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SK 쇼크’ 후폭풍 막전막후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2.12 14:3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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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 위 ‘회장님들’…겁먹고 ‘바들바들’

[일요시사=경제1팀] 폭풍전야. 요즘 재계 분위기가 딱 그렇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법정구속으로 비리 기업인들이 떨고 있다. 특히 재벌 총수 죗값에 대한 ‘정찰제 판결 공식’이 깨져 더욱 좌불안석이다. 다음 타깃은 누가될지 아무도 모른다.



법원이 세간의 예상을 뒤엎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구속하자 재벌 총수에 대한 사법부의 엄벌 의지가 강하게 나타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대기업 총수 구속이 ‘국가 경제발전 기여’, ‘경제계에 미치는 충격’ 등을 고려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주로 선고하던 관행이 ‘징역 4년, 법정구속’으로 바뀌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잘나가던 총수들
줄줄이 ‘실형’

이러한 변화는 지난해 2월 1심 판결이 나온 태광그룹 횡령 사건에서 먼저 감지됐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횡령·배임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6월과 벌금 20억원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이어 이 전 회장에 대한 항소심 심리를 맡은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최규홍)도 이 전 회장에 대해 4년6개월과 벌금 20억원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4년6개월과 벌금 10억원을 선고했다. 벌금 액수만 달라졌을 뿐 형량은 1심 판결과 달라지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전 회장에 대해 “기업은 시장경제의 근간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투명하고 합리적인 기업경영을 정착시켜야 한다”며 “기업인이 우리 사회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면 클수록 범죄에 대해 엄정한 책임을 묻는 것이 범죄예방과 투명한 기업경영의 정착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건강이 악화돼 보석 상태로 재판을 받던 이 전 회장에 대해 2심 선고 뒤에도 건강상태를 고려해 보석허가 결정을 유지하면서 형 집행이 정지된 상태다. 현재 태광 횡령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돼 있다.

최태원 회장 세간 예상 깨고 전격 법정구속
‘유전무죄 무전유죄’정찰제 판결 공식 깨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지난 해 8월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김 회장은 위장계열사의 빚을 계열사가 대신 갚게 해 회사와 주주들에게 수천억원대의 손해를 끼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재판부는 “계열사를 이용해 차명 계열사를 지원한 점, 배임 범죄로 인한 계열사 피해가 2883억원에 달했다”며 “큰 규모의 차명 계좌를 운영하면서 양도소득세 포탈과 가족의 이익을 위해 계열사에 손해를 가했으며 이번 사건의 최대 수혜자이면서도 모든 책임을 실무자에게 떠넘기며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실형 선고의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김 회장 역시 항소심 재판 도중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현재는 ‘구속집행정지’ 상태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김 회장의 항소심 선고는 오는 3~4월쯤으로 예정돼 있지만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주눅든 총수들
누가 감옥 갈까

상황이 이렇자 재계가 술렁이고 있다. 오너가 실형을 선고받은 SK, 한화, 태광은 물론, 다른 대기업들까지 긴장감이 번지고 있다. 특히 LIG, 오리온그룹, 금호 등 오너가 현재 수사를 받고 있거나 재판중인 기업들은 그야말로 풍전등화 신세다.


업계 안팎에서는 회삿돈 횡령 혐의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가장 먼저 후폭풍을 맞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담 회장은 300억원 대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2011년 6월 구속됐다. 같은 해 10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으나 지난 해 1월 2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으로 풀려났다. 그러나 2심 종료 후 검찰이 항소를 제기해 현재 대법원 3심이 진행되고 있다.

담 회장은 위장계열사 임원에게 월급이나 퇴직금을 지급하거나 해외법인 자회사를 인수하는 것처럼 꾸며 회삿돈 약 300억원을 횡령·유용한 뒤 이 돈을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총 226억원을 빼돌렸고 76억원을 유용하며, 서울 성북동 자택의 관리비나 관리비 용역비 등으로 썼다.

또 법인자금 19억원을 이용해 ‘람보르기니 가야르도’와 ‘포르쉐 카이엔’ 등 고급 승용차 등을 리스해 자녀의 통학용으로 사용하기도 했고, 거액의 미술품 10여점을 사들여 자택에 걸어두는 등 회사에 거액의 손실을 끼치기도 했다.

