 이용해 ‘람보르기니 가야르도’와 ‘포르쉐 카이엔’ 등 고급 승용차 등을 리스해 자녀의 통학용으로 사용하기도 했고, 거액의 미술품 10여점을 사들여 자택에 걸어두는 등 회사에 거액의 손실을 끼치기도 했다.

이호진·김승연·구자원…재판중인 총수들 좌불안석
구속→실형→집유→? 떨고 있는 담철곤 

담 회장은 이러한 혐의로 법정 구속됐지만, 이내 법원의 관용으로 자유의 몸이 됐다. 현재는 검찰의 항소로 3심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사실상 종결됐던 담 회장 비자금 사건이 최 회장의 구속으로 새 국면을 맞이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오리온과 더불어 구자원 명예회장을 비롯한 LIG그룹 오너 일가도 법원 판단을 기다리는 처지다. 구 명예회장과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 등은 2011년 3월 LIG건설의 법정관리 신청 이전 2200억 원 규모의 기업어음(CP)을 사기 발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앞서 ‘사기성 CP의혹’을 수사해 온 검찰은 구 회장 일가가 LIG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계열사의 경영권을 상실할 것을 우려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또 구 회장 일가가 2009년부터 1500억원대의 분식회계를 저질러 LIG건설이 발행한 기업어음의 신용등급을 ‘투자적격’으로 조작한 사실도 확인했다. 공교롭게도 최 회장에 대한 중형이 내려진 날 서울중앙지법에선 LIG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속행 공판이 열렸고, 이들 역시 중형을 피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형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분쟁 중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재판도 진행되고 있다. 박 회장은 300억원 가량을 횡령하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00억원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인수합병(M&A)을 추진하던 하이마트도 재판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입장이다.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은 하이마트 매각 과정에서 회사에 수 천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와 재산의 해외도피, 탈세의혹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수사가 진행 중인 기업도 노심초사하고 있긴 마찬가지다. 신세계 이마트는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이성희 부장검사)로부터 노조활동을 막기 위해 직원들을 전방위 사찰한 의혹을 받고 수사를 받고 있으며, 신세계의 계열사 부당지원 여부도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박은재 부장검사)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다. 검찰은 조만간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을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도 불법파견 혐의를 받고 울산지검 공안부로부터 강도 높은 수사를 받고 있다. 대법원이 현대차의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판례를 내놓은 만큼 이번 수사가 어떻게 결론을 낼지 쉽게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재벌 총수들의
‘봄날’은 갔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두고, ‘유전무죄’ 관행을 없앤다는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이 대부분이지만 반기업 정서 확산을 우려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실제 역대 기소된 총수 가운데 실형을 산 예는 별로 없다. 형기를 채운 경우는 더더욱 없었다. 대기업 정보 제공사이트 재벌닷컴이 지난해 말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1990년 이후 자산기준 10대 재벌 총수 가운데 7명이 총22년6개월형의 징역형을 받았지만, 결국은 모두 집행유예를 받았다.

그간 재벌 총수들은 횡령·배임, 비자금 조성, 부당 내부거래, 외환관리법 위반 등 범죄의 종류를 불문하고 예외 없이 사면을 받았다.

사면에 걸린 기간도 형이 확정된 뒤 평균 9개월에 불과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 등은 모두 횡령·배임, 분식회계 등의 경제범죄를 저질렀지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시민단체 연대 모임인 경제민주화국민본부는 논평에서 “재벌 범죄에 대한 사법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특정경제범죄의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범죄에 대해서는 집행유예가 가능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경제 발전에 기여해왔다는 이유로 재벌들이 준법에 소홀했던 면이 없지 않았다”며 “결국 법원의 지나친 관용이 대기업 총수들의 도덕적·법적 해이를 반복적으로 초래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는 변해야 할 때”라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반면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유감스럽다는 입장이다. 전경련은 “그간 최 회장은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경영뿐 아니라 사회적 기업 활성화 등 우리 경제의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며 “최 회장 판결을 계기로 최근 사회 일부에서 일어나는 반기업 정서가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도 “최근 사회적 여론을 근거로 향후 대기업 오너들을 상대로 마녀 사냥식 실형 선고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문제는 ‘총수 죽이기’가 아니라 재벌 범죄가 일어날 수 없게 하는 구조개선”이라고 지적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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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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