이호진·김승연·구자원…재판중인 총수들 좌불안석
구속→실형→집유→? 떨고 있는 담철곤 

담 회장은 이러한 혐의로 법정 구속됐지만, 이내 법원의 관용으로 자유의 몸이 됐다. 현재는 검찰의 항소로 3심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사실상 종결됐던 담 회장 비자금 사건이 최 회장의 구속으로 새 국면을 맞이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오리온과 더불어 구자원 명예회장을 비롯한 LIG그룹 오너 일가도 법원 판단을 기다리는 처지다. 구 명예회장과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 등은 2011년 3월 LIG건설의 법정관리 신청 이전 2200억 원 규모의 기업어음(CP)을 사기 발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앞서 ‘사기성 CP의혹’을 수사해 온 검찰은 구 회장 일가가 LIG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계열사의 경영권을 상실할 것을 우려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또 구 회장 일가가 2009년부터 1500억원대의 분식회계를 저질러 LIG건설이 발행한 기업어음의 신용등급을 ‘투자적격’으로 조작한 사실도 확인했다. 공교롭게도 최 회장에 대한 중형이 내려진 날 서울중앙지법에선 LIG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속행 공판이 열렸고, 이들 역시 중형을 피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형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분쟁 중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재판도 진행되고 있다. 박 회장은 300억원 가량을 횡령하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00억원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인수합병(M&A)을 추진하던 하이마트도 재판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입장이다.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은 하이마트 매각 과정에서 회사에 수 천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와 재산의 해외도피, 탈세의혹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수사가 진행 중인 기업도 노심초사하고 있긴 마찬가지다. 신세계 이마트는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이성희 부장검사)로부터 노조활동을 막기 위해 직원들을 전방위 사찰한 의혹을 받고 수사를 받고 있으며, 신세계의 계열사 부당지원 여부도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박은재 부장검사)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다. 검찰은 조만간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을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도 불법파견 혐의를 받고 울산지검 공안부로부터 강도 높은 수사를 받고 있다. 대법원이 현대차의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판례를 내놓은 만큼 이번 수사가 어떻게 결론을 낼지 쉽게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재벌 총수들의
‘봄날’은 갔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두고, ‘유전무죄’ 관행을 없앤다는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이 대부분이지만 반기업 정서 확산을 우려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실제 역대 기소된 총수 가운데 실형을 산 예는 별로 없다. 형기를 채운 경우는 더더욱 없었다. 대기업 정보 제공사이트 재벌닷컴이 지난해 말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1990년 이후 자산기준 10대 재벌 총수 가운데 7명이 총22년6개월형의 징역형을 받았지만, 결국은 모두 집행유예를 받았다.

그간 재벌 총수들은 횡령·배임, 비자금 조성, 부당 내부거래, 외환관리법 위반 등 범죄의 종류를 불문하고 예외 없이 사면을 받았다.

사면에 걸린 기간도 형이 확정된 뒤 평균 9개월에 불과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 등은 모두 횡령·배임, 분식회계 등의 경제범죄를 저질렀지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시민단체 연대 모임인 경제민주화국민본부는 논평에서 “재벌 범죄에 대한 사법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특정경제범죄의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범죄에 대해서는 집행유예가 가능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경제 발전에 기여해왔다는 이유로 재벌들이 준법에 소홀했던 면이 없지 않았다”며 “결국 법원의 지나친 관용이 대기업 총수들의 도덕적·법적 해이를 반복적으로 초래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는 변해야 할 때”라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반면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유감스럽다는 입장이다. 전경련은 “그간 최 회장은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경영뿐 아니라 사회적 기업 활성화 등 우리 경제의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며 “최 회장 판결을 계기로 최근 사회 일부에서 일어나는 반기업 정서가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도 “최근 사회적 여론을 근거로 향후 대기업 오너들을 상대로 마녀 사냥식 실형 선고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문제는 ‘총수 죽이기’가 아니라 재벌 범죄가 일어날 수 없게 하는 구조개선”이라고 지적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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